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10/04 01:06:54 ID : 1jtbeK5atxT 0
문득 생각이 났어. 내가 놀던 놀이터에 살인범이나 피해자가 있었다거나, 그런 건, 모를때는 아무렇지만 알게되면 정말 소름이 돋는 일이잖아. 나도 죽을 수도 있었겠지, 내 주위사람도 죽을 수가 있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무서워지는거야. 이것도 하나의 트라우마이자 괴담이 아닐까? 한 가지 계기로, 옛날 일이 떠올라서 써봐. 정말 별 이야기도 아니고, 무섭지도 않아. 그냥 하는 이야기. 이 이야기가 끝나면 보는 사람들이 자기들 이야기도 해줬으면 좋겠어. 이런 일이 나만 있지는 않았을 테니까. 2019년에 나는 진주에 살았어.
2 이름없음 2021/10/04 01:09:32 ID : 1jtbeK5atxT 0
나는 진주로 이사온지 2년즈음 된 창창한 여중생. 사건 사고라고는 겪어본 적이 없었지. 진주는 익숙했어. 친가, 외가가 전부 진주에 있었거든.
3 이름없음 2021/10/04 01:11:41 ID : 1jtbeK5atxT 0
친가는 할머니 한 분, 외가는 할아버지 한 분만 남으셨어. 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되서 그렇게 됬대. 두 분다 자주 찾아 뵜지.
4 이름없음 2021/10/04 01:13:16 ID : 1jtbeK5atxT 0
외할아버지는 나를 특히 좋아하셨어. 엄마가 나를 데리고 자주 찾아뵜거든. 나는 내 항렬 중에서도 막내였고, 어른들 앞에서 애교도 나름 뿜뿜했지.
5 이름없음 2021/10/04 01:15:34 ID : 1jtbeK5atxT 0
외할아버지 집은, 오래된 아파트. 그, 세대와 세대 간에 뻥 뚫린 복도를 가진, 그런 옛날식 아파트. 늘 갓길에 차를 대고, 아이 없는 놀이터를 지나쳐서 공동현관으로 들어갔어.
6 이름없음 2021/10/04 01:18:17 ID : 1jtbeK5atxT 0
외할아버지 집은 넓지 않았어. 그래도 재미없진 않았지. 손목시계모양의 커다란 벽시계. 뭔가 있을 법한 앨범. 책장에는 족보가 한 가득. 한번쯤 족보, 펼쳐보고 싶었는데.
7 이름없음 2021/10/04 01:21:35 ID : 1jtbeK5atxT 0
외할아버지는 2016년이었나? 그 겨울 즈음, 폐암 진단을 받으셨어. 마지막으로 댁에서 찾아뵜을때, 내가 생물을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곤 굉장히 오래되고 두꺼운 영한 의학 사전을 안겨주셨지. 젊은 시절 사진도 직접 꺼내 보여주셨어. 노랗게 바랜, 흑백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가장자리는 너덜너덜한 그 사진 속에서 할아버지. 잘생기셨더라. 저는 할아버지 안 닮았나봐요.
8 이름없음 2021/10/04 01:22:49 ID : O3zO9wFeLdX 0
헉 나도 내가 놀던 놀이터나 지나온 곳들에 살인범이나 피해자가 있었을 수도 있다 생각하면 진짜 무섭고 소름끼치면서 궁금해져.. 잘 보고 있다 이야기!
9 이름없음 2021/10/04 01:24:44 ID : 1jtbeK5atxT 0
그 이후로는 병원에서, 투병하시다 돌아가셨지. 나는 거의 못 뵜어. 죽을 때가 되면 정신을 많이 잃으신다고, 뵙지 말라더라. 그냥 좋은 기억만 갖고 있으래. 돌아가실때, 내 기억은 거의 안나셨겠지라고 생각하면 조금 섭섭해. 그렇게 오래 같이 있어준 것도 아닌 주제에.
10 이름없음 2021/10/04 01:25:44 ID : 1jtbeK5atxT 0
잘 들어줘서 고마워. 사실 정말 깊게 빠져들면 현생에도 지장이 가는 생각인데...겪어보니 쉽지 않아.
