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4/05/14 06:07:45 ID : NtipdXs4Fg4 0
"니가 처먹은 아침에 독을 탔어." "뭐? 거짓말 하지마!" "아쉽지만 진짜야. 그동안 즐거웠어. 다음 생에나 다시 보자고." "아니 그게 아니라 등신아.. 우리 아침 같이 먹었잖아." "...어?" 그렇게 나는 죽었다. 전날 친구의 밥 반찬에 독을 타놓은걸 까먹어서 말이다. '하필 다 먹고나서야 생각날게 뭐람..' 아마 전날에 마신 술 기운 때문이였을 것이다.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게된 건 말이다.
2 이름없음 2024/05/14 06:15:25 ID : NtipdXs4Fg4 0
"으윽.. 머리가 아파." 밥상 앞에서 쓰러진 뒤에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어떤 어두운 공간이였다. "여긴 어디지?" 물이 고인 바닥과 거친 벽면은 마치 동굴을 연상되게 한다. 하지만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둠 탓에 이곳이 어디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때 낯선 목소리가 어둠 저편에서 말을 건낸다. "오 드디어 왔는가? 새로운 망자여." 힘겹게 몸을 일으켜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보니 특이한 차림의 남자가 서있다. 그는 번뜩이는 눈에서 뿜어져나온 빛으로 동굴의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여긴 어디죠?" "억울한 또는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 모이는 곳이지. 자네처럼 말이야." "그렇다면 여긴?" "맞아. 저승이란 이야기지." "이런 젠장! 정말 그렇게 병신같이 죽은 거였나." "...특이한 망자일세. 슬슬 따라오게 시간이 다 되었으니.."
3 이름없음 2024/05/14 06:27:03 ID : NtipdXs4Fg4 0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남자의 뒤를 쫓아가니 넓은 광장이 보였다. 그곳에는 적어도 수만명은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젠장! 언제 꺼내주는거야? 난 여기 무려 1년째 갇혀있었단 말이야!" "또 저러는구만. 이젠 적응하는게 어떤가? 이 늙은이는 이곳에 30년이나 있었다고." 한창 시끄러운 와중에 사람들의 머리 위로 큰 전자시계가 떠올랐다. [0000년 00월 00일 00시 12분] "12분 남았나? 늦지 않아서 다행일세." "저기 무슨 상황인지 설명 좀..." "그딴걸 해줄 거였으면 여기로 데려오지도 않았겠지? 빨리 뛰어내리기나 하시게." "아니 저기. 잠깐만요.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을거예요!" "참 늙은이를 번거롭게 만드는구만."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단도를 빼들었다. 그는 날이 날카롭게 세워진 칼로 나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고 있었다.
4 이름없음 2024/05/14 06:41:11 ID : NtipdXs4Fg4 0
남자의 협박에 못이긴채 눈을 질끈 감은채 광장 한가운데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다행히도 딱딱한 바닥에 처박히기 직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몸이 공중에 떠있잖아?" "오? 신입인가?" "어이! 누가 빨리 내려주라고!"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하자 덩치 큰 남자가 나와 나를 끌어내려 주었다. "아..감사해요." "그럴 필요 없어. 이게 내 원래 역할이거든."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내 인사를 거절하곤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여전히 주변 사람들은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으나 이야기의 주제는 내가 아니였다. 광장의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나보다 시계의 타이머에 집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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