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8/06 04:11:57 ID : xRvhdV89AnW 10
드디어 말할 곳이 생겨서 마음이 편하다 아직도 사람들은 꿈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분명히 가 봤거든 들어 줄 사람 있어? 안 믿어도 좋아 딱히 무섭지는 않아 그냥 내가 겪은 일이 너무 신기했어
602 이름없음 2021/01/15 05:15:26 ID : xRvhdV89AnW 0
그날은 괜히 서러워서 한참 울다가 잠들었던 것 같아 원망할 사람이 없는 걸 알고 있었지 난 끝방 나으리와의 약속을 어겼고 거기서 어르신마저 없었더라면 정말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르니까 제대로 하는 건 없는 주제에 나약하기만 해서 짐이 되는 것 같던 일이 익숙하지 않았어 그때까진 심장도 아직 뻐근하게 뛰고 있던 모양이야 하여간에 그날은 정말 늦은 시간까지 숨을 죽여 가면서 운 것 같아
603 이름없음 2021/01/15 05:18:44 ID : xRvhdV89AnW 0
아침에 일어나니까 좀 민망할 정도로 눈가가 새빨갛게 부어 있었는데 아침에 붓기를 뺀다고 뺐지만 도저히 운 걸 감출 수가 없는 노릇이었지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가긴 가는데 모를 리가 있을까 역시 내 눈을 알아봤는지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결국은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웃는 거야 그 남자가 누군 새벽 내내 심란해서 죽고 싶었는데 참 나
604 이름없음 2021/01/15 05:32:57 ID : xRvhdV89AnW 0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하는데 괜히 민망해서 거울만 쳐다보다가 눈이 많이 부었냐고 물어봤는데 그 남자는 어제 내내 훌쩍이고 있으니 안 부을 턱이 있냐면서 계속 깔깔거렸어 내가 전에 썼었나? 시중들 사이에선 이 끝방 나으리 평판이 무척 괴팍함 정도로 일치했다는 거
605 이름없음 2021/01/15 05:37:18 ID : xRvhdV89AnW 0
이러니까 괴팍하다는 소리를 듣는 거라고 목끝까지 말이 차올랐지만 여전히 그 남자는 좀 무서워서 내가 할 수 있는 소심한 복수라고는 일부러 걸음을 느릿느릿 걷는 것밖에 없었어 내일부터 바빠질 거라는 말이 허풍은 아니었는지 아침 일찍부터 그 남자는 처소 밖을 나갈 채비를 했거든 나는 그 남자의 전담 시중이니 당연히 채비를 도와야 했지만 남자의 채비보다 내 채비가 훨씬 오래 걸렸었지 일부러 느릿느릿 걸었어 좀 괘씸했기도 하고 나름 소심한 복수였거든
606 이름없음 2021/01/15 05:39:34 ID : bfVbDtfO1dz 0
ㅂㄱㅇㅇ
607 이름없음 2021/01/15 05:43:16 ID : xRvhdV89AnW 0
근데 이 남자가 내 다리가 여전히 안 나았다고 생각했는지 조금씩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어 자꾸 힐끔거리다 결국은 어제 접지른 발목이 다 낫지 않은 거냐고 물어봤지 표정이 꽤 심각해 보여서 왜 그런가 했는데 자기가 쓴 능력이 들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 더 장난을 치면 정말로 들 것에 들려서 이동될 것 같은 예감에 다시 걸음걸이를 원래대로 되돌리니까 그제야 내가 자기를 놀린 걸 알고 웃더라고 잘 웃는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608 이름없음 2021/01/15 06:04:02 ID : xRvhdV89AnW 0
그 주 내내 끝방 나으리는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어 시중을 딱 하나만 두고 다니는 끝방 귀빈을 달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니와 어르신과의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여튼 잦은 접촉으로 입방아에 오르게 된 내가 붙어 다니니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만 점점 늘고 있었지 남자는 주로 다른 건물에 있는 누군가를 찾아가거나 거리를 걷거나 하는 등의 잡일을 하루 종일 처리하고 다녔지 바깥 바람을 쐰 덕에 몸은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기운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았어 다행이었지
609 이름없음 2021/01/15 06:13:54 ID : xRvhdV89AnW 0
근데 이걸 한 나흘째 돌아다니니까 너무 지치더라고 걸음은 또 지나치게 빨라서 조금만 넋을 놓으면 잃어버릴 것 같았기도 하고 하여간에 뻘뻘거리면서 쫓아가는 게 일이었지 여기저기 할 일이 되게 많으셨네요? 다른 귀빈 나으리들은 처소에만 계시던데~ 하고 열심히 쫓아가면서 말을 걸었는데 사내는 이것저것 악세사리와 꽃들이 걸려 있던 노점상 간판대 앞에서 멈춰 서더니 이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대답했어 그래서 귀찮다는 뜻이군 하고 정곡을 찌르니까 또 할 말이 없었지
610 이름없음 2021/01/15 06:23:09 ID : xRvhdV89AnW 0
그 남자의 앞에선 유독 거짓말이 잘 통하지 않았어 워낙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다 드러나는 체질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남자의 빤한 표정 앞에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았지 남자는 주렁주렁 걸려 있는 귀걸이 중 괜찮은 걸 골라다 이것저것 살피면서 내 귀에 대 보는 시늉을 했지 기분이 조금 이상했어 나는 침착한 척 어디 선물하시게요? 하고 물어봤지
611 이름없음 2021/01/15 06:25:32 ID : xRvhdV89AnW 0
남자는 썩 기분이 좋아 보인다는 얼굴로 말했어 내 주위에 계집이라고는 너 하나인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하고 되물었지 그 말을 들으니까 정말 기분이 이상했지 그 세계로 이동하기 전에도 나는 사람에 굶주려 있었고 오로지 인파와 행렬만을 따르며 시끄러운 곳을 찾아 헤매다 여기까지 와 버린 나한테 늘 사람이란 건 또 감정이란 건 벅찰 정도로 커다란 거였어 그런데 그 세계에서 거의 처음 받아 보는 기분 좋은 호의에 괜히 마음을 내어 주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 뭘 한참 몰랐을 때였지만 말이야
612 이름없음 2021/01/15 06:28:14 ID : xRvhdV89AnW 0
- 네가 있던 세계로 다시 돌아갈 때 필요한 것이다. 원하는 게 있다면 골라 보거라. 그리고 그 알량한 마음은 그 말을 듣고 확 곤두박질을 치는 기분이었어 거기서 평생 늙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까지 해 본 건 아니지만 나는 그 세계에서 마담이 나를 궁으로 이끌었을 때 기뻤어 오로지 내가 사는 세계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지 그런데 그 말을 들으니 잊고 지내던 현실 감각이 다시 돌아오는 기분이었어 그리고 잠시나마 이유를 궁금해했던 간질거리는 감정들을 심장에서 죄다 도려내고 싶었지 조금 부끄러운 동시에 끝방 나으리가 아주 조금은 원망스러웠어
613 이름없음 2021/01/15 06:36:45 ID : 82r88i8kttg 0
사람이 사람에게 익숙해지는 일이 얼마나 부질이 없는지조차 씁쓸하지만 깨달은 기분이었어 밤부터 억눌러 왔던 감정들이 다시 터져 나올까 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입술만 잘근거렸지 내 표정이 좋지 못한 걸 보고 남자는 쥐고 있던 귀걸이를 도로 내려놓고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다면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어 가는 길에는 서로 한 마디도 안 했던 것 같네
614 이름없음 2021/01/15 06:59:09 ID : Vf9fWo2FfSM 0
보고있어! 레주도 밤낮이 바뀐건가,, 항상 새벽 늦게까지 달아주네 아침이 돼야 잠드는 나한테는 너무 고마운 선물이야,,☺️
615 이름없음 2021/01/15 09:34:42 ID : a5U0oIHDwIG 0
보고있어! 스레주 현실 세계로 돌려보내주려고 노력해주는 끝방 나으리 오늘도 최고다ㅠ
616 이름없음 2021/01/15 11:34:07 ID : NzhxQnDy4Y9 0
레주 그래도 요즘엔 정신과약 안먹지?
