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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앵커받아서 일 치른다 (70)
2
이름없음
2024/11/29 14:33:24
ID : cpXs4FgY03D
0
발밑의 수풀이 사그작거린다.
날씨는 청천, 시야가 탁 트였다.
탐스러운 초원에서부터 산들바람이 불어, 센서가 간질간질하다.
특이사항은 없으니 안전하다고 해두자.
나는 무리의 통솔자로서, 선봉에 서 주위를 정찰하는 중.
아주 중요한 업무다. 내가 이끄는 무리는 나까지 . 그 안전이 내 손에 달렸다.
예시) 1명, 3명, 10명, 자유!
3
이름없음
2024/11/29 14:52:26
ID : E9y7vxwoKZf
0
64명
로봇이니까 명이 아니라 기가 맞으려나
4
이름없음
2024/11/29 15:02:28
ID : cpXs4FgY03D
0
나는 64를 좋아한다. 2진법으로 1000000이라 너무 귀엽다! 0이 6개!
푸른 언덕 아래로 눈을 돌리면, 63명의 이족 보행 로봇이 있다.
그 중에 61명은 나를 바라보며 내 정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남은 두 명은? 한 명은 풀을 뜯고 한 명은 자신의 머리를 빗는 중.
이렇게나 바글바글한 무리다. 위험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나 혼자의 판단으로는 부족해 보여, 내 오른팔을 부르기로 했다.
내 믿음직한 2인자! 그 성격은
1. 귀엽고 소심해
2. 친절하고 다정해
3. 성숙한 어른이야
4. 순수한 아이야
5. 원리원칙주의자
6. 제멋대로 장난쟁이
7. 자유야!
5
이름없음
2024/11/29 15:22:06
ID : u7fbA7xQsi3
0
5. 원리원칙주의자
6
이름없음
2024/11/29 15:23:27
ID : E9y7vxwoKZf
0
로봇이 머리카락이 있는거야? 귀여워
추천박음
7
이름없음
2024/11/29 15:36:40
ID : cpXs4FgY03D
0
내 오른팔 c8c를 불렀다. 16진법이다. 10진법으로는 3212이다.
그는 당당하고 건장한 발걸음으로 내 옆에 다가왔다. 각잡힌 풍채가 좋다.
울림 있는 저음이 스피커로부터 흘러나왔다.
"대장. 부르셨습니까?"
"봐봐. 지평선 너머까지 풀밖에 안 보여. 방목지로는 좋겠지만 과연 안전할까?"
"제 판단을 원하시는 걸까요?"
c8c가 나를 따라 주위를 시각하였다. 일순간 바람이 멈추어 고요해졌다.
그는 손을 들었다. 손에는 검은 가죽 장갑. 검지와 중지를 뻗었다.
그 사이에는 언덕 아래에서 먹다 남은 풀떼기가 들려있었다.
8
이름없음
2024/11/29 15:39:39
ID : cpXs4FgY03D
0
그는 풀을 입에 넣었다. 쪼그려 앉아 언덕 위의 잡초도 뜯었다.
오물조물, 그가 풀을 먹는다.
"미식 완료입니다."
그가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섬유질이 쫀득쫀득합니다. 기름진 토양이로군요."
"위험을 암시하지 않아? 시체가 쌓였거나 화재가 났거나."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 저었다. 여전히 쪼그려앉아 풀을 먹으면서.
"방금 전, 아래에서 뜯은 풀은 맛이 없었습니다. 남몰래 뱉어냈죠."
"이 언덕만 맛있다. 즉, 이 언덕에 번개가 쳐 땅이 비옥해진 것입니다."
"대장이 말한 위험 요인은 배제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안전하다는 판단을 거들겠습니다."
과연! 믿음직해! 우리의 c8c!
9
이름없음
2024/11/29 15:45:48
ID : cpXs4FgY03D
0
팔을 치켜들었다. 언덕 아래 로봇들에게 보이도록.
"좋아! 다들 올라와! 여기 머물도록 하자!"
방침을 굳혀 선포했다. 아래에서 내 지시를 기다리던 61명의 로봇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나와 c8c는 만족스러워 하고, 한 명은 여전히 아래에서 머리를 빗고.
"음. c8c, 이제 어쩔까."
"풀을 뜯을까요."
"주위를 더 살펴볼까?"
"그것도 좋겠습니다. 원칙이니까요."
c8c와 근처를 살피기로 했다. 마침 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었다.
1.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언가
2. 네모난 강철 건물
3. 구멍 뚫린 바위산
4. 자유!
10
이름없음
2024/11/29 16:37:29
ID : 5dQldBaoNtb
0
2. 네모난 강철 건물
11
이름없음
2024/11/29 16:48:27
ID : cpXs4FgY03D
0
파란 하늘, 푸른 언덕, 새하얀 옷을 입은 우리들.
그와 대비되는 회색 강철 건물이 시야를 침범하고 있었다.
"저기, 아무래도 가봐야겠지?"
"오는 길에 보니 단단히 잠겨있더군요. 그래서 무시했습니다만."
"여기 계속 머무를 거라면 사정이 다르지."
12
이름없음
2024/11/29 16:50:10
ID : cpXs4FgY03D
0
그 건물이 지금 우리 둘의 눈앞에 있다.
강철로 된 네모 직각 반듯한 벽. 아마도 자연물일 것이다. 지금껏 살면서 수십 개를 보았다.
다만 지금까지와 다른 점이라면, 바닥에 깔린 화강암 돌판.
네모나고 동그란 그림이 음각으로 박혀있다. 뭔지 모르겠다!
문고리를 잡고 흔들어본다.
"안 열려!"
"단단히 잠겨있었습니다."
"c8c, 열어줘!"
