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11/30 11:45:59 ID : qqrxWkk5TU4 0
처음 꿈을 꾸었을때 바다에 빠진듯한 기분을 느꼈다. 거대한 해류의 흐름에 휩쓸린 듯한 느낌. 그렇게 뒤를 돌아보았을때 펼쳐진 것은 거대한 꿈의 운하였다.
2 이름없음 2023/11/30 11:55:07 ID : qqrxWkk5TU4 0
나는 스스로를 꽤 중증의 게임 중독자라고 자신하지만 게임보다 잠을 선택할 정도로 나는 꿈을 꾸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나의 인격의 기반이며 내 삶을 지탱해주는 기둥이기 때문이다. 항상 침대에서 편안히 눕고 몸의 긴장을 풀면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묘한 느낌을 뒤따라 조금씩 형태를 갖춰나가는 어둠 속에서 앞의 시야에 집중하면 꿈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때로는 수십마리의 까마귀 때이기도 하고 때로는 거인의 형상이며 또 어떤 경우에는 그냥 빈 공간이기도 하다. 그것은 문지기이자 꿈 그 자체이니 녀석이 허락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꿈을 꿀 수 없다. 아니 정확히는 꿈을 꾸긴 하지만 어둡기만 한 끝없는 공허에 갇혀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단코 즐겁거나 유쾌한 일이 아니다. 내가 꿈을 바라봤을때 놈도 나를 바라보며 둘이 눈이 마주쳤을때 만약 나를 집어삼킨다(별다른 좋은 표현을 찾지 못했다. 꿈이라는 존재가 나라는 존재를 집어삼키는 느낌이리 이렇게 표현한다.)면 입장에 성공한 것이다. 만약 바라보기만 한다면 뒤로 물러나는 것이 좋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나에게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꿈 속에선 소리를 제외하고는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지만 거대한 발굽에 짓밟히거나 총에 벌집이 되는 일은 꿈 속에서도 불쾌한 일이니 말이다.
3 이름없음 2023/11/30 12:00:01 ID : qqrxWkk5TU4 0
만약 삼켜지는데 성공했다면 이젠 선택의 시간이다. 눈 앞에 7개에서 많으면 100개가 넘어가는 문이 보이는데 손잡이를 잡는 순간 돌이킬 수 없으니 신중하게 선택하여야 한다. 문은 모두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으나 배열은 규칙적이지 못하다. 그냥 넓은 공간에 무작위로 아무곳에나 문이 배치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만약 문과의 거리가 멀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문은 시야에 들어오는 범위 내에만 있고 문을 지그시 쳐다보면 시계 눈을 가진 거대한 새가 날아와 문을 물어다주니 말이다. 다만 새의 부리에 가끔 문이 파손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이동되며 거기서부터가 진짜 꿈의 시작이다. 문의 내부에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내가 느끼는 체감 시간으로 길어야 하루 짧으면 30분 정도이니 만약 마음에 드는 곳이라면 서둘러 둘러보는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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