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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4/14 22:48:03 ID : k2q7unzO09B
그대는 기억하오? 나는 그대를 처음본 순간을 잊을수가 없소. 그대의 마지막 순간도 잊지 못해 이렇게 글로 남긴다오. 나는 심장이 달려있다는것도 잊고 살았소. 내 주위의 사람들이 봄을 온몸으로 느낄때, 난 겨울을 뼛속까지 갖고 있었소. 그래, 때는 겨울이였으니 말이오. 지독히도 많은 눈이 내려 사람들은 한양에 내린 폭설에 대해 떠들고 있을때 세자저하의 부름을 받아 삭막한 궁에 들려 입구에서 본 스쳐가는 붉은 스란치마를 아직도 기억한다오. 궁안의 연못은 얼어있었건만 아스라히 실려오는 날카로운 겨울 바람의 연꽃내음은 그대의 것이였소. 겨울연꽃. 소복소복 내리는 눈의 꽃. 흔들흔들 붉은 스란치마. 당신은 치마뿐만 아니라 내 심장까지 흔들고 멀어졌소. 나는 처음 느끼는 박동에 세자저하에게 두서없이 이 일을 설명했고 저하는 웃으며 그대를 자주 마주칠것이라 했어. 나는 그 후로 항상 그 시간에, 궁 입구 근처의 다리에서 언 연못을 보며 그대를 떠올렸다오. 기다리던 그대는 보이지않고 하루가 그렇게 흘러, 나날은 어느덧 사흘이 지났었소. 닷새째 되던날, 다리에 멈춰서서 여느날처럼 그대를 기다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오늘도 안올것같은 느낌에 순식간에 다리를 건넜소. 스물다섯걸음이나 되는 다리가 왜 그리 짧게 느껴지던지 나는 건너는 그 순간까지도 그대를 기다리고있었나보오. 머리는 그대가 오늘도 오지 않을거라 했지만 우매한 이 내 맘은 그대를 기다리고 싶었던것일지도 모르지.
이름없음 2019/04/14 23:00:09 ID : k2q7unzO09B
기분이 좋지 않았소. 그대를 보지 못해 실망했을뿐 아니라 그대를 자주 마주칠것이라 했던 세자저하의 말씀이 날 놀리기 위한 장난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오. 그렇게 다리를 건너, 후원을 지나, 작은 쪽문으로 들어가 세자의 본궁에 가선, 뾰루퉁하게 있었더랬소. "이민, 오늘따라 기분이 안좋아보이오." "그래보입니까? " "혹 어디 아픈건 아니오?" "...." "허어, 그리 노려보지 마시오. 나는 그대의 마음이 아플까, 함께 속상해하고 있는 중이오."하며 호탕하게 웃던 세자의 용안은 친우로써 한대 쳐버리고 싶었소. 세자는 내가 왜 기분이 좋지 않은지를 알고도, 그대가 왜 오지 않는지, 자주 본다 해놓곤, 닷새째 코빼기도 안비치는지 연유를 말하지 않았기때문이오. "이보게, 내가 자네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소." "세자저하, 이번에도 상자를 열면 튀어나오는 비단뱀 같은것이면 다신 저를 볼 생각이랑 마십시오." "그대가 좋아할만한 것이오. 그대의 반려를 찾아왔소." "하아, 무슨 반려말씀이십니까. 저는 아직 생각 없습니다." "들어오게."내말은 듣는둥, 마는둥, 세자는 그렇게 누군가를 불렀고 나는 그게 누구이든 거절할것이라며 손에 있는 작은 찻잔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지.
이름없음 2019/04/14 23:13:18 ID : k2q7unzO09B
문이 열리고, 검은 비단에 하얀 연꽃 자수가 새겨진 신을 신은 그대를 보았소. 오늘은 붉은 치마가 아니라 살구빛 치마였소. "아.." 그대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몸을 급히 일으키려니 용수철같이 앞으로 튕겨지며 손 안에 있던 찻잔이 듣기싫은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렀소. 그대는 허둥지둥하는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소릴낯춰 쿡쿡 웃었더랬지. 밑으로 휘어지는 눈이 그리도 사랑스러웠소. "이민, 내가 말하지 않았소? 그대가 좋아할것이라고." 세자 특유의 장난기 어린 미소로 마치 칭찬해주라는듯 말하는 세자가 그렇게 고마울수 없었소. 그때 그대의 눈이 어딜 향하고 있었는진 아직도 모르겠소. "세자의 친우, 국경근처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막 내려온 이민 이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소녀, 하연이라 하옵니다." "이 낭자로 말할거같으면 내 친히 알아본 그대의 배필이 아니겠는가, 이민. 전에 본 그녀가 이 낭자가 맞겠지?" "..맞습니다.세자저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그때 행복감에 겨워 그대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니 그때 그대는 세자를 바라보고 있었던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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