부탁하니 c8c는 기합을 넣었다. 을 쓰려나 보았다.
1. 해킹
2. 주먹질
3. 땅파고 들어가기
4. 자유!
13
이름없음
2024/11/29 17:26:50
ID : SIE7bA5hzcF
0
해킹해킹
14
이름없음
2024/11/29 17:36:19
ID : cpXs4FgY03D
0
해킹이다! 해킹은 참을 수 없어!
c8c는 손을 뻗어 건물의 단말기와 자신의 단자를 연결했다.
"다행입니다. 64비트 하드웨어로군요."
"그럼 해킹이 더 잘돼?"
"상관없지만 제 기분이 좋습니다."
멘탈 관리는 중요하다. 이 무리의 대장인 만큼 나는 소속원의 정신건강을 북돋아주어야 한다.
c8c의 시각 센서가 붉게 변했다.
해킹을 하는 동안 나는 옆에서 응원했고... 문이 열렸다!
15
이름없음
2024/11/29 17:37:30
ID : cpXs4FgY03D
0
다만 잊은 것이 있으니, 자연은 신기하다. 나무조차도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개미와 공생한다.
그렇다면 이 강철 건물 역시 자신을 보호할 무엇인가를 품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
"대장님, 피하십시오!"
"우왓!"
야생의 이 튀어나왔다!
1. 육식 토끼
2. 전투기계
3. 투명한 홀로그램
4. 자유!
16
이름없음
2024/11/29 21:10:40
ID : 7gkk5Phaq7u
0
내 시선을 끄는 3번
17
이름없음
2024/11/29 21:24:41
ID : cpXs4FgY03D
0
나와 c8c를 가로막은 것은, 투명한 홀로그램!
홀로그램이란 빛의 투영으로, 공격력도 방어력도 0이다.
어라라라. 그럼 하나도 안 위험하네? c8c의 등뒤에서 쏙 빠져나왔다.
홀로그램은 하얀 곱슬머리를 한, 주름진 로봇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입 주변에는 하얀 털이 있다.
양눈에는 동그란 고리가 달렸다. 아, 이걸 어떻게 묘사해? 처음 보는데!
18
이름없음
2024/11/29 21:26:12
ID : cpXs4FgY03D
0
홀로그램의 움직임에 맞추어 음성이 재생되었다.
"이 영상이 재생된다는 것은, 24시간 내에 인간의 흔적이 감지됐다는 뜻이겠지요."
"인간이여, 살아남아주어 감사합니다."
뭐라는 거야.
"c8c, 인간이 뭘까?"
"민간과 발음이 유사하군요. 하층민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요?"
"가능성 있어!"
하지만 이걸론 증거가 부족해. 더 많은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녹음장치의 성능을 키워 집중했다.
19
이름없음
2024/11/29 21:28:07
ID : cpXs4FgY03D
0
"이 안에는 어리석었던 저희가 후세대에 남기는 선물이 담겨있습니다."
"후세대여, 미안합니다. 부디 살아남길 바라겠습니다."
홀로그램이 깜빡이더니 사라졌다. 여기서 사라진다고? 끝났다고?
"안돼! 후세대는 또 뭔데?"
"흐음. 일단 들어가봐야겠죠?"
c8c가 물었다. 그래, 대장인 내가 평정을 잃어선 안 되지. 결정을 내리자.
1. 앞장서 돌입한다!
2. 무서워! c8c가 앞장서!
3. 64명의 무리를 이끌고 돌격한다
4. 자유!
20
이름없음
2024/11/30 00:50:25
ID : E9y7vxwoKZf
0
정찰조 명목으로 몇 명 정도 차출해서 먼저 보내보는건 어떨까?
21
이름없음
2024/11/30 12:16:53
ID : cpXs4FgY03D
0
파란 하늘 드리운 푸른 언덕에 초식 로봇들 풀 뜯고 논다.
편히 놀고 있다. 이 모습을 가만 볼 수 없다.
"전원! 징집이다! 자원자는 앞으로 나오도록!"
내 일갈에 로봇들은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몇몇은 여전히 할 일 하지만.
"자연의 신비를 정찰하고자, 지금부터 정찰대를 모집한다. 정찰대에게는 엄청난 보상이 있다!"
미끼를 던졌다. 곧 우리의 행동대장 ace가 미끼를 물었다. ace는 16진법으로, 2766호를 뜻한다.
"보상이라 함은...."
"명예와 훈장, 그리고 미지의 발견이다!"
22
이름없음
2024/11/30 12:17:33
ID : cpXs4FgY03D
0
명예란 무엇인가?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다.
ace가 조용히 앞으로 나섰고, 두어 로봇이 그를 뒤따랐다.
정찰조, 차출이다. 출격이야!
정찰조가 맨 앞에 서고, 나와 c8c가 뒤를 따르고, 나머지가 우르르 우리를 쫓는다.
23
이름없음
2024/11/30 12:19:11
ID : cpXs4FgY03D
0
참고로 우리 행동대장 ace의 성격은
1. 조용하고 소심해
2. 친절하고 다정해
3. 성숙한 어른이야
4. 순수한 아이야
5. 말그대로 천사
6. 제멋대로 소악마
7. 자유야!
24
이름없음
2024/11/30 12:54:42
ID : pgmJQk3BhAi
0
4
25
이름없음
2024/11/30 19:29:29
ID : cpXs4FgY03D
0
ace와 두 명의 정찰조가 신속히 앞으로 향한다.
ace는 우리 중 가장 어린 개체로, 열렬히 성장 중.
성장기에는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야 하므로, 이런 온갖 현장에 먼저 투입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보람이 있게, 많은 것들을 배워나간다.
"우와, 회색 벽이다! 돌인가?"
"강철이란다." c8c가 설명해준다.
