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좀 어려운책을 좋아하는데 이해는 잘 못하는 편이라서... 암튼 이해가 안가. 무슨 내용인지 쉽게 풀어서 설명해줄수 있을까?

실제 채식주의자 얘긴줄 알고 놀랐네

>>2 이익 설마!!! 제목 살짝 수정해야겠다

어려운 걸 좋아하는데 이해가 안 된다니... 그건 허영이거나 아니면 기이한 것을 좋아하는 거겠지. 하지만 나쁠 건 없어. 원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끌리는 법이니까. 그리고 한강이라는 작가는 그러한 욕망에 대해 비판하고자 "채식주의자" 연작을 썼고.

우리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한 편의 소설로 접하는 경우가 많지만(보통은 맨부커상을 받았다는 설명을 듣고 채식주의자부터 집어들지만), 사실 "채식주의자"는 연작소설이야. 몽고반점 - 채식주의자 - 나무불꽃 이렇게 세 편이 하나의 큰 줄기 안에 포함되어 있어. 그리고 주인공 '영혜' 역시 동일하게 등장하고.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채식주의자"를 설명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채식주의자만 보자구.

르네 마그리트라는 작가를 들어본 적이 있을거야. 파이프? 맞아. 파이프를 그려놓고는 "이건 파이프가 아님ㅋ(Ceci n'est pas une pipe)"이라고 적어둔 "이미지의 배반"이라는 그림을 그린 화가야.

<극혐주의> 그런데 이 화가가 그린 그림 중에 독특한 그림이 있는데, 지금 소개하려는 "새를 먹는 소녀"야. 그림을 보면, 소녀가 새를 뜯어먹고(?!) 있지. 그로테스크의 극치야. 얼마나 힘을 주고 새를 뜯는지, 팔에는 힘줄이 돋아있고, 입은 피칠갑을 하고 있지. 그런데 잠깐만. 소녀의 모습 뒤에는 새들이 있고, 새들은 나무에 앉아있어. 마치 꽃처럼 말이야. 말라죽은 나무에 꽃처럼 앉아있는 새(곧 고기가 될 것들), 그리고 그 새들을 뜯어먹는 소녀. 엄청나게 기묘한 풍경이지. 마그리트는 이 그림에 또 다른 이름을 붙였어. "쾌락"이라고.

이 그림이 왜 "쾌락"일까? 그리고 나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채식주의자" 이야기나 하라고? 잠깐만 기다려봐. 이 소녀의 행동을 보자. 이 소녀는 지금 뭔가를 먹고 있잖아.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라는 인물은 꿈을 꾼 후에 고기를 먹지 않게 돼. 영혜는 그 꿈에 대해서 독백하지. 한 번 그 꿈 내용을 볼까? "하지만 난 무서웠어. 아직 내 옷에 피가 묻어 있었어. 아무도 날 보지 못한 사이 나무 뒤에 웅크려 숨었어. 내 손에 피가 묻어 있었어. 내 입에 피가 묻어 있었어. 그 헛간에서, 나는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주워 먹었거든. 내 잇몸과 입천장에 물컹한 날고기를 문질러 붉은 피를 발랐거든. 헛간 바닥, 피 웅덩이에 비친 내 눈이 번쩍였어.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아니야, 거꾸로, 수없이 봤던 얼굴 같은데, 내 얼굴이 아니었어. 설명할 수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익숙하지만 낮선 자신의 얼굴, 그 얼굴은 날고기를 씹어먹고 피칠갑을 한 자기 얼굴이지. 영혜는 꿈에서 날고기를 훔쳐먹고, 피칠갑한 모습으로 나무 뒤로 숨어. 마치 그림 속 소녀가 나무를 등지고 새를 먹는 것처럼.

아버지에게 어린시절 당한 학대로 인해 다른 생명에게로의 폭력을 극도로 싫어하게 되어 처음에는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가 급기야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식물이 되려고 하는, 어린 시절의 강한 부정적 감정이 사람을 어떻게 망치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라고...생각해.

