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8/06 04:11:57 ID : xRvhdV89AnW 10
드디어 말할 곳이 생겨서 마음이 편하다 아직도 사람들은 꿈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분명히 가 봤거든 들어 줄 사람 있어? 안 믿어도 좋아 딱히 무섭지는 않아 그냥 내가 겪은 일이 너무 신기했어
702 이름없음 2021/01/21 09:19:06 ID : k3DwLak9xWn 0
➖ 삭제된 레스입니다
703 이름없음 2021/01/21 09:25:55 ID : xRvhdV89AnW 0
특별한 일은 없었어 어르신의 성으로 바쳐지는 것들은 수신인이 어르신 말고도 다양했는데 방의 위치가 적혀 있고 수신인은 적혀 있지 않아서 구분이 가지는 않았지만 다양하고 사소한 것들까지 전부 오게 됐지 정말 평화로웠어 단속도 우리가 할 일은 딱히 없었고
704 이름없음 2021/01/21 09:39:51 ID : xRvhdV89AnW 0
그러다 단속을 나가는 두 번째 날 온 군병이 키가 정말로 커 보였어 우리랑 같이 단속을 나가는 군병들이 원래 거리 단속의 임무를 맡고 있는데 궁 주변의 상가들은 궁에서 유통하는 것들을 파는 곳들이 대다수라 좀 유순한 편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비교적 대화가 잘 통해서 우리끼리 가도 문제가 없었지만 외곽부터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들었고 하여튼 비교적 빡세지 않은 곳이라 원래 사찰이나 경비, 엄호 등등을 맡는 군병(어르신의 군사들... 정확한 표현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 기사라는 표현은 조금 이질적이라 표현이 오락가락 바뀔 수 있는 부분은 양해 부탁해) 하나와 동행할 수 있었어
705 이름없음 2021/01/21 09:45:35 ID : xRvhdV89AnW 0
군병이라는 표현이 너무 강한 것 같네... 무사? 군사? 기사? 아무튼 어르신의 군사들은 공통된 유니폼을 입고 있었어 조금 품이 남는 의복과는 달리 정말 사극에 나오는 것처럼 몸이 잘 부각되어 보이는 까만 군복 입고 있었어 군복이라고 해 봤자 사극에서 보는 자객 의상 같았지만 그래도 장도를 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위압감이 들었지 그리고 눈만 내놓고 눈 아래부터 목까지 가리는 복면을 썼는데 순찰 비스무리한 일을 하는 내내 말을 한 마디도 안 했어 말을 거는 것도 조금 어려운 일이었어
706 이름없음 2021/01/21 09:49:07 ID : xRvhdV89AnW 0
그날 온 사람은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컸다니까 꼭 끝방 나으리를 보는 느낌이었지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위압감이 느껴져서 일이삼 사수들 옆에 딱 달라붙어서 가는데 왠지 모르게 조금 익숙했어 함께 순찰을 도는 분들은 늘 우리 뒤를 걷는 호위에 가까운 포지션이었는데 넘어질 뻔한 걸 잡아 준다거나 간단한 물음에 대답을 피한다거나 하는 점이 점점 수상하고 설마? 싶었지 아니 황당하잖아 그럴 리가 없는데
707 이름없음 2021/01/21 09:56:53 ID : xRvhdV89AnW 0
그런데 평소에도 말이 없던 3이 나를 잠깐 부르더니 내 쪽을 향해서 소근소근 말했어 납치를 당할 거면 좀 티 안 나게 당하라고 했던가 이런 맥락이었고 엄청나게 황당했던 것만 기억나 그 빤한 얼굴로 덤덤하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어져서 더 뭐라고 되묻지도 못하고 있는데 잠깐 소란이 있었지 행인끼리 시비가 붙은 모양이었고 드디어 할 일이 생긴 상황이었어 나도 사수들을 따라서 그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누가 뒤에서 나를 잡아 끄는 느낌이 들었지
708 이름없음 2021/01/21 09:58:38 ID : xRvhdV89AnW 0
사람이 촉이라는 게 있고 나도 그 사람을 얼마나 많이 지켜봤는데 그거 하나를 모르겠어 그냥 걱정이 되는데 내가 시간은 영 나지 않으니 직접 찾아온 거구나 했어 타인한테 걱정받는 느낌이 나쁘지도 않았고 그 남자가 관심을 표하는 법이 투박하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지 그래서 그 남자가 왜 무사 복장을 하고 순찰 당번에 끼게 된 건지는 묻지 않으려고 했어 나는 잘 지내고 있었고 그 끝방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는 걸 알았으니까
709 이름없음 2021/01/21 10:02:26 ID : xRvhdV89AnW 0
그래서 이런 식으로라도 인사를 전하려고 하는구나 이 남자의 다정함은 나를 늘 이상한 방식으로 보살피는구나 싶었어 당연히 그 남자가 나를 붙잡았겠거니 뒤를 돌았고 눈만 내놓고 있던 그 무사는 좀 당황한 표정으로 두어 발자국 떨어져 있었지 그때부턴 나도 같이 당황했지만
710 이름없음 2021/01/21 10:07:42 ID : xRvhdV89AnW 0
시야에 내 옷깃을 붙든 사람이 안 보여서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건 그때 그 남자애 그때 그 시간 걔가 사람이 그렇게 많은 거리에서 혼자 덩그러니 너를 쳐다보면서 서 있었어 새까만 눈동자에 새하얀 머리카락 그때 내가 아플 때 방에 들어와 있던 그 남자애였지 너무 놀라서 걔랑 눈이 마주치고도 한참 뻐끔거렸던 것 같아 네가 왜 여기 있어? 하고 물어보는데 걔는 정말로 태연한 표정으로 내 의복 끝자락을 잡아 끌면서 길을 잃어버렸다고 말했어
