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겨울 (7)
2.주접 떠는 법이나 말투 알려주라! (12)
3.옷걸이 요정(完) (169)
4.소설 적는데 첫데이트를 너무 못 적겠네 (14)
5.Cherish (1)
6.판타지 (4)
7.시 (5)
8.그냥 끄적이고 길게 쓸거면 쓰고 한번 글을 써보자 (4)
9.어감 좋은 표현... (2)
10.걍 삘 받아서 쓴 글 봐볼래 ? (1)
11.심심할 때 들어와 (24)
12.텍본러 좀 저주해줘. (3)
13.친구: 야 나 사진동아리 들어간다 (5)
14.자신감 높이기 프로젝트 (9)
15.하루에 하나씩 글 적는 스레 (2)
16.단문 연습! (20)
17.묘사 연습 스레. (104)
18.소설판은 처음이라 질문이 있어! (3)
19.막장컨셉 짬뽕집 (7)
20.붉은 달의 전설: 이야기의 시작은 말이야. (1)
눈을 감지 않아도 너는 여전하다. 너를 알지 못한 나는 더이상 내가 아니고, 네가 없는 세상은 태어나기 이전의 어딘가로 변한지 오래다.
그러다 문득 너를 알고 사랑하는 과정이 삶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를 안 것은 내 자아의 자각이었고,
너를 향한 사랑을 인지한 것은 목을 죄어오는 고통이었고,
너를 향한 사랑을 인지한 것은 숨가쁜 탄생이었으며,
너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된 것은 곧 성장이었다.
그리고 지금 너로 인해 우는 것은 지독한 사춘기의 시작이다.
모든 감정이 우울로 향하며 모든 시간은 새벽에 머무르는, 어스름에 잠긴 물 속으로의 진입.
모두 네가 죽었기 때문이다.
죽음을 향한 사랑은 이토록이나 생생하다. 죽음에 매인 너 역시 그렇다.
아, 사랑해. 널 사랑하고 있어.
이제 죽어갈 일만 남았는데, 널 통해 보는 세상이 죽도록 아름다워.
내 창문을 톡톡 두드리던 빗방울. 나는 더 깊이 가라앉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고 말았지. 그러니까 이미 침잠하고도 반짝이던 너를 보고 말았다는 거야.
그 순간 나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
너, 왜 나에게 밀려와?
나는 가만있었는데 왜 나를 흔들어?
너, 왜 나를 아프게 해?
나는 단지 사랑에 빠졌을 뿐인데.
너, 지나치게 사랑스러운 너.
나를 사랑에 잠겨 죽어가게 하는 너.
나는 감정적인 완벽주의자. 당신의 한마디에 뿌리채 흔들리는 버러지. 누구의 시선이라도 상처받는 휴지조각.
그리 하잘것없는 것들이 바로 나.
어디로 갔나, 내 마음 어디로 갔나.
그리움 그리움만 담아 꼭꼭 접은 내 그 마음 어디로 갔나.
비행기가 되어 하늘 아래 부유하는가, 돛단배가 되어 강물 위를 흘러가는가.
닳고 닳은 내 그 마음, 지금 그 어디서 젖고 추락하는가.
아, 사랑해. 네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아. 내 삶에 네가 있어 다행이야. 내 의미는 곧 네가 되니까.
너는 나를 모르고 나는 너를 몰랐지만, 우리는 분명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어. 결이 모두 달라도 나무는 나무고 우울은 우울이니까.
사랑은 지속될 때만 단어 그대로의 의미를 갖는다. 영원히 이어지리라 믿는 그 순간에만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한다. 첫사랑은 풋사랑. 익기도 전에 떨어질 풋과일. 몇 년만 지나 돌아보면 허무할 정도로 작았던 첫 설렘. 그러니까, 곧 사라질 봄바람에 든 착각 정도의 감정이라고.
그래서 나는 적는다. 분명 바람은 사람을 설레게 하지만, 바람에 실려 온 설렘은 바람이 지나가도 사라지지 않는다. 바람이 들고 온 것들은 소중한 만큼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 바람이 불어 당신이 좋아졌다. 봄바람인지 겨울바람인지 내 세상을 휘저은 바람에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 적을 말은 너무나도 유명한 그 문장 뿐이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아니, 이제는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당신이 좋다.
