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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습관이란 틀에 갇혀서 다가올 오븐의 열기를 망각하는 쿠키반죽과도 같다.Ⅰ
있잖아, 우리가 쿠키라면 좀 있다가 새까맣게 타버리겠다. 그러면 맛없어지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화면에서 깜빡이는 마우스커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대뜸 들려오는말에 고개를 들었다. 고작 졸업앨범에 넣을 문구를 정하는 것 뿐인데 쿠키반죽 어쩌고 하는 문장을 적은건 역시 유치한걸까.
"네가 그렇게 적어놨잖아. 아니야?"
"내가 언제 우리가 죽는다고 써놨어? 너 눈알 좀 잘 간수해야겠다."
윤은 도발하듯 깔깔웃었다. 그애 특유의 날카롭고 쇠된 웃음소리가 거슬렸다. 내가 틀린말을 한것도 아니잖아. 난 적어도 '좀 있다'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죽어야 한다면 새까맣게 타죽고 싶지도 않았다.
"그게 아니라. 어차피 우리는 타죽을 거잖아. 쿠키 반죽처럼."
윤은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또 깔깔웃어댔다. 결국 죽는다는 사실이 그애에겐 재밌는 대화소재인걸까? 지금까지 13년 이상을 바왔고, 앞으로도 일주일.. 가량을 더 봐야할 그애이지만, 나는 아직도 그애를 이해하지 못했다. 인생이란건 이런건가. 13년을 본 애도, 2년을 다닌 여고도, 18년을 살아온 내 졸업앨범 한마디도 이해못하는,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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