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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0/11/19 14:02:16 ID : nyE4MpfbA5c
여기 정말 별별 얘기가 다 오가길래 나도 친가 쪽 일을 도왔던 경험담을 기억나는 대로 풀어본다. 어릴 때부터 도운 거라 시간대가 뒤죽박죽이지만 혼자 삭히기도 그렇고 혹시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여기다 적어볼게. 딱히 괴담은 아니고 그냥 이렇게 살아온 사람도 있네,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음.
이름없음 2020/11/19 14:03:29 ID : nyE4MpfbA5c
이건 나 14살 때 있었던 일. 모처럼 토요일이었는데 난 점심만 먹고 삼촌이 보내준 문자에 적힌 장소로 찾아갔어. 집에서부터 꽤 멀리 있는 정류장에서 모르는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겨우 도착했어. 대로변을 지나서 골목길로 쑥 들어가니까 오래된 술집들이랑 무슨 용도인지 모를 가게들이 좌우로 나오더라. 난 키가 낮은 건물 사이에 있는 지하 계단으로 내려갔어.
이름없음 2020/11/19 14:04:53 ID : vCoZdzSJU1u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1/19 14:05:47 ID : nyE4MpfbA5c
썬팅된 유리문을 여니까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반사적으로 인사를 했는데 딱 봐도 중학생 밖에 안 된 애가 서 있으니까 뭐지 싶은 얼굴로 쳐다보더라. "학생은 여기 오면 안 되는데." 그대로 돌려보내려고 하길래 여기 가게 주인한테 볼일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말했어. 여자는 계속 어이없다는 얼굴로 내 위아래를 훑었고. 그러다 카운터 안쪽에서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줌마가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왔어. 아줌마는 날 보더니 놀라는 기색도 없이 잘 찾아왔다고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하더라.
이름없음 2020/11/19 14:06:58 ID : VcHBbyK7Ai9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1/19 14:07:38 ID : nyE4MpfbA5c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서 기본적인 인사를 건넸어. 그동안 아까 그 여자가 음료수 캔을 가져다주고. 아줌마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조금 뜸을 들이다가 내가 편하게 말씀하라고 하니까 하나씩 얘기해주셨어. 여기 가게 주인 사정은 대충 요약하자면 이래. 장사 시작한 지 이 년간은 꽤 손님이 있었는데 한 번 크게 불이 나고부터는 시름시름 해지고 항상 오던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대. 나름 돈을 써서 내부 인테리어를 싹 다 뜯어고쳤는데 최근에는 여기 일하던 직원이 뭔가 보인다며 난리를 부리더니 그렇게 그만둔 직원이 두 명정도. 이게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가게를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아줌마는 아주 처치 곤란이라고 했어.
이름없음 2020/11/19 14:11:37 ID : nyE4MpfbA5c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그만뒀다길래 나는 아줌마한테 직원들이 보통 뭘 봤냐고 물었어. 아줌마는 자긴 안 봐서 모르지만, 다들 여자 뒷모습이 보였다고 대답했어. 여기까지는 일을 도우면서 자주 봤던 상황인데 다른 것도 아니고 콕 집어서 뒷모습이라고 하는 게 조금 찝찝했어. 아줌마가 덧붙이는 말로는, 머리가 정말 길어서 깜깜했다고 해. 얼굴은 안 보여서 모르겠다고 하더라. 아줌마는 직접 보질 못해서 그 얘기는 관심이 없는지 최근에는 사람이 다치거나 멀쩡했던 창문 유리가 깨지는 일이 생겨서 재수 옴 붙은 걸까 봐 크게 걱정했어. 불나면 장사가 잘된다는 미신 같은 건 믿을 게 못 된다며 아줌마는 열불이 나는지 표정이 좋지 못했어. 나는 음료수 캔을 따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대충 감이 온 탓도 있고 정말로 재수가 옴 붙은 건지 확인하려면 가게를 둘러봐야 하니까. 가게는 전반적으로 눅눅하고 비릿한 냄새가 나긴 해도 특별히 거슬리는 건 없었어. 리모델링 했다면서 벽지에 곰팡이가 있는 게 이상하긴 해도. 또 신기할 정도로 시원하다는 느낌도 들었어. 그래서 처음 여기에 불이 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뭐지 싶었거든.
