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11/09 04:53:25 ID : rhurcIMlvck 0
-예대 입학 후 한학기 다니고 2학기 휴학 -6교과 수시반수 최저러 -관심 난입 환영
2 이름없음 2022/11/09 04:56:27 ID : rhurcIMlvck 0
22년 1월 예대는 합격 발표가 타 대학들에 비해 빨리 났기 때문에 11월 부터 공장알바를 하고 있었다 일에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전처럼 일하는거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지만 몸이 너무너무 피곤했다 눈뜨자마자 출근, 퇴근하고 집와서 밥먹으면 피곤함이 몰려와 잠에 들고 또 눈 뜨자마자 출근을 해야하는게 참 끔찍했다 내려갈 수 없는 쳇바퀴 위에서 쉼없이 달리는 햄스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악의마음을읽는자들 이란 드라마에 푹 빠져서 그 드라마 보는 재미로 살았다
3 이름없음 2022/11/09 05:01:14 ID : rhurcIMlvck 0
22년 2월 공장 알바를 그만두었다 11월 부터 2월까지 해서 번 돈은 약 400만원 가량, 처음으로 큰 돈을 만져봤기에 신난 나머지 돈을 펑펑 쓰고다녀서 모은 돈은 250만원 정도였다 이 250만원을 가지고 정말 좋은 사양의 컴퓨터와 엄청 큰 커브드 모니터, 예쁜 기계식 키보드를 샀다 지금도 이걸로 글을 쓰고있다 내 전공이 영상디자인이었기 때문에 고사양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만져야 한다고, 그래서 노트북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에브리타임의 선배들 말을 따라 데스크탑을 샀지만 지금은 정말 후회중이다 내년에 동생한테 이 컴퓨터를 넘겨주고 나는 사무용 저사양 노트북을 한대 사서 쓸 생각이다 번 돈 중에 컴퓨터 산 돈을 뺀 나머지 돈은 거의 다 먹을거에 썼다 맨날맨날 치킨 육회 초밥 등 야식을 시켜먹고 힘들다는 이유로 운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헬스장을 끊었지만 하루 나가고 단 한번도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때 인생 최고 몸무게를 달성한다(70kg...)
4 이름없음 2022/11/09 05:05:41 ID : rhurcIMlvck 0
22년 3월 안성에 미리 구해둔 자취방으로 이사를 갔다 나는 방값이 부모님께 부담될까봐 룸메이트를 구해서 자취했는데 투룸은 너무 비싸서 그냥 원룸에서 둘이 살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대구사투리를 쓰는 룸메가 매력있다고 생각했다 몸은 자취방에 있었지만 코로나를 이유로 거의 모든 수업이 줌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3월달에는 학교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기숙사 입주하는 날 학교 학생들 얼굴 좀 보고싶어서 기숙사로 향하는 언덕을 슬리퍼신고 올랐더니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줌 수업은 너무나도 나랑 안맞았고 (고등학생 때도 코로나 때문에 줌 수업을 하자 성적이 2등급 훅 떨어졌다 대면수업을 하니 2등급이 다시 올랐다) 집중력을 상실한 나는 그냥 핸드폰에 줌만 켜두고 침대에 드러누워서 잤다 하지만 그래도 과제는 항상 냈기 때문에 출석점수가 깎이지는 않았다 올림필 기간 동안의 긴 결방을 마치고 돌아온 악의마음을읽는자들은 종영을 맞이했다 트위터에서 눈팅만 맨날 하던 내가 굿즈도 만들고 블루레이까지 샀는데... 이렇게 끝나버리니 좀 허탈했다
5 이름없음 2022/11/09 05:11:17 ID : rhurcIMlvck 0
22년 4월 벚꽃이 활짝 폈다 근데 친구도 하나 없고 아싸인 나는 방안에서만 박혀서 유튜브로 벚꽃구경을 했다 고등학생 때 학급임원을 했을 정도로 활발했고 친구도 많은 편이었는데 타지에서 아는 사람 한명도 없이 지낸다는건 쉽지않은 일이었다 대면수업을 안하니 대학 친구들과도 친해지기 힘들었다 그러다 첫 대면수업을 중간고사때 하게 되었다 당시에 에타로 만나서 연락하게 된 동기가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애는 나랑 너무 안 맞았다 너무 조용했고, 사회성이 떨어져보였다 그 사이에 나랑 그 아이를 뺀 우리과 애들은 두루두루 친해져있었다 아마 학과방에 1학년이 주도해서 단체로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나는 코로나가 걱정돼서 나가지 않았다 아마 그때 친해졌나보다 룸메이트가 한두번 밥을 해줬지만 솔직히 맛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양을 너무 많이 해서 항상 음식이 남았다 근데 그 뒷처릴 제대로 안해서 방에서 음식 썩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6 이름없음 2022/11/09 05:17:15 ID : rhurcIMlvck 0