"하얗고 네모난 풀이에요!"
"종이란다."
"로봇이 있어요!"
"...뭐?"
건물의 안쪽으로 쭉쭉 들어가던 정찰조가, 드디어 새로운 발견을 해냈다.
안전이 확보된 즉시 나와 c8c도 급히 들어섰다.
26
이름없음
2024/11/30 19:30:36
ID : cpXs4FgY03D
0
불꺼진 방.
하늘색으로 빛나는 동면관이 보인다.
동면관에는 투명한 액체가 한가득. 그리고 그 속에 나체의 로봇이 있다.
눈은 감겨있으나 너무나도 생동해보인다.
전혀 티묻지 않고 훼손되지도 않아서, 당장에라도 눈을 뜨고 구동할 것만 같다.
이런 모델이라면 묘사해볼 만해! 내 취향껏 외형을 묘사해보자!
예시) 긴 백발에 청초, 검은 단발에 날카로운 눈매, 금발에 고고한 인상, 자유!
27
이름없음
2024/12/05 17:16:06
ID : jBBy0qZjyY2
0
찰랑찰랑거리는 검은 장발, 속눈썹이 길다. 전반적으로 뽀얀 피부. 가슴 한가운데에는 어째선지 열쇠구멍같은 것이 보인다. 설마 진짜 구멍일까? 그냥 문신 같은 걸지도.
28
이름없음
2024/12/05 21:32:16
ID : cpXs4FgY03D
0
산뜻한 가을 바람.
마치 그런 선선한 미풍에 풀어해쳐지듯이, 푸른 액체 속에서 찰랑이는 검은 머리.
그 짙은 흑발이, 순백의 부연 피부를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하얀 피부는, 가슴팍의 정체 모를 열쇠 구멍을 더욱 눈에 뜨이게 만들었고.
시선이 사로잡혔다.
정신을 차리니, ace가 시야에서 사라져있었다.
우리의 귀염둥이 ace, 어디 간 거지?
29
이름없음
2024/12/05 21:33:32
ID : cpXs4FgY03D
0
옆을 보니 c8c가 있었다.
c8c가 ace를 품에 안고, 장갑 낀 두 손으로 눈을 폭 가리고 있었다.
"불편해애" ace는 발을 동동거렸다.
"c8c, 왜 그래?"
"나체는 아이의 교육에 좋지 않습니다."
그러며 자신 역시 눈을 꼭 감는 c8c다.
세상에는 이런 가치관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알고리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면관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30
이름없음
2024/12/05 21:36:02
ID : cpXs4FgY03D
0
고도의 지식을 요하는 공간이 아니다.
조작할 수 있는 곳은 단 하나, 크고 빨간 버튼.
더욱이 이 동면관, 세월의 풍파를 맞아 연결부가 느슨해졌다.
1. 온 힘을 다해 버튼을 누른다
2. 동면관을 억지로 해체해 로봇을 구출한다.
3. 동면관을 공격한다
4. 자유!
31
이름없음
2024/12/05 22:00:21
ID : SIE7bA5hzcF
0
3번
32
이름없음
2024/12/05 23:07:46
ID : cpXs4FgY03D
0
동면관을 공격했다.
투닥투닥
나의 무자비한 폭력과 주먹질 앞에서 동면관은 무력했다.
로봇을 덮은 유리가 스르륵 내려가더니, 결국엔 동면관의 전원이 꺼졌다.
이 편이 더 확실했다. 빨간 버튼을 눌렀다가 시설이 폭발이라도 하면 어쩌겠는가.
동면관은 낯선 자. 무력화하여 무해하게 만들어야 했다.
동면관을 채운 하늘색 액체의 수위가 낮아졌다. 로봇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물기 젖은 육신이 드러났다.
33
이름없음
2024/12/05 23:09:16
ID : cpXs4FgY03D
0
로봇에 대고 인사를 했다.
"HELLO WORLD"
그러나 답은 없었다.
상대가 예의가 없는 걸까?
아니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잠금을 푼 탓에 시스템에 결함이 생겼을까?
로봇이 손상되어 음성 기능이 망가졌을지도? 그렇다면 단자라도 연결해야 하려나.
소통이 필요했다. 나는 소통을 할 대상을 찾았다.
1. 동면관의 로봇과 다시 한 번
2. c8c
3. ace
4. 핵미사일
5. 자유!
34
이름없음
2024/12/05 23:42:46
ID : AkpWi3u1du9
0
2. 씨팔씨
35
이름없음
2024/12/06 13:34:14
ID : E9z9eE2la03
0
c8c 너무귀엽다
36
이름없음
2024/12/06 21:28:19
ID : cpXs4FgY03D
0
"c8c, 이 로봇 대답을 안 해!"
도와줘! 주먹진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간절히 부탁을 했다.
그는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대며 고민하였다.
"이 시설에 들어오며 홀로그램을 보았지요. 인간을 위한 선물이라고 하였습니다."
"인간, 인간? 무엇인지는 몰라."
"그러나 하나 압니다. 저희가 인간이 아니란 것은."
c8c가 제시하는 논점은 명확했다. 이 로봇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37
이름없음
2024/12/06 21:30:26
ID : cpXs4FgY03D
0
"저희의 것이 아닌 물건을 확보하려 해봤자 도둑질일 뿐이지요."
"도둑질은 하면 안 되겠지?"
"네. 도물의 12배 값어치로 배상해야 합니다."
"1책 12법!"
그럼 안 되겠다! 이거 비싸보여!
38
이름없음
2024/12/06 21:31:44
ID : cpXs4FgY03D
0
원리원칙주의자와의 상담 결과 여기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어!
누군가 이 동면관을 토닥토닥 두드려 파손해버렸다는 점!
