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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나는 평소와 같이교복을 챙겨입고 아침을 간단히 토스트로 때우고나서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나 현관문을 밀고 거리로 나갔다 며칠전 편의점에서산 일회용 비닐우산을 펼치고 천천히 느린걸음으로 빗소리를 감상하며 지하철로 향했다
평소와 같이 지하철역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늘 보던 청소부 아저씨와 인사를 나눈뒤 지하철에 탑승했다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안에서 나는 귀에 이어폰을 꼽고는 가방을 꼭 끌어안은채로 창밖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창문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보며 이어폰을 꼈음에도 불구하고 빗소리가 들리는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고있을 무렵 지하철이 멈춰섰고 나는 이어폰을 주머니 한쪽에 쑤셔넣은채로 쏟아져내리는 사람들 틈에 섞여 학교로 향했다
정문앞에서 늘 보던 체육선생님께 인사를드린뒤 빠른걸음으로 반으로 향했다 반에 도착하자 나는 주머니에 넣어놨던 이어폰을 꺼내 다시 귀에꼽고 책생위로 엎어졌다 편안했다 마치 교실에 나를 제외한 모두가 사라진듯한 기분 그 기분을 만끽하고 있던 순간 나는 내 뒤통수로 날아온 무언가에 의해 충격을 받고 일어났다
뒤를 돌아보니 반의 일진들이 모여 내쪽으로 무언가를 집어던지며 실실웃고 있었다 이제와서 말하는거지만 난 왕따이다 그것도 심한 왕따 내가 무슨말을 하더라도 녀석들은 무시하기에 차라리 가만히 있는것이 나에게 이로울것이란걸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던 것일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진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곤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좀 해줄래?" 물론 녀석들은 들은채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날 보며 이렇게 말했다 "에이 뭘 그리 정색하고 그래? 장난이야 장난~"
장난이란 단어는 참 마법같다 나에게 한 짓이 장난이냐고 하는 상대에겐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걸까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한다 마치 이 순간 내가 반론하면 내가 속좁은 놈이 되는것 마냥 장난이란 말은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날 모든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때쯤 나는 내 우산이 찢어져 있는걸 발견했다 '분명 녀석들 짓이겠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나는 멈춰섰다 물론 우산을 빌릴친구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조금 생각한뒤 나는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가방안의 내용물들은 사물함에 넣어놓고 핸드폰과 이어폰은 옷 가장 안쪽에 넣어둔뒤 비를 맞으며 상쾌하다는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5분쯤 지나자 옷이 전부 젖어버렸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들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기분좋다는듯이 웃고있는 나를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무슨상관이겠는가 어차피 그 중 내편은 단 한명도 없을텐데 말이다
집에 도착했울때쯤에는 안이 다 비칠정도로 옷이 젖어버린탓에 몸이 으슬으슬했다 커피기계에 커피를 내려놓고 옷을벗고 욕조에 몸을 담궜다 따뜻한 기운이 몸의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왔다
그날 괴롭힘당한게 전부 씻겨내려가는것 마냥 행복했다 하지만 이내 집의 적막함이 나를 짓눌렀고 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계속해서 울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것 같았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우는것을 그만두고 마치 노파의 피부처럼 변해버린 내 손의 물기를 닦아내며 욕실에서 나갔다 아까 내려놓은 커피를 마시며 창문으로 비가 내리는걸 감상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비를 맞으며 놀고있는 아이가 보였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날 너무 비를 많이 맞았던 탓일까 아니면 갑자기 없던 정의감이라도 샘솟았던 것일까 나는 옷을 갈아입고 우산을 두개 든채로 아이가 보이던 쪽으로 향했다 아까까지 웃으며 놀고있던 아이는 쭈그리고 앉아 덜덜 떨고 있었다 창백해진 피부에선 김이 올라오고 시퍼래진 입술은 멈출줄 모르고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우산을 건내며 부모님은 어디에 계시냐고 물었고 아이는 부모님의 집 주소를 나에게 말해 주었다 당장 집으로 데려가는것이 맞았겠지만 아이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던지라 우선 나는 아이를 내 집으로 데리고 가서 물기를 닦아내고 우유를 따뜻하게 댑혀주었다
아이가 조금 진정됬을 무렵 나는 담요를 챙겨 아이와 함께 택시를 탔다 아이에겐 담요를 덮어주고 나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한 10분쯤 지나자 아이의 부모님이 있는 집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택시기사아저씨는 이 이상은 차가 못지나다니는 곳이라 못간다고 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택시비를 지불한뒤 길을 따라 산을 올랐다
