1 이름없음 2022/07/15 02:43:12 ID : RBcNApamlfW 0
혜진은 비명을 지르지 못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어떡하지. 어떡해야…….’ 연필로 죽죽 그어진, 긋다못해 바탕이 찢어질정도로 새까맣게 칠한 그의 머릿속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소한 이유였을 것이다. 약속에 나가지 않았던 건. 하필 그날, 늦잠을 잤고, 하필 입고 나갈 옷이 없었고, 하필 얼굴이 너무 부었었고. 그런.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겹쳐서 만들어낸 결과. 그래서 사소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인가. 그걸 사소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는다, 아무도. 중학교 동창, 고등학교 동창은 물론이고 사소한 지인들. 아니, 중요한 지인들. 친척들. 가족. 친구. 동료. 아무리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해도 그들에겐 닿지 않는 듯.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듯. 아니다. 닿지 않을 리가 없다. 그들은 날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날의 약속은 급하게 잡힌 것이었다. 중,고등학교 동창들끼리 모이는 (동창회라 부르지 않는 것은 고작 네명이었기 때문에). 양이 적은 점심을 그마저도 나눠 먹고, 많고많은 카페들 중 한 곳을 골라 들어가서는 음료와 디저트를 앞에 두고 침을 튀겨가며 수다를 떨다가. 서로의 근황을 묻고, 연애이야기와 학교이야기와 직장이야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그렇게 4시간 반 쯤이 지나면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늘 재밌었다며 진심인지 뭔지도 모를 작별인사를 하고 그러다 몇 달이 지나면 또 똑같이 모여 똑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 약속이. 지긋지긋하게도 가기 싫었다. 싫증이 났다. 혐오스러워졌다. 그들 사이에 파묻혀있는 내 모습에. 그리고 그들이. 그래서 사소한 핑계를 대며 아무말없이 퍼질러있었다. 그런데 그래선 안됐나보다. 나는 언제나 바르고 성실하고 남의, 다른사람의 얘길 잘 들어주고, 착한 사람이었으니까.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지. 그래. 어찌보면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그래서 이제 그들은 반대로 날 무시하기로 작정한거지. 내가 먼저 그들을 무시했으니. 혜진은 차례차례 떠오르는 끔찍한 생각들을 쉴새없이 내뱉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열심히 문자를 쳐보고 계속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러길 몇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휴대폰은 알림음 하나 내질 않았다. 화면은 켜지질 않고 깜깜했다. 넋이 나간 혜진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쳤다. 자신이 세상에게 버림받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야 말았다. 이기적이었다고 자책했다. 그깟 수다, 들어주려면 들어줄 수 있었을 것이고. 보편 속에 묻혀 평생 살아가도 아무도 나를 지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그러고 살 수도 있는 거였지. 왜 내 쓸모없는 싫증 따위로 일을 키운 것인가. 그 순간의 외침은 잠깐 외면한 채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면 난 내가 살던 세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눈을 감았다. 캄캄한 눈꺼풀에 항상 떠오르던 잔상은 오늘따라 보이질 않았다. 손에 꼭 쥔 울리지도 않는 휴대폰은 놓을 기미가 없었다. 큰 숨을 내뱉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혜진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숨이 막혀 헐떡거리는 혜진의 얼굴은 무엇을 향한것인지 모를 분노로 잔뜩 일그러져있었고, 꾹 감은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한 번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씨발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이 개새끼들아!! 죽어. 죽여버려!! 죽인다 내가. 하, 씨발……” 좆같은 새끼들. 역겨운 놈들. 쳐 죽여버리고싶은 세상이. 끔찍하게 와닿는다. 나를 철저하게 망가뜨리고도 신이 나서 내 주위를 맴돈다. 어디 더 찌를 곳 없나, 하면서. 정말 도망갈 수가 없다. 이 모든 상황이 나를 둘러싸고, 뒤로는 숨죽여 내가 방심할 때만을 노리면서, 앞으로는 소름끼치도록 해맑은 웃는 얼굴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그러고 내 앞에 당당하게 서있으니까. 난 그 어디로도 도망갈 수가 없다. 현관에서 쾅쾅거리는 소리가 난다. 내가 문을 열 생각이 없다는 건 이미 알고있다는 듯이 열리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소리지른다. 환갑이 다 된 것 같은 윗집 아저씨가. “시끄러워 썅년아. 밤중에 뭐하는 지랄이야!!” 지 목소리가 더 큰 건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건지. 어리석음에 헛웃음이 났다. 그러고 몇 분을 더 쾅쾅대더니 곧 조용해졌다. ‘죽을까.’ 휴대폰에 꽂아둔 충전기를 거칠게 잡아뽑고 아직도 아무런 알림도 오지 않은 화면을 한번 들여다보고 방구석에 집어던졌다. 이제 밖은 쌀쌀해졌을 테니 언젠가 약속이 있으면 입고 나가려고 샀던 청자켓을 팔에 걸친 채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식 투룸 아파트. 뻥 뚫린 눈앞으로는 군데군데 불이 꺼진 아파트창문만 보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빼곡이 주차된 차들 뿐이다. 몇몇은 느린 속도로 아직 남은 자리가 없는지 열심히 찾고 있다. 창문밖으로 가래침을 뱉었다. 차마 엘리베이터를 탈 용기는 나지 않아서 계단을 두칸씩 뛰어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자켓을 입었다. 8층에서 순식간에 1층에 도착했다. 꾸벅거리며 조는 경비원을 지나쳐 단지 바깥으로 내달렸다. 이제 어떻게 돼도 상관이 없었다. 오직 아랫입술을 깨물고 하늘을 쳐다보지 않고 두 눈을 부릅뜨고 차도로 뛰어들었다. 눈이 멀 것 같은 헤드라이트와 고막을 찢을 듯한 빠앙-하는 경적소리 뿐이었다. 방구석에 내던져진 휴대폰이 한번 진동하더니 화면을 켰다. 한 문장이 떠올라있었다. ‘안녕하세요.’ 그 화면은 한번 점멸하더니 바탕화면으로 바뀌었다. ‘기기가 켜졌습니다.’
