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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0 05:18:50 ID : qmFfRA1zQq0
A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언제, 어떻게 감겼는지도 모를 노릇이었지만 조금씩 돌아오는 의식을 부여잡으며 A는 몸을 일으켰다. 윽, 하는 낮은 신음소리가 텅빈 방안을 울렸다. 방안에는 A 자신이 누워있던 침대와 그 옆에 놓인 작은 의자. 그리고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책상. 병원이라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평범한 가정집 또한 아니었다. A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 주위를 두리번 거리자 자연스레 자신의 몸 상태 또한 시야에 들어왔다. 이곳저곳에 감긴 붕대나 반창고, 그리고 거울이 없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오른쪽 뺨에도 뭔가 붙어있는거 같았다. "일어나셨네요?" A가 자신의 상태를 살피던 중, 문이 열리며 하얀색 의사 가운을 입은 금발의 여성이 들어왔다. A는 그녀가 누군지, 혹은 여기가 어딘지도 묻지 않았다. 다만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볼뿐. "벌써 움직이시면 안되는데." 곤란하다는듯이 한숨을 내쉬는 그녀의 모습에도 A는 꿈쩍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묻지 않을게요. 괜찮아요?" 상냥한 여성의 말투에 A는 몸을 움찔, 하고 떨었다. "너..." "네?" "너 뭐야?" 그게 A의 입에서 나온 첫번째 질문이었다. 실제로 그녀가 뭐하는 사람인지, 누군지가 궁금하다는 어조는 아니었지만. "의사에요." "의사? 그럼 바쁠텐데 그런 사람이 이런데서 뭐하는거야?" A는 비아냥거리는듯한 말투로 말했다. "의사가 환자를 그냥 지나치면 안되죠." "난 환자가 아니야." "그쪽, 죽어가고 있었어요." "그야 죽으려고 했으니까." 눈 하나 깜짝 않고 덤덤히 말하는 A의 모습에 자신을 의사라 소개한 여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2019/04/10 05:24:27 ID : qmFfRA1zQq0
"네 뭐 그건 알겠더군요." 여성이 시선을 A의 왼쪽 손목으로 옮기며 말했다. 상처 주위에는 붕대가 감겨있었지만 그 너머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뻔한 일이었다. "이건 자살하려고 그은게 아니지만 말이야." A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야 그게 아니더라도 어차피 죽었을 테니까요." 여성은 책상위에 있던 클립보드를 집어들었다. 반듯하게 끼워져 있는 몇장의 종이를 넘기며 여성은 써져있는 글씨를 읽어내렸다. "영양실조, 만성피로, 타박상만 13군데, 왼쪽 종아리에 1도 화상, 손가락 골절, 거기에 리스트컷 까지... 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거에요?" "신경꺼." 질책하는듯한 의사의 말에 A는 그녀를 험악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2019/04/10 05:33:59 ID : qmFfRA1zQq0
"그쪽, 성인도 아니죠?" 의사가 A의 얼굴을 위아래로 쳐다보며 물었다. "성인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떤데?" "미성년자면 부모님을 불러야죠." 의사를 놀리는듯, 장난끼 가득했던 A의 표정이 "부모님"이라는 단어 한마디에 무섭게 굳었다. A는 전에 없던 험악한 표정으로 여성을 노려보았다. "난 그딴거 없어." "뭐라고요?" "부모님 그딴거 없다고. 애초에 제대로 된 부모가 있었으면 내가 길거리에서 그 모양 그 꼴로 죽어가고 있었겠어?" A의 말에 여성은 푹-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A를 이렇게 방치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길바닥 생활을 한거죠?" 여성은 A를 처음 만났던 당시를 떠올리며 물었다. 어두운 골목길, 사람들이 모두 기피하는 장소중 한곳인 그곳에서 A는 죽어나가고 있었다. 그 근처에 사는 길고양이를 챙겨주기 위해 여성이 다가가지 않았더라면 A는 이미 숨이 끊겼으리라. "흠 글쎄. 2년 정도일까. 응? 아 그러고보니... 네가 그때 그 사람이구나." A는 의사의 얼굴을 찬찬히 보더니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시의 A는 의식은 있었다. 바로 당장이라도 죽을것 같은 사람이 여성의 도움은 또 어찌나 격렬하게 거절을 하던지. 병원도 싫다, 경찰도 싫다, 하며 실랑이를 벌이던 와중 쓰러진 A를 그녀가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었다. "그보다, 여긴 어디야? 병원은 아닌거 같은데." "제 집이에요." "재미없게 사는군." 네 뭐-하고 짧게 대답한 의사는 머리가 아파왔다. 고등학생쯤 되어보이는 애가 길거리에서만 2년을 생활했다니. 거기다 또 저 말투는 뭐란 말인가. 버릇없음은 물론이고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이 쓸만한 말투는 아니었다. 말투에 성별이나 나이를 긋자는건 아니었지만 고등학생 여성과 성인 남성이 쓰는 말투는 대개 달랐다. 일반적으론 그랬다. 현재 의사 앞에 있는 A는, 아니, 이 고등학생의 소녀는 마치 인생에 찌들대로 찌든 40 중후반의 남성과 같은 어투를 구사하고 있었다. 대체 뭘 하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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