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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22:57:15 ID : HA0lbija785
아내는 어렸을적 부모와의 관계부터 시작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인간관계에서 큰 실패를 거듭하며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은 사람이었다. 아내는 날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모솔로 살다 죽었을 거라는 얘기를 하는데, 큰 이변이 없었다면 아마 그녀의 말은 맞았을 것이다. 그러나, 난 처음 직장에서 그녀를 봤을 때 한 번도 피어본 적 없는 이 꽃을 피워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나중에 심리검사를 해보니 난 원래 보호본능 자극하는 상대에게 끌리는 모성애 뿜뿜 마망남이었더라. 그녀는, 입버릇처럼 서른까지만 살고 죽고싶다 얘기했다. 행복을 모른다던 그녀는, 맞벌이하는 부모에게 철저히 방치됐고, 사회성을 배우지 못해 내내 왕따를 당했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까지 몸을 씻는 법도 제대로 몰라 머리에 비듬이 생겼다. 식사도 늘, 밥과 삼겹살 뿐이었다고 했다. 지금도 그녀는 맵고 짠 요리를 못먹는데, 삼겹살과 밥 외에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해 몸이 자극적인 맛을 못받아들인다 한다. 여튼, 난 그녀에게 천천히 스며들어갔고, 그녀의 마음을 열고자 기다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처음으로 사람에게 받아들여진단 경험을 한 그녀는 내게 때로 막대하기 시작했고,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가 컸던 나와 트러블이 물론 많았지만, 난 그래도 그녀가 온전히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받고 그녀의 불행이 덜어지길 바랐다. 여느순간부터 그녀는 서른에 죽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않게 되었고 수줍게나마 웃는 일이 많아졌다. 애교도 서툴게나마 늘고 사랑스러워져갔다. 그러나, 사실 연애할 당시 난 내가 조현병이라 오해하고 있었다. 우울과 공황장애로 정신과를 갔을 때 의사가 나와 몇 마디를 나누고 정말 아무근거 없이 조현병 진단을 내려 그 후 십여년간 난 스스로 조현병이 있다고 믿었다. 조현병의 증상(망상, 환각, 환청, 환촉 등)은 없었지만 약으로 통제하고 있을 뿐이고, 약을 끊으면 그런 것들에 의해 내가 아니게 될 것 같아 두려웠다. 그녀의 나이는 결혼적령기였고, 처음 만났을 때보다 몰라보게 예쁘고, 잘웃는 건강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내가 아니라도 그녀는 행복할 것이란 생각에 난 그녀를 보내주기로 마음먹고, 내 병력을 고백하는 편지를 써서 주며 헤어지자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자리에서 오열하며, 결혼 필요없고, 내가 이상해져도 좋으니 같이 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를 내가 책임져야겠단 생각에 우린 결혼했다. 다행히 조현병은 오진이었고, 난 다른 대학병원의 의사의 인정을 통해 병명이 우울증으로 정정되었고, 1여년간의 치료 끝에 약물치료도 의사의 허가 아래 단약해 잘 지내고 있다. 서른에 죽고 싶다던 아내는, 딩크로 살자는 전제하에 결혼해놓고는, 내 아이가 갖고 싶다 말했고, 지난달 출산한 딸을 서툴지만 사랑과 진심을 담아 육아를 함께 하고 있다.
2024/05/06 23:49:31 ID : oE1a8oZfPcr
세상에 이거 소설아니지? 진심이야 꼭 지금보다 더 행복해져랏 평생
2024/05/07 09:53:26 ID : mrfanBdSK41
고마워 ㅎㅎ 사실 더 많은 일이 있었고 저리 예쁜 일만 있던건 아니지만 거짓은 없어. 그리고 고마워. 그녀는 내가 그녀를 위해 뭔가 해줄 때 제일 행복하게 그곳을 즐길 줄 아는 멋진 사람이고 그녀의 행복한 웃음을 보면 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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