617 이름없음 2021/01/16 06:00:32 ID : xRvhdV89AnW 0
요즘도 수면제는 가끔 먹긴 먹는데 다른 약은 안 먹어 많이 좋아졌어
618 이름없음 2021/01/16 17:02:00 ID : AkoHDumrffa 0
계속 읽고있는데 뭔가 짱구 극장판 중에 혹부리 마왕의 전설 분위기라서 너무 좋다..!! 스레주야 썰 풀어줘서 넘 고마오..
619 이름없음 2021/01/16 18:43:46 ID : zcFilwliruk 0
진짜 너무 잘 보고 있어서 고마울 정도야... 최고.... ㅠㅠ
620 이름없음 2021/01/16 20:07:20 ID : bg41u2smMi8 0
레주!! 진짜 스레딕 거의 처음하는 사람인데 제목에 이끌려 들어와 내용을 읽었는데 진짜 재밌고 글 정말 잘 쓰는거 같아 안좋은 일도 있어서 쓰기 힘들었을텐데 이렇게 써줘서 고마워! 그리고 이건 그냥 하는 말인데 나중에 썰을 다 풀거나 시간 남았을 때 그냥 간단히 어르신이랑 어떻게 생겼는지 대충 그려줄수있을까?? 꼭 그려줄 필요는 없어!!
621 이름없음 2021/01/17 20:15:03 ID : g3Vak2q5arc 0
헐.... 나 스레딕 어제 왔는데 이 글 너무 재미있게 읽고있어ㅠㅜㅠ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 이 얘기 풀어줘서 너무 고마워!! 진짜 잘보고있어
622 이름없음 2021/01/18 06:59:31 ID : NBBtctAja06 0
안녕 나 스레주야 부끄럽지만 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다른 사람한테 맡기기도 좀 부끄럽지만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한테라도 맡겨 올게 좋아해 줘서 고마워
623 이름없음 2021/01/18 07:05:04 ID : xRvhdV89AnW 0
처소로 돌아가자마자 남자는 나한테 여기서 계속 살 작정이냐? 하고 물었어 화가 나 있던 것도 같고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았지 내가 미쳤다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 했겠어 그렇게 떠나고 싶었는데 그렇게 사라지고 싶었는데 뭐든 다 아는 것 같던 끝방 나으리가 고작 이 사실 하나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조금 우스웠어
624 이름없음 2021/01/18 07:08:26 ID : qmLe2KZh85T 0
ㅂㄱㅇㅇ!
625 이름없음 2021/01/18 07:27:55 ID : xRvhdV89AnW 0
여긴 죽은 곳이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 있다는 것 그리고 이곳의 주인이 내가 아는 그 어르신이고 그놈은 분명히 너를 죽여서라도 여기 남겨 둘 거라고 여기선 시체 냄새가 나지만 너한테는 산 사람의 냄새가 난다고 그러니 넌 돌아가야 한다고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였어 어르신이 왜 나를 죽여서라도 여기 남겨 둘지는 잘 몰랐지만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지
626 이름없음 2021/01/18 07:35:16 ID : xRvhdV89AnW 0
- 나으리는요? 나으리도 죽어 있는 몸인가요? - 죽을 수 없지만 살 수도 없는 몸이지. 그 망할 새끼가 있는 한 나는 계속 죽고 또 살아. 수수께끼 같은 말들의 반복이었어 남자는 신보다는 조금 가깝고 사람이라기엔 말이 안 됐지 이 성에 머무르는 귀빈 모두가 그랬을 거고... 남자는 나를 살려야만 한댔어 아이러니한 일이었지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살아 보고 싶었던 적은 거기에서의 시간이 유일했는데도
627 이름없음 2021/01/18 07:37:29 ID : xRvhdV89AnW 0
좀 화가 났을지도 몰라 그래서 내가 어쩌다 여기에 오게 된 건지 왜 여길 떠나고 싶지 않은지 한 마디도 쉬지 않고 악을 지르듯이 말했어 아무것도 모르신다면서 화도 냈고 태도는 불경했지만 남자는 나를 나무랄 생각이 없어 보였지 조금 슬픈 표정이었어 정신없이 말하느라 거의 고해성사에 가까웠던 그 대화에서 뚜렷하게 기억이 나는 건 내가 그 남자에게 “저는 제가 어쩌다 태어났는지도 원망스러운 사람이에요”하고 소리를 쳤을 때밖에 없어
628 이름없음 2021/01/18 07:46:04 ID : xRvhdV89AnW 0
그 말을 들은 남자가 정말 처음 보는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서 있었어 그 표정을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네 정말 슬픈 표정으로 서 있었어 상처받았다는 얼굴이었지 정말 그 표현이 딱이었어 보는 사람의 기분이 더 이상해지는 미묘한 표정이었어 자기가 더 상처받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삶이 너에겐 고작 고통이었겠구나 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 말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대개 저런 흐름이었어 내가 그 말을 듣고 남자한테 아주 큰 실수를 했다는 걸 알아차려 버렸거든
629 이름없음 2021/01/18 07:47:09 ID : mK2HzSLe2K5 0
헐 뭐야 레주랑 동접이야?? 레주 좋은아침!
