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08/25 20:53:17 ID : hBzhzgqkpRA 2
제목 그대로야. 귀신이야기 올리는 스레에서 사람의 이야기를 올려도 되나 싶지만 난 아무리 끔찍한 저주나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레주거든. 사람이 하는 일은 정말로, 정말로 귀신보다 더 끔찍하고 악랄한 경우가 있어.
2 이름없음 2022/08/25 20:56:28 ID : hBzhzgqkpRA 0
도시도 아니고 깡촌도 아닌, 어중간한 시골 동네? 그런 곳에는 대체로 유치원~중학교가 거의 하나뿐이라 토박이들은 적어도 16년을 그곳에서 살곤 해. 고등학교는 근처에 없어서 버스라도 타고 멀리로 가지만. 지금부터 천천히 이어나갈 건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까지 겪었던 악몽같은 현실이야.
3 이름없음 2022/08/25 20:57:36 ID : Ve2IK2FinO3 0
괴담판에 사람 얘기 처음 본다..!! 보고있어 레주야
4 이름없음 2022/08/25 20:59:09 ID : hBzhzgqkpRA 0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서울 강동구에 살던 난 아랫지방으로 내려왔어. 정확한 지명은 혹시나 생길 지역혐오에 대비해 안 밝힐게. 대충 승용차로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야. 외동이라서 엄마랑 나 둘이서 살게 됐어. 초등학교 5학년 때 까지는 3층짜리 빌라에서 살았지.
5 이름없음 2022/08/25 21:01:28 ID : hBzhzgqkpRA 0
처음에는 적응이 정말 어려웠어. 높은 빌딩이나 밤에도 차들이 가득하던 도로, 캐리어를 끌고 편의점에 가던 중고등학생들. 익숙한 풍경 대신 풀벌레가 우는 소리나 외국인 노동자들의 술주정 등등. 왠만한 건물은 빌라였고 편의점도 치킨집도 그다지 없었어. 한마디로, 이혼을 겪은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애가 적응하기에는 최악인 환경이었지.
6 이름없음 2022/08/25 21:02:59 ID : hBzhzgqkpRA 0
근처의 초등학교는 딱 하나였어. 다른 학교는 차로 30분은 가야 나오는 곳이 있었지만 아침마다 그런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아서 근처로 갔지.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어. 저절로 시발 소리가 나오는 시발점이지.
7 이름없음 2022/08/25 21:03:44 ID : Ve2IK2FinO3 0
ㅋㅋㅋㅋㅋㅋ 시발소리가 나온다니.. 얼마나 외졌으면..
8 이름없음 2022/08/25 21:05:21 ID : hBzhzgqkpRA 0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한 건물인 경우 알아? 학교 건물이 2개인데 그중 한 건물의 1층이 유치원 건물이고 작은 유치원생 놀이터가 있어. 나머지는 초등학교 건물이고. 거기 원래 살던 애들은 대부분 그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입학한 루트를 탔어. 대부분이 매우 친밀하고 깊게 얽혀있는 사이라는 거지. 그런 애들한테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개학식날 갑자기 전학온 이상한 애는 그다지 반길 대상이 아니였나봐.
9 이름없음 2022/08/25 21:08:06 ID : hBzhzgqkpRA 0
우선 내가 서울쪽 출신인 만큼, 사투리를 전혀 몰랐어. 대부분 다른 애들은 마찬가지로 그 지역 토박이인 할머니랑 같이 사는 경우도 있다보니 가위도 가세, 스테이플러도 후치케스, 어차피도 아싸리 등등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많았지. 그리고 난 초경을 5학년때 할 정도로 성장이 빠른 편이라 그당시 키도 머리 하나가 차이날 만큼 컸어. 연관이 안 되는 것 같겠지만 이게 애들이 날 배척하는 어이없는 이유가 됐지.
10 이름없음 2022/08/25 21:10:40 ID : hBzhzgqkpRA 0
초등학교 3학년이 할 짓이야 단순하잖아? 화장실에서 뒷담 까거나 같이 안 노는 그런거. 그래도 난 나름대로 반의 또라이 컨셉으로 관심도 끌어보려고 하고, 장기자랑도 나가는 등 반에서 눈길을 끌려고 해 봤어. 그러다가 내 생일이 가까워졌지. 엄마는 날 위해서 각종 색지에 프린트물을 하나하나 붙이며 생일파티 초대 카드를 만들어줬어. 난 들뜬 마음으로 그걸 반 애들 책상에 하나하나 놓고 다녔지. 작은 사탕도 함께 말이야.
11 이름없음 2022/08/25 21:12:15 ID : hBzhzgqkpRA 0
생일카드는 점심시간 이후에 구겨지거나 가위로 잘린 상태로 쓰레기통과 복도 주변에서 발견되었어. 화장실에 가니 화장실 변기에도 들어 있더라. 낡아서 냄새나는 화장실 변기 안에 서너개가 뭉텅이로 물에 젖어있는 장면은 아직도 생생해.
12 이름없음 2022/08/25 21:12:50 ID : Ve2IK2FinO3 0
진짜 참 악질이다..
13 이름없음 2022/08/25 21:13:58 ID : hBzhzgqkpRA 0
그 당시에 크게 충격받는 나는 울면서 복도에 떨어진 조각이라도 주워서 선생님 앞에서 펑펑 울었어. 애들이 내 생일카드를 버렸다고. 그 다음은 뻔하지? 선생님은 애들을 한 교시의 거의 반동안 혼냈고, 내 인상은 더 나빠졌어. 그때부터 아마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 같아.