동면관은 이제 전력유지장치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이 로봇을 가만히 방전되게 둘 수는 없다.
우리가 구출해준 후, 전력을 공급해 시스템은 유지시켜 주어야겠지.
1. 정신을 차릴 때까지 풀을 먹인다
2. 누군가가 단자를 연결해 전력을 공급한다
3. 자유!
39
이름없음
2024/12/06 21:37:47
ID : vu641DxRCpe
0
1번. 옴뇸뇸.
40
이름없음
2024/12/06 21:47:07
ID : cpXs4FgY03D
0
풀은 만병통치약이다. 풀로 낫지 않는 버그는, 더 많은 풀을 먹임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
나와 c8c가 어깨로 로봇을 부축해 걸어나왔다. ace는 옆에서 졸래졸래 따라나온다.
복도에는 61명의 초식 로봇이 우리를 기다리며 나란히 서있었다. 한 명은 벽에 낙서를 하고 있다.
"모두 풀을 먹으러 가자!"
"예에에!"
내 선언에 로봇들은 환호하며 초원으로 앞질러갔다.
우리 셋은 뒤쳐졌다. 어쩔 수 없다. 주위를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대장, 백합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맛있겠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군침을 질질 흘리면서.
41
이름없음
2024/12/06 21:50:06
ID : cpXs4FgY03D
0
초목 치료 어연 한 시간.
로봇의 입에 거듭 풀을 욱여넣고 있다.
c8c가 엄선해 가져온 고급 잡초를, 내가 정성스레 찍찍 찢어 입에 넣어준다.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이백이십일...."
"우웁...."
"이백이십이...."
ace는 풀밭에 누워 뒹굴거리며, 내가 집어넣는 풀의 개수를 헤아리고 있다.
바람에 풀이 서걱거리며, 햇볕이 따사로워 기분이 좋다.
42
이름없음
2024/12/06 21:52:17
ID : cpXs4FgY03D
0
그리고 역시, 우리의 합동작업이 효과가 있었나?
따스하고 평화로운 언덕 위에서, 정체 모를 이방인이 드디어 눈을 뜬다.
조금은 혼미해보이고 몽롱해보이는 눈동자가, 눈물 맺힌 채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첫 반응은!
1. 구웨에엑
2. 물, 물을 줘...!
3. 에너지 충전 완료. 기동합니다.
4. 자유!
43
이름없음
2024/12/06 22:07:07
ID : vu641DxRCpe
0
ㅋㅋㅋㅋㅋㅋ식고문 아냐?
물줘!!!!!
44
이름없음
2024/12/06 23:12:14
ID : cpXs4FgY03D
0
긴 속눈썹 사이로 물기가 맺혀 반짝거린다.
지금은 우리와 같은 양털 외투를 입고 있다. c8c의 강경한 주장 때문이었다.
보송보송 포근포근해 보이는 로봇이 입을 열었다.
물을 달라면서.
그렇구나. 신기하네. 풀을 넣으면 물을 달라고 하는 로봇도 있구나?
또 넣어도 같은 반응인가?
꾹꾹 욱여넣어 본다.
"으, 으윽. 물, 물...!"
또다시 같은 반응이다. 같은 input에 똑같은 output이 나옴을 확인했다.
검증을 끝냈으니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45
이름없음
2024/12/06 23:12:31
ID : cpXs4FgY03D
0
∞∞∞ LOADING ∞∞∞
(충분한 수분 섭취 중입니다)
46
이름없음
2024/12/06 23:13:38
ID : cpXs4FgY03D
0
로봇은 적대적인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시각 센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아주아주 경계한다는 의사 표시다.
"부탁한대로 물을 주었는데!"
"떠오르는 속담이 있습니다. 물에서 건져내니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그렇네, 바로 그거야!"
c8c와 둘이서 의기투합했다. 화기애애하고 있으니 로봇이 말을 건네왔다.
47
이름없음
2024/12/06 23:15:02
ID : cpXs4FgY03D
0
"인간이신가요?"
"응?"
"인간을 찾아야 합니다."
갑작스럽다. 이걸 어떻게 답할까? 나에겐 비장의 해법이 있다.
c8c, 대신 답해줘!
"대장님, 대신 답해주십시오!"
앗, c8c가 선수를 쳤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순서를 지키는 로봇이다. 내가 대답해야겠다.
1. 실은 그러하다.
2. 아냐아냐
3. 인간이 뭔데? 사전적 정의로 설명해줘.
4. 자유!
48
이름없음
2024/12/06 23:36:25
ID : BhzdPa4E3Dv
0
3번! 인간이 뭐야?
49
이름없음
2024/12/06 23:45:58
ID : cpXs4FgY03D
0
"질문엔 질문으로 답하기! 인간이 뭐야?"
"인간은... 저를 닮은 존재입니다."
"뭐?"
우리를 닮은 로봇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
"저는 인간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졌어요. 절 만든 박사님도, 인간에 대해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으셨죠."
"저와 똑같이 생겼으니, 보자마자 인간이란 걸 알 거라면서요."
아하. 인간이 그런 뜻이구나.
인간의 사전적 정의를 알았다. 엄청 허술하고 구멍 뚫린 정의 같지만.
50
이름없음
2024/12/06 23:46:52
ID : cpXs4FgY03D
0
"그러니 다시 묻겠는데, 여러분은 인...."
"잠깐! 질문 콤보야! 하나 더 할래!"
"아, 넵."
"인간을 찾아서 뭐하게?"
로봇이 두 손을 모았다.
외투의 틈새 사이로, 가슴팍의 열쇠 구멍이 보인다.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검은 장발이 유하게 찰랑거린다.
그녀의 음성 장치가 그녀의 사명을 내뱉는다.