630 이름없음 2021/01/18 08:04:03 ID : xRvhdV89AnW 0
좋은 아침!
631 이름없음 2021/01/18 08:05:55 ID : xRvhdV89AnW 0
뭐라고 해야 하긴 할 것 같은데 도무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어 우물쭈물 할 말을 생각하는 사이에 남자는 마른세수를 하면서 나를 그냥 지나쳐 버렸고 내가 나도 모르게 남자를 붙잡았을 때 남자는 정말 상처받았다는 표정으로 말했지 이제 그만 가도 좋아 어디든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렴 짐은 사람을 불러다 옮겨 주마 하고 말이 배려지 그냥 쫓겨난 거였어
632 이름없음 2021/01/18 08:08:40 ID : xRvhdV89AnW 0
정말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남자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내 짐은 언제 부른 건지도 모를 시중들이 다시 중앙 숙소(남자의 방에 배치받기 전 다같이 생활하던 기숙사 개념의 숙소)로 옮겨졌지만 나는 닫혀 버린 끝방 문 앞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어 저녁 시간이 지나고 날이 저물고 소둥학 시간이 되어서야 나를 찾으러 온 사수들에 의해 중앙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지 처음 배정받았던 2인 숙소와는 달리 모르는 사람만 셋이나 있던 숙소로 배정받았었는데 나는 우선 계속 같은 자리에 서 있어서 온몸이 뻐근했고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피로가 장난 아니었어 몸은 정말 만신창이였지만 무엇보다도 서러운 마음이 더 컸어
633 이름없음 2021/01/18 08:20:19 ID : xRvhdV89AnW 0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오지 않았어 밤에 끌어안고 잠들던 흰 개가 없어서 그랬나 다같이 잠드는 숙소가 불편해서였나 죽어도 잠이 오질 않았지 밖에선 발소리도 들리지 않고 고요했어 숨소리만 들려 왔고 눈꺼풀이 감기는 와중에도 그 방에 혼자 있을 남자가 생각났어 사람 신경 쓰이게 왜 그런 표정을 지으세요 속상한 건 난데 얘기를 듣고만 있던 나으리가 왜 더 상처받은 표정을 지으세요 물어보고 싶은 게 한가득이었어
634 이름없음 2021/01/18 08:27:08 ID : xRvhdV89AnW 0
그날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그렇기도 했고 밤이라 쌀쌀했던 복도에서 계속 서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점점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어 잠은 오지 않은데 열이 올라서 몸이 으실으실 추워지는 감각은 확실했지 몸살 기운이 오듯이 몸이 뜨거워지는데 너무 서러워서 숨을 죽이고 또 한참 우는데 이래저래 몸 상태가 메롱이었던 주제에 눈물도 빼니까 금방 어지러워져서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어 버렸어 이상하잖아 죽은 사람들의 세계에 질병은 존재한다니 모든 게 그냥 다 원망스러웠어
635 이름없음 2021/01/18 08:32:30 ID : 5albeK1zQlg 0
보고 이써
636 이름없음 2021/01/18 11:17:25 ID : xRvhdV89AnW 0
다음 날 예상대로 몸이 너무 무거워서 앓아 누웠어 약 먹을 때면 모를까 열일곱 땐 이렇게 아파 본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거기선 자주 앓았어 아침에 옷을 갈아입는 사수들이 나를 둘러싸고 얘 너 또 앓아 누웠니? 이래서야 제대로 써먹을 수도 없네 하고 미운 소리를 하는 걸 들었는데 이땐 앓느라 대충 이런 뉘앙스인 것만 기억나 그러다 그중에 머리를 짧게 자른 사람 하나가 얘 향수병이라도 온 거 아냐? 얘 정신 차려 너 무덤도 없이 죽어서 그러니? 하고 계속 물어봤었어 그때는 이해가 안 가서 그냥 듣고만 있었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들을 끼워 맞춰 보면 몸이 죽고 영혼만 남은 세계니까 영혼이 건드려지는 것 그러니까 심적인 영향이 남은 몸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어
637 이름없음 2021/01/18 11:20:51 ID : xRvhdV89AnW 0
그 얘기를 듣다 잠들었는데 다들 일을 나갈 시간이었는지 아무도 없었어 계속 뒤척이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는데 두 번째로 깼을 때는 품이 따뜻했어 꼭 끝방에서 자던 때처럼 몸이 따뜻해서 그때 좀 더 자고 몸을 일으켰을 때까지도 방엔 나밖에 없었지 그때 밖에서 맨발로 복도를 뛰어 다니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이 얼어붙어 있었어
638 이름없음 2021/01/18 11:21:51 ID : xRvhdV89AnW 0
아직도 그 여자가 귀빈을 향해 뛰어 오던 소리가 선명했어 그 일은 거기서 나온 뒤에도 나를 종종 괴롭혔고 그때는 몸까지 안 좋아서 신경이 죄다 그 소리로 쏠리는 느낌이었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어 그 발소리가
639 이름없음 2021/01/18 11:24:55 ID : xRvhdV89AnW 0
아 정말 가슴이 불안하게 뛰었어 심장 뛰는 소리가 귓가에서 이명처럼 울렸고 어지러움과 두통이 더해져서 정말 그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몰라 몸까지 안 좋은데 최근에 혼자 있어 본 적이 그 남자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빼고는 없었고 그마저도 동물들이랑 같이 있었으니까 자각하지 못했는데 혼자서 정적일 감당하는 건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더라고
640 이름없음 2021/01/18 11:26:32 ID : xRvhdV89AnW 0
본능적인 거부감이라는 말이 딱 맞았어 몸이 오한이라도 든 것처럼 계속 떨려서 이불을 끌어안고 있었는데 손까지 떨려서 자꾸 이불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어 식은땀이 너무 흘러서 그 발소리가 가까워졌을 즈음엔 나도 모르게 계속 울고 있었지 공포스러운 것도 공포스러운 거였는데 몸까지 무거워진 것처럼 축 가라앉으니까 힘이 들어가질 않았어 그렇게 무력한 경험은 또 없었을 거야
641 이름없음 2021/01/18 11:29:06 ID : xRvhdV89AnW 0
그게 내가 누워 있던 숙소 앞을 자꾸만 뛰어다니는데 발소리가 멀어질 만하면 다시 들리고 멀어질 만하면 다시 들리고 신경은 자꾸 날카롭게 곤두서 있어서 뭔가를 쥐고 던지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 이대로 죽으면 아무 곳도 가지 못하고 사라져 버릴 테지 여기서 그 아기 시체처럼 그냥 그 여자 입에서 꿈틀거리면서 녹아 버리겠지 그런 마음이었어 그때 본 아기 무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구역질까지 치밀었어 그러다 정확히 문 바로 앞에서 그 소리가 뚝 멈췄을 땐 눈까지 감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그때처럼 숨을 확 참았지
