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인 스레주다. 위로는 언니 한 명이 있어.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몰라서 어릴 적 겪었던 일부터 전부 적을게.
1. 내가 갓난애기였을때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서 어머니 아버지가 언니와 나를 버리고 빚쟁이들을 피해 이모 집으로 도망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폐렴이 심각한 상태였고 언니가 학교를 다녀오니 우리 집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어있었다더라.
그래서 언니가 한겨울에 나를 업고 옆 지역에 위치한 친할머니 댁까지 걸어갔었어.
거기 가니까 친할머니가 돈을 쥐어주더래. 이모네 집으로 가보라고.
이모네 집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가 언니에게 가장 먼저 던진 첫마디는 "여기 왜 왔어?" 였다.
2. 이모네 집에 같이 살면서 우리는 돈이 없어 친척오빠들 옷이나 물건들을 물려 받아서 사용했었다.
이모와 이모부는 그걸로 눈치를 줬고 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이유없이 신체 일부를 때리는 시늉을 하며 우리를 혼냈다.
그렇게 지내다 이모부가 언제까지 처제를 데리고 살거냐고 식탁 엎고 난리를 쳐서 어머니와 아버지 나 언니는 길바닥에 쫓겨났다.
3. 어찌 저찌 모은 돈으로 월세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면서 아버지가 건설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셨다. 그런데 어머니가 알콜 중독에 빠지기 시작했다.
당시 내 나이 10살 정도였다. 어머니 아버지는 밤마다 치고 박으며 부부 싸움을 하셨고 언니와 나는 무서워서 방문을 걸고 귀를 막고 겨우 잠에 들곤했다.
그러다 불똥이 우리에게 튀어서 어머니는 망치로 방문을 부수고 들어와 언니와 내 머리채를 잡고 마구잡이로 패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말리지 않고 방관만 하시거나 집을 나가셨다.
4. 어머니 아버지의 부부싸움이 더 심해지면서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터졌었다. 어머니가 아버지 등에 주방 식칼을 꽂은거였다.
119 구급대원들, 경찰들이 집에 왔었다. 언니와 나는 말리다 손이 피범벅이 되었었고 울면서 각자 친구 집에 가서 잠을 잤다.
그때부터 어머니가 술을 마시고 휘두르는 폭력은 계속되었다.
5. 아버지가 더 이상 어머니와 살 수 없다며 이혼을 하고 언니와 나를 데리고 작은 원룸에 들어갔다. 이때 내가 갓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였고 한창 사춘기였는데,
언니는 삐뚤어지기 시작해 밤마다 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고, 아버지는 매일 밤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내가 학교에 다녀오면 설거지와 빨래는 산더미같이 쌓여있었으며 아무도 청소를 하지 않아 늘 이건 내 몫이였다.
이 당시 어머니는 혼자서 생계를 유지해야했기에 설렁탕집에서 홀서빙 일을 하셨었는데 어느날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셔서 얼굴 좀 보자고 하시더라.
그렇게 오랜만에 가게 앞에서 보게된 어머니의 얼굴은 꽤나 홀쭉해져있었다. 순간 마음속에 쌓여있던 온갖 짐과 감정들이 폭발해서 눈물이 왈칵 났다.
우리 가족 다시 네명이서 살면 안되냐고 펑펑 울었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아버지랑 얘기해보신다고 하시더라.
근데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는건 없었다. 결국 난 참지 못하고 학교도 안나가고 친구 집으로 가출했었다.
6. 내 가출사건으로 인해 충격을 받으셨는지 어머니 아버지가 다시 혼인신고를 하면서 가정을 합치게 되었다.
나는 학교에서 이미 어둡고 인식이 좋지 않은 아이로 낙인 찍혀있었기 때문에 중학교 자퇴를 하게 되었고.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서 17살에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모두 취득했다.
이후에는 미용 자격증도 취득했고 남들보다 일찍 취업도 하게 되면서 돈을 벌면 어머니에게 일정 부분 가져다 드리곤 했다.
근데 화학 약품 알레르기가 있어서 손이 퉁퉁 붓고 팔까지 다 퍼지는 심각한 상황이 오면서 미용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지옥 같은 가스라이팅이 시작되었다. "넌 부모가 불쌍하지도 않니?" 이런 식으로.
7. 스무살이 되면서 어머니는 나한테 더 큰 돈을 바랬다. 생활비를 나보고 부담하라고.
급하게 돈을 벌어야 하기에 콜센터에 취직을 했다. 7년간 근무하며 나름대로 저축도 조금씩 하면서 월급의 3/2를 어머니를 드렸다.
그런데 나에게 돌아온건 남들과의 비교 뿐이었다.
"남들 자식은 부모가 힘들면 돈도 주고 부모 불쌍하다고 아예 모시고 사는데 내가 자식 복도 더럽게 없지." 하더라.
술을 심하게 마신 날은 예전과 똑같이 다 큰 나를 쥐어팼다. 내 자신에 대한 혐오감도 컸고 부모님을 때릴 수는 없으니 가만히 맞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보고 뜬금없이 나가라더라. 정말 겉옷만 입은 나를 아무것도 없이 내쫓았다.
당시 내가 모아둔 돈도 아버지가 음주운전하다가 벌금형을 여러번 받는 바람에 어머니가 도와달라고 하셔서 다 날렸었다.
땡전 한푼없이 쫓겨나서 살아야하니까 1금융에서 대출을 냈다. 직장은 계속 다니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작은 원룸에 들어가서 살면서 열심히 일해 대출을 다 갚았다.
8. 어느날 어머니한테 뜬금없이 연락이 왔다. 집에 들어와서 살면 안되겠냐고. 내가 없으니까 집이 황량하다고.
그래서 살던 곳에 살림들을 모두 정리하고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제는 연세도 있으시고 내가 있으면 덜 외롭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에.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 착각이었다. 이제 나도 나이가 찰만큼 찼으니 폭력을 하시지는 않지만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폭언이 쏟아졌다.
너 같은 새끼가 있는줄 아냐고. 그 나이 쳐먹고 맨날 0원 인생에 부모한테 빌붙어서 산다고. 내 자식은 왜 이따위냐고.
참다 참다 열받아서 "그럼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저한테 뭘 해주셨는데요? 제 돈도 다 가져가시고 밥 먹이고 재우고 입히면서 키우는건 어느 부모님이나 다 하는 거예요" 라고 말대꾸한적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방에서 나오셔서 뺨 때리시더라. 진짜 너무 억울해서 동네 놀이터에서 한시간 동안 운적도 있었다.
9.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집에도 어느 정도 금전적 여유가 생겼다. 집도 구매했고.
나도 늦게나마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서 콜센터를 퇴사하고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물론 학원비 결제나 교재비는 내가 다시 모은 돈으로 냈다.
근데 어머니의 폭언은 계속됐다. 나한테 일하기 싫어서 공부하는거라고 하더라.
그럼 내가 알바를 하면서 공부를 같이 병행해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렇게 해서 시험 떨어지면 부모 탓할거 아니냐고 난리를 치더라.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거냐고 물어봤지. 알바도 안된다고 하고 공부만 하는것도 안된다고 하고.
그랬더니 계속 그 나이에 부모 모시고 사는게 정상이라고. 너는 진짜 쪽팔리지도 않냐고, 너 같은 불효자식 없을거라고 하시더라.
나는 너무 의문이 들어서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싶었다.
이게 내가 불효자식인게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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