우리는 우리가 뭔가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우리가 뭔가를 먹는다는 것은, 우리가 먹을 대상을 죽인다는 것을 의미해. 다시 말해서, 뭔가를 씹는 입은 곧 죽음을 의미해.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거부할 수 없지. 타인의 죽음으로 우리는 살고, 그 죽음으로 쾌락을 얻어. 먹고 자는 것만 해결되도 사람은 살 수 있다고 하잖아? 먹는 건, 다른 존재를 죽이고 살아가는 건 포기할 수 없는 쾌락이야.

여기서 우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소설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앨리스가 어떻게 이상한 나라로 가더라? "나를 마셔요"라는 물약을 마신 후 몸이 변한 후 이상한 나라로 가게 되잖아. 물약을 "먹고", "신체의 변화를 겪고", "이상한 나라의 새로운 질서에 편입"되는 것, 이는 "먹음"이라는 행위의 본질을 보여주지. 먹는 것은 우리의 생명을 담지하는 신체를 변화시키고 유지하는 행위이자, 우리가 먹는 어떤 것이 속한 질서에 우리를 편입시키는 것을 의미해.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가 먹는 것이 곧 나"야.

문제는, 먹는 것과 먹히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거야. 영혜가 꿈을 꾸기 전날에 대해 독백하는 부분이 있는데, 한 번 보자. "그 꿈을 꾸기 전날 아침 난 얼어붙은 고기를 썰고 있었지. 당신이 화를 내며 재촉했어. (...) 갑자기 도마가 앞으로 밀렸어. 손가락을 벤 것, 식칼의 이가 나간 건 그 찰나야. 검지손가락을 들어올리자 붉은 핏방울 하나가 빠르게 피어나고 있었어. 둥글게 , 더 둥글게. 손가락을 입속에 넣자 마음이 편안해졌어. 선홍빛의 색깔과 함께, 이상하게도 그 들큼한 맛이 나를 진정시키는 것 같았어. 두번째로 집은 불고기를 우물거리다가 당신은 입에 든 걸 뱉어냈지. 반짝이는 걸 골라 들고 고함을 질렀지. 뭐야, 이건! 칼조각 아냐! 일그러진 얼굴로 날뛰는 당신을 나는 우두커니 바라보았어. (...) 왜 나는 그때 놀라지 않았을까. 오히려 더욱 침착해졌어." 영혜가 알아차린 건 이런 게 아닐까? : 아무 차이가 없어. 결국 인간도 하나의 고기야. 베이면 피가 나고, 칼을 먹으면 죽지. 그런데 우리는 절대적인 입장에서 다른 동물들을 죽이고, 잡아먹어. 육체의 관점에서 먹는다는 행위의 핵심은, 결국 그것이 "반드시 우리에게 먹혀야 하는 것"으로 만든다는거야. 다시 말해서, 우리가 먹는 소는 우리에게 먹히기 위해서만 존재해. 돼지도, 닭도 마찬가지야. 먹는 자의 입은 먹히는 것의 존재를 규정하는 힘이 있어. 입은 죽음이니까.

영혜는 이것을 알아차렸지만,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 이렇게 말하거든. "무엇 때문일까.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져. 내가 뭔가의 뒤편으로 들어와 있는 것 같아. 손잡이가 없는 문 뒤에 갇힌 것 같아.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여기 있었던 걸 이제야 갑자기 알게 된 걸까. 어두워. 모든 것이 캄캄하게 뭉개어져 있어." 우리도 채식주의 논쟁을 하면 비슷한 이야기를 하곤 하지. 누군가 육식의 부도덕성을 논하면, 순간 충격을 받지만 곧 그것을 표정에서 지우곤 이렇게 말하는거야.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러면 넌 고기 안 먹을거야?"