642 이름없음 2021/01/18 11:32:45 ID : xRvhdV89AnW 0
한 발자국씩 가까이 오는데 그 소리가 가깝게 들렸어 땅에서 나는 소리 근데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걸 확인할 겨를도 없었어 숨을 참는데도 손은 덜덜 떨리고 오감이 예민해져서 그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어 그게 천천히 내 앞까지 천천히 다가오는데 킥킥거리면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서 더 공포스러웠지 그러다 소리가 한참 안 들렸는데 멀어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걸 보면 그게 내 앞에 멈춰 있구나를 깨달았어
643 이름없음 2021/01/18 11:34:20 ID : nQspbyJU1Cm 0
ㅂㄱㅇㅇ
644 이름없음 2021/01/18 11:35:06 ID : xRvhdV89AnW 0
아 정말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는데 어째 좋은 기억이 없더라고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어 몸은 가라앉아서 도망칠 생각도 안 들고 그냥 공포스러웠지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무력하고 최악인 상태로 죽는구나 싶어서 눈물만 뚝뚝 흐르는데 내 어깨에 뭔가 닿는 느낌에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어 악! 하고 비명을 지르는데 그뒤에도 아무 일이 없어서 눈을 조심조심 떠 보니까 눈앞에 웬 어린 남자애가 있었어
645 이름없음 2021/01/18 11:59:26 ID : xRvhdV89AnW 0
그 어린 애를 보자마자 힘이 쭉 풀려서 숨을 계속 몰아 쉬면서 천장이랑 방을 확인했는데 아무도 없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그 남자애만 보이더라고 그제야 안심이 됐지 근데 얘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머리는 새하얗게 물들어 있고 눈은 동그랗고 눈매가 유순하니 큼지막해서 남자앤데도 예쁘장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 그런 애가 놀라지도 않고 나를 쳐다보니까 분위기가 섬뜩한 게 이질적이었지 눈동자가 새까만 색이었는데도 새하얀 머리카락 때문인지 분위기가 똑 닮아 있었어 여기서 뭘 하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그 남자애가 앳된 목소리로 물어봤어 왜 울어? 하고
646 이름없음 2021/01/18 12:00:58 ID : uoMo4ZeIFcl 0
헐헐헐ㅠ 보고있어!!!
647 이름없음 2021/01/18 12:05:14 ID : xRvhdV89AnW 0
나도 참 이상해 본 적도 없는 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는데 거짓말이 안 나오는 거야 그냥 적당히 둘러대면 되는데 그게 안 돼서 나는 누가 뛰어 다니는 소리를 들으면 좀 놀란다고 말하니까 걔가 한참 고민하다가 그럼 이제 조용조용히 걸을게~ 하고 웃는데 무서웠던 마음은 다 사라지고 걔가 그냥 귀여웠어 진짜 귀엽게 생겼었거든 내가 애들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데 뽀얗고 말랑말랑하게 생긴 애가 웃으니까 좀 안심이 됐어 귀하게 큰 티가 여기저기서 나는 애였는데 일하는 아이라고 보기엔 너무 어려서 그냥 이 성에 묵고 있는 애구나 싶었지
648 이름없음 2021/01/18 12:05:56 ID : HDAjjusqqp9 0
ㅂㄱㅇㅇ! 동접이넹
649 이름없음 2021/01/18 12:11:31 ID : xRvhdV89AnW 0
- 여긴 어쩌다 들어왔어? - 심심해서 나왔다가 누가 있는 것 같아서 들어왔어. - 돌봐 주는 사람은 없고? 혼자 돌아다니기엔 너무 넓을 텐데.... - 그런 건 원래 없었어. - 같이 온 사람은 있니? - 많아. 할멈들도 있고, 할아범들도 있고, 아저씨들도 있고, 아줌마들도 있고, 형들이랑 누나들도 있고, 짜증 나는 계집애도 있고. 근데 지금은 없어. 내가 있으니까. - 그렇구나. 그래도 혼자 다니기엔 너무 위험해. 길을 잃어버릴 수 있어. - 걱정하지 마. 난 태어나기도 전부터 여기 살았거든. 대충 이런 뉘앙스였고 이것저것 더 질문을 한 것 같은데 부분부분 잊어버린 질문들도 있었지만 중요한 대화는 이쯤이었어 태어나기 전에 여기 살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냥 그 나이대 애들이 하는 표현이겠거니 여가 꽤 오래 전부터 살았겠거니 이해했지 같이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좀 이해가 안 됐어 귀빈들은 혼자 머무는 손님들이었고 다른 식구들을 데리고 들어온 사람들이 이 궁에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거든 그렇다고 궁 밖에서 들어왔다기엔 여길 너무 제 집처럼 여기길래 그냥 시중들을 그렇게 부르는구나 싶었어
650 이름없음 2021/01/18 12:19:18 ID : xRvhdV89AnW 0
이 애와의 대화는 말로 풀기엔 너무 많고 세세한 건 그냥 느낌상 이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을 살려서 대화체로 적는 거니까 양해 부탁해 정확하진 않고 부분부분 빠진 내용도 있지만 뉘앙스라도 살려서 써 볼게 정확하지 않은 건 미안해 꽤 많은 얘기를 나눴거든 걔는 내 잠자리 옆에 털썩 앉아서 이것저것 궁금해했는데 매번 끔찍한 것들이나 어른들만 보다가 아이를 보니까 좀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아무튼 안심을 했다고 해야 하나
651 이름없음 2021/01/18 12:22:35 ID : xRvhdV89AnW 0
- 너 어디 아파? - 몸이 좀 안 좋아. 감기 같아. 여긴 옮을 걱정은 없으려나? 그래도 좀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거야. 열이 많이 나거든. - 어차피 난 안 아프니까 괜찮아. - 튼튼하네. 부럽다. - 너도 안 아프게 해 줄까? 내가 낫게 해 줄게. - 어떻게? - 내 신부 하면 안 아프게 해 주지. 그 얘기를 되게 진지하게 하면서 내 이마에 고 작은 손을 갖다대는데 정말 너무 귀여웠어 악의가 없는 무해한 느낌의 어린애를 여기서 만나니까 정말 정이 많이 가더라고 진짜 귀여웠어 신부라는 단어는 어디서 배워 온 건지 귀여워서 머리를 자꾸 쓰다듬으니까 막 투정을 부렸는데 그것도 애 같아서 귀여웠어... 그냥 얘랑 만날 땐 힐링만 왕창 하고 온 것 같네
652 이름없음 2021/01/18 12:25:58 ID : uoMo4ZeIFcl 0
보고잇어!