이제는 바람이 불지 않아도 당신이 좋다.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할 때, 그러나 그 사람을 이미 잃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 한 사람이 곧 자신의 세상이며 어쩌면 세상보다도 소중하다고 말하기 마련이다. 내가 그랬다. 너 하나 잃었다고 세상이 무너졌다 주장했다.
높다란 산은 더 높아지고 멀고 먼 달은 더 멀어진다. 단단한 차돌이 세월에 부서지고 비옥한 평야가 열기에 말라붙는다. 그러니 영원한 것은 찾을 수 없는 셈이다. 바다마저 육지로 기어오른다.
사체를 감추고 얼어붙은 빙하가 태양빛에 무너지는 모습을 알지 못하는가? 자신의 신 앞에 사랑의 굳건함을 맹세한 연인들의 파국을 보지 못했는가?
영원은 말이다, 그런 건 없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꿈에서라도 그대 모습 볼 수 있게 나타나 주세요. 우리 꿈에서라도 만나요. 나 그대가 그리워 말라 말라 말라가는 한낮에 황혼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그대 모습으로 버티고 버티고 버틸 테니까요. 나에게 그대를 보여주세요. 우리 꿈에서라도 만나요. 여러 근심도 걱정도 규칙도 잊어버리고, 그대와 나 내 꿈에서 만나요.
결코 널 거짓이라 부정한 적 없어 널 없다 부정한 적 없다 장담해 근데 착각마, 나 있는 널 사랑한다 한 적조차 없는 걸
비가 내릴 듯 내리지 않는다. 구름이 하늘을 가렸는데 빗방울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나무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발밑에서 뒹굴던 개미가 물었다.
뙤약볕이 사그라들고 땅은 굳건한데 왜 한숨을 쉬나요?
불지 않는 바람에 날카로운 이파리를 흔든 나무가 대답했다.
애가 타서 쉰다. 볕도 비도 필요한데 둘 다 오지 않는구나.
비가 오면 굴이 무너져요.
나는 더 생생해질 테니 상관없다.
나무의 발가락을 툭 친 개미가 그의 발등으로 기어올랐다.
그렇겠죠. 생각해보니 목이 말라요.
그래서 이러니?
어머니가 굶고 계세요. 곧 짜증을 내실 거예요.
너는 그의 자식이구나. 내게도 자식들이 있단다.
개미의 걸음이 멈췄다. 그는 그렇게 서있다 다시 나무를 밟고 흙을 밀어냈다. 흐리멍덩한 하늘에 눈을 찡그린 개미가 나무에게 물었다.
그럼 저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저 멀리로 가렴. 너는 발이 있으니 빨리 걸어라.
길이 보이지 않아요.
나무는 눈을 끔뻑였다. 열기를 품은 바람이 그를 흔들었다. 나무가 말했다.
땅이 굳건하잖니. 그 위든 아래든 네가 걷는 곳이 길이란다.
하지만 믿을 수 없어요. 제 눈에 보이는 건 하늘이 전부예요.
개미는 나무 둥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늙어버린 나무는 꾸벅꾸벅 개미에게 기대다 문득 물었다.
하늘에 길이 보이니?
네, 하늘에는 항상 길이 있어요.
너는 눈이 많지?
어머니만큼 많죠.
됐구나. 네 많은 눈동자로 하늘을 보며 걸어가렴. 땅은 하늘과 다를 게 없단다.
여전히 흐리멍덩한 하늘을 힐끗 바라본 개미가 고개를 땅으로 내렸다. 개미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늘을 걸어갈 수는 없어요.
하늘 아래를 걸어가렴.
땅이 바짝 말랐어요.
하늘이 푹 젖었지 않니.
태양이 보이지 않아요.
구름을 보렴.
구름은 하늘이 아니에요.
하늘을 적시는 게 구름이란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나무는 픽 웃다 일어섰다. 긴 팔을 쭉 뻗은 나무가 말했다.
물을 따라가서 바람을 만나라.
물은 하늘에만 있어요. 비가 내린다면 어머니가 죽을 거예요.
개미의 목소리는 두려움에 차 있었다. 나무가 가만히 그를 토닥이며 그를 재촉했다.