여기서 누군가는 묻겠지. "그게 왜 하필 육식과 연결되나요?" 왜냐하면 우리도 고기니까. 고기가 고기를 먹는 역설인 셈이지. 앞서 말한 것처럼, 먹는 고기와 먹히는 고기 사이의 차이는 권력(힘)의 차이일 뿐이야. 본질적인 차이는 없어. 그리고 이건 한강이라는 작가에 의해 마법처럼 "먹는 고기(남자)"와 "먹히는 고기(여자)"로 바뀌게 돼. 어떻게? 영혜라는 인물의 과거사를 통해.

>>10이 좋은 이야기를 해줬지. 영혜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했어. 아버지는 "육회를 좋아하는" 가부장적인 남성이고, 영혜가 18살이 될 때까지 마치 어린아이에게 하듯 회초리질을 했어. 영혜의 남편인 화자는 영혜의 가족을 이렇게 묘사하지. "그녀의 집안사람들을 떠올리면, 자욱한 연기와 마늘 타는 냄새가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소주잔이 오가며 고깃기름이 타들어가는 동안 여자들은 부엌에서 소란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든 식구가 - 장인이 특히 - 육회를 즐겼고, 장모는 손수 활어 회를 뜰 줄 알았으며, 처형과 아내는 커다랗고 네모진 정육점용 칼을 휘둘러 닭 한 마리를 잘게 토막 낼 줄 아는 여자들이었다. 바퀴벌레 몇 마리쯤 손바닥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아내의 생활력을 나는 좋아했다. 그녀는 내가 고르고 고른, 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던가." 화자인 "나"에게 평범함이란 생활력이고, 더 정확히는 바퀴벌레 쯤 쉽게 죽이고 고기를 즐기는 것이며, 여자들은 부엌에서 일을 하고, 남자들은 소주와 고기를 씹는 거야. 물론, 요즘의 우리에게는 가부장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화자인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 "나"의 평범은 "고기"와 "생명의 가벼움"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15 야 너레더 완전 대단하다... 완전 유식해.... 나는 약간 어렵고 난해한거의 그 난해한 느낌이 좋아서 보는데 채식주의자는 난해하면서두 제일 이해하기 어려웠어... 아직두 열심히 설명중이겠지 조용히 기다릴게 너레더 설명 너무 좋아 딱딱 꽂혀 >>10 헉 그렇게 해석핡수있구나 책들은 여러 해석을 보고 읽으면 또 다른느낌이던데 이것도 참고해서 다시 읽어볼게 넘무 고마웡ㅇ!!!

애덤스 캐롤이라는 학자는 남성성이 곧 고기와 연결된다고 말해. 육식을 하기 위해서는 강한 육체와 체력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동물을 쫓아서 잡아 죽여야 하는데, 그건 남성들을 통해서 가능했다는 거지. 그리고 이런 고기를 나눠받기 위해서,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종속될 수 밖에 없었고. 이런 생물학적인 '육식'이라는 행위의 시작이, 오늘날의 가부장제나 남성우월주의의 도덕적 근거가 됐다는 게 캐롤의 주장이야.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나"의 평범은 "고기"와 "생명경시"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다시 말해서, "나"의 평범은 고기로 상징되는 남성을 담보로 한다는거야.