11 이름없음 2021/10/04 01:27:33 ID : 1jtbeK5atxT 0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집은 우리 엄마 명의로 돌아갔던걸로 기억해. 사실 장례식 끝나고 화장장 가는 길에 할아버지 집도 들렀다는 것 같지만, 나는 그때 버스 안에서 죽은듯이 잠만 자서, 그 집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것은 그 때 그날, 사진을 본날.
12 이름없음 2021/10/04 01:29:21 ID : 1jtbeK5atxT 0
아마도 외할아버지의 기일은 2019년 1월 초. 그리고 내가 그 아파트에 마지막으로 들른 것은 그해 2월달, 그 아파트에 사는 친구와 mbc네 놀러가려고 데리러 갔던 날.
13 이름없음 2021/10/04 01:30:19 ID : 1jtbeK5atxT 0
더는 갈일이 없던 아파트, 4월달의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지.
14 이름없음 2021/10/04 01:30:43 ID : 1jtbeK5atxT 0
그 아파트, 진주 주공 아파트.
15 이름없음 2021/10/04 01:31:01 ID : 1jtbeK5atxT 0
진주 가좌동에 위치한, 주공 아파트.
16 이름없음 2021/10/04 01:32:29 ID : 1jtbeK5atxT 0
대한민국 경상남도 진주시 가좌 주공 3차 아파트는 2019년 4월 19일을 기하여 전국에 알려졌어. 화재, 살인이라는 이름으로.
17 이름없음 2021/10/04 01:34:24 ID : 1jtbeK5atxT 0
안인득의 진주 아파트 방화 흉기 살인사건. 5명이 죽었어.
18 이름없음 2021/10/04 01:36:28 ID : 1jtbeK5atxT 0
갑자기 실시간 검색어에 진주가 뜨더라니. 학교는 순식간에 유언비어, 가담항설, 설왕설래. 옆 학교의 누가 학교를 안왔다더라. 누가 죽었다더라. 걔가 어느 초등학교 나왔다더라. 아는 사람이니? 이름이 뭐니?
19 이름없음 2021/10/04 01:38:52 ID : 1jtbeK5atxT 0
순간 든 생각은, 우리 외할아버지 집이 다 타버린걸까. 그 생각 밖에 안 들더라. 그리고 그 다음에 든 생각은, 그 집에 우리 외할아버지가 살았고, 우리 엄마가 드나들었고, 내가 내 방처럼 드러누웠지. 그랬지.
20 이름없음 2021/10/04 01:39:09 ID : O3zO9wFeLdX 0
헐!!! 그 범인 이름 ㅇㅇㄷ이었던(이미 뉴스랑 나무위키 등에는 다 이름 나와있지만 혹시 몰라서 초성으로!!) 그 살인사건.. 맞지 미쳤다............
21 이름없음 2021/10/04 01:40:10 ID : 1jtbeK5atxT 0
우리 학교에서 죽은 사람은 없었어. 불이 난 동도, 할아버지 동이나 내 친구 동이 아니었지. 생각해보니 걔는 1층 살아서, 불이 나면 걍 창문으로 뛰어내려도 되기는 했다.
22 이름없음 2021/10/04 01:41:50 ID : 1jtbeK5atxT 0
우리는 그 집을 다시 가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그 집이 비어있는지, 아니면 아직도 그 족보가 우두커니 집을 지키고 있는 지 몰라. 어쩌면 내가 기숙사에 있는 동안, 엄마가 그 집에 가끔은 들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23 이름없음 2021/10/04 01:44:51 ID : 1jtbeK5atxT 0
그 이후 그 아파트를 갈 일은 사라졌고, 외할아버지가 주신 사전도 지금은 어딨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마냥 슬퍼지는 게. 이제는 그 집이 나만의 추억이 아니야. 나만의 기억이 아니야. 나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의 공간으로 기억에 남을 거고, 거리낌으로 남을거야. 그 집, 부동산에는 올라가는 있는 걸까.
24 이름없음 2021/10/04 01:45:59 ID : 1jtbeK5atxT 0
그리고, 2020년 3월에. 다시 사건이 났을때.
25 이름없음 2021/10/04 01:46:41 ID : 1jtbeK5atxT 0
나는 더 이상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지. 중학교 친구들에게 조용히 전화를 걸었을 뿐이야.
26 이름없음 2021/10/04 01:47:14 ID : 1jtbeK5atxT 0
야, 너네 집은 아니지? 니는 칼빵 안맞은거지?