711 이름없음 2021/01/21 10:11:46 ID : xRvhdV89AnW 0
누가 봐도 거짓말을 하는 얼굴이었는데 일단 나는 놀라기도 놀랐고 걔는 아직 애잖아 비록 나한테 반말을 찍찍 하는 점과 궁에서 시중 하나 안 두고 방을 자기 집처럼 헤집는 걸 봐선 나보다 훨씬 전부터 여기에 눌러앉은 입장이었겠지만 걔는 일단 애잖아... 그래서 걔 손을 정말 꼭 붙잡고 잠깐 얘를 궁으로 데려다주고 와도 되냐고 물어보는데 일이삼 사수들의 표정이 장난이 아니었어 되게 당황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쳐다보고 있다가 그러라고 하고 보내 주는데 영 신경이 쓰이더라고
712 이름없음 2021/01/21 10:19:23 ID : xRvhdV89AnW 0
근데 그 호위를 맡던(어디에 있어도 인파 속에서 혼자 툭 튀어나온 것처럼 체구와 키가 압도적인) 남성분이 그쪽을 안 따라가고 이쪽을 따라서 걷는 거야 심지어 아까보다 훨씬 가까웠고 그쯤되면 모르는 게 이상하다 싶어서 슬쩍 저쪽 안 따라가 보셔도 되냐고 모르는 척 물어봤는데 끝까지 대답은 안 하고 고개를 젓더라고 그냥 기분이 좋아서 계속 웃었던 것만 기억나
713 이름없음 2021/01/21 10:27:22 ID : xRvhdV89AnW 0
일단 인파를 벗어나서 좀 한적한 곳으로 피해야 했어 사람이 붐벼서 거기서 길을 잃어버렸다간 나도 찾기 힘들 것 같았거든 그래서 한참 인파 속을 헤매다 빠져나와서 진이 다 빠진 상태로 쪼그리고 앉았어 걔한테 겨우 어쩌다 나오게 된 거냐고 물어보는데 걔가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나를 기억해? 하고 되물어봤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어서 걔를 한참 쳐다보다가 네가 기억하라고 했잖아. 이런 식으로 대답했는데 걔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너무 환하게 웃는 거야
714 이름없음 2021/01/21 10:33:48 ID : xRvhdV89AnW 0
와 순간 무슨 생각까지 들었냐면 좀 우습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어 정확히는 살고 싶다는 생각이었지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았어 하늘은 천천히 노을빛으로 물드는 그런 시간이었는데 딱히 힘든 일도 없었고 그날도 순탄하게 검토를 마친 뒤에 일과가 다 끝날 때쯤 돈 순찰에서 익숙한 사람을 마주친 것 같다 정도밖에 없었는데 그냥 만감이 교차하는 거야 걔가 환하게 웃는데 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냥 마음이 억세고 질겨지는 것 같았어 아 살아야겠다 싶었지 목적도 희망도 사람도 사랑도 아무것도 없었고 그 무엇도 소중하지 않았는데
715 이름없음 2021/01/21 10:35:39 ID : Ru7dPbeMi1b 0
헐.. 보고있어!
716 이름없음 2021/01/21 10:36:29 ID : xRvhdV89AnW 0
마음이 시큰하게 울리지만 또 거세게 뛰면서 두근거렸어 사랑이랑은 전혀 다른 벅참이나 설렘 때문에 체내에서 울리는 심장 소리가 내 귓가까지 울렸지 그 표정을 멍하게 쳐다보는데 걔가 내 뺨에 손바닥을 얹으면서 또 나를 빤히 쳐다봤지 왜 울어? 그 소리를 들은 뒤에야 나는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는데 말이야 정말 이상한 일이야 진짜 이상한 일이었어
717 이름없음 2021/01/21 10:38:12 ID : xRvhdV89AnW 0
나도 너무 당황해서 안 운다고 대답하면서 눈물을 닦아 내는데 와 감정이 정말 파도처럼 밀려 온다는 게 무슨 뜻인지 그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그때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 감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울컥거리느라 종잡을 수가 없는 마음이 너무 생소하고 이질적이라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눈물을 닦다 말고 계속 울었어 진정이 안 되던데 꼭 처음 태어난 아기처럼 계속 울었어
718 이름없음 2021/01/21 10:41:23 ID : bg41u2smMi8 0
보고있어!
719 이름없음 2021/01/21 10:44:09 ID : xRvhdV89AnW 0
와... 그냥 울컥울컥 감정이 자꾸 나를 잡아먹으려고 드는 것처럼 손까지 떨어 가면서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우는데 내 어깨를 감싸는 큼지막한 손 때문에 울다 말고 위를 올려다봤을 땐 이미 그 남자가 복면을 내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그러니까 코까지 감싸고 있던 베일 같은 천이 내려가고 그 남자의 얼굴이 보이는데 다시 또 알 수 없는 감정 때문에 마음이 다 끌어안지도 못할 정도로 멋대로 굴기 시작했어 자꾸만 심장이 뛰었지
720 이름없음 2021/01/21 10:46:37 ID : INs2srwIE2p 0
ㅂㄱㅇㅇ!