51
이름없음
2024/12/06 23:48:36
ID : cpXs4FgY03D
0
"박사님의 부탁이었어요."
두 답을 종합!
1. 인간을 보필해야 한다.
2. 인간에게 속죄해야 한다.
3. 인간을 제거해야 한다.
4. 인간을 복원해야 한다.
5. 자유!
52
이름없음
2024/12/06 23:59:52
ID : Le7wJO62Fba
0
5. 인간에게 사랑받아야 한다.
53
이름없음
2024/12/07 00:00:26
ID : pgmJQk3BhAi
0
3
54
이름없음
2024/12/07 00:00:46
ID : 5WjjBtcslva
0
근데 3번을 참을 수가 없ㅇ으
55
이름없음
2024/12/07 00:02:15
ID : Le7wJO62Fba
0
미인계 로봇이구나! 대단해!
56
이름없음
2024/12/07 11:17:58
ID : cpXs4FgY03D
0
"박사님께서는 인간과 함께하라고 하셨습니다."
"함께하라고?"
"네, 제게는 인간의 온기가 필요하거든요."
로봇의 목소리가 애처로워졌다.
차가운 시설, 냉랭한 동면관에 한없이 갇혀있었던, 한 여린 로봇의 토로였다.
"열렬한 감정을 품을 때, 소중한 것을 지키려 할 때, 인간은 온기를 발산한다고 해요. 혹자는 그걸 인간성이라고 부른다네요."
"그 인간성을 화르륵 불태워서 연료로 삼는 거야?"
"전력과는 별개의 이야기에요. 그것이 저의 알고리즘입니다."
그렇구나! 그럼 무해한 존재 같아!
이제부터 우린 친구친구
57
이름없음
2024/12/07 11:18:51
ID : cpXs4FgY03D
0
"손을 잡자!"
"그, 그럴까요? 부끄러운데...."
로봇이 볼을 붉힌다. 붙잡은 검지가 파르르 떨리고 있다.
"c8c, ace, 너희도!"
"알겠습니다, 대장."
"응응!!"
넷이서 동그랗게 손을 잡았다. 사이가 좋다!
"새로운 친구, 새로운 일행이야! 축하하자!"
내 선언에 로봇은 빙그레, 아주 즐거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니 나까지 기분이 좋다. 이 즐거움을 표현하자.
우리는 한 시간 동안 강강수월래를 했다.
58
이름없음
2024/12/07 11:19:15
ID : cpXs4FgY03D
0
∞∞∞ LOADING ∞∞∞
59
이름없음
2024/12/07 11:20:12
ID : cpXs4FgY03D
0
"물, 물을 주세요...."
"또야?"
갑자기,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로봇이 떨어져나갔다.
친구의 곤란은 도와야 한다. 급히 물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물을 건네주는 을, 로봇이 음흉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모습을.
로봇의 타겟!
1. 나
2. c8c
3. ace
4. 여기서 신캐?!
60
이름없음
2024/12/07 11:22:42
ID : 3xzPhdRBgkk
0
ace!
61
이름없음
2024/12/07 11:37:40
ID : cpXs4FgY03D
0
컵을 건네주는 ace의 두 손을, 로봇은 다정하게 맞잡았다.
"고마워요, 어려 보이는데도 엄청 의젓하네요."
"응, 맞아요! 전 의젓하죠!"
우리의 정찰대원 ace가 일순간 당당해진다.
항상 어린이 취급이었는데, 어른처럼 대우되니 기분 좋나 보다.
이렇게 칭찬에 약한 모습은, 사실 의젓과 거리 있지 않으려나.
62
이름없음
2024/12/07 11:38:46
ID : cpXs4FgY03D
0
"뭘 좋아하시나요?"
"풀 뜯기!"
"제, 제발 그건 말고요...."
로봇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눈동자가 뱅글뱅글 돌고 있다.
"모험!"
"그건 좋네요! 저도 모험 좋아해요."
"와아, 친구다!"
두 명이 화기애애하다. 보는 우리마저 기분이 좋다.
63
이름없음
2024/12/07 11:43:20
ID : cpXs4FgY03D
0
하지만 나는 보았다. 로봇의 음흉한 미소를.
그리고 잠시 보라색으로 물들었던 안광을.
0.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으나, 내 센서는 속일 수 없었어!
"우리 꼬마 모험가님, 이름이 ace인 거야?"
"응, 통성명하자!"
"어려운 단어도 알고 장하네."
로봇은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예시) KEY, 아나타(터키어로 열쇠), 도로시(신의 선물), 자유!
64
이름없음
2024/12/07 12:21:32
ID : vBampWrAry1
0
KEY
지금까지의 이름들이랑 통해서 마음에 들어
65
이름없음
2024/12/07 12:34:55
ID : cpXs4FgY03D
0
KEY. 16진법인가? 10진법으로....
아니다! 이건 16진법이 아냐. 1부터 f까지를 쓰는 우리와는 다른 명명법을 채용하고 있어!
나의 경계심이 한층 더 심해졌다.
바로 그때 c8c가 귓속말을 해왔다.
"대장님, 잠시 얘기 좀 해도 되겠습니까?"
역시, c8c도 무언가 알아차린 모양이다.
나와 c8c는 민들레를 뜯어먹으며 자연스레 자리를 떴다.
66
이름없음
2024/12/07 12:35:20
ID : cpXs4FgY03D
0
"대장님, KEY의 안광이 변한 것을 보았습니다."
"너도구나! 확실히 수상해!"
"저희를 공격할 의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까진 알겠다. 하지만 어째서 우리를 공격하려 할까?
"KEY는 인간을 정의했습니다. 자신과 닮은 존재라고요."
"어쩌면?"
"네, 저희를 인간으로 여기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KEY가 찾는다는 인간이 바로 우리일지도 몰라.