14 이름없음 2022/08/25 21:16:21 ID : hBzhzgqkpRA 0
의자에 학교 앞 낡은 문구점에서 파는 과일맛 껌 쓰레기가 버려져 있거나, 벌레를 무서워하는 걸 알고 내 사물함에 여치를 넣어두거나. 청소시간에 일부러 창틀을 닦아서 벌레 시체와 검은 먼지가 묻은 걸레를 나 혼자 빨라고 시키기도 했어. 당연히 난 다시 선생님께 일러바쳤고 계속해서 악순환되었지.
15 이름없음 2022/08/25 21:18:11 ID : hBzhzgqkpRA 0
그렇게 2학기가 지나갔고 겨울방학동안 난 거의 집에 틀어박혀서 책이나 읽고, 티비나 보면서 지냈어. 4학년이 되었지. 정말 거지같게도 학교 학생 수도 더럽게 적어서, 한 반에 20명 정도로 3반이 기본적이었어. 이게 뭔 뜻인지 알아? 적어도 4명은 다시 같은 반이 되었다는 거야. 그리고 학교의 아이들 대부분은 유치원 때부터 친한 사이고.
16 이름없음 2022/08/25 21:20:39 ID : hBzhzgqkpRA 0
점점 확산되는 거야. 단순히 반 하나에서 시작된 혐오가 나누어졌고, 다시 확산시켜서 더 몸집을 불리는 거지. 온갖 어이없는 소문이 돌았어. 키가 너무 커서 식인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가 선생님을 의식했는지 거인이라고 바꿨지. 다른 아이들과 친한 5학년 남자애들은 키가 크면 가슴도 빨리 크냐고 묻기도 했어. 차라리 3학년 때가 더 편했을 정도였어.
17 이름없음 2022/08/25 21:23:59 ID : hBzhzgqkpRA 1
이쯤되면 선생님이 뭐라도 해 줬을 거 같지? 해주긴 했어. 반 애들 앞에서 날 세워놓고 친구를 괴롭히는 건 나쁜 짓이라며 다들 나에게 사과하라는 거지같은 일을. 선생님은 그렇게 하면 내 기분이라도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을까? 교탁 앞 아이들의 표정이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거라고 생각한걸까?
18 이름없음 2022/08/25 21:25:26 ID : Ve2IK2FinO3 0
레주 진짜 고생했네.. 나도 레주랑 진짜 비슷한 경험 했어서 더 공감간다.. 보고있어!!
19 이름없음 2022/08/25 21:26:46 ID : hBzhzgqkpRA 0
그 이후는 대부분 똑같았어. 뒷담 까이고, 쓰레기 맞고, 셔틀 당하고, 무시당하고 등등등. 비오는 날 우유곽에 담은 진흙을 새로 산 점퍼에 맞은 건 아직도 기억나네. 어쨌든 이건 초등학교 졸업까지 반복이었어. 그리고 중학생이 되었지. 중학교는 이 근처에 하나뿐, 초등학교도 하나뿐. 오래된 학교인 만큼 애들의 부모님은 대부분 그 중학교의 졸업생이거나 동창 사이.
20 이름없음 2022/08/25 21:28:17 ID : hBzhzgqkpRA 0
비슷했다니 정말 고생 많았어. 정말로 힘들었을텐데, 지금까지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 자세히는 모르지만 앞으로는 행운만 있기를 바랄게.
21 이름없음 2022/08/25 21:30:49 ID : hBzhzgqkpRA 0
중학생이 되니 강도는 더 심해졌어. 남자애들은 이제 슬슬 몸집이 커지고 복도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등 더 격렬해졌지. 여자애들은 부모님 화장품인지, 자기 건지 모르겠는 화장품으로 틴트나 비비크림 같은 걸 바르고 다녔어. 근데 난 아니였어. 화장이나 꾸미는 거에 관심 없었고, 집에서만노느라 애니나 보는 오타쿠였거든. 휴대폰 배경화면도 네이버에서 다운받은 애니 캐릭터 일러스트고.
22 이름없음 2022/08/25 21:38:59 ID : hBzhzgqkpRA 0
어제부터 속이 안좋았어서 오늘은 일찍 자. 내일 마저 쓸게.
23 이름없음 2022/08/25 21:43:29 ID : Ve2IK2FinO3 0
아고... 레주도 고생 많았어!! 스크랩 해둘게 내일 봐 잘 자고 좋은 꿈 꿔🥰
24 이름없음 2022/08/26 09:02:17 ID : pPa8nPeLe58 0
어린시절에 그런 일을 겪었다니 정말 마음이 아프다 나쁜년놈들 고대로 다 돌려받을테니까 우린 그런거 다 이겨내고 당당하게 살자 고생했어 레주야 앞으로도 응원할게!!!
25 이름없음 2022/08/26 13:04:52 ID : the2Gnu5O9u 0
맴아프다..못된것들...
26 이름없음 2022/08/26 13:24:45 ID : FeJTRxDwMko 0
나도 그래서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움... 귀신도 결국 사람때문에 나타나는게 대부분이고ㅠㅜ
27 이름없음 2022/08/26 20:54:27 ID : xyIE9Bze2Mq 0
ㅂㄱ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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