721 이름없음 2021/01/21 10:48:01 ID : xRvhdV89AnW 0
- 나야. 이런 식으로 자꾸 놀라게 해서 면목이 없군. 이 꼬맹이를 데려다주고 다시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울지 말고. 남자가 이런 뉘앙스로 말하는데 그 남자만 보이는 거야 뒤로는 사람이 수없이 지나가고 날은 자꾸 주홍빛으로 물들고 옆에서 그 애가 뭐라고 자꾸 떠드는디 하나도 안 들렸어 정말 눈물이 핑 도는 느낌이라 그 남자의 평소보다 훨씬 짧은 소매를 붙잡고 펑펑 울면서 가지 말라고만 했어 마음이 자꾸만 조급해지고 심장은 공포스러울 때처럼 빠르게 뛰어서 숨을 쉬는 것도 좀 버거웠는데
722 이름없음 2021/01/21 10:52:00 ID : xRvhdV89AnW 0
울지 말라는 말만 들려서 더 서러웠을지도 모르고 아니 그건 서러운 것도 아니었어 그냥 감정이 주체가 안 돼서... 그냥 막 울면서 그 남자의 소매를 붙들고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어 돌아가고 싶어요 돌아가서 살고 싶어요 그 말만 계속 했어 이상한 일이지 내가 돌아가는 건 그 남자가 바라던 일일 텐데 눈물을 계속 훔치다 마주친 남자 표정이 너무 오묘했어 나도 이상한 일이냐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들이 사는 세계에 눌어붙지 않고 다시 이 축축한 삶을 사랑하게 됐는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았어
723 이름없음 2021/01/21 10:54:21 ID : xRvhdV89AnW 0
그냥 불안감만이 나돌았어 살고 싶었지만 떠나고 싶지는 않았어 돌아가고 싶었지만 다시 내팽개치고 싶지는 않았고 가 버리고 싶었지만 놓치고 싶지도 않았어 무엇 하나 그립지 않은 게 없는데도 여길 떠나면 둘 중 어느 쪽이 더 그리울지 상상이 가지 않았어 남자가 천천히 무릎을 굽히고 쪼그리고 앉아서 나랑 시선을 마주하는데 포근하고 원망스러운 느낌이 들었지 여기서 보내는 시간들을 무척이나 사랑했으니까
724 이름없음 2021/01/21 10:56:48 ID : xRvhdV89AnW 0
그 남자가 뭔가 할 말이 있다는 표정으로 말머리를 그, 하고 떼는데 백발의 남자애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서서 나를 확 끌어안았어 그리고 남자를 돌아보면서 막 밀치기 시작했지 호위는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게 원칙 아냐? 네가 뭔데 말을 낮춰? 네가 뭔데 울지 말라고 해? 하면서 떼를 쓰는 것에 가까운 화를 냈는데 그 남자는 걔가 누군지 알고 있다는 듯이 험악한 표정으로 성가시다는 티를 내고 있었지
725 이름없음 2021/01/21 11:04:43 ID : xRvhdV89AnW 0
- 얜 내 거야! 내 신부 하기로 했어! 사랑받지도 못하는 새끼가 왜 자꾸 끼어들어? 꺼져! 좀 꺼져! (악을 쓰고 있어서 몇몇 말만 기억나는데 중간중간 기억나는 게 저런 뉘앙스의 욕밖에 없었음 병신이란 말도 했던 것 같은데 맥락이 기억이 안 남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눈물이 뚝 그쳤음) - 징그러운 새끼야, 네가 몇 살인데 얘가 너랑 결혼을 해. 진짜 죽여 버리기 전에 알아서 돌아가. 걔가 너 하나 없어진다고 신경이나 쓰냐? (이쪽도 지지 않고 애한테 욕을 해서 진짜 기함을 했음 애가 몇 살인지 아시는 양반이 왜 애한테 저렇게 전력으로 욕을 하나 싶어서 벙쪄 있었음) - 네가 나를 어떻게 죽여? 허세 그만 부려, 병신아! 그리고 진짜 나한테 시집 오기로 했거든? 그치? 나한테 시집 와 줄 거지? 안 갈 거지? 안 가겠다고 말해. 여기만큼 좋은 데가 어디 있어. 안 가겠다고 해. 미워할 거야. 가면 정말 미워할 거야. 안 가겠다고 해. 가지 마. (대략 이렇게 횡설수설하는... 대충 살을 덧붙여서 쓰는 내용들) - 네 스스로 돌아가. 정말 가만히 안 있어.