처음엔 아이의 부모님은 아마 자연인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런 깊숙한 산속에 살리가 없지않은가 나는 얼마지나지 않아 꽤나 산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는걸 깨닳았다 울창하게 자라난 나무때문인지 빗소리가 울려 마치 북소리처럼 들리는것 같았다
아이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한 20분을 더 걸었을때쯤 나는 한쪽 손이 허전하다는것을 알게되었다 옆을 바라보니 좀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어딜 간걸까 나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주변을 빠르게 돌아다녔다 몇시간을 찾았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고 내 발은 돌과 나뭇가지 때문에 갈라지고 찢어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너덜너덜해진 발을 끌고 간신히 산에서 내려와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뒤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는 어딜간걸까 혹시 아직도 산에서 해매고 있는것은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며 죄책감때문에 밤을 새웠다 그리고 다음날 경찰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지만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내용은 나를 충격에 빠트렸다 애초에 그런 아이는 존재하지 않으며 산 위에는 버려진 폐가이외에는 어떠한 집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아이의 물기를 닦아준 수건과 아이가 먹다 남긴 우유가 담긴 머그컴은 아직꺼지 그대로 있었고 심지어 아이가 흘리고 간 장난감까지 탁자위에 그대로 올려져있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뭐지 정말 내가 잘못본건가 아니 그러면 저기있는 수건과 머그컵은 어떻게 설명하지? 정신병원이라도 가봐야하나? 그렇게 오만 생각이 다 들고 있을때쯤 누군가가 우리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딩동-
갑작스러운 벨소리에 나는 당황했다 분명 시간은 늦은 오후 우리집에 찾아올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에 가까이 다가가 문틈으로 밖을보자 문 너머에 왠 중년의 여자가 서있는 모습이 모였다 롱 코트를 걸치고 있던 그녀는 몹씨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우리집 현관문을 불태워버리겠다는 듯이 뚫어져라 처다보았다
나는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얼마지나지 않아 우리집 앞에 도착했고 cctv를 쥐잡듯이 뒤졌지만 결국 내가 보았던 여성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경찰은 내가 잘못본것일 수도 있으니 안심하라며 나를 다독여준뒤 다시 서로 돌아갔다
경찰이 돌아간뒤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는 잠이들었다 그동안 받은 정신적 피로가 긴장이 풀리며 한꺼번에 몰려온 모양이였다 내가 정신을 처리고 일어난건 다음날 오전 8시였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아직 채 잠이 깨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나는 편의점 알바를 하기 위해 또다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타면서 내가 느꼇던건 평소와는 다른 어색함 사람들로 북적여야할 지하철의 내부가 왜인지 몇명의 사람들을 빼고는 텅텅 비어있었다 평소와 다른 지하철 내부 탓이였을까 온몸에 소름이 돋는것이 느껴졌다 다른 승객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조요히 구석으로가 자리를 잡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발걸음이 들려왔다
또각- 또각- 또각-
신발로 전철 발바닥을 내딛는것이 아닌 구두로 나뭇바닥을 내딛는것 같은 소리가 지하철내로 울려퍼졌다 그 순간 희미하게 목자재의 냄새가 느껴졌다 그 괴리감은 나를 미치게 하는데 충분하였고 나는 점점 가까워 지는 발소리에 애써 태연한척 바닥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숨을 죽였다
이윽고 그 발소리의 주인공이 내 앞까지 도달했다 내 눈에는 그 사람의 발만이 보일 뿐이였다 20~30대라면 신을것 같지 않은 꽤나 고풍스러운 구두와 지팡이의 밑동이 눈에 들어왔다 지팡이를 짚은것으로 보아 아마 노인이였으리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찰나 그 사람은 나를 지나쳐 다음칸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드디어 역에 도착했다
나는 서둘러 그 장소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열린 문을 향해 빠른걸음으로 걸어가던중 그만 발이 꼬여 넘어지고 말았다 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나를 보았던 것일까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서둘라 일어나 무릎을 털어내고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다
역에서 10분정도 걸어서 도착하니 벌써 시계는 9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카운터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날 폐기처리해야됐던 식품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상품들을 진열했다 습기찬 바닥을 닦고있을 무렵 시침은 어느새 1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나는 핸드폰으로 인터넷 방송을 보며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손님한명이 비를 쫄딱맞은채로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이쁘장한 얼굴에 슬림한 몸매를 가진 결코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여성이였다
"저기...여기 혹시 우산 남아있나요?"
