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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정말 별별 얘기가 다 오가길래 나도 친가 쪽 일을 도왔던 경험담을 기억나는 대로 풀어본다. 어릴 때부터 도운 거라 시간대가 뒤죽박죽이지만 혼자 삭히기도 그렇고 혹시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여기다 적어볼게. 딱히 괴담은 아니고 그냥 이렇게 살아온 사람도 있네,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음.
이건 나 14살 때 있었던 일.
모처럼 토요일이었는데 난 점심만 먹고 삼촌이 보내준 문자에 적힌 장소로 찾아갔어. 집에서부터 꽤 멀리 있는 정류장에서 모르는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겨우 도착했어. 대로변을 지나서 골목길로 쑥 들어가니까 오래된 술집들이랑 무슨 용도인지 모를 가게들이 좌우로 나오더라. 난 키가 낮은 건물 사이에 있는 지하 계단으로 내려갔어.
썬팅된 유리문을 여니까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반사적으로 인사를 했는데 딱 봐도 중학생 밖에 안 된 애가 서 있으니까 뭐지 싶은 얼굴로 쳐다보더라.
"학생은 여기 오면 안 되는데."
그대로 돌려보내려고 하길래 여기 가게 주인한테 볼일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말했어. 여자는 계속 어이없다는 얼굴로 내 위아래를 훑었고. 그러다 카운터 안쪽에서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줌마가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왔어. 아줌마는 날 보더니 놀라는 기색도 없이 잘 찾아왔다고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하더라.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서 기본적인 인사를 건넸어. 그동안 아까 그 여자가 음료수 캔을 가져다주고. 아줌마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조금 뜸을 들이다가 내가 편하게 말씀하라고 하니까 하나씩 얘기해주셨어. 여기 가게 주인 사정은 대충 요약하자면 이래.
장사 시작한 지 이 년간은 꽤 손님이 있었는데 한 번 크게 불이 나고부터는 시름시름 해지고 항상 오던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대. 나름 돈을 써서 내부 인테리어를 싹 다 뜯어고쳤는데 최근에는 여기 일하던 직원이 뭔가 보인다며 난리를 부리더니 그렇게 그만둔 직원이 두 명정도. 이게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가게를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아줌마는 아주 처치 곤란이라고 했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그만뒀다길래 나는 아줌마한테 직원들이 보통 뭘 봤냐고 물었어. 아줌마는 자긴 안 봐서 모르지만, 다들 여자 뒷모습이 보였다고 대답했어. 여기까지는 일을 도우면서 자주 봤던 상황인데 다른 것도 아니고 콕 집어서 뒷모습이라고 하는 게 조금 찝찝했어. 아줌마가 덧붙이는 말로는, 머리가 정말 길어서 깜깜했다고 해. 얼굴은 안 보여서 모르겠다고 하더라. 아줌마는 직접 보질 못해서 그 얘기는 관심이 없는지 최근에는 사람이 다치거나 멀쩡했던 창문 유리가 깨지는 일이 생겨서 재수 옴 붙은 걸까 봐 크게 걱정했어.
불나면 장사가 잘된다는 미신 같은 건 믿을 게 못 된다며 아줌마는 열불이 나는지 표정이 좋지 못했어. 나는 음료수 캔을 따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대충 감이 온 탓도 있고 정말로 재수가 옴 붙은 건지 확인하려면 가게를 둘러봐야 하니까. 가게는 전반적으로 눅눅하고 비릿한 냄새가 나긴 해도 특별히 거슬리는 건 없었어. 리모델링 했다면서 벽지에 곰팡이가 있는 게 이상하긴 해도. 또 신기할 정도로 시원하다는 느낌도 들었어. 그래서 처음 여기에 불이 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뭐지 싶었거든.
마지막으로 한 바퀴를 돌다가 별 소득 없이 나오려는데, 벽면에 걸린 거울이 시야에 확 들어오더라. 나는 거울을 가리키며 저거 어디서 가져왔냐고 물었어. 아줌마는 저게 별거냐는 듯 전부터 있던 건데 멀쩡하길래 쓰고 있다고 했어. 근데 별로 안 멀쩡해 보였거든. 그러다 모서리를 봤는데, 거울 테두리 모서리에 구부러진 쇠못이 하나 박혀 있었어. 벽면에 고정하고 있는 건 윗면에 달린 끈이라서 저게 왜 박혀 있는지 이해가 안 가더라. 아줌마도 내 생각을 읽었는지 자기도 거슬리긴 한 데 그냥 쓰고 있는 거라고 했어.
나는 이거 여기 있어봤자 좋을 거 없다고 벽면에서 거울을 떼어냈어. 아줌마가 잠시 당황하긴 했는데 가려졌던 벽면이 나오면서 놀라더라. 벽면의 일부분이 불에 탄 것처럼 검게 그을려있는 거야. 아줌마는 거울 달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곰팡이가 폈나보다 생각했지만 척 봐도 곰팡이 때문이 아니었거든. 난 아줌마한테 이 거울은 내가 가져가도 되냐고 물었어. 그리고 당분간은 여기에 거울이든 뭐든 안 두는 게 좋다고, 근데 꽃병 정도는 둬도 괜찮다고 말하고 거울을 옆에 끼고 가게를 나왔어. 문틈으로 조금 전에 봤던 여자 직원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딱히 말을 걸어오진 않고 계속 쳐다보더라.