726 이름없음 2021/01/21 11:06:47 ID : xRvhdV89AnW 0
정말 너무... 황당해서 눈물이 쏙 들어갔다니까 둘만 아는 대화에 의문점이 몇 개고 이 어린 애가 없어졌는데 신경도 안 쓰는 걔라는 작자는 누구이며 대체 내가 얘한테 왜 시집을 가야 하고 얘는 몇 살이길래 대체 저렇게 험악하게 생긴 남자(심지어 올블랙 착장의)한테 저렇게 원색적인 욕을 하나 싶었고 왜 저 남자는 저렇게 어린 애한테 지지 않고 욕을 하나 싶어서 진짜 너무 혼란스러웠어
727 이름없음 2021/01/21 11:11:08 ID : xRvhdV89AnW 0
그 어린 애가 너 나한테 시집 올 거야 말 거야? 하고 물어봤을 때 당황해서 넌 너무 어리고... 로 말을 시작했는데 다 듣지도 않고 화난 표정으로 인파 속으로 확 뛰어가 버린 애를 붙잡아야겠다 싶어서 급한 대로 다리를 일으키는데 그 남자가 도로 나를 붙잡았지 나도 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혼자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그래도 어린 애잖아 그래서 애를 어떻게 혼자 가게 둬요? 하고 물어보는데 그 남자가 정말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네 눈엔 저게 애로 보여? 하고 되물었지
728 이름없음 2021/01/21 11:31:36 ID : Ru7dPbeMi1b 0
ㅂㄱㅇㅇ!
729 이름없음 2021/01/21 21:28:17 ID : yMrvCmJRBdP 0
보고잇서
730 이름없음 2021/01/21 23:13:02 ID : u3zQsqo44Zc 0
정주행 마쳤다!! 넘 흥미진진하게 잘 보고있어!!
731 이름없음 2021/01/22 01:10:29 ID : uoMo4ZeIFcl 0
저게 애로보여ㅋㅋㅋㅋㄱㅋㅋㄱㅋ아놔 나리 넘 기엽다
732 이름없음 2021/01/22 01:36:28 ID : 8jfWoZip9ba 0
스레주 나으리랑 잘되는고 맞지/:? 맞다고 해줘..
733 이름없음 2021/01/22 09:11:44 ID : jBvyMmHDxXB 0
레주야 넘 재밌어 ㅠㅠㅠㅠ 내 인생 스레딕 보고 심장이 이렇게ㅠ뛰는 건 처음이야
734 이름없음 2021/01/22 12:42:39 ID : s07falg4Y4H 0
레주 너무 재밌어ㅠㅠ 혹시 얼마나 진행됐는지 퍼센트로 나타내줄 수 있어? 한 50% 이렇게
735 이름없음 2021/01/23 14:11:42 ID : SIGmlii5Vbx 0
존잼이다 이글못본 사람들이 불쌍할 정도네
736 이름없음 2021/01/23 14:31:22 ID : xRvhdV89AnW 0
이 정도 남았어!
737 이름없음 2021/01/23 14:39:56 ID : SIGmlii5Vbx 0
50%정도?
738 이름없음 2021/01/23 14:49:58 ID : xRvhdV89AnW 0
671번 참고해 줘! 세세한 이야기까지 다 적는 거라 아직 30% 정도 남은 것 같아 퍼센티지가 가늠이 안 돼서 애매하네
739 이름없음 2021/01/23 15:24:18 ID : xRvhdV89AnW 0
그 이후에 그 남자와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내가 돌아갈 집에 대한 많은 얘기를 하고 잠이 들었던 건 드문드문 기억이 나지만 정말 이상하게 그 남자애가 떠나고 그 남자와 했던 대화들이나 숙소로 돌어온 기억이 전부 사라져 있었어 그 다음 날 일어났을 때도 그랬지 꼭 누군가 시간을 빠르게 감아서 몇십 년 전 기억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하나도 기억이 안 났어
740 이름없음 2021/01/23 15:27:29 ID : xRvhdV89AnW 0
숙소에서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땐 내가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처음으로 도착한 예전 시골집이었어 이해가 돼? 내가 새벽에 눈을 뜬 그 예전 시골집이었다고 모든 환경은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어떤 문을 열었을 때와 똑같았어 집에선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고 나는 열일곱으로 돌아와 있었어 그 엘리베이터도 아니고 우리 빌라도 아닌 열일곱의 새벽 즈음에 눈을 뜬 거야
741 이름없음 2021/01/23 15:34:14 ID : xRvhdV89AnW 0
미치는 것 같았어 어디서부터가 꿈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실인지 분간아 안 됐지 처음처럼 벽에 부딪혀 보기도 하고 방 구석구석을 둘러봤지만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흔적만 있고 정작 사람은 없었어 다시 그 행렬을 찾으러 내가 그 행렬을 본 곳 근처에서 숨어서 기다려 봤지만 성으로 향하는 행렬은 나타나지 않았어
742 이름없음 2021/01/23 15:47:14 ID : xRvhdV89AnW 0
처음엔 꿈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다시 잠들었는데 또 그날 새벽으로 되돌아와 있었지 거실에 시계는 아예 멈춰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늘 새벽 세 시 즈음이었어 맨발에 쩌적쩌적 달라붙는 마룻바닥이 소름이 끼칠 것 같았지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나는 거기 갇히게 된 거야
743 이름없음 2021/01/23 15:51:47 ID : xRvhdV89AnW 0
한 세 번째 깨어났을 땐 난 온 마을을 뒤지고 다녀야 했어 구멍 가게 창문을 박살 내 보기도 하고 남의 집에 멋대로 들어가 보기도 했지 점점 미쳐 가는 것 같았어 풀벌레 소리만 가득하고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지 배가 고프지도 잠이 오지도 않았어 그냥 시간과 감각이 전부 멈춰 버린 것 같은 새벽의 연속이었어 그 정적 동안 뭘 생각했냐면 내가 버리고 떠나 온 세계에 대해 생각했어 모두가 있는 죽은 공간 말고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더라면 남아 있었을 세계 말이야
744 이름없음 2021/01/23 15:58:11 ID : Baso1Ci1hbC 0
ㅂㄱㅇㅇ!