휴. 우리 둘의 마음이 통해 위험을 감지했으니 천만다행이다.
67
이름없음
2024/12/07 12:38:16
ID : cpXs4FgY03D
0
"KEY는 위험해. 지금은 경계를 풀려는 것인지, 우리에게 아주 호의적이지."
"정보수집의 적기란 말씀이시군요. 분부를 철저히 따르겠습니다."
c8c는 주먹을 꼭 쥐고 냉정한 태도를 일관했다. 믿음직스럽다.
이 믿음직스러운 부하를 데리고, 당장 할 일이 있다!
KEY가 무력으로 우리 64명을 압도하는 존재라면, 선수를 쳐 공격해야만 한다.
"KEY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해. 그걸 위해 을 개최한다!"
1. 딱밤내기
2. 팔씨름 대회
3. 바위 멀리 던지기
4. 자유!
68
이름없음
2024/12/07 16:07:35
ID : pbzQsry3Rvg
0
3번
69
이름없음
2024/12/07 22:31:14
ID : cpXs4FgY03D
0
두둥 두두둥 두둥 두두둥
언덕 바로 아래의 초원, 65명의 로봇들이 엄숙한 분위기로 원을 그리며 서있다.
그 중 두 명은 덜 엄숙하긴 하다. KEY는 이게 뭔가 싶은 표정으로 엥 거리고 있다.
원의 가운데에는 바위가 65개. 가로 세로 높이 50cm다. 나와 c8c가 방금 바위산을 채굴해 직접 깎아왔다.
70
이름없음
2024/12/07 22:31:26
ID : cpXs4FgY03D
0
KEY가 ace에게 질문했다.
"바위 멀리 던지기 대회가 뭔가요?"
"말 그대로야. 세 바퀴 빙빙 돌고 이 바위를 던지면 돼. 가장 멀리 던지면 상이 있어!"
"상?!"
"풀 마음껏 먹기!"
"우, 우욱...."
71
이름없음
2024/12/07 22:31:39
ID : cpXs4FgY03D
0
KEY가 경련했다. KEY는 이 보상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의욕이 없으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할 텐데.
전투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선, KEY에게 당근을 주어야 했다. 어떤 미끼를 뿌려야 할까?
1. 상품을 내건다. 시설에서 훔쳐온 핵미사일.
2. 승자는 엄청엄청엄청 칭찬해줄게!
3. 발상의 역전! 하위 5명에겐 벌칙이 있어!
4. 자유!
72
이름없음
2024/12/07 23:46:03
ID : 84JVgp863Qt
0
칭찬은 로봇도 춤추게 할거야🦾 2번
73
이름없음
2024/12/07 23:54:35
ID : cpXs4FgY03D
0
"칭찬요? 그게 뭔 소용이라고...."
"KEY 엄청 잘생겼어! 아름다워!"
"와앗"
기습 칭찬을 해보았다. 잘 통했다.
"엄청 착하고 친절해. 다정다감해."
"오오오...."
"항상 노력하고 있는 것 알아. 정말 고생 많았어."
"우와앙"
좋군. 효과가 있다.
74
이름없음
2024/12/07 23:55:50
ID : cpXs4FgY03D
0
"그, 그리고요?"
"이건 체험판. 추가 결제가 필요합니다."
"자본주의!"
"아니면 1등을 해봐."
도발에 걸려들었다! KEY는 양털 외투를 팔목까지 걷어올렸다.
지금부터 승부야! KEY의 상대는 내가 깎아온 가로 세로 높이 50cm의 바위 덩어리.
참고로 지난 대회의 1등은 이걸 30m 날렸어! c8c 대단해!
첫 순서이기에 우리의 무력을 모르는 KEY.
칭찬에 정신이 혼미해진 와중,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공개해버리고 말 것이다.
기합을 넣고, 세 바퀴 돌고, 던져라!
1. 20cm
2. 20m
3. 200m
4. 자유!
75
이름없음
2024/12/08 00:31:05
ID : Fhf81bg0oNz
0
20cm
76
이름없음
2024/12/08 14:18:13
ID : cpXs4FgY03D
0
KEY는 바위를 20cm 옮기고 자리로 돌아왔다.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뭘 잘못 알고 있나? 다시 설명해주었다.
"KEY, 바위를 던지는 거야. 옮기는 대회가 아니라."
"던졌잖아요...?"
"던지라니까."
왜 이해를 못 하는 거지? 얘들아, 모여라.
62명의 로봇을 불러모아 KEY를 빤히 보게 만들었다.
KEY는 움츠러들고 울상이 되다 결국엔 기권했다.
77
이름없음
2024/12/08 14:19:22
ID : cpXs4FgY03D
0
대회는 성황리에 끝났다.
기권을 한 e7e와 더불어, KEY는 꼴지가 되었다.
e7e는 항상 이런 행사에서 순서를 넘기곤 했다. e7e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므로 이를 항시 따르고 있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c8c와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번 대회 수상했지? KEY가 실력을 숨기는 걸까?"
"대장님, 칭찬 시간입니다."
"KEY는 두려워하고 있었어. 아무래도 본실력이려나."
"대장님, 약속하신 상품이 있습니다."
"이게 더 급해! 이것만 끝내고!"
78
이름없음
2024/12/08 14:20:33
ID : cpXs4FgY03D
0
c8c는 꽁해졌다.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KEY는 동향은?"
"보고하려는 참이었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KEY는
1. 무릎을 끌어안고 중얼거리는 중이다
2. ace와 둘이서 돌아다니고 있다
3. 열렬히 체력 트레이닝 중이다
4. 자유!