뒤따라 나온 아줌마가 나한테 흰 봉투를 줬어. 근데 나는 전문인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해 온 것도 아니라서 안 받았어. 나도 시켜서 온 거고 무엇보다 내가 이런다고 장사가 잘된다는 보장도 없고... 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대처를 했을 뿐이거든. 우리는 그걸 영감이라고 부르진 않는데 그렇게 부르자면 사실 난 우리 집안 중에서 가장 영감이 없는 편이거든? 보통은 희미하게 보일텐데 이번에는 꽤 자세히 보였어. 만질 수가 없으니 살아있는 건 아니고 이런 건 귀신밖에 없잖아. 거울이나 사진처럼 자길 투영할 수 있는 물체에 잘 보이는 수가 있는데 직원들은 이런 경우였던 것 같아. 원한이나 증오, 미련, 그리움 같은 사념이나 생전에 대한 집착이 크면 클수록 잘 보이는데 아무튼 나한테도 보이더라.
말 그대로 시커먼 사람이 거울에 비쳐서 보였어. 그런데 다들 잘못 알고 있었는데, 일부로 그런 얘기까지 해줄 필요도 없고 들어봤자 괜히 기분만 나빠질 게 뻔해서 말 안 하고, 마침 근처에 공원이 있길래 조금 피곤해서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었어. 친구한테 온 카톡 대답 좀 해주다가 아무 생각 없이 멍때렸지. 그냥 나뭇잎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듣고 있는데 눈에 모래가 들어오더라고. 따가워서 막 빼내려고 비비는데 순간 옆에서 향수 냄새가 났어. 약간 담배 섞인?
눈물 몇 방울 흘려서 먼지 빼내고 옆을 보는데 정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어. 옆에서 어색하게 인사하는 사람은 아까 가게에서 봤던 여자 직원이었어. 물어볼 게 있어서 따라왔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때 난 정말 당황해서....
"저 알아요?"
"아니."
"사장님이 저한테 할 말 있대요?"
"아니."
근데 왜 아는 척이지? 아직 상황파악이 덜 된 상태에서 여자 직원이 대뜸 나한테 물었어.
"너도 봤지."
"네?"
내가 뭐라고 대답하든지 말든지 그 여자는 진지하게 혼자 말했어.
"여태까지 내가 봤던 거 너도 봤잖아. 그렇지?"
그렇게 묻는데 주어를 말하지 않았지만, 뭘 말하는지 알겠더라고. 근데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내가 아무 대답 안 하니까 여자 혼자 얘길 시작했어.
대화는 잘 기억이 안 나니까 패쓰하고. 그 여자 이름이 지연이래. 당연히 가명이긴 한데 여자가 얘기해주길 그 지연이란 여자는 가게 직원이었는데 화재로 죽었다고 하더라. 근데 말하는 것 자체가 힘든지 막 인상을 찌푸리는 게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어. 근데 별로 놀랍진 않아서... 불에 타서 사람 죽은 건 알고 있었는데, 아줌마는 숨기던 눈치라서 이렇게 직접 찾아와서 알려줄 거라곤 생각 못 했어. 그러면서 나보고 너는 이런 쪽에 잘 알 거 아니냐며 나한테 부탁하더라.
본인이 말하기를, 자기는 사고가 일어나고부터 매일 지연이를 봤대. 그리고 처음에는 자기한테만 보여서 무서웠대. 지연이한텐 미안하지만 어쨌든 죽은 사람이 보이는 거니까 소름이 끼치더래.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고, 죽어서도 못 떠나고 여길 맴도는 지연이의 억울한 마음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지더래. 말은 안 했는데 둘이 꽤 친했나 보더라고. 그러면서 말했어. 지연이를 도와주고 싶다고. 괴로워 보여서 그게 너무 불쌍하니까 무섭지만 몇 번이나 말을 걸었대. 근데 그 지연이란 사람은 한 번도 자길 안 봐주더래. 심지어 어떤 말에도 대답해주지 않고. 그러면서 나한테 한탄하듯이 물었어. 지연이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길래 자꾸 눈에 나타나냐고.
이것 말고도 나눈 대화가 있지만 사적인 내용이라 뺄게. 얘기 도중에 여자는 중간중간 불안해 보이더니 결국 울기까지 했어. 오랫동안 혼자서 참아왔다는 게 남인 나한테도 느껴졌어. 이제까진 별생각 없었는데 괜히 안쓰럽더라.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난 잠시 속으로 고민했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말해줘야겠다고 결심했어. 난 그 지연이란 사람은 계속 우리와 마주보고 있었다고 대답했어.
서럽게 울던 여자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얼굴로 쳐다봤어. 그러면서 자기 말을 어디로 들은 거냐고 짜게 식은 눈으로 보더라. 사실 이런 거 일일이 말해줘봤자 나한테 득 되는 일 없다고 엄마나 아빠가 충고했는데... 그땐 나도 아직 어렸고 나만 알고 있는 게 뭔가 답답해서... 또 분위기 때문에 그냥 다 말하기로 했어. 홧김에 전부 말했어.
사실 그거 뒷모습도 아니고 머리카락도 아니었거든. 거울 속 그 지연이란 사람은 처음부터 계속 우릴 쳐다보고 있었어. 그냥 그 여자 얼굴이랑 몸이 시커멓게 타버린 거야. 지연이란 사람과는 계속 눈이 마주쳤어. 난 이게 선명하게 보여서 가게 안에서 처음 거울이랑 마주쳤을 때 바로 절부터 들려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이 말을 해주니까 여자는 이제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 나도 굳이 말 안 했어. 여자는 이제 거울 쪽으로는 쳐다보지도 않더라. 당연하지. 난 정말 이 사실을 알려주기 싫었는데 원념의 덩어리는 가끔씩 이전에 사람이긴 할까 의심이 들 정도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 거울을 품에 안고 절까지 가던 길이 무서웠던 기억이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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