653 이름없음 2021/01/18 12:29:12 ID : xRvhdV89AnW 0
- 네가 아픈 건 나 때문일지도 몰라. - 왜? - 내가 널 되돌려 놓고 멈춰 버렸잖아. 다시 흐르게 해 줄까? - 그게 무슨 뜻이야? - 내 신부 하면 다시 흐르게 해 주지. 아프지도 않을 거야. 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만 한가득... 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나중에 너 어른 되면 해 줄게~ 하고 얼버무리는데 걔가 내 손 위에 자기 손바닥을 얹고 한참 만지작거리면서 난 안 커. 계속 어린 애일 거야. 하고 말하는 모습에서 왠지 조금 가슴이 먹먹해졌어 죽은 사람의 시간은 멈춰 있는 거고 얘도 여기에 꽤 오래 머무는 동안 그걸 알아 버렸구나 싶어서
654 이름없음 2021/01/18 12:32:19 ID : bg41u2smMi8 0
보고있어!!
655 이름없음 2021/01/18 12:34:24 ID : xRvhdV89AnW 0
- 너 때문에 아픈 게 아니야. - 그럼? - 어제 누굴 좀 기다리느라 밖에 오래 있어서 그래. 그 사람한테 잘못한 게 있어서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벌을 받고 있나 봐. - 너한테 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내가 그놈 죽여 줄까? - 그런 말 하면 안 돼. - 그럼 나 때문에 아픈 거 진짜 아니야? - 응, 너 때문에 아픈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 그리고 누굴 죽인다는 표현도 쓰면 안 돼. 못된 말이야. 걔가 그냥 고개를 끄덕거리는데 그 순하고 예쁘장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면서 내가 그놈 죽여 줄까? 하는 얼굴이 너무 익숙하고 덤덤해서 그럴 일이야 없을 거고 없어야겠지만 좀 흠칫했어 애가 좀 자유분방하게 컸구나 넘기면 되는데 그 빤한 표정을 보면 안 믿기지만 진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도 됐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기 때문에 아픈 게 아니라는 답을 들은 요 남자애 얼굴이 좀 기분이 나빠 보였어
656 이름없음 2021/01/18 12:44:39 ID : xRvhdV89AnW 0
- 넌 이름이 뭐야? 난 유채야. 다들 유채라고 불러. - 네가 유채라는 건 이미 알고 있어. - 그래? 어떻게 알아? - 봤으니까 알지. 걔가 기분이 나쁠까 봐 대화 주제를 돌렸는데 걔는 내 이름을 듣자마자 막 생글생글 웃더라 그게 또 귀여워서 나도 드물게 밝은 텐션으로 얘기를 했던 것 같아 여기서의 병은 마음에서 온다는 소리가 맞긴 맞았는지 잠깐이지만 몸도 좀 가벼워진 것 같았고
657 이름없음 2021/01/18 12:47:01 ID : xRvhdV89AnW 0
나를 어떻게 봤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렇게 어린 애를 만났더라면 기억을 했을 테니까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넘겼어 왜 그런 거 있잖아 애들은 다 안다고 대답할 때가 있는 것처럼 그냥 그런 거겠거니 넘겼어 - 넌 이름이 뭐야? - 난 시간이야. - 그게 이름이야? - 난 시간이라 이름이 필요가 없다니까.
658 이름없음 2021/01/18 12:47:19 ID : uoMo4ZeIFcl 0
ㅂㄱㅇㅇ! 나 왤케 약간 그남자애랑 어르신이랑 겹쳐보이냐...
659 이름없음 2021/01/18 12:50:07 ID : bg41u2smMi8 0
나도 ㅂㄱㅇㅇ! 사실 나도 그 생각 했어
660 이름없음 2021/01/18 13:01:59 ID : u5TTQre0ljy 0
ㅂㄱㅇㅇ! 시간... 의미심장하다...!!
661 이름없음 2021/01/18 13:04:27 ID : xRvhdV89AnW 0
그뒤로도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이건 잘 기억이 안 나 내가 기억하는 대화는 정보뿐이거든 내가 새롭게 알았다 싶은 내용이나 뒤늦게 알게 되어서 아 이때 그게 그런 얘기였구나~ 하는 것들 그리고 뭔가를 유추할 수 있는 실마리였던 것만 단편적으로 기억이 남아 있는 상태고 기록들도 짧게 응축해 놓은 거라 중간중간에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 수도 있어 아무튼 걔랑은 이런저런 많은 얘기들을 했던 것 같아 걔가 내 옆에서 일방적으로 떠든 내용들이 훨씬 많지만 아마도 날씨 얘기 같은 사소한 얘기를 했겠지
662 이름없음 2021/01/18 13:13:56 ID : xRvhdV89AnW 0
그러다 또 몸이 으실으실 추워져서 이불을 끌어안는데 걔가 날 보더니 또 물었지 추워? 하고 눈을 깜빡거리다 내가 춥다고 대답하니까 누우라고 이불을 팡팡 치면서 재촉했어 어쩌다 보니 걔 간호까지 받게 됐는데 걔가 뭔가에 대해 떠드는 걸 듣다가 졸게 된 거라 무슨 내용을 말했는지는 기억에 없고 그냥 누군가랑 같이 있는 게 꽤 좋은 일이구나를 깨달았어 그러다 걔가 일어나서 내 귀에다 대고 소근소근 뭔가를 말해 줬지 - 나 이제 가 봐야 돼. 시간이 다 됐어. 있잖아, 나 나중에 또 와도 돼? - 응, 또 와도 돼. - 나는 눈동자가 까만색이야. 잊어버리면 안 돼. - 안 잊어버릴게. 잘 가. 또 와.