79
이름없음
2024/12/08 14:26:25
ID : RxCnWrwGnA7
0
ace와 체력 트레이닝 중인 건 어때
80
이름없음
2024/12/08 14:38:36
ID : cpXs4FgY03D
0
KEY는 ace와 체력 트레이닝 중이다.
아, 이건 조금 사실과 다른가?
KEY는 ace에게 체력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이걸 왜 못하는 거야?"
"으아앙, 여기 이상해!"
ace와의 줄다리기에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KEY다.
ace는 어린 개체라, KEY와 e7e 다음의 하위권이었으나, 그래도 바위를 12.8m는 던졌다.
KEY의 성적, 0.2m와 비교하면 무려 64배 차이. 64라, 실로 멋진 숫자다.
81
이름없음
2024/12/08 14:39:16
ID : cpXs4FgY03D
0
"괜찮아? 많이 힘들어?"
"연료가 고갈되어가네. 상식도 부정당하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훈련하자!"
ace는 해맑게 제안했다. KEY는 기진맥진해 보였다.
그러나 그 직후, KEY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특유의.
"아아, 이렇게 약해서야 ace와 모험을 다니긴 어려울지도 모르겠네."
"그건 싫어! 기껏 모험 친구가 생겼는데!"
"그렇지? 그럼 약속 하나 해줄래요?"
"뭔데?"
"내가 모험 중 위기에 처하면, 지켜주면 좋겠어. ace가 나보다 훨씬 강하니까."
82
이름없음
2024/12/08 14:40:14
ID : cpXs4FgY03D
0
어쭈. 이렇게 나오신다?
KEY가 뭔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
1. 이거 반댈세! 난입해 방해한다.
2. 일단 지켜볼까? 함정을 까는 거지.
3. 나도 모험 좋아해! 우리도 모험에 끼워줘!
4. 자유!
83
이름없음
2024/12/08 14:50:43
ID : SIE7bA5hzcF
0
어쭈우? 일단 2번
84
이름없음
2024/12/08 15:13:47
ID : cpXs4FgY03D
0
ace는 KEY를 호의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친구가 위험에 처하면 구해달라고? ace는 당연히 그 부탁을 들어주었다.
"신난다!"
"응, 나도 신나!"
"그럼 꼬마 모험가님, 어디로 갈까요? 당장 내일에라도 떠나죠!"
이에 ace 말하기를
1. KEY가 있던 그 시설로 가보자!
2. 모험에 앞서 63명의 로봇의 허락을 받아야 해
3. 자유!
85
이름없음
2024/12/08 16:28:03
ID : 47xO8klgY62
0
1번!!
86
이름없음
2024/12/08 21:12:35
ID : cpXs4FgY03D
0
두 로봇이 구동했다. 모터가 징징 돌아가며 강철 건물로의 진군이 시작됐다.
나와 c8c는 포복하여 둘을 조용히 추적했다.
ace는 새로운 모험에 신나 들떠있다. 시끄럽게 떠드는 통에 우리의 소음은 덮여버렸다. 아주 좋았어!
KEY는 무슨 속셈일까? ace를 몰래 데려가 대체 무슨 짓을?
ace와 KEY가 시설의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달려 외벽에 착 달라붙었다.
소곤소곤거리는 대화가 벽을 따라 진동하였다.
"신기해! 이런 곳은 처음 봐!"
"맘껏 둘러보세요. 저도 신기하네요."
ace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KEY는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모양새다. 일단은, 지금 당장은!
87
이름없음
2024/12/08 21:13:53
ID : cpXs4FgY03D
0
그리고 10분쯤 지났을까.
ace의 주의가 산만해질 시점, KEY가 유도를 시작했다.
"어머나, 여기 이상한 틈새가 있네요? 보이시나요?"
"뜯어볼게. 얍!"
"자, 잠깐만...!"
그리고 충격파. 먼지가 자욱해졌다. 충격을 버티고 있으니 그 다음 대화가 들렸다.
88
이름없음
2024/12/08 21:15:38
ID : cpXs4FgY03D
0
"이건 뭐야? 처음 봐!"
"아하, 이건 엘리베이터에요. 방공호로 이어지는 통로죠."
"방공호?"
"핵을 피하기 위한.... 아차. 천천히 알아가죠. 어서 가봐요!"
방공호? 우리도 모르는 단어다.
여하튼 KEY는 저곳에 들어가려는 속셈이다?
1. 가만히 있는다.
2. 이상해. 엘리베이터 앞까지 이동하자.
3. 현장 체포야!
4. 자유!
89
이름없음
2024/12/08 22:22:14
ID : yFfQoGmmk66
0
4. 와아. 새로운 장소에 당장 달려가자
90
이름없음
2024/12/08 22:46:04
ID : cpXs4FgY03D
0
KEY, 용서할 수 없어!
저렇게 재밌어 보이는 새로운 장소에, 우리를 놔두고 먼저 간다고?
우리가 먼저 그 땅을 밟을 거야! 깨끗한 도화지를 더럽힐 거야!
나는 후다닥 달려갔다.
c8c가 조르르 뒤따라온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려는 찰나, 강철 손날을 넣어 끼어드는 데에 성공했다.
91
이름없음
2024/12/08 22:48:20
ID : cpXs4FgY03D
0
"끼야아악"
KEY는 버그를 본 것처럼 경악했다.
뭐에 놀라는 걸까? 나와 c8c는 얌전하고 질서 있게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탑승하자마자 닫힘 버튼을 연타하는 것은 로봇의 기본 소양!
KEY가 어버버하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방공호에 도착했다.
점프해 착륙했다. 이걸로 1착을 했어. 목표 달성!
92
이름없음
2024/12/08 22:50:06
ID : cpXs4FgY03D
0
목표를 달성하니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파란색 모니터가 한가득. 동그라미를 둘러싼 삼각형 세 개가 잔뜩. 뭔가 수학적이고 기하학적이네!