745 이름없음 2021/01/23 16:05:16 ID : xRvhdV89AnW 0
내가 그 성에서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지내서 잠깐 잊고 지내던 싸늘함과 외로움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것 같았어 다시 돌아가면 또 이런 외로움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지 정말 미칠 것 같았어 복용하고 있던 정신과 약들이 생각났고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 몸이 좀먹히는 것 같았지 무력하고 또 무력했어 거길 벗어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어 그 어떤 공포스러운 장면보다 단조로웠고 평화로웠고 또 잔인했어
746 이름없음 2021/01/23 16:05:50 ID : DuoMpdSLbxA 0
ㅂㄱㅇㅇ
747 이름없음 2021/01/23 16:23:11 ID : dWi3u7gkmsr 0
레주 현재 직업이 뭐야??
748 이름없음 2021/01/23 16:28:05 ID : xRvhdV89AnW 0
섬뜩할 정도로 조용한 방에서 어느 순간부터 시계 초침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잠이 안 왔어 거기 얼마나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걸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꺼 싶기도 했고 그냥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빠지는 느낌 거기서 죽어 버리고 차라리 그 성으로 다시 돌아갈까 생각도 했었어 정말로 긴 시간이었지 차라리 어디로든 가 봐야겠다고 다시 밖으로 나서려던 때 문밖에서 누가 달리는 소리가 들렸어 탁탁탁탁 하는 발소리가
749 이름없음 2021/01/23 16:38:20 ID : xRvhdV89AnW 0
그전까진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다 지금은 취업 준비하고 있어 그전에도 그냥 알바만 내내 했어서 마땅한 직업은 없었어 그땐 어리기도 했구 나도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았거든
750 이름없음 2021/01/23 16:58:43 ID : xRvhdV89AnW 0
와 그 아무도 없는 마을에서 나는 발소리를 듣는데 나도 모르게 문을 열고 사람을 만나려고 뛰어 나가고 있더라고 그 복도 천장에서 나는 발소리 덕분에 누가 뛰어 오는 소리만 들어도 기겁을 했었던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발소리를 쫓아서 계속 뛰었던 것 같아 동네 구석구석 더리랑 논밭이 있는 데를 자꾸 정신없이 뛰고 또 뛰는데 소리만 달리고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어 신발도 중간에 벗겨져서 발이 따끔가리는데 그런 건 신경도 못 쓸 정도로 간절했어
751 이름없음 2021/01/23 17:00:10 ID : bg41u2smMi8 0
보고있어!!
752 이름없음 2021/01/23 17:23:13 ID : knA0nCrAjcl 0
우리 할머니가 살던 시골이 진짜 속된 말로 깡촌이야 슈퍼도 차로 한 십오 분은 나가야 있고 진짜 식당 하나 없는 시골인데 거길 어딘지도 모르게 계속 헤매다 나도 모르게 분교 쪽으로 가고 있었어 분교 쪽 도로로 정신없이 헥헥거리면서 따라잡는데 분교 한 구석에서 희끄무레한 게 아주 느리게 꿈틀거리고 있었어
753 이름없음 2021/01/23 18:09:31 ID : 81eNAnQoHyN 0
헐 진짜 정신 나갈 것 같았겠다 갑자기 한순간에 나으리나 어르신이나 그 성에 있던 것들이 사라진 거잖아 진짜 와...
754 이름없음 2021/01/24 20:30:01 ID : 5goY1g6i9y1 0
이거 좀 뒷ㅂ북이긴 한데ㅔ...혹시 그 여자 엘레베이터걸 아니야?
755 이름없음 2021/01/24 21:04:59 ID : s07falg4Y4H 0
ㅂㄱㅇㅇ
756 이름없음 2021/01/25 16:11:55 ID : a5U0oIHDwIG 0
나으리 스레주가 걱정되어서 군사로 변장해서 스레주 보살펴 준거 너무 스윗하다 진짜.. 나으리는 애기가 막기 전에 무슨 말을 하려 했을까 왜 스레주가 돌아가고 싶다니까 기뻐하지 않았지 나으리 우리 스레주 연모한 거죠 그렇죠ㅠㅠㅠㅠ
757 이름없음 2021/01/27 13:57:23 ID : xRvhdV89AnW 0
내 시야보다 프레임이 느리게 움직이면서 나는 울렁거리는 느낌 나는 미쳐 버릴 것 같았어 거기 더 있다간 정말 목을 매달 수도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지 그 망할 새벽이 걷히고 밧줄을 찾기만 한다면 말이야 물불 가릴 게 없었어 그 하얗게 꿀렁거리는 게 저승으로 통하는 문이든 이승으로 돌아가는 문이든 저 발소리를 쫓아야 했어 그 희고 밝게 꿀렁거리는 구석에서 눈을 떼지 못했지만 몸은 분교 구석에서 들리는 발소리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지
758 이름없음 2021/01/27 13:58:15 ID : s07falg4Y4H 0
헐 왔구나ㅠㅜ
759 이름없음 2021/01/27 14:03:44 ID : xRvhdV89AnW 0
