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12/19 20:50:38 ID : CpcMmGtAnXw 1
난 어렸을 때부터 곤충을 혐오했다 철없는 시절 흔히 하던 벌레 채집도 하지 못했고, 남들은 즐겨먹는 길거리 음식인 번데기도 입에 대긴 커녕 냄새만으로도 구역질했다 마치 몸 자체가 격렬히 거부하는 것처럼. 벌레 싫어하는 사람이야 나말고도 많아서 그냥 비위가 약해서 그런갑다 싶었다. 하지만 전생체험을 하고 난 내가 왜그런지 알 수 있었다. 중세시대에 태어난 나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수감된 죄수였다. 내가 갇힌 감옥은 지하에 있어 볕도 하늘도 볼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수감자들은 그저 신음하며 죽음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현대처럼 발전한 사법체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권보다 종교적 아젠다가 더 중요한 시대였으니 수감자들의 끼니는 물론 감옥의 위생도 신경쓰지 않았다. 만연한 굶주림 만큼이나 질병도 창궐했고, 차라리 화형이 훨씬 자비롭다 느낄 정도로 비참하게 말라죽었다 시체는 방치되어 죽어서조차 감옥을 벗어날 수 없었다. 부패한 시체를 먹고 자란 쥐와, 구더기, 벌레들이 사방에 있었다 다른 이들은 자포자기하며 절망 속에서 죽어갔지만 전생의 나는 살고자한 열망이 가득했던 것 같다. 나는 느리지만 결국 다가올 필연을 거부하며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언젠가 누명이 벗겨질 것이라 믿으며 그때까지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매일 나는 신을 찾아 애타게 기도하며 허기와 갈증을 잊으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끝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나는 고통과 절망으로 이성을 잃어버린채 죽어 널부러진 다른 죄수들의 시체를 뜯어먹었다. 부패하여 속에 들어찬 구더기와 온갖 벌레들을 헤집으며. 기껏 살기위해 식인까지 저질렀지만 그렇게 품위도 존엄도 다 저버린 보람도 없이 나도 곧 죽었다. 당연한 일이다. 썩은 시체를 먹다니 사실 죽어 마땅했다. 인간성없는 인간이 어디 인간인가. 그냥 원초적인 본능만 남은 무언가였다. 비록 생은 끝났어도 비루한 명줄을 조금이라도 연명하기 위해 구더기와 벌레가 들끓는 부패한 시체를 뜯어먹었던 기억이 끔찍한 트라우마가 되어 영혼에 강렬하게 각인되었고, 이는 곤충공포증 성향으로 나타났다. 초연하게 운명을 마주한 다른 이들과 달리 죽음을 앞둔 나는 너무나도 추악했다. 지금도 난 벌레가 혐오스럽다 이유를 아니까 더 그렇다 앞으로도 좋아질 일이 없을 것 같다. 부디 이번 생은 비슷한 경험을 하지않길 바랄 뿐이다.
2 이름없음 2023/12/20 00:19:05 ID : CpcMmGtAnXw 0
이것말고도 수차례 전생체험을 해본 결과 비단 수감자의 삶 뿐만 아니라 내 전생은 대개 우울하고 불행한, 슬픔으로 얼룩진 삶이었다 어린 나이에 전쟁터로 끌려가서 요절하거나, 탈영하다가 붙잡혀서 본보기로 총살당하거나, 홀로 정처없이 떠돌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병걸려 죽거나 죽는 방식과 태어난 곳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은 하나같이 사무칠 정도로 외롭다는 거였다 남들은 흔히 맺는 사람간의 유대감과 그에 따른 평안함을 너무나도 부러워했으나 끝내 얻지 못했다. 뭔 죄를 지었을까. 어지간히 큰 죄를 지은 게 아니면 이런 식으로 여러 생 걸쳐서 뺑이칠 이유가 없을텐데. 아마 이번 생도 고독하고 불행하겠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랬으니까. 제발 내겐 다음 생이 없었으면 좋겠다
3 이름없음 2023/12/21 13:15:09 ID : MktAqmMo6mI 0
전생 체험은 어떻게 했어?? 이번생에서 해탈하고 아무 욕심이 없으면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고 들었어
4 이름없음 2023/12/23 01:38:36 ID : 3zSGqY1ipbD 0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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