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자랑, 일화 기록 가슴 앓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세운 스레. 다른 스레에서 내 얘기를 했던 적이 있어. 혹시 스레주 그 사람인가? 싶어도 혼자만 알고 넘어가줘. 20살 이상 차이나는, 그것도 상대가 만나는 사람이 있음에도 짝사랑 하는 사람 있니? 그게 바로 나야
  • 좋아하는 사람을 인이라 칭할게. 인은 말라서 체구가 작아보이는데 사실 키는 또래보다 약간 큰 편이야. 이목구비는 화려하지 않지만 올 곧고 아기자기해. 귀마저 모양이 잘 잡혀서 예쁘다니깐. 웃을 때 사람의 마음을 환하게 해줘. 흔히 말하는 입 동굴이 생기고 자기 감정에 솔직한 편이라 크게 웃는 편이거든. 웃을 때 입을 가리는데 안 그랬으면 좋겠어. 웃는 모습을 오래도록 내 눈에 담고 싶으니까. 인은 추위에 약해서 옷을 도톰하게 입고 다녀. 요즘 이렇게 더운데도, 춥지 않냐? 물어와. 그럴 때 마다 내가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해. 음, 스카프가 인의 패션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아침에 어떤 스카프를 맬까 고르고 그걸 두르고 있을 인의 모습 생각하면 귀여워 죽겠어.
  • 인은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돕고 세상을 바꿔나가는 모습에서 삶의 추동력을 얻는다고 해. 나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뭉클해졌어. 삶의 추동력이 본인 스스로를 위한 꿈이나 목표도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 사람들의 연대와 정의라니.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겠다는 윤동주 시인처럼 인도 그렇다고 생각했어. 인의 생활습관에서 사람과 자연 세상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데, 인은 채식을 하고 있고 환경보호에 무척 앞장서. 일회용품 사용 안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남들이 버린 이면지조차 아끼는 사람이야. 머리를 단발로 유지하는 이유도 세제를 적게 쓰고 싶어서 그런 거래. 그리고 아직까지 양말에 구멍나면 기워신는다고 하더라. 사람이 이렇게 소박할 수 있나 싶어.
  • 인에게는 종교가 있지만 부끄럽게도 신앙심이 깊지 못하다고 고백했어. 절대자 앞에 무릎 꿇고 속죄하는 것보다 하루하루 정직하고 신실하게 살아가는 것. 삶에 대한 경건한 자세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하더라. 나는 모태신앙이었지만 자기 세계관이 잡혀가던 시기에 신은 없다, 절대자는 없다고 결론지었어. 신이 있다면, 그렇게 자비로운 신이 있다면 세상이 이렇게 혹독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 어쩌다가 인에게 나는 모태신앙이었지만 무신론자다 말을 했더니 인이 깜짝 놀라며 타이르듯 신은 있다 이러면서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더라. 그리고선 절대자에 대한 설명을 해줬는데 인에게 절대자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다가 인이 한 말을 다 놓쳤어. 기회가 되면 종교에 대해 다시 얘기를 나누고 싶다.
  • 인을 처음 만나게 된 건 2년전 가을인데, 당시에는 인에게 큰 관심도 없었고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 달라서 조금 촌스러운, 유별난 사람이구나 라는 느낌이 있었어. 인 또한 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나는 그냥 그런 사이로만 남을 줄 알았지. 작년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솔직히 나를 기억할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미술관 다녀온 아이라고 기억해주더라.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종종 장난스레 말도 걸어와서 그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특별히 오가는 정은 없었지만, 내게 인이 좋은 사람이듯 인에게도 내가 좋은 사람 혹은 편안한 사람으로 기억되었던 것 같아. 올해 내 부탁에, 인은 내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며 자기 마음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고, 너무 아팠다며 이런 일로 울면 앞으로 세상 어떻게 살아가냐고 이런 걸로 울어서는 안된다고 말했어. 이 때 인에게 처음으로 설렜던 것 같아.
  • 내가 직접 만나고 겪어본 사람 중에 인이 가장 인간적이며,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쓴 소리를 종종 하는데 그 말에 진실이 담겨있어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들지. 우리가 평안하게 살 수 있는 건 그 뒤에 고통스러운 일상을 보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래.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통, 그 고통을 우리는 항상 생각해야 한대. 그리고 그 고통을 나누기 위해 삶에서 실천해나가야 하고. 인은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항상 생각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는 기꺼이 참여하는 사람이야. 누가봐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어. 이런 삶의 자세를 본 받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 내가 한심해. 인 앞에서 나는 그저 초라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 인에게는 만나는 사람도 있고, 본인의 얘기를 할 때는 헤테로임이 드러나. 그런데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언제나 다양한 사랑을 포함해서 말해. 혹은 모든 걸 포함하는 애인이라는 용어를 쓴다거나. 동성애가 한국에서 부정당하고, 핍박받는 현실에 마음 아프다고 말하더라.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참 따스한 사람이야.