2 이름없음 2022/07/16 16:21:14 ID : LbDBBxRCkk0 0
어떤 피드백을 원하는거야? 문장? 구성? 인물? 뭔가 도입부니까 내용은 그러려니 싶고...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가볍게 감상써봐 일단 난 잘 읽었어! 문장 구성이 좋다고 생각해. 군더더기가 별로 없고 깔끔하게 읽히는 느낌? 인물의 행동과 감정이 좀 과장된 감이 있다곤 생각하는데, 이건 아마 뒤에서 이렇게 행동한 이유가 나오겠지... 하필 하필 하필 이렇게 이어지는 반복문 나도 꽤 좋아하고 자주 쓰는데 그날 뒤에는 쉼표를 빼는게 통일감있지않나 싶엉 근데 나였으면 그랬을거다~ 하는 느낌이고 별로 중요한건 아니니깐....
3 이름없음 2022/07/17 14:26:41 ID : A0rfbBeZhff 0
느낌표는 하나만 !!!!이런 거 X 글고 웹소 아니면 아아아아아악보다 비명을 질렀다 라고 서술
4 A 2022/07/19 02:33:40 ID : Y1juq5ak79i 0
우선 화자가 누군지 모르겠어. '나'와 '혜진'사이를 갈팡질팡 하는 느낌이야. 동시에 '혜진'에 대해 전지적시점으로 읽혀서 1인칭 글인지 전지적 작가시점인지 애매해져서 인물이 누구인지 모르겠어. 명확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도입부라고 했는데 그럼 이 글 뒤에는 현재의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독자가 분명하게 서술되어야 독자가 설득될 수 있겠지? 보통 보여주고자 하는 사건이 있으면 그 장면에 대한 이유가 중요한 이유는 상황에 독자를 이입시켜야 하기 때문이잖아. 예를 들면, 철수가 우는 장면을 보여줄 때 단순하게 철수가 우는 장면만 보여주고 끝내는 것보다는 철수가 우는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주변의 배경은 어떤지 '보여주는'장면을 그리기 전에 서사를 쌓으면 독자가 그 장면에 더 이입되기 쉬우니까. 대충 알거라고 생각해 기승전결이 생기는 이유를... 지금 글에서 화자/혜진이 어떤 감정을 갖고있는지만 '설명'하면서 독자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느낌이야. '설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냥 얘네 이런 감정을 갖고있는 중이니까 받아들여"라고 이야기하는 중으로 읽혀. 어느정도의 서사를 쌓고 나서 감정이 고조된 장면을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아. 물론 도입부라서 그런 감도 없잖아 있지만 도입부를 이렇게 만들어버리면 독자가 읽었을 때 시작부터 왜이러지 강렬하네 하고 생각할 수 있거든. 이게 양날의 검이라서 잘 생각했으면 좋겠어. 차근차근 감정이 쌓였으면 좋겠네. 문장을 간결하고 깔끔하게 썼으면 좋겠다. 문단의 첫 문장을 뒷 문장들이 뒷받침해주는 식으로 구성하면 좋을 것 같아. 접속사 없이 문장 쓰는 연습을 하면 좋을거야. 철수는 사과를 먹었다. 그래서 배가 불렀다. 철수는 거실을 가로질러 현관 밖으로 나갔다. 산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부른 배를 잠재우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철수는 생각에 잠겼다. 이런 문장들을 접속사를 빼고 봐도 아무문제없어. 철수는 사과를 먹었다. 배가 불렀다. 철수는 산책이 하고 싶었다. 거실을 가로질러 현관 밖으로 나갔다. 부른 배를 잠재우고 싶었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철수는 생각에 잠겼다. 이런 식으로 접속사를 다 빼보자. 더 궁금하거나 봐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말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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