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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7/13 22:15:10 ID : U41B9g0oE7c
음침하다.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사방이 어둑하고, 곳곳에 서 있는 사물들은 희미한 실루엣으로 보인다. 기이하게 뒤틀린 사물들.. 마치 꿈틀거리는 것 같지만, 섬찟한 마음에 눈에 힘을 주고 가만히 바라보면 그냥 우두커니 고정돼있다. 바닥은 진득한 진흙탕마냥 질척거린다. 다행히 고어텍스 등산화를 신고 있어서인지 그다지 불쾌하진 않다. 공간을 가득 매운 짙은 안개는 검은 빛을 내뿜는 듯, 어디에도 광원이 없지만 거무스름 한 빛이 균일하게 공간을 비춘다. 갑갑하다! 숨을 들이킬 때마다 더러운 입자가 폐를 가득 채우는 것 같다. 제길! 산에 오는 게 아니었다. 어제 저녁 회사 동료가 나이트 클럽에 가서 신나게 불금을 즐기자고 했을 때 가는 거였는데.. 그랬으면 지금쯤 숙취로 띵한 머리를 부여잡고 이불 속에서 스마트 폰이나 만지작 거리고 있었을 텐데..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퍽이나 고상하게도, "난 내일 일찍 산에 가서 모처럼 맑은 공기나 쐬려 해요." 라며 거절했을까.. 헙?! 방금 무슨 소리가 들렸다. 마치 뱀이 얕은 물위를 가로지르는 듯한 소리다. 사방에서 들려온다. 점점 소리가 커진다. 몸은 바짝 굳어있고 이빨이 따닥따닥 부딪힌다. 제발.. 제발.. 내가 상상하는 그런 것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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