이름없음 2020/11/19 14:13:15 ID : nyE4MpfbA5c
마지막으로 한 바퀴를 돌다가 별 소득 없이 나오려는데, 벽면에 걸린 거울이 시야에 확 들어오더라. 나는 거울을 가리키며 저거 어디서 가져왔냐고 물었어. 아줌마는 저게 별거냐는 듯 전부터 있던 건데 멀쩡하길래 쓰고 있다고 했어. 근데 별로 안 멀쩡해 보였거든. 그러다 모서리를 봤는데, 거울 테두리 모서리에 구부러진 쇠못이 하나 박혀 있었어. 벽면에 고정하고 있는 건 윗면에 달린 끈이라서 저게 왜 박혀 있는지 이해가 안 가더라. 아줌마도 내 생각을 읽었는지 자기도 거슬리긴 한 데 그냥 쓰고 있는 거라고 했어.
이름없음 2020/11/19 14:16:11 ID : nyE4MpfbA5c
나는 이거 여기 있어봤자 좋을 거 없다고 벽면에서 거울을 떼어냈어. 아줌마가 잠시 당황하긴 했는데 가려졌던 벽면이 나오면서 놀라더라. 벽면의 일부분이 불에 탄 것처럼 검게 그을려있는 거야. 아줌마는 거울 달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곰팡이가 폈나보다 생각했지만 척 봐도 곰팡이 때문이 아니었거든. 난 아줌마한테 이 거울은 내가 가져가도 되냐고 물었어. 그리고 당분간은 여기에 거울이든 뭐든 안 두는 게 좋다고, 근데 꽃병 정도는 둬도 괜찮다고 말하고 거울을 옆에 끼고 가게를 나왔어. 문틈으로 조금 전에 봤던 여자 직원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딱히 말을 걸어오진 않고 계속 쳐다보더라.
이름없음 2020/11/19 14:26:25 ID : nyE4MpfbA5c
뒤따라 나온 아줌마가 나한테 흰 봉투를 줬어. 근데 나는 전문인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해 온 것도 아니라서 안 받았어. 나도 시켜서 온 거고 무엇보다 내가 이런다고 장사가 잘된다는 보장도 없고... 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대처를 했을 뿐이거든. 우리는 그걸 영감이라고 부르진 않는데 그렇게 부르자면 사실 난 우리 집안 중에서 가장 영감이 없는 편이거든? 보통은 희미하게 보일텐데 이번에는 꽤 자세히 보였어. 만질 수가 없으니 살아있는 건 아니고 이런 건 귀신밖에 없잖아. 거울이나 사진처럼 자길 투영할 수 있는 물체에 잘 보이는 수가 있는데 직원들은 이런 경우였던 것 같아. 원한이나 증오, 미련, 그리움 같은 사념이나 생전에 대한 집착이 크면 클수록 잘 보이는데 아무튼 나한테도 보이더라.
이름없음 2020/11/19 14:28:52 ID : nyE4MpfbA5c
말 그대로 시커먼 사람이 거울에 비쳐서 보였어. 그런데 다들 잘못 알고 있었는데, 일부로 그런 얘기까지 해줄 필요도 없고 들어봤자 괜히 기분만 나빠질 게 뻔해서 말 안 하고, 마침 근처에 공원이 있길래 조금 피곤해서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었어. 친구한테 온 카톡 대답 좀 해주다가 아무 생각 없이 멍때렸지. 그냥 나뭇잎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듣고 있는데 눈에 모래가 들어오더라고. 따가워서 막 빼내려고 비비는데 순간 옆에서 향수 냄새가 났어. 약간 담배 섞인?
이름없음 2020/11/19 14:31:10 ID : nyE4MpfbA5c
눈물 몇 방울 흘려서 먼지 빼내고 옆을 보는데 정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어. 옆에서 어색하게 인사하는 사람은 아까 가게에서 봤던 여자 직원이었어. 물어볼 게 있어서 따라왔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때 난 정말 당황해서.... "저 알아요?" "아니." "사장님이 저한테 할 말 있대요?" "아니." 근데 왜 아는 척이지? 아직 상황파악이 덜 된 상태에서 여자 직원이 대뜸 나한테 물었어.
