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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0/09/15 01:19:09 ID : jcnwmnB9jvA
학교 수업시간에 시를 쓰고 그에 맞게 꾸미는? 활동이 있는데 레더들이 좋아하는 시 아무거나 말해줘! 제목과 시인도 같이 써주면 고맙고 :) 긴 시도 괜찮고 간단한 시도 괜찮아!
이름없음 2020/09/15 01:20:34 ID : nWnXs9s1eMp
정호승,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나는 왜 아침 출근길에 구두에 질펀하게 오줌을 싸놓은 강아지도 한 마리 용서하지 못하는가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는 순간 새로 갈아 신은 양말에 축축하게 강아지의 오줌이 스며들 때 나는 왜 강아지를 향해 이 개새끼라고 소리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개나 사람이나 풀잎이나 생명의 무게는 다 똑같은 것이라고 산에 개를 데려왔다고 시비를 거는 사내와 멱살잡이까지 했던 내가 왜 강아지를 향해 구두를 내던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데 나는 한 마리 강아지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어떻게 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진실로 사랑하기를 원한다면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윤동주 시인은 늘 내게 말씀하시는데 나는 밥만 많이 먹고 강아지도 용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인생의 순례자가 될 수 있을까 강아지는 이미 의자 밑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강아지가 먼저 나를 용서할까봐 두려워라 좋아하는 이유가 너무 길어서 엉엉 말은 하고싶지만 시간이 없구려 제일 좋아하는 시 하나 들고와봤어 도움이 조금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
이름없음 2020/09/15 01:20:59 ID : Y3xvdyJTXs0
내가 너를 /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이름없음 2020/09/15 01:21:22 ID : zRCnWnWja4E
오오 이거 좋은 거 같아
이름없음 2020/09/15 01:23:17 ID : nWnXs9s1eMp
수라(修羅)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또 들고옴 ,,,
이름없음 2020/09/15 01:24:06 ID : 3AY03wtwL88
예전엔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랐다 요즘엔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란다 (하상욱)
이름없음 2020/09/15 01:28:22 ID : eMqkoHwrcGl
해는 다 졌고 꽃도 저물었고 하루가 죽었고 마음의 지평선 위로 별이 총총 눈을 떴고 달은 튕겨 오르고 너는 불쑥 솟고 내 어둠에 네가 불을 켰고 너와 나의 빈틈 사이로 한숨이 날아들고 너는 잦아들고 너의 귓속말이 바람으로 불어오고 나는 흔들리고 눈썹 아래로는 작은 바다가 생기고 그냥 울어버리고 그대로 미칠 것 같은데 나 어떡하냐고, 불꽃처럼 확 없어져버리고 싶다고. 서덕준, 질식
이름없음 2020/09/15 01:28:37 ID : nWnXs9s1eMp
양세형(개그맨 양세형 맞아!) - 별의 길 연예인이 쓴 시도 되려나 모르겠다 ... 별의 길 잘 지냈소? 난 잘 지내오 그냥 밤하늘의 별의 길을 따라가다 그대가 생각났소 난 몰랐소 밤하늘의 별이 좋다고 해서 그저 하늘을 어둡게 칠한 것뿐인데 그대 별까지 없앨 줄 난 몰랐소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대에게 가는 별의 길은 나타나지 않았소 아쉬운 마음에 밤하늘의 어둠을 지우개로 지워보리오 잘 지냈소? 난 잘 지내오 오늘도 고개 들어 별의 길을 쳐다보오
이름없음 2020/09/15 01:34:10 ID : clfXtcty7xQ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이름없음 2020/09/15 02:30:47 ID : 2nvjAlu6Y3A
납짝납짝 박수근 화법에 대하여
이름없음 2020/09/15 02:37:16 ID : 659a8lwmk7f
영시 괜찮으면 세상 유명한 윌리엄 셰익스피어 소네트 18번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 Thou art more lovely and more temperate. Rough winds do shake the darling buds of May, And summer’s lease hath all too short a date. Sometime too hot the eye of heaven shines, And often is his gold complexion dimmed; And every fair from fair sometime declines, By chance, or nature’s changing course, untrimmed; But thy eternal summer shall not fade, Nor lose possession of that fair thou ow’st, Nor shall death brag thou wand'rest in his shade, When in eternal lines to Time thou grow'st.     So long as men can breathe, or eyes can see,     So long lives this, and this gives life to thee. 그대를 여름날에 비할 수 있을까? 그대가 훨씬 사랑스럽고 따듯한 듯 해. 거센 바람은 5월의 사랑스러운 꽃봉오리들을 흔들고, 우리에게 허락된 여름은 너무나 짧다네. 때때로 하늘의 눈은 눈부시게 반짝이지만, 때때로 그 금빛 안색은 흐려지지.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한들 언젠가는 시든다네. 그것은 우연, 혹은 빠르게 흐르는 자연의 이치.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만큼은 절대로 변치 않아. 그대의 아름다움도 그러하네. 죽음조차 그대가 그의 그림자 아래 떠돈다 하지 못해. 그대는 이 불멸하는 시 속에서 시간과 함께 할 테지. 인간이 숨을 쉬고, 앞을 볼 수 있는 시간 동안에. 이 시는 살아 숨 쉴 것이고, 이 시가 그대를 살게 하리라.
이름없음 2020/09/15 02:45:40 ID : tgY63TPbiqp
자화상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이름없음 2020/09/15 02:52:11 ID : wk2oMpe6koH
존 던의 시가 좋다고 생각해.
이름없음 2020/09/15 05:05:50 ID : srtfXAmIE3u
첫사랑, 여름 - 유지원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밤이면 얇은 여름이불을 뒤집어 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 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음절마저 황홀한 석 자를 앗아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이름없음 2020/09/15 05:06:46 ID : srtfXAmIE3u
수직의 잠 - 박시하 지난밤 헤맨 길에 짙은 냄새와 흐린 울음이 있었지 기억해? 한 줄의 푸르고 비틀거리는 물컹한 꿈을 최초로 수평선을 그리던 파란 색연필의 욕망을 나를 갖고 싶어서 우린 울었어 부풀고 늙은 바램 터트리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눈물 마른 바닷가 이제는 지울 수 없는 자취들을 따라서 파란 알몸인 채로 걸었어 아무것도 그립지 않아서 나는 미역처럼 웃고 너는 녹이 슨 길을 짚고 먼 바다를 바라봤어 기억해? 죽지 않아서 거꾸로 잠이 들었지
이름없음 2020/09/15 07:44:31 ID : irs4E9z9g0r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다른 날 걸어보리라! 생각했지요. 인생 길이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로버트 프로스트
이름없음 2020/09/15 16:26:34 ID : jcnwmnB9jvA
와 다들 고마워ㅠ!! 덕분에 과제 무사히 완성했어 :) 생각보다 많은 레더들이 좋은 시들 많이 알려줘서 시에 나도 관심 생겼어! 시 하나하나가 전부 주옥같고 아름다워서 종종 보러 와야겠어 😁 아무튼 다들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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