  • 내가 직접 만나고 겪은 사람 중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잖아? 이건 나 뿐만 아니라 인을 아는 사람들 대부분 이렇게 말하더라. 인은 3-4개국어를 사용할 수 있고, 그림에도 조예가 깊어서 그림을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 작품에 담겨있는 배경지식이나 철학도 잘 아는 편이고. 소름 돋는 건 음악 분야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들도 알고 있고 음악 형식도 꿰뚫는 거. 철학가 이름만 대면 그 사람의 인생이나 중심 철학이 뭔지 바로 나온다. 문학은 인의 주요 관심분야라 말할 것도 없고 나는 인이 유럽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 모두를 잘 알고 연도마저 다 기억한다는게 천재가 아니였을까 싶어. 죽음에 관해 얘기를 나누다가, 인이 요즘 깜박깜박 하는 게 늘고 있다며 노화가 온다는게 느껴진다는 거야. 나는 인 똑똑하다며 그런 거 전혀 못 느꼈다고 얘기했지. 인이 계속 아니라고 하길래 내가 눈 똑바로 보면서 정말 똑똑하다고 했더니 내 눈을 한참 바라보더라고. 그러더니 예전에 자기가 똑똑한 걸로 유명하긴 했다고 미소 짓더라. 눈빛이 강렬하게 머물렀던 순간, 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인의 미소에서 진한 슬픔을 느꼈버렸어.
  • 나는 삶에 대한 열망이 없는 사람이야. 삶에 대한 철학도 흐려졌고, 그저 목숨이 붙어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느낌이야. 남이 보기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이런 내 생각을 전혀 모르겠지만 말야. 최근 내가 사로잡혀 있는 생각은 삶에 대한 열망이 강력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갈 사람들인데 몸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 내 장기를 주고 싶다는 거야. 사실 이건 인으로 인해, 생긴 생각이기도 해. 인은 삶에 대한 열망이 강력하지는 않지만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갈 사람이거든. 약해진 인의 체력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안 좋아, 할 수만 있다면 내 젊음을 다 주고싶어.
  • 누구나 그렇겠지만 인을 사랑하게 된 순간은 정말 순식간이었어. 한결같이 내게 애정어린 말과 행동은 꾸준히 보여왔지만 예상치 못하게 나를 안아주었을 때. 돌이켜보면 인에게 좋은 감정과 존경이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인의 애정까지 받으면서 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같아. 인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야. 타인의 잘못도 너그러이 이해해주고, 사소한 것도 신경써준다. 또, 타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아. 같이 있으면 기분 좋게 만드는 사람인거지. 그래서 그런지 인은 조용히 있어도 어딜가든 관심을 받고 사랑받는 사람이야. 남들에게 잘해주는 인의 모습을 보며 질투가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가끔은 인이 저렇게 사랑이 많은 사람이구나 감탄하게 되고 그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해.
  • 인이 나를 예뻐하는 걸 다들 아는 편이야. 나랑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내게 직접적으로 인이 정말 예뻐하는 것 같아요, 인이 정말 아끼는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가까이 지내는 사람도 인이 너한테만 --라고 부르는 거 알아? 말하기도 해. 나도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어. 감사하게 생각할 뿐이야. 그리고 오래 지속되길 바랄 뿐이고. 인이 종종 나를 똑똑하다고 칭찬하는데 그 때마다 나는 아니라고,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해. 본인 똑똑함의 발꿈치 아니면 발목정도에나 다다를까 싶은 나를 항상 칭찬해주는 인은 한없이 너그럽고 관대한 사람이야.
  • 내가 꿈꾸는 인과의 모습은 함께 여행 다녀오는 거야. 내 이야기를 들으며 여행가고 싶은 곳이 생겼대. 아무래도 내가 잘 아는 곳이니깐 에스코트 겸 같이 여행하고 싶다. 그런 날이 올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어서 혼자 괜히 설렌다. 같이 여행다니면 남들 눈에 우리는 모녀로 보이려나? 이런 웃픈 상상도 해본다.
  • 인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이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건 뼛속깊이 알고 있어. 인이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기 전까지 동성애자거나 최소 바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일말의 희망이 있었는데, 말하는 거 들어보니 그냥 약자에 대한 사랑이 많고 권리를 위해 함께 연대하는 헤테로 같아. 인이 남자였다면 플러팅으로 느껴질만한 것들이 많았는데 그게 동성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행해지는게 좋기도하고 슬프기도 해. 짝사랑하는 입장에서 계속 플러팅같은 애정을 보여줬으면 하는게 본심이지만. 매일 간절하게 원해, 말 걸어줬으면 머리 쓰다듬어 줬으면 손 스치고 싶다 웃으면서 눈 마주치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귀엽다는 칭찬을 듣고 싶다.
  • 최근 생각해보는 건, 인이 나에게 설렌 적도 있을까? 하는거야. 설레라고 한 행동은 아니였지만 말야.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 내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당신 정말 똑똑하다고 말하고, 내가 필요한 물건을 본인이 필요하지 않아도 일부러 들고 다니고, 기침 몇 번 했다고 물 사들고 오고, 사소한 일이지만 시키지 않아도 궃은 일 맡아서 하고, 내가 향 나는 걸 싫어해서 내 앞에서 그런 물건을 안 쓰려고 노력하는 모습, 내 짐 무거운 것 같다고 대신 들어줄까 묻고, 우산 들어줄까 묻는 사람. 언제나 내 말에 대응해주는, 나의 사소한 변화를 눈치채고 언급해주는 사람.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니깐 내가 인이었다면 내 모습에 설렐 것 같기도하다. 하하; 인이 한번 쯤은 설렜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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