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졸려서 오타가 나도 양해부탁할게.
초등학교 때 꾼 건데 아직도 잊을 수 없어서 여기다 써봐.
꿈에서 난 날씨도 맑고 햇살도 쨍쨍했지만 그닥 덥지 않아서 건너편 골목길을 통해 산책을 가려고 했어. 내 기준 왼쪽 상가에 위치한 옷가게 뒤에 콘크리트로 몇 번이나 덧대어서 울퉁불퉁한 경사진 주차장이 있어. 거길 지나가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주목나무 아래에 검은색 한복을 입고 날 바라보는 남자애와 눈이 마주친 거야. 그 때, 청춘 애니의 한 장면처럼 바람이 불었어. 홀린 듯이 그 남자애를 보던 나는 물었지. 넌 누구냐고.
2이름없음2023/05/07 18:24:30ID : y588koGleE8
처음에 그 남자애는 웃을 뿐이었어. 꿈에서 난 저승사자로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었거든. 그저 든 생각은 덥지 않나? 였고. 피부는 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는 곱슬에 연한 갈색 머리카락이었어. 인상은 강아지상보다는 순하고 착해보이는 인상의 미소년에 가까웠지.
3이름없음2023/05/07 18:32:36ID : y588koGleE8
꿈을 꾼 당시에는 어렸으니까 남자애한테 말을 계속 걸었어. 지금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왜 여기 있냐고, 이사온 거냐고, 너와 친해지고 싶다며 자꾸 말을 걸었는데 하나하나 친절히 답해줬던 걸로 기억해. 좀 친해졌나 싶었을 때, 난 그 애 이름을 알고 싶어서 물어봤어.
남자애가 후회할 거라고 했나? 너 정말 듣고 싶냐고 그런 투로 나한테 물어봤던 것 같은데 딱히 위험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 당연히 듣고 싶다고 대답했어.
그 때, 분명 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네.
4이름없음2023/05/07 18:38:39ID : y588koGleE8
이름을 듣고 나서 무언갈 더 물어보려고 했는데 꿈은 거기서 끝났어. 처음에는 기묘한 느낌에 또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정도 그럴 일은 없었어.
그렇게 점점 잊어가던 쯤에 난 그 애를 다시 만나게 된 거야. 이번에는 나무 밖으로 나와 내 손목을 잡더니 같이 가고 싶다는 곳이 있대서 흔쾌히 수락했지.
5이름없음2023/05/07 18:43:06ID : y588koGleE8
그 애가 나와 함께 간 곳은 유독 볕이 잘 드는 하얀 카페였어. 조명을 켜지 않아서 그림자가 지긴 했어도 육안으로 구분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어. 되게 감성적인 분위기더라.
6이름없음2023/05/07 18:49:37ID : y588koGleE8
그 애가 알아서 메뉴를 시켜줬고 난 가만히 자리에 앉아 기다렸어. 음료랑 함께 당근 케이크를 가지고 왔어. 난 먹는데 집중하느라 말을 못 걸었는데 그 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는 거야. 넌 안 먹냐고 물어보니 안 먹는대. 시선이 아련했지만 난 그런갑다, 하고 케이크를 다 먹었어. 내가 다음에도 놀자고 하니 걔가 이제 우리 마지막이라고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고 하는 거야. 그 때 이유를 물었는지 안 물었는지 기억이 흐릿하지만 나는 네가 언제든지 놀려와도 좋다고 말했던 것 같아. 정말 다시는 꿈에서 나오지 않더라.
7이름없음2023/05/08 21:04:22ID : wINvCi8i5Wr
우와 내가 저승사자 꿈을 꾼적이 있는데 네가 묘사하는 것과 비슷했어.
옷이 너무나 저승사자 한복에 심지어 갓도 쓰고 있었는데ㅋㅋㅋ
피부가 희고 갈색 곱슬머리인 젊은 남자였어. 그리고 말투랑 태도가 너무 공손했던 기억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