663 이름없음 2021/01/18 13:18:04 ID : xRvhdV89AnW 0
그리고 그뒤에 무슨 얘기를 더 한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이때 너무 졸려서 그 얘기를 못 들었어 정확히 말하면 잠결에 듣긴 들었는데 기억이 안 났지 내 대답을 듣지 않고 간 걸 보면 대답이 필요하지 않았던 얘기 같기도 했고 연회가 어쩌구 한 것 같았는데 기억이 전혀 안 났지 문 닫히는 소리를 듣고 갔나 보다 싶어서 그냥 계속 자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걔가 나가자마자 속이 확 꼬이는 느낌이 들면서 몸이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어 열이 펄펄 끓어서 다시 깼을 땐 이러다 장기 익는 거 아냐? 하고 우스갯소리로 중얼거렸는데 안 익어. 하고 누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어
664 이름없음 2021/01/18 13:33:35 ID : xRvhdV89AnW 0
이제 헛것을 듣나 싶었는데 팔에 익숙하고 따뜻한 털뭉치가 닿는 느낌이 들었어 눈을 떠 보니까 중앙 숙소랑은 다른 낯선 천장이고 옆에는 털동물들이 내 몸에 딱 붙어서 자기 몸을 말듯이 웅크리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또 눈물이 왈칵 터질 것 같았어 고개를 돌리니까 깔아 둔 이부자리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끝방 나으리가 보였지 여기 어디예요? 하고 물어봤는데 그 남자가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혀를 쯧 차더니 눈을 손바닥으로 덮듯이 가리고 자라고 하자마자 신기하게도 또 졸음이 쏟아졌어
665 이름없음 2021/01/18 13:39:56 ID : xRvhdV89AnW 0
깼을 땐 또 똑같은 방 날은 저물었고 흰 개랑 토끼들이랑 머리맡에 누워 있는 호랑이만 있고 책을 읽던 남자는 없었어 내 숙소는 아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거기가 남자가 머무는 방인 걸 알게 됐지 시중들의 숙소랑은 다르게 으리으리할 정도로 넓고 화려한데 놓인 건 별로 없는 게 딱 그 남자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지 좀 어지러운 상태에서 일어나서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그 남자가 죽그릇을 들고 들어오다 나랑 마주쳤지 얌전히 죽을 먹는 내내 남자는 말이 없었어 그냥 나를 오래 관찰하다가 고개를 돌리고 또 오래 관찰하고 그게 몇 번 반복됐었지
666 이름없음 2021/01/18 13:43:29 ID : o3Qtta9ze1A 0
헐 뭐야 누구야 ,,
667 이름없음 2021/01/18 13:53:05 ID : xRvhdV89AnW 0
호칭 때문에 정독에 혼선을 줬구나 나으리라는 존칭이 입에 안 붙어서 끝방 남자 / 남자 / 나으리 / 끝방 나으리 < 요렇게 표기하는 건 그 까만 머리의 내가 모시던 그 사람이야 아무튼 그 남자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서 가시 방석에 앉은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이 방에 데려온 걸 보면 마음이 좀 풀렸겠거니 싶어서 기분은 좋았어 근데 죽을 비우자마자 이제 네 숙소로 돌아가 보라는 말이 너무 예상치도 못한 반응이라 진짜 네? 하고 물어본 것 같아
668 이름없음 2021/01/18 14:00:17 ID : o3Qtta9ze1A 0
헉 스레주 미안 ㅠㅠ 내가 쓸 땐 새로고침이 안되있어서 663이 마지막 스레였거든 잘 읽고있어 글써줘서 고마워 \(//∇//)\
669 이름없음 2021/01/18 14:03:56 ID : xRvhdV89AnW 0
마음이 좀 조급해져서 어제는 죄송해요 근데 진짜 집으로 돌아가기는 싫어요 여기서 나으리랑 있는 게 편하고요 앞으로 어디 데려간다고 불평 안 할게요 그냥 저 여기 있으면 안 돼요? 하고 와다다 말하는데 그 남자가 너무 단호하게 아직은 안 된다고 말했어 이상하게 그 남자 앞에서는 감정 조절이 너무 어려워지는 기분이었지 이게 내가 속상해할 일도 아닌데 눈물이 핑 돌 것 같아서 말을 멈추고 눈물부터 가라앉히는데 그 나으리는 그걸 어떻게 읽었는지 화나서 그런 게 아니다. 그냥 나한테 시간이 좀 필요한 거겠지. 그러니 마음껏 경험하다 오렴. 때가 되면 꼭 부르마. 하고 나름 자상하게 말해 줬는데 어떻게 그것까지 서러울 수 있는지 결국 흰 개를 잔뜩 쓰다듬다가 나왔어 그 남자의 처소에 있던 순간들이 너무 길어서 익숙해진 탓인지 발길이 잘 안 떨어졌지만
670 이름없음 2021/01/18 14:09:27 ID : DuoMpdSLbxA 0
이야기 얼마나남았어..? 끝나면 너무 여운남고 아쉬울것같다 ㅠㅠ
671 이름없음 2021/01/18 14:14:21 ID : xRvhdV89AnW 0
아직 꽤 남았어! 좀 더뎌지긴 하갰지만 세세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 하는 애들이 많은 것 같아서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고 또 들춰 보면서 적고 있어 중요 사건들만 기재해 놓으면 나도 아쉬울 것 같고 재밌어해 주는 애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천천히 적어 보려고!