27 이름없음 2021/10/04 01:48:19 ID : 1jtbeK5atxT 0
아버지가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17세 딸에게 중상을 입힌뒤 도주한 날이었어. 우리도 17세, 풋풋한 여고생들이었지.
28 이름없음 2021/10/04 01:51:05 ID : 1jtbeK5atxT 0
그날은 서류가 조금 필요해서 전에 다녔던 중학교에 다녀온 날이었어. 한때 널널했던 하굣길에 그랬던 것처럼 근처 떡볶이 집에 눌러앉아 떡볶이랑 순대 일인분을 시키고 의자에 등을 기댔어. 그러고는 불현듯 그 생각이 드는 거야.
29 이름없음 2021/10/04 01:51:53 ID : 1jtbeK5atxT 0
아.... 이 학교 학생이면 어떡하지.
30 이름없음 2021/10/04 01:53:30 ID : 1jtbeK5atxT 0
바로 옆에 있는 같은 재단 고등학교.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오르자, 속이 더부룩해져서. 더 이상 떡볶이가 맛이 없더라. 그랬어.
31 이름없음 2021/10/04 01:53:55 ID : 1jtbeK5atxT 0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33 이름없음 2021/10/04 01:55:04 ID : 1jtbeK5atxT 0
두번째 사건은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서 링크 올렸어. 이때 참 아찔했지. 세상 모든 아저씨가 위험해보였어.
34 이름없음 2021/10/04 01:56:45 ID : WpbyLasqpbD 0
헐 미쳤다.. ㅂㄱㅇㅇ
35 이름없음 2021/10/04 01:56:46 ID : 1jtbeK5atxT 0
사건의 가장 큰 무서운 점은, 이전에 그곳에 있던 아름다운 이야기조차도 다 덮어버린다는 점이라고 생각해.
36 이름없음 2021/10/04 01:57:59 ID : 1jtbeK5atxT 0
사실 갑자기 이 이야기가 하고싶어진건, 금요일날 앞집 아줌마가 찾아와서 해준 이야기 때문인데.
37 이름없음 2021/10/04 02:00:10 ID : 1jtbeK5atxT 0
" 예예... 그 앞에, 어느 이상한 아줌마가 미친듯이 도어락을 누르더니, 벨을 눌러제끼더라고요. 그 혹시나 싶어서. 아 예. 윗집 사람도, 아랫집 사람도 아니더라고요. 그, 한가지 기억에 남는게, 머리에 물도 안 묻었는데 그 수건을 두르고 와서는... 예. 그 조심하세요."
38 이름없음 2021/10/04 02:01:20 ID : 1jtbeK5atxT 0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어느날 그렇게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이 실감이 나는 거야. 그 이름모를 어느 옆학교의 누군가처럼.
39 이름없음 2021/10/04 02:02:28 ID : 1jtbeK5atxT 0
너희도 이런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지 않을래?
40 이름없음 2021/10/04 02:02:54 ID : 1jtbeK5atxT 0
질문이 있다면, 질문도 받을게.
41 이름없음 2021/10/04 02:21:24 ID : WpbyLasqpbD 0
음.. 우리 동네는 딱히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은데, 김길태 사건 아려나? 그거 일어났었어.. 그리고 유난히 자살한 사람이 많아 1년 전에 각각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 3명인가? 몇 주 차이로 자살했더라고.. 그거 핏자국 보려고 아파트 단지로 가고 그랬었지 핏자국이 확실한 지는 모르겠지만 비가 왔었는데도 그 바닥만 약간 갈색 빛이 돌더라고.. 그거 보고 나서 귀신 붙을까봐 애들끼리 어깨도 털어줬어 음 몇개월 전에는 우리동네 파리바게뜨 여자 주인분께서 돌아가신 거.. 자살이라나 교통사고라나 확실하진 않아 아 그리고 우리 고등학교 올라가는 길이 가파른데 거기서 교통사고로 옛날에 2~3명정도 돌아가셨어.. 봉고 아저씨는 자살하셨고.. 그리고 그 뒤로 1~2번 더 교통사고가 났지 지금은 공사해서 안전한 것 같아 또 다른 건 우리 동네에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 정상인이 얼마 없어 진짜 약간 동네 터가 별로 안 좋은 것 같아
42 이름없음 2021/10/04 02:23:16 ID : 1jtbeK5atxT 0
그곳도 다사다난한 동네구나. 레스더도 항상 몸 조심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
43 이름없음 2021/10/04 02:24:56 ID : bzTWnSJTO5T 0