22년 5월 룸메는 대면수업에 나가서 친구를 잔뜩 사겨왔는지 새벽마다 디스코드를 그렇게 했다 방이 좁아서 룸메와 내 컴퓨터 옆에 바로 침대가 있었는데 침대에 누워서 자려고 하면 룸메의 디코소리 때문에 절대로 잠을 잘수가 없었다 컴퓨터 의자에 앉아서 저녁부터 새벽까지 디코를 하다 디코가 끝나면 침대로 와서 전화를 했다 나는 가입한 중앙동아리에서 조를 짜서 영상공모전에 출품하라는 미션을 내줬기 때문에 영상공모전에 참가했다 얼떨결에 내가 낸 시놉시스가 뽑혔지만 나는 대본을 쓰고싶었던게 아니었다 그냥 편집이나 촬영만 하고싶었는데 어쩌다보니 대본 연출 편집을 나 혼자 다 하게됐다 낮에는 공모전과 수업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데 저녁에는 룸메때문에 잠을 못자니 정신병이 도질 지경이었다 울고싶은데 집에서는 울 수 없으니 밖에 나가서 울어야했다 하지만 학교가 안성시골똥촌에 쳐박혀있다보니 내가 앉을 곳은 논두렁과 하천 둑 밖에 없었다
7 이름없음 2022/11/09 05:24:27 ID : rhurcIMlvck 0
22년 6월 논두렁과 하천 둑에 앉아서 울다가 다리에 모기 12방을 물린 날도 있었다 매일매일 최악의 하루를 보냈고 학교도 자주 빠지기 시작했다 돈이 부족하기도 하고 학교도 안간 채 버려지는 시간이 아까워 빽다방 알바를 시작했다 집에서는 룸메가 있어 맘편하게 쉬질 못하니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서 라면이 탱탱 불때까지 느릿느릿 먹으며 앉아있거나 용돈받은 날엔 카페에서 음료와 케잌을 시켜 하루종일 뻐겼다 이때 동기중 어떤 남자애를 좋아하게 됐는데 내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다보니 좋아한다는 온갖 티를 다 냈다 그래도 남자애한테 이뻐보이겠다고 다이어트약이랑 물만 마시면서 하루에 6시간씩 서서 일한 결과 15키로를 감량했다 몸무게는 55키로가 돼서 이제 동네 보세 옷가게에서도 맞는 옷을 살 수 있게되었다 물론 그 남자애한테는 차였다
8 이름없음 2022/11/09 05:30:34 ID : rhurcIMlvck 0
22년 7월 기말고사를 봤는데 제출 5분 전에 한시간동안 모델링 한 파일이 컴퓨터가 뻗으면서 날아갔다 내가 낼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는 빈 파일 뿐이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미안하지만 다음학기에는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없을것 같다고 했다 엄마는 돈 걱정하지 말고 학교생활 열심히 하라고 했다 이 날에도 어김없이 논두렁에 쪼그려앉아 울다가 너무 답답해서 커터칼로 손목을 확 그어버렸다 깊게 난 그 상처를 가리느라 쪄죽는 여름 내내 팔목에 두꺼운 보호대를 차고다녀야 했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시내에 있는 정신과를 찾아갔지만 의사는 그저 환경변화로 인한 부적응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정신과에서 지어온 약은 효과가 없었다 분명 주말알바로 시작한 빽다방 알바는 수습이란 이름으로 최저시급의 90%만 주면서 일을 빨리 익혀야 한다고 일주일에 4일을 출근시켰다 주말과 공강날에 모두 일을 하니 쉬는 날이 없었다 기말과제를 완성할 시간도, 마음도, 의지도 없었다 모델링 시험 이후로 종강 전까지 학교를 단 한번도 나가지 않았다 빽다방에서 열심히 번 돈으로는 너무너무 사고싶었던 바이레도 향수를 질렀다 네이버 쇼핑에서 샀지만 가격이 공홈 가격과 1-2만원밖에 차이가 안나 정품이겠거니 하고 질렀다 그런데 짝퉁이었다
9 이름없음 2022/11/09 05:42:32 ID : rhurcIMlvck 0