672 이름없음 2021/01/18 14:16:20 ID : DuoMpdSLbxA 0
답변 고마워!! 너무 재밌게 보고있어
673 이름없음 2021/01/18 15:15:36 ID : xRvhdV89AnW 0
그렇게 숙소로 다시 돌아갔는데 그 방에서 같이 지낼 사수 두 명과 모르는 애 한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원래 4인 숙소에는 사수 두 명과 보조 두 명이 팀을 짜서 자는데 그 보조 한 명도 나보다는 일을 더 오래 배웠으니 그냥 셋 다 내 사수인 셈이었지 이름이 너무 많이 나오면 읽기 불편할까 봐 뭐라고 부를지 고민하다가 그냥 일이삼이라고 부르기로 했는데 너무 성의가 없는 이름인가? 거기서 부르던 이름은 가물가물한데 아마 목련 장마 연우(안개비) 이런 이름이었어 시종들 이름은 자연물이나 색 같은 추상적인 이름들이 대부분이었지 시종들 이름을 그렇게 붙여 주는 게 거기 관례였나 봐 나는 유채였고 단이는 단풍이라는 이름에서 따 온 거랬으니까 지금 말로 따지면 닉네임이었지
674 이름없음 2021/01/18 15:33:26 ID : xRvhdV89AnW 0
1은 목련 거기서 제일 일을 빨리 배우기 시작한 사람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어 마리가 긴 장발에 호쾌한 인상이었고 성격도 시원시원했는데 좀 다혈질 기질이었지 성격이 좋은 편이었고 2는 장마 단발에 유순하지만 다가가기 힘든 인상이었어 일머리가 가장 좋고 손이 빨라서 어디 있든 누굴 가르쳐 주는 역이었지 향수병 얘기를 꺼낸 것도 2였어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 그치만 공과 사 구분이 확실했고 쿨한 성격이라 화내거나 심하게 다툴 성격은 아니었고 3은 연우 3도 장발이었는데 정말 예쁘게 생겼고 늘 말이 없었어 항상 뭔가 지루하고 무심해 보여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지 전혀 다른 성격끼리 한 방이 될 수 있나 좀 신기했어 일이삼 사수들이랑은 어쩌다 보니 꽤 자주 붙어 있게 됐고
675 이름없음 2021/01/18 15:38:54 ID : xRvhdV89AnW 0
방에 들어가니까 사수들이 모여 있었고 정식으로 내 소개를 했어 유채라고 부르면 되고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형식적인 인사였겠지 내일부터 같이 일할 사람들이니까 얼굴을 익혀 두면 좋겠다 싶었는데 일이삼 사수들도 자기를 어떻게 부르면 되는지랑 하는 일을 알려 줬어 사수들과 내가 하게 될 일은 성 밖에서 들어오는 물자들을 검토하는 일이었는데 보통 그런 건 숙소를 궁 밖으로 주거나 시종들한테 시키는 일이 아니었지만 연회가 부쩍 늘어나면서 그 직책도 내궁 소속으로 바뀌었다고 했나 아무튼 좀 이례적인 일이랬어 검토만 하면 되니까 할 일은 없고 가끔 주변 거리에서 누군가 허가받지 못한 것들을 팔고 있을 때 단속하는 게 그나마 제일 고된 일이라고 했지
676 이름없음 2021/01/18 15:46:29 ID : xRvhdV89AnW 0
내일부터 궁 밖을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나아졌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이것저것 보고 오라는 말이 이런 뜻인가 싶기도 했고 하여튼 소개가 다 마무리되던 시점에 1이랑 2 둘이 좀 머뭇거리면서 눈치를 보다 방금까지 끝방에 있다가 온 거지? 하고 물어봤는데 나는 그 둘이 그 얘기를 왜 그렇게 꺼리는지 몰랐었어
677 이름없음 2021/01/18 15:56:40 ID : xRvhdV89AnW 0
되게 이상하다는 눈으로 그 끝방 귀빈은 잘 대해 주시니? 주인님(어르신을 다들 주인님이라고 불렀어)이랑 독대해 봤다는 게 진짜야? 그 끝방 나으리 방에서 이상한 걸 봤다며? 다들 네가 미쳤다고 하던데? 주인님이랑은 알던 사이야? 그 끝방 나으리는 널 왜 다시 돌려보내셨다니? < 대충 이런 뉘앙스의 질문들이었어 남자는 나한테 잘 대해 줬고 어르신이랑 독대도 해 봤고 끝방엔 이상한 게 들어올 틈이 없으며 미쳤다면 진작에 미쳤을 것이고 어르신은 내 은인이자 나를 죽일 뻔한 사람이며 날 왜 돌려보냈는지는 나도 잘 모르는 일이었지 소문이 이상하게 돌고 있던 건 맞았어
678 이름없음 2021/01/18 16:02:22 ID : xRvhdV89AnW 0
특히 끝방과 그 남자에 대해서는 정말 소문이 황당할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나 있었는데 끝방이 복도 가장 끝이라 조금 으스스한 것도 있었고 잠귀가 밝은 시중들이 개가 짖는 소리를 듣는다는 소문 때문에 더 음산했는데 내가 처음에 느꼈던 그 위압감과 압도감 같은 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날렵한 날짐승상의 얼굴에 그려진 문양들도 그렇고 너무 큰 키나 체격 같은 게 그 소문에 불을 붙인 와중에 시중 하나를 곁에 안 뒀으니까... 그리고 사람 얼굴을 빤히 관찰하면서 괜히 무섭게 대하니까 성격이 괴팍하다는 소문이 돌 수밖에
679 이름없음 2021/01/18 16:04:25 ID : xRvhdV89AnW 0
그러다 갑자기 나를 지목했지 내 얘기가 돌던 건 나도 짐작하고 있던 사실이었어 다른 시종들이 주인으로 모시는 분이 나를 구해 주셨고 아프기도 엄청 아팠으니까 근데 그런 나를 그 남자가 지목했으니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던 상황이었지 심지어 한동안 처소 밖으로 나오질 않아 내가 잡아먹혔다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는 말은 너무 황당해서 계속 적어 뒀던 게 기억나
680 이름없음 2021/01/18 16:07:50 ID : xRvhdV89AnW 0
1이 말하길 끝방 나으리는 어르신을 언젠가 죽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는데 그건 사실일지도 몰랐지 둘 사이는 꽤 예전부터 나빠 보였고... 그런데 괴팍하다느니 소리를 들을 만한 사람은 아니었어 그래서 일부러 꽤 다정하게 대해 주셨다고 말까지 했지만 쉽게 믿는 눈치는 아니었지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소문들은 다 허무맹랑하지만 어딘가 있을 법한 이야기였어 하여튼 그 얘기로 꽤 오래 붙잡혀 있었던 게 기억나 사수들이 나를 꽤 불편해하고 어려워한다는 사실도
681 이름없음 2021/01/18 17:08:56 ID : a5U0oIHDwIG 0
주접 레스주 등장.. 오늘도 재밌게 봤어! 끝방 나으리 여전히 너무 스윗하네 그 피지컬에 스레주 주려고 죽 가지고 오는 모습 상상하니까 귀여워,, 열심히 썰 풀어줘서 고마워 스레주 그 어린 남자애는 누구였을지도 궁금하당
682 이름없음 2021/01/18 18:25:52 ID : rAnSGmnzPbj 0
이것만 보면 너무 설레 로멘스 읽는 기분이야... 짜릿해...☆
683 이름없음 2021/01/18 23:36:43 ID : MlwpXAqo7ta 0
어린 남자애 어르신 아니야...? 미안 내 로판뇌가 일케 상상해버린다 너무 재밌어 ㅠㅠ
684 이름없음 2021/01/18 23:42:34 ID : twHB84IJWkp 0
남자애 가면쓰고 피같은 술 준 애아닌가?
685 이름없음 2021/01/19 03:28:47 ID : 8jfWoZip9ba 0
ㅠㅠㅠㅠㅠ나 과몰입해서 끝방 나으리가 내치다가 다시 간호해준 부분에서 눈물 흘렸다.. 나으리 최고
686 이름없음 2021/01/19 03:29:50 ID : 8jfWoZip9ba 0
스레주.. 매일 기다리구 있어ㅜㅜ 꼭 결말은 내줘야해 알겠지?!