한 가지 이상한 건 그 소리가 자꾸 나를 유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희끄무레하고 정체를 알 수 없은 걸 바라보느라 걸음이 멈추자 멀어지던 그 소리가 다시 가까이 들리기 시작했지 다시 돌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치만 그때 나는 아무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그저 그 소리를 쫓아서 문이 닫힌 분교 앞까지 또 달리고 그러다 분교의 유리문 앞에서 소리가 잠시 멈추더니 안에서 유리창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또 발소리가 멀어졌어
760 이름없음 2021/01/27 14:04:16 ID : xRvhdV89AnW 0
일이 너무 한꺼번에 몰려서 패턴이 엉망이 되어 버린 탓에 이야기를 많이 못 적었어 미안해 기다렸지
761 이름없음 2021/01/27 14:31:45 ID : s07falg4Y4H 0
괜찮아 이제라도 왔으니까 행복하다
762 이름없음 2021/01/27 14:42:15 ID : xRvhdV89AnW 0
손이 정말... 손날이 빨갛게 부을 정도로 세게 잠긴 문을 계속 두드렸던 것 같아 발소리가 안 들리고 또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게 너무 무서워서 잠긴 분교 정문 유리창을 계속 두드리면서 소리를 질렀어 장말 사람이 존재하지도 않았는지 아무도 나와 보지 않았지 그냥 달만 밝게 떠 있었고 캄캄했는데 유리창 뒤로 그 희끄무레한 게 조금씩 움직이면서 이쪽으로 오는 게 느껴져서 더 다급해졌던 것 같아
763 이름없음 2021/01/27 14:51:30 ID : xRvhdV89AnW 0
그 꾸물꾸물 움직이는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게 달빛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을 내면서 조금씩 다가오는데 마음이 점점 조급해져만 갔지 더 세게 더 빨리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어느새 그건 내 바로 옆으로 와 있었어 여전히 형체가 없지만 거대하게 흐트러진 사람 형상으로 차츰 모양새가 잡혀 가는 것 같았어 그게 내 바로 옆에 서 있는데 위화감에 숨을 턱 멈추게 되더라고
764 이름없음 2021/01/27 15:14:34 ID : xRvhdV89AnW 0
그 하얀 덩어리는 아주 느리고 천천히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어 내 옆에 서 있던 게 꾸물거리면서 사람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는데 그게 무섭지는 않고 그냥 신기했어 새하얗게 빛나는 게 꼭 다른 공간에서 그만큼의 여백만 잘라다 불 하나 안 들어오는 새벽녘 분교에 붙여 둔 것 같았지 이윽고 그게 사람 그것도 여자의 형생을 희끄무레하게 갖추게 됐을 때 왜인지는 몰라도 사라진 귀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
765 이름없음 2021/01/27 15:22:56 ID : xRvhdV89AnW 0
그 희끄무레한 형상이 나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어 손바닥을 마주대듯이 한 손을 들어서 내 쪽으로 향하다 뚝 멈추는데 거기에 손바닥을 올려 달라는 의미 같았어 손바닥을 곧게 펴서 마주대는 그런 자세 알아? 이게 말로 설명하려니까 영 어렵네 아무튼 내 쪽으로 몸을 돌려서 손기락을 펼치고 한참이고 가만히 서 있었어 왠지 모르게 그 하얀 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어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확신이 있었지
766 이름없음 2021/01/27 15:40:15 ID : xRvhdV89AnW 0
그래서 손바닥을 맞대야 하나 머뭇거리고 있는데 유리문 너머로 탁탁거리는 발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리더니 아무리 주먹으로 내리쳐도 열리지 않던 문이 철컥 소리를 내면서 열렸어 그리고 그 앞에서 잠잠하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나는 열려서 살짝 삐그덕거리는 문이랑 우두커니 선 형상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펼치고 있던 손바닥에 내 손을 맞대 버렸는데 어두운 분교가 수없이 멀어지고 어딘가로 빨려들어 가는 기분에 가슴이 쿵쾅거렸어 세상이 멀어지고 좁아지고 다시 넓어졌다가 조각조각 나뉘어진 느낌 그 빛 같은 희끄무레한 사람은 내 손을 어느새 꽉 붙들고 있었는데 피곤했지만 어딘가 서늘했어 손끝부터 저릿하게 장기 하나하나가 꿈틀거리는 생동감과 함께 졸음과 무기력이 함께 밀려오는 이상한 기분
767 이름없음 2021/01/27 16:00:39 ID : xRvhdV89AnW 0
아래로 훅 빨려들어가 버리는 기분이 자꾸 들면서 계속 몸이 아래로 꺼져 가는 기분이었어 그 손에 내 손을 맞댔을 때 느낀 건 포근하고 따뜻한 기체 덩어리에 손이 닿은 느낌이었는데 그게 점점 살덩이로 변하면서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었지 그리고 몸이 제자리를 찾았다 싶을 때쯤 눈을 떴을 때 나는 그때 그 시장이었어 노을이 막 지기 시작하던 시장 거리
768 이름없음 2021/01/27 17:35:31 ID : xRvhdV89AnW 0
이상하게 그 남자도 그 꼬맹이도 없는 거리에 거짓말처럼 내가 돌아와 있었어 마치 긴 꿈이라도 꾼 것처럼 거리는 사람들로 복작거렸고 하늘은 그때랑 똑같이 눈물 나게 아름다웠으며 해가 지고 있었지 모든 게 기억아 끊긴 그 시점과 똑같았어 하지만 그걸 잠깐의 꿈으로 생각하기엔 빨갛게 부어 있던 손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았지
769 이름없음 2021/01/27 17:40:30 ID : q4Y08ksqpdT 0
스레주를 지브리로!