22년 8월 방학을 했고 집에 들어왔다 빽다방 알바는 그만두지 못해서 주말마다 알바를 하러 왕복 5시간을 통근해야했다 안성으로 이사 간 5달 동안 한번도 생리를 안했는데 본가에 오자마자 터졌다 보고싶었던 엄마를 실컷 보니까 너무너무 좋았다 다시는 집을 떠나고싶지 않았고 엄마가 해준 집밥이 5성급 호텔의 조식뷔페보다도 맛있게 느껴졌다 그렇게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아기돼지처럼 한달을 사니 5키로가 쪘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런 잠깐의 행복조차 허락되지 않은 건지, 이번엔 내성발톱이 문제였다 전에는 그냥 조금 안으로 말렸을 뿐인 발톱이 살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밴드를 붙이면 하루도 못가 피범벅이 되어 갈아줘야했고 양말을 신으면 양말에 피가 묻어나와 버리거나 손빨래해야했다 걸음을 내딛을때마다 살을 찢는듯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통근에 5시간을 쓰고, 6시간을 일해야했다 그러다 도저히 걷지 못할정도로 통증이 심해져 평택역 한복판에 주저앉은적도 있었다 나는 피묻은 양말을 신은 채로 절뚝거리며 최단환승경로를 찾아 지하철을 가로지르는 1호선 빌런이었다
10 이름없음 2022/11/09 05:49:14 ID : rhurcIMlvck 0
22년 9월 개강 전, 나는 반수를 결심했다 재빠르게 다음 학기 휴학신청을 하고 자취방은 양도해버렸다 발에 피흘리며 번 돈은 이사비용으로 썼다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반대했다 방을 완전히 빼버린 후 병원에 가서 내성발톱 수술을 했고 회복기간동안 일을 할 수가 없어 알바를 그만두었다 9월 말에는 내 생일이 있엇지만 어떻게 보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생일선물로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기프티콘을 받았고 엄마아빠한테는 아무것도 안받았다는 것만 기억난다 이 달에는 한달 내내 원서를 어떻게, 어디를 쓸지만 알아보았다 현역때 몰랐던 진학사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어 합격예측 서비스도 결제하고 하루종일 거기에 적정이라 뜨는지 소신이라뜨는지를 지켜봤다 그 결과 내가 가고싶었던 학교에 내 성적으로 유리한 내신반영방식을 갖고 학생을 모집하는 학과가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몇번씩 1지망부터 6지망을 갈아엎으며 6발의 총알을 어떻개 쏠지 구상했다 이 시점에서 부터 나는 복학을 절대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때문에 6발 중 한 장은 무조건 붙을 수 밖에 없는 하향지원을 해야했다
11 이름없음 2022/11/09 05:59:53 ID : rhurcIMlvck 0
22년 10월 수능공부를 깔짝깔짝 시작했다 어차피 최저는 2합8 이기 때문에 두과목만 공부하면 됐다 일주일을 마음먹고 40강 분량의 개념강의를 일주일만에 끝냈고 수능특강과 수능완성도 한번씩 돌았다 모의고사를 풀어보니 3등급,3등급 2합 6정도 되는 성적이었다 수능날 등급 떨어질걸 감안해도 나쁘지 않은 점수여서 조금 안심했다 중고등학생떄의 친구들과 만나서 자주 술도 마시고 놀았다 내가 환장하던 드라마 비밀의 숲도 다시 정주행했고, 킹메이커, 헌트 등 영화도 봤다 너무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 그동안 차갑게 식어있던 화로가 활활 타오르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조금씩 되찾아갔다 물론 수능이 코앞이라 2합 8을 못맞출까봐 많이 걱정되긴 하지만 행복한게 더 큰 것 같다 요즘 걱정은 아빠나 엄마나 할머니나, 원래 다니던 학교로 절대 안돌아가려고 쓴 6지망 대학에 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냥 집이랑 제일 가까운 학교라 쓴거고 나머지는 내가 진짜 가고싶은 지방거점국립대들인데 수도권 사는 애가 그냥 집근처 수도권 학교나 갈 것이지 왜 멀리 집아까지 가냐는게 부모님의 입장이다 아빠는 얼마 전에 지방으로 학교를 가면 방세도 안내줄거고 학비는 학자금대출을 받으라는 초강수까지 두었다 근데 나도 지지 않을꺼다 부모님은 날 절대 말릴 수 없다
12 이름없음 2022/11/09 06:03:17 ID : rhurcIMlvck 0
이제 나도 원하는 학교 들어가서 평범하고 행복한 대학생활을 보내고싶다 너무나도 괴로운 22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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