자아. KEY는 여기에 ace만을 몰래 데려오려고 했는데 말이지?
1. KEY, 이 장소 뭔지 알아?
2. ace, 함부로 이런 데에 오면 안 돼!
3. 이 설비 궁금하네. 어떻게 작동할 수 없나?
4. 자유!
93
이름없음
2024/12/09 00:38:03
ID : BhzdPa4E3Dv
0
3번!
94
이름없음
2024/12/09 16:28:05
ID : cpXs4FgY03D
0
"어떻게 작동할 수 없나?"
"어라. 여기 신기한 게 있네요?"
KEY가 내 질문에 답했다. KEY는 계기판 중앙의 열쇠 구멍을 가리키고 있었다.
"열쇠 구멍? 우리는 열쇠가 없는걸."
"하지만 제겐 열쇠가 있긴 해요."
KEY는 외투의 단추를 풀더니, 가슴팍의 열쇠구멍에 손을 대었다.
구멍이 나사처럼 회전하더니... 그 안에서 열쇠가 튀어나왔다!
95
이름없음
2024/12/09 16:28:54
ID : cpXs4FgY03D
0
그렇구나! 볼 때마다 신경 쓰여서 가슴팍을 지긋이 바라보곤 했다.
그때마다 c8c는 내 눈을 가리려 했고.
그 열쇠구멍의 비밀이 드디어 밝혀졌다!
"시험 삼아 열쇠를 꽂아볼까요?"
KEY는 순종적인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그녀의 손에는 열쇠가 들렸다.
1. 호기심은 못 참아! 해봐!
2. 열쇠 내놔. 압수야.
3. 됐어. 여기서 철수.
4. 자유!
96
이름없음
2024/12/09 17:20:50
ID : SIE7bA5hzcF
0
KEY는 요주의 인물이니 KEY가 하자는 대로 하진 않겠어
열쇠를 뺏자!
97
이름없음
2024/12/09 18:08:41
ID : cpXs4FgY03D
0
합!
기합을 모아 장풍을 쏘았다. 허약한 KEY의 손에 들렸던 열쇠가, 풍압에 떨어졌다.
이 기회를 놓칠쏘냐! c8c가 달려들어 열쇠를 확보했다! 이제 이 열쇠는 우리 거야!
"드디어 속셈을 드러내셨군! 이 열쇠는 이제 우리가 접수한다!"
승리 선언을 했다. 승리에 흥이 올랐다.
"이 시설도 우리가 접수한다! 바위 던지기 대회도 우리가 접수했지!"
"칭찬권도 우리의 것입니다."
"맞아! 잘했어! 나이스 어시스턴스!"
"🦾"
c8c를 칭찬하니 아주 좋아해주고 있다.
KEY, 너의 무기는 사라졌다. 어떻게 할 테냐?
반응을 기다리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얼떨떨해하던 KEY, 그 안광이 갑자기 보라색으로 변했다!
98
이름없음
2024/12/09 18:12:18
ID : cpXs4FgY03D
0
그리고
"우아아아앙"
KEY는 울었다.
"왜! 나만 미워하는 거예요! 계속 친절하게 대했는데! 존댓말도 꼬박꼬박 하는데!"
"식고문을 하고! 바위를 던지라며 협박하고! 첫날부터 꼴지로 만들고! 칭찬을 하다가 빼앗고! 피난소를 알려주는데 훼방을 놓고!"
"사랑받고 싶었는데, 사랑받으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어라? 이거 내가 잘못했나?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모두, 차라리, 차라리...."
KEY가 무덤덤하게, 무기질적인 음성을 재생했다.
99
이름없음
2024/12/09 18:15:56
ID : cpXs4FgY03D
0
"대장님, 이상합니다."
...내 잘못이 아냐. 우리의 잘못도 아니다. 이건 도를 지나친, 예상 못할 일이었다.
KEY는 지금 지나친 행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처음 보는 알고리즘이다.
이렇게 파국으로 향하라는 듯이, 이런 이상한 알고리즘이 짜여있다...?
KEY는 새하얀 두 손으로, 얼굴을 구기듯이 감싸 통곡하였다.
손이 갈라졌다. 얼굴이 갈라지지 않았다. KEY의 얼굴은 철저한 방식으로 재편되어 있다.
"다 죽어버리면 좋겠어."
"목표는, 동쪽 200m의 밀집지역."
그리고 방공호의 모든 화면이, 한 가지 그림으로 통일되었다.
원을 둘러싼 세 개의 삼각형으로. 어두운 검은색이다.
그 좌표는, 우리 무리가 정착한 푸른 언덕.
1. KEY를 공격한다!
2. 무리를 피신시키러 간다!
3. KEY, 정신 차려! 설득한다!
4. 자유!
100
이름없음
2024/12/09 18:36:40
ID : s3yNBuskoMl
0
우리 엿된건가???? 신고식으로 서프라이즈 하려고 했다고 우겨보자
101
이름없음
2024/12/09 18:44:59
ID : cpXs4FgY03D
0
"KEY, 미안해, 신고식이었어!"
급히 소리질렀다. KEY는 듣고 있을까? 알 수가 없다.
"맞아! 사라져야 할 악습이지만, 우리 집단은 폐습에 젖어있었어! 네 생각을 미처 못했어, 미안해!"
사태를 모면하기 위한 변명이다. 그러나 조금은 사실이다. 더 배려해야 했을까.
"당신을 경계했습니다.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를 우선했으니, 불찰입니다."
"KEY, 같이 모험 가자며! 이런 건 싫어!"
c8c와 ace도 나름의 말로 KEY를 설득하려 한다. 될까? 되려나?
그리고 화면이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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