770 이름없음 2021/01/27 17:45:22 ID : HyGnyNs1js8 0
레주 혹시 그 남자가 나으리를 말하는 거 맞아?
771 이름없음 2021/01/27 17:46:42 ID : xRvhdV89AnW 0
응 끝방 나으리
772 이름없음 2021/01/27 17:52:11 ID : xRvhdV89AnW 0
한동안 다리가 떨려서 일어날 수가 없었어 분교서부터 어딘가로 빨려드는 감각도 구역질이 났지만 여기가 꿈이라 그 시골집에서 깨 버린다면 정말 자살할 것 같았거든 현실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이젠 화가 나지도 눈물이 나지도 않았어 그냥 나는 여기서 다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마음뿐이었지
773 이름없음 2021/01/27 17:58:36 ID : xRvhdV89AnW 0
참 많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꿈일 거라고 잠들고 사람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마을 가로등도 드문드문 들어와 있던 깡촌의 새벽 세 시 남의 집을 뒤지고 구멍가게 유리창을 깨고 혼자 나뒹굴면서 서서히 미쳐 가는 동안 나를 가장 숨 막히게 짓누른 건 정적이었어 그 고요함 풀벌레 소리만 나뒹굴던 그 아무도 없는 마을의 싸늘함과 외로움을 증명해 주는 고요함 돌아간다면 평생 그렇게 외로워하면서 살겠지 평생 그렇게 다른 곳을 헤매면서 살 거야 아마 그렇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무서워서 차라리 죽더라도 거기 남고 싶었어
774 이름없음 2021/01/27 18:09:59 ID : bg41u2smMi8 0
보고있어!!!
775 이름없음 2021/01/27 20:28:29 ID : xRvhdV89AnW 0
멍하니 쪼그리고 앉아서 절대 돌아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노을은 계속 자고 있었고 사람이 북적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울리는 것 같았지 그렇게 계속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내 시야에 갑자기 누군가 확 들어찼어 그러니까 내 앞으로 누가 걸어 와서 같은 자세로 쪼그리고 앉았다는 게 맞았겠지 새하얀 머리카락 옅은 회색 눈동자 늘 미묘한 위화감과 함께 나를 찍어 누를 것 같던 얼굴이 나를 쳐다보면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어 웃으면서 물어봤지 - 아직도 돌아가고 싶어?
776 이름없음 2021/01/27 20:46:18 ID : xRvhdV89AnW 0
그 말을 듣는데 순간 피가 싸하게 가라앉는 기분이더라고 뭐든지 다 안다는 그 어르신이 내 얘기까지 알고 있고 저렇게 웃으면서 물어본다는 건 또 내 앞에 나타났다는 건 그 긴 새벽과 연관이 되어 있지 않나 싶어서 순간 몸을 움찔거렸을지도 모르지 어르신은 나를 처음 봤을 때처럼 내 앞에 덩치가 큰 포식자처럼 쪼그리고 앉아서 재밌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어 가장 이상했던 건 마지막까지 어르신 앞에서는 완벽한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는 거야 나는 어려서부터 거짓말이 나름 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랑 다른 차원의 존재처럼 너무 멀고 까마득한 그 이질감에서 나오는 위압감에 짓이겨질 것 같았지
777 이름없음 2021/01/27 20:51:05 ID : xRvhdV89AnW 0
나는 아니라고 최대한 짧게 대답했고 어르신은 뭔가 더 물어보지 않았지 나 또한 물어보고 싶은 게 없었던 건 아냐 수많은 물음들이 머리를 꽉 채우는 느낌이었어 내가 새벽 내내 갇혀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어르신이 거기서 날 꺼내 주신 건가요? 아님 가둬 두신 건가요? 왜 다시 이 시간으로 돌아온 건가요? 만약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는 의심이 점점 확신으로 변하는 그 묘한 께름칙함을 거둘 수 없었는데 베일을 쓰지 않은 모습이 익숙하지 않았던 어르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한테 손을 내밀었지 그 손을 잡으면 안 될 것 같았어
778 이름없음 2021/01/27 21:11:08 ID : xRvhdV89AnW 0
데자뷰처럼 그 희끄무레한 존재가 펼쳐 보이던 손이 겹치면서 아까 느꼈던 그 막연한 어지러움과 싸늘함이 자꾸 속을 다 뒤집어 놓는 것 같았어 괜찮다고 고개를 꾸벅 숙이는데 어르신은 손을 거두지 않았지 시종일관 무섭게 군 적도 없는데 어르신은 너무 강압적인 존재였던 것 같아 그 손을 잡고 그냥 일어서면 되는데 왜인지 본능 같은 감 때문에 그 손 앞에서 계속 망설이다가 결국 어르신 손을 붙들고 일어섰는데
779 이름없음 2021/01/27 21:15:03 ID : xRvhdV89AnW 0
어르신 입에서 어린 남자애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렸지 나가게 해 줘 잘못했어 나가게 해 줘 미안해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고 어르신이 입을 다물자마자 그 소리가 뚝 멈췄는데 나는 놀라서 어르신의 손을 뿌리치고 벌떡 일어났어 어르신은 계속 여유롭게 웃고 있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봤는데 기분이 나빴던 건지 당황을 했던 건지는 몰라도 조금 전 같은 얼굴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 그때 진짜 피가 차게 식는 느낌이었어 쎄한 분위기 있잖아 딱 그런 느낌