1. 엄마가 입원했던 정신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 폭행해서 1명 사망. 2. 친구 1 해외거주 당시 식당에서 밥 먹다가 테러 발생. 총격으로 2명 사망. 3. 친구 2 납치 사건 발생. 1주일간 감금된 후 구조됨. 4. 친구 3 택시 납치 미수 사건 발생. 택시 타고 집 가는 길이었는데 조수석 밑에 숨어있던 사람이랑 눈 마주침. 바로 문 열고 도망쳐서 살았음. 5. 사촌언니 학원 건물에 있는 PC방에서 묻지마 살인 사건 발생. 당시 학원에 있었고 경찰 와서 긴급 대피. 1명 사망 3명 부상. https://namu.wiki/w/%EC%88%98%EC%9B%90%EC%97%AD%20PC%EB%B0%A9%20%EB%AC%BB%EC%A7%80%EB%A7%88%20%EC%82%B4%EC%9D%B8%EC%82%AC%EA%B1%B4
44 이름없음 2021/10/04 02:25:51 ID : WpbyLasqpbD 0
스레주도 항상 건강하고 앞날에 항상 행복만 있길 바랄게!!
45 이름없음 2021/10/04 02:27:25 ID : bzTWnSJTO5T 0
1번은 뉴스 보도 됐는데 익명성 때문에 기사는 안 올렸고, 정신병원 폭행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사건들 중 하나임. 2번은 현지 신문에만 보도된 사건. 3~4번은 보도된적 없음.
46 이름없음 2021/10/04 02:28:43 ID : 1jtbeK5atxT 0
친구들도, 레스더도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섣부른 위로나 응원이 늘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다들 평안함이 지속될 수 있기를. 언제나 몸 조심하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
47 이름없음 2021/10/04 02:29:41 ID : 1jtbeK5atxT 0
고마워.
48 이름없음 2021/10/04 02:31:25 ID : Y007dXAi5Qk 0
우리동네 뭐 많긴 했다... 대구 여대생 살인사건 그거랑... 뉴스 탔는지 아닌진 몰라도 스토커한테 칼맞고 죽을뻔한 여자랑.... 두번째는 개소름인게 새벽에 개 산책 시키다가 어 뭐야 웬 페인트가 이래 떨어져있냐 했는데 그게 그여자가 흘린 핏자국이었음...;; 최초발견자 될 뻔.....
49 이름없음 2021/10/04 02:33:23 ID : WpbyLasqpbD 0
헉 나 생각해보니까 우리 이모부도 자살로 돌아가셨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꽃집 아저씨 자살로 돌아가시고.. 우리동네 뭐야???
50 이름없음 2021/10/04 02:34:35 ID : 1jtbeK5atxT 0
충격이 심했겠구나. 우리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닐지라도, 주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목도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지. 앞으로는 정말 네게 기쁜 쪽으로만 놀랄 일이 많기를 바랄게. 항상 행복해.
51 이름없음 2021/10/04 02:36:32 ID : Y007dXAi5Qk 0
너도 행복해라 난 트라우마 까지는 아니었는데 최초 발견자분은 상당히 트라우마였을거임...
52 이름없음 2021/10/04 02:37:19 ID : 1jtbeK5atxT 0
다들 힘드신 일이 많으셨나봐. 레스주는 괜찮아? 정말 힘든 일이 있으면 어디라도 얘기해봐. 여기라도 좋지. 언제나 들어줄게.
53 이름없음 2021/10/04 02:39:43 ID : WpbyLasqpbD 0
나는.. 괜찮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 근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 자살한 사람이 있는 집안에선 후손이 자살할 확률이 좀 있다던데 나는 그 확률이 되기도 싫고 ㅎㅎ 그래서 악착같이 살아갈 예정이야 나는 괜찮아
54 이름없음 2021/10/04 02:41:08 ID : 1jtbeK5atxT 0
네 의지를 늘 응원해. 꿋꿋하고 언제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할게. 언젠가 사회에서 만나.
55 이름없음 2021/10/04 02:42:37 ID : WpbyLasqpbD 0
고마워!! 스레주 편안한 밤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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