이름없음 2020/11/19 14:32:21 ID : nyE4MpfbA5c
"너도 봤지." "네?" 내가 뭐라고 대답하든지 말든지 그 여자는 진지하게 혼자 말했어. "여태까지 내가 봤던 거 너도 봤잖아. 그렇지?" 그렇게 묻는데 주어를 말하지 않았지만, 뭘 말하는지 알겠더라고. 근데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내가 아무 대답 안 하니까 여자 혼자 얘길 시작했어.
이름없음 2020/11/19 14:34:23 ID : nyE4MpfbA5c
대화는 잘 기억이 안 나니까 패쓰하고. 그 여자 이름이 지연이래. 당연히 가명이긴 한데 여자가 얘기해주길 그 지연이란 여자는 가게 직원이었는데 화재로 죽었다고 하더라. 근데 말하는 것 자체가 힘든지 막 인상을 찌푸리는 게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어. 근데 별로 놀랍진 않아서... 불에 타서 사람 죽은 건 알고 있었는데, 아줌마는 숨기던 눈치라서 이렇게 직접 찾아와서 알려줄 거라곤 생각 못 했어. 그러면서 나보고 너는 이런 쪽에 잘 알 거 아니냐며 나한테 부탁하더라.
이름없음 2020/11/19 14:35:57 ID : nyE4MpfbA5c
본인이 말하기를, 자기는 사고가 일어나고부터 매일 지연이를 봤대. 그리고 처음에는 자기한테만 보여서 무서웠대. 지연이한텐 미안하지만 어쨌든 죽은 사람이 보이는 거니까 소름이 끼치더래.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고, 죽어서도 못 떠나고 여길 맴도는 지연이의 억울한 마음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지더래. 말은 안 했는데 둘이 꽤 친했나 보더라고. 그러면서 말했어. 지연이를 도와주고 싶다고. 괴로워 보여서 그게 너무 불쌍하니까 무섭지만 몇 번이나 말을 걸었대. 근데 그 지연이란 사람은 한 번도 자길 안 봐주더래. 심지어 어떤 말에도 대답해주지 않고. 그러면서 나한테 한탄하듯이 물었어. 지연이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길래 자꾸 눈에 나타나냐고.
이름없음 2020/11/19 14:38:37 ID : nyE4MpfbA5c
이것 말고도 나눈 대화가 있지만 사적인 내용이라 뺄게. 얘기 도중에 여자는 중간중간 불안해 보이더니 결국 울기까지 했어. 오랫동안 혼자서 참아왔다는 게 남인 나한테도 느껴졌어. 이제까진 별생각 없었는데 괜히 안쓰럽더라.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난 잠시 속으로 고민했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말해줘야겠다고 결심했어. 난 그 지연이란 사람은 계속 우리와 마주보고 있었다고 대답했어.
이름없음 2020/11/19 14:40:19 ID : nyE4MpfbA5c
서럽게 울던 여자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얼굴로 쳐다봤어. 그러면서 자기 말을 어디로 들은 거냐고 짜게 식은 눈으로 보더라. 사실 이런 거 일일이 말해줘봤자 나한테 득 되는 일 없다고 엄마나 아빠가 충고했는데... 그땐 나도 아직 어렸고 나만 알고 있는 게 뭔가 답답해서... 또 분위기 때문에 그냥 다 말하기로 했어. 홧김에 전부 말했어.
이름없음 2020/11/19 14:49:26 ID : VcHBbyK7Ai9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1/19 14:52:17 ID : nyE4MpfbA5c
사실 그거 뒷모습도 아니고 머리카락도 아니었거든. 거울 속 그 지연이란 사람은 처음부터 계속 우릴 쳐다보고 있었어. 그냥 그 여자 얼굴이랑 몸이 시커멓게 타버린 거야. 지연이란 사람과는 계속 눈이 마주쳤어. 난 이게 선명하게 보여서 가게 안에서 처음 거울이랑 마주쳤을 때 바로 절부터 들려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이 말을 해주니까 여자는 이제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 나도 굳이 말 안 했어. 여자는 이제 거울 쪽으로는 쳐다보지도 않더라. 당연하지. 난 정말 이 사실을 알려주기 싫었는데 원념의 덩어리는 가끔씩 이전에 사람이긴 할까 의심이 들 정도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 거울을 품에 안고 절까지 가던 길이 무서웠던 기억이 남아 있어.
이름없음 2020/11/19 16:32:49 ID : Za9zbzXBBtd
ㅂㄱ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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