780 이름없음 2021/01/27 21:17:42 ID : 9AmK59g6i3y 0
쓴아 사랑해 간만에 몰입력 오지는 글 보는거같다
781 이름없음 2021/01/27 21:17:49 ID : xRvhdV89AnW 0
어르신은 내가 뿌리친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골목 끝을 바라봤는데 숨을 헐떡거리는 끝방 나으리가 있었지 사라진 나으리가 보이자마자 긴장이 확 풀릴 것 같았어 남자는 어디로 사라져 있던 건지 아주 다급하게 뛰어 온 사람처럼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어르신을 되게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는데 남자의 눈가와 입가에 그려진 문양이 그날따라 더 날카롭고 사나워 보였어
782 이름없음 2021/01/27 21:19:52 ID : xRvhdV89AnW 0
남자가 성큼성큼 어르신을 향해 다가가는데 나는 상황을 조금도 모르니까 그냥 당황해서 얼어붙어 있었고 남자는 그대로 어르신 멱살을 콱 틀어 쥐면서 나더러 먼저 들어가 보라고 해서 그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가 골목을 빠져 나간 척 서 있던 곳에서 들린 말이라고는 네가 감히, 일부러, 되돌리다처럼 드문드문 들은 단어뿐이었고 그마저도 자리를 옮기는지 점점 멀어지고 있었어
783 이름없음 2021/01/27 21:31:31 ID : xRvhdV89AnW 0
이때까지 든 생각을 정리하자면 여기까지였지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어 가는 내내 나는 어지러운 생각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지 1. 어르신은 어쩌면 나를 미치기 직전까지 몰아붙인 새벽의 시골에서 나를 꺼내 줬거나 가둬 둔 존재다 2. 남자는 어르신의 행동을 인식하고 대립하는 존재다 3. 어르신의 입에서 났던 아이 목소리나 베일에 싸여 있을 때 들린 여러 목소리로 추측해 봤을 때 어르신의 자아는 여럿으로 나뉘어져 있다(아마 그 백발의 꼬마도 어르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걸지도 모르고)
784 이름없음 2021/01/28 21:40:06 ID : faoIINvvbbj 0
진짜 믿을 거라곤 끝방 나으리뿐이다 심지어 매번 스윗해 최고..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르신 가다가 똥이나 밟으세요
785 이름없음 2021/02/01 08:35:54 ID : 2oLbDBwMqqm 0
미쳤다 미쳤어ㅠㅜ 순식간에 호로록 정주행했어ㅠㅠㅠ 스레주 나 진짜 설레서 심장 터질 것 같다ㅠ 글 써줘서 고마워!ㅠㅠ
786 이름없음 2021/02/01 12:48:22 ID : jwE2r81dvfQ 0
레주 나 오늘도 보러왔어 !.! ㅜㅜㅜㅜ 여전한 필력이다 ㅜㅜ 레스 이어 나가줘서 너무 고마워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
787 이름없음 2021/02/03 07:35:43 ID : 8jfWoZip9ba 0
진짜••• 넘 재밌다 시간 지나서 추천 못누르는게 한이다
788 이름없음 2021/02/03 07:36:12 ID : 8jfWoZip9ba 0
스레주 빨리와아아
789 이름없음 2021/02/08 02:40:24 ID : io43WjjwJO9 0
언제올려나아
790 이름없음 2021/02/11 21:18:06 ID : o6jdwoJVaq7 0
스레주 언제와아ㅏ 맨날 들리고 있어ㅜㅜ
791 ت 2021/02/12 01:13:12 ID : k07bu3A3VcH 0
스레주 언제와ㅠㅠ 기다리고 있어ㅠㅠ
792 2021/02/12 01:13:48 ID : k07bu3A3VcH 0
끝까지 풀어줄 거지ㅠㅠ? 기다릴게
793 이름없음 2021/02/17 14:47:44 ID : XxTU2JVgrs2 0
스레주 언제와...? ㅠㅠ
794 이름없음 2021/02/27 01:46:09 ID : Pg2E07f9hdX 0
미친 ㅠㅠㅠ 언제 컴백해 ㅠㅠㅠ빨리 와줘 ㅠㅠㅠ
795 이름없음 2021/02/27 15:43:39 ID : i04Hu647tg0 0
보고싶당
796 이름없음 2021/02/28 14:34:19 ID : i04Hu647tg0 0
살아있니
797 이름없음 2021/02/28 17:32:18 ID : klhhuskmtvC 0
그 시간이?가 어르신한테 혼나서 입 안에 갇혀진 걸까 ㅜㅜ 스레주 언제와 ㅠㅠ
798 이름없음 2021/03/02 17:12:22 ID : 5U1u5Pbg3Xs 0
갱신 ㅠ 스레주 빨리와ㅠ
799 이름없음 2021/03/03 08:46:41 ID : Ci5Ru9z81a2 0
.
800 이름없음 2021/03/03 15:36:16 ID : NunDtdBaoK1 0
ㄱㅅ
801 이름없음 2021/03/07 16:12:00 ID : 62IFg7urara 0
스레주 나 이거 하루종일 생각날 거 같아...ㅠㅠㅠ 아 학원 집중 못 할 거 같은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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