그 여자가 들어오기 직전 한 남자손님이 이미 마지막남은 비닐 우산을 가져갔던 터였지만 나는 비에 쫄딱맞은 여자가 걱정되어 여분의 우산을 하나 내주었다
"여기 이거 제가 쓰던건데 괜찮으시면 쓰세요 아 돌려주실 필요는 없구요"
여자는 내가 준 우산을 한사코 거절하였지만 결국 나의 고집을 꺽지 못하고 우산을 받아갔다 우산을 받아가면서 나에게 명함하나를 건내줬는데 나중에 우산은 꼭 돌려줄테니 연락하래나 뭐래나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사랑마음 치료원-
'사랑마음 치료원이라니...뭐하는데지? 처음들어보는데....'
사이비 느낌이 물씬풍기는 작명센스와 오랫동안 방치된듯 색바랜 명함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날 편의점 알바가 끝난뒤 나는 집으로 가 사랑마음 치료원이라는 장소에 대하여 조사해 보았다 과거에는 꽤 유명했던 곳이였는지 관련 기사를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기사를 클릭해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다
-사랑마음 치료원 설립 3주년-
고아나 학대아동의 심리치료를 위해
설립된 사랑마음 치료원이 올해로 3주년을 맞이했다
3주년을 기념하여 마을 시장인
이○○씨가 아이들을 위해치료원을 방문했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사랑의 말과 함께 소정의
선물과 약 2000만원 상당의 돈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사랑마음 치료원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인
사○○씨는 마을 시장인 이○○씨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앞으로 아이들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기사의 마지막에는 아이들과 시장이 같이찍은것으로 보이는 사진한장이 올려져 있었다 아이들을 행복해보였고 아이들의 건너편으로 보이는 건물또한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어보였다 사랑마움 치료원에 대한 여러 의심이 사그라 들어갔고 나는 우산을 준 여자에게 한번 연락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날은 너무 피곤했기에 나는 다음날 연락을 취해보기로 하고 침대에 누워 잠에 들었다 그날은 희한하게도 꾸을 꾸개 되었다 악몽은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길몽도 아닌 좀 이상한 꿈이였다 내가 사방이 새파란 방에 갇혀있는데 여기저기서 내가 평소에 즐겨듣던 노래소리가 흘러들어왔다 하지만 노래들은 어딘가 음이 뒤틀려있거나 박자가 맞지 않는부분들이 있었다 나는 그냥 꿈이라서 그러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침은 커피로 때울 생각을 하고 밖을 나가려 했지만...밖에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물론 어제보단 나아지기야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꽤나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기에 나는 하는수없이 보온병에 인스턴트 커피를 챙기고 우산을 챙겼다
어디로 가야 여자를 빨리 만날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다시 편의점으로 가기로 했다 지하철은 왠지 꺼름직했기에 나는 택시를 불러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앞까지 도착해 근처 카페에서 나는
그 여자한테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전화벨 소리가 울리다가 곧 전화기를 들어올릴때 나는 특유의 틱- 소리와 함께 한 남성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사랑마음 치료원입니다 무슨일로 전화하셨죠?"
상당히 귀찮다는듯한 말투였다 하긴...아침부터 전화받는게 여간 귀찮은게 아니지
"아 네 어제 어떤 여성분이 우산을 받아가려면 이 번호로 전화하라고 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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