앞서 말한 것처럼, 영혜는 손을 벤 이후 먹는 것과 먹히는 것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돼. 그리고 더 깊게는, 프로이트나 융이 말한 "유년시절의 근원적 무의식" 속 '고기=남성성'이라는 도식에도 의문을 가지게 되지. 하지만 영혜는 이를 벗어날 수 없어. 이미 자신은 그 속에서 자랐고, 자신의 육체 역시 하나의 고기(남성성을 담지한 것)이니까. 그래서 영혜가 택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을 택하는 것"이야. 그냥 하지 않는 건 선택을 포기한 도피지만,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하나의 선택이지. 이를 영혜는 “아버지,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라는 말로 표현해. 단지 고기를 안 먹는 게 아니라, "아버지(남성성)"에게 "고기(남성성)을 거부"한다는 것을 '말'하는거야. 이 순간 영혜의 입은 죽음의 입을 넘어서게 되지.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영혜가 한 것은 남성성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단지 거부일 뿐이라는 점이야. 영혜는 남성성을 찔러 죽인 게 아니라, 남성성을 거부하는 것을 선택했어. 영혜는 이렇게 말해.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러나 "아버지"는 단지 영혜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혜를 붙잡고, 때리지. 즉, 남성성은 어떤 거부도 용납하지 않아. 남성성의 거부는 곧 육체적 억압(남성성이 곧 육체이므로)으로 돌아오게 돼, 그리고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는 것 자체도, 곧 영혜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돌아오지. 영혜는 위에서 말한 자신의 가슴 이야기 이후, 바로 이렇게 말해.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 이젠 더 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영혜가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육체야. 누군가에게 대상화되지 않은 육체. 하지만 남성주의사회에서 여성의 가슴은 성적인 "대상"으로 전락하고, 그래서 감춰져야 하는 것이 돼. 감춰지는 가슴은 곧 남성의 권력을 공고화하는 거야. 영혜는 이것을 거부하지(공격하는 게 아니라).

하지만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시점에서, 그것은 뭔가를 하는 게 돼. 그래서 영혜의 행동은 곧 남성주의사회에 대한 공격으로 변해. 영혜가 말하는 "날카로워지는 몸"은 육체 자체가 사회의 질서를 공격하는 "괴물(The Thing: 라캉의 개념에서)"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해. 이것이 극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영혜가 칼을 드는 장면이지. 아버지가 고기를 먹이려는 것에 저항하던 영혜는 "과도"를 쥐어 들고, 자해를 해. "식물"을 자르는 과도로 "남성성의 체화"인 자신의 육체를 죽이는거야. 우리는 이처럼 '영웅이 어떤 문제에 대해 스스로의 희생으로 책임을 지려하는 결말'을 "비극"이라고 부르지.

자, 멀리 멀리 돌아왔는데, 다시 처음의 그림으로 돌아가보자. 처음의 그림을 기억해?

그러면 스레주도, 지금 옆에 "채식주의자" 책이 있다면 한 번 펴볼래?

이 스레를 보고 있고, 책을 폈다면 레스 달아줘. 그러면 마지막 이야기를 하면서 끝내자.

아직 스레주는 안 온 것 같으니까 한마디. 이런 해석이 정답은 아니야. 그냥 내가 하는 말인거지. 이런 내용의 기이한 이야기가 읽고싶다면, 채식주의자와 동일한 모티프의 소설이 이미 1995년에 나왔었어. 나카지마 라모라는 작가가 쓴, 한국에서는 "인체모형의 밤"이라고 번역되어 2007년에 출판된 책에서 "다카코의 위주머니"라는 단편이 있는데, 이 단편의 내용과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내용이 유사해. 깊이나 창의성은 당연 "채식주의자"가 높아. 다만, 그저 "기담"이 읽고 싶었다면 "인체모형의 밤"도 나쁘진 않다는 이야기야.

>>26 미안해 일이 좀 생겨서 늦게 돌아왔어ㅠㅠ 요즘 좀 바빠서ㅠㅠㅠ

마지막에는 영혜도 새를 잡아 먹거든. 그림 속 소녀처럼.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이미 스레주도 없으니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나도 열심히 말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잘 모르겠네. 안녕, 책 재미있게 읽어!

와,,,,,나 스레주는 아니고 지나가던 문창과 학생인데 해석 정말 잘 읽었어 작품론 보는 것 같았어 같이 얘기 나누고 싶은데 친목될까봐ㅜㅠ

>>28 나 스레주야!! 그때 내가 흐름 끊어버려서 레더 답 못듣는가 하고 아쉬웠는데 이렇게 끝맺음 맺어줘서 고마워ㅠㅠ 덕분에 다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이해는 할 수 있게 되었어. 요새 시험덕분에 통 바쁜데 시간나면 다시 또 읽어보려구. 읽으면 읽을 때 마다 복선같은게 느껴지기도 하고 즐겁더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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