깊지도 얕지도 않은 곳이니 죽지 않을 거란다. 물이 쏟아지기 전에 걸음을 옮기렴.
...전 무서워요.
그 말을 끝으로 개미는 다시 땅을 파냈다. 자신의 발가락을 개미가 밟고 지나가는 것을 느낀 나무는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늘이 우중충했다.
3일 후 비가 내렸다. 비는 굴 깊은 곳에서 개미를 쓸어냈다. 꼴깍꼴깍 물을 삼킨 나무가 다리를 쭉 뻗었다. 하늘이 해사해 볕이 따가웠다.
너를 그저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 신의 뜻이나 운명 같은 말들은 기적처럼 아름다운 일들에만 써줬으면 좋겠다. 너의 우울함만 주목받는 게 싫다. 쾌활하게 장난치는 너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이 역겹다.
나에게도 그런 시선이 돌아올까 두렵다. 겁을 너무 많이 먹었다. 그래서 너를 알기 전까지 무서웠다. 무서웠다. 시선 뿐인데도 중력보다 산소보다 강력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고 싶었다. 아니면 죽고 싶었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까지 느끼고 싶다. 그런 경이로운 일은 오지 않는데 다만 다만 두려운 것들만 몰려온다. 무섭다. 무섭지 않다. 그런 건 익숙하다. 나는 무엇이든 금방 잊고 마니까, 끔찍한 일도 금세 잊고 마니까 견딜 수 있다. 있었다. 더는 견딜 수 없었다. 더는 더는 더는 이제는 견딜 수 없다. 죽고 싶다. 두렵다. 그런데 네가 너무 반짝였다. 사랑하는 것조차 두렵지 않도록 네가 찬란했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보다 더 경이로웠다. 아, 그래. 이런 게 운명이지. 신이 있다면 이런 게 그의 뜻이지. 누군가를 앗아가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살려내는 게 신의 일이지.
마치 네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꼭 그것처럼.
현타를 맞는다는 건 오직 어감과 쓰임새만이 가벼운 말이다. 감정에 휩쓸리다 의문이 든 적이 한두번이었다면 내게도 가벼운 말이었을 것이다. 정신없이 사랑에 허우적대다, 슬픔에 넋을 놓고 흐느끼다가, 눈을 뒤집고 악을 쓰며 발을 구르다가, 그러다가 내 행동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된다.
왜? 내가 왜? 저 사람이 나에게 무슨 의미라고? 가족이면 친구면 뭐 어떻다고? 내가 이렇게까지 반응할 의미가 저 사람에게 있나?
그뿐이면 그뿐이었겠지. 아무 상관없었겠지. 내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가 여기지 않는가에 신경쓸 사람이 없으니 나도 그도 신경 쓰지 않았겠지.
소중해. 당신이 너무 소중해. 내 의미는 곧 당신이고, 난 마치 당신을 만나기 위해 태어난 것만 같아. 내 모든 생각이 결국 당신으로 귀결되는 것만으로도 증명은 충분하잖아.
그런데 자꾸만 당신이 가치없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당신 생각에 하루를 흘려보내는 게 더없이 어색해졌어.
그런데도 결국 당신이 소중해. 아니, 소중하지 않아. 사랑해. 애증도 애정인데 애증도 없어. 당신이 내 의미야. 당신 같은 거 없어도 괜찮더라. 긴긴 밤을 꼬박 당신 생각에 지새워. 눈감기는 하루가 아까워. 사랑해. 사랑하지 않아. 사랑하지 않아.
사랑해.
그뿐이라도, 오직 그뿐이라도 좋아요. 아니, 그것조차 없어도 좋아요. 그뿐이에요. 난 그저 그대를 사랑할 뿐이에요. 날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요. 돌려주지 않아도 좋아요. 그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대도 난 그저 그대가 좋아요.
그러니 제발 사라지지 말아주세요. 나에게 그대를 보여주세요. 날 피하지 말아요. 나를 경멸하고 증오하고 걷어차고 무시해도 좋으니, 제발 나에게서 그대를 앗아가지 말아줘요.
그대를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그대를 향한 내 사랑을 사랑할 뿐이에요. 그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을게요. 그대의 눈에 내 모습이 비치지 않게 할게요. 좋아해요. 그러니 제발 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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