687 이름없음 2021/01/19 04:02:04 ID : g3Vak2q5arc 0
잘 보고있어!!! 혹시 다들 의상은 어때? 어느시대라던가 비슷한 의상이라던가 있어??!! 사진으로 보구싶어서ㅠㅜ 나으리랑 어르신 착의상태가 궁금하네
688 이름없음 2021/01/19 04:18:56 ID : xRvhdV89AnW 0
내가 의상 쪽을 설명해 주고 싶지만 전문 지식이 너무 부족해서 어떤 시대 어느 나라라고 콕 찝어서 얘기해 줄 수가 없네 그나마 제일 비슷한 건 고려 의복이나 뭔가 겹겹이 입는 옷과 장식이 많이 달린 유카타? 둘 다 그 느낌이 아니었는데 뭘 예시로 들어도 정확히 설명이 안 되네 동양풍이라는 것만 기억나고 정확한 의상은 기억이 나지 않아서
689 이름없음 2021/01/19 04:22:48 ID : xRvhdV89AnW 0
끝방 나으리의 의상은 따로 장식이나 겉옷을 걸치지 않은 까만 의복 새까만 색에 별다른 포인트도 없어서 그냥 소매가 길고 품이 헐렁하게 남는 까만 옷이었다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나는데 어르신 옷은 진짜 화려했어 색도 매번 달랐고 장식이라든지 수놓아진 무늬도 화려했고 겉옷 안에 또 다른 의복들이 얇고 겹겹이 덧대 있는 느낌 와 이렇게 설명이 안 될 줄은
690 이름없음 2021/01/19 06:36:57 ID : e1A2NBtijdA 0
레주! 재밌게 읽고 있어ㅎㅎ 건강 조심하구!
691 이름없음 2021/01/19 12:12:57 ID : teMi2nxBf88 0
우앙 레주야 나 질문! 이미 지난 이야기긴 한데 끝방 나으리가 남겨 둔 동물이 처음엔 호랑이랑 개였는데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늑대랑 개로 바뀌어서... 혹시 어느쪽이 맞는 거야?!
692 이름없음 2021/01/19 15:47:27 ID : xRvhdV89AnW 0
안녕 나 스레주야! 좋은 질문 고마워 나도 호랑이로 잘못 적은 것 같아서 계속 찾고 있었는데 저번에 읽을 때 못 찾아서 내가 착각했나? 싶었어 근데 잘못 적은 게 맞구나 덕분에 수정했어 정독에 혼선을 줘서 미안해 귀안이 트이는 술을 마시고 악몽을 꿨을 때 방으로 들어온 동물이 개와 호랑이고 나으리가 자리를 비웠을 때 남은 게 개와 늑대였어
693 이름없음 2021/01/20 03:08:10 ID : 8jfWoZip9ba 0
목빠져유 얼른 풀어줘
목빠져유 얼른 풀어줘
694 이름없음 2021/01/20 16:05:12 ID : g3Vak2q5arc 0
아냐! 그렇게라두 알려줘서 고마워ㅜㅜㅠ 내가 동양풍 진짜 좋아하거든ㅜㅠ
695 이름없음 2021/01/21 02:23:37 ID : vjvxA1yK6lx 0
와 진짜 너무너무 재밌다,, 주작은 아닌거같은데 진짜 아니라면 세상에 궁금한게 너무 많아지는데
696 이름없음 2021/01/21 08:38:10 ID : xRvhdV89AnW 0
한동안은 사수들이랑 쭉 일만 다닌 것 같아 좋은 경험이었어 나는 도통 바깥을 볼 기회가 없었고 가끔 나간 바같에서도 안 좋은 일들만 겪었으니까... 물자들은 이미 한번 검토되어 오고 대부분의 물자들이 성 안에서 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일은 많이 없었고 그냥 바깥을 돌아다니거나 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지
697 이름없음 2021/01/21 08:42:39 ID : xRvhdV89AnW 0
사람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고 시끌거렸어 성벽 안에 낮은 건물들과 그 사이로 자리해 있는 궁의 여러 건물들이 이어져 있었는데 궁은 시중들이나 관계자 외의 출입이 자유롭진 못했지만 그 건물들 사이에 섞여서 잘 어우러져 있었어 우리는 궁에서 한 거리 떨어진 곳에서 어르신께 바치는 물건들을 검토하는 역할이었는데 가기가 중간 지점이고 거기서 검토를 다 마치면 궁에서 한 번 더 검토를 하는 식 마지막 검토는 우리 같은 말단한테 시키지 않는 중요한 일이었어 우리는 위험물이나 궁으로 들어와선 안 되는 것들을 거르다 보니 일은 없지만 조금 위험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었지
698 이름없음 2021/01/21 08:46:02 ID : xRvhdV89AnW 0
2가 말해 줬는데 누가 어르신께 바치는 공물(이런 개념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중에 산 사람의 새까만 심장을 넣어 둔 적이 있어서 한동안 어르신 심기가 영 불편해 보였더고 했어 산 사람의 심장은 곧 저주라는 의미였지 사람은 사는 내내 부정적인 감정들을 너무 많이 끌어안고 살아서 영혼은 자꾸만 작아지고 갈라지고 새까맣게 변해 버린다는 이야기였어 동화 같아서 이 얘기에 대해 자꾸만 물어봤던 게 생각나
699 이름없음 2021/01/21 08:57:39 ID : xRvhdV89AnW 0
하여튼 우리가 하는 일은 열흘에 한 번씩 주변 상가들을 단속(이것도 같이 움직이는 군병이 있었지만 임시 권한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개념이라 그냥 시늉이었어)하고 물건들을 거른 다음 그냥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었어 일이삼 사수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주변 상가 개념의 가게들을 다니면서 얼굴도 트기 시작했지
700 이름없음 2021/01/21 09:16:11 ID : xRvhdV89AnW 0
여기서 유통되는 화폐는 전부 동전이었는데 가벼운 물물교환도 가능해 보였어 나는 내가 돈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는데 마담이 맡아 두고 있더라고 넌 정식으로 고용된 것도 아닌데 돈까지 바라느냐고 화를 냈지만 맡아 둔 돈은 그대로인 것 같았어 그 돈은 동전처럼 납작하고 평평한데 금처럼 노란 광택이 나고 있었어 흔히 유통되는 걸 보면 금은 아닌 것 같았고 그냥 돈 하면 생각하는 것들의 형상화인 느낌
701 이름없음 2021/01/21 09:17:41 ID : Ru7dPbeMi1b 0
ㅂㄱ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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