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 그녀는 동그란 다이아몬드 같은 눈동자를 햇빛에 들이대며 물었다 무엇이 정답이고 해답인지 말해줄 길은 없었지만 내 몸이 , 내 마음이 말하고 있었다 " 어떻게 살긴, 그냥, 그냥 사는거지 원래처럼 똑같이, 살아가는거지 "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사실은 이미 알고있었다. 처음부터 그런건 없었다는 것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는....어떻게 사랑없이 살았어요?" 작은 도자기 안에 담긴 어머니에게 내 질문이 닿기를 바랬다. 대답은 필요없으니 그저 내 작은 의문만이 전해지도록.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그 말에 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 손으로 조용히 아이의 두 눈을 가려주었다. "아직은 네가 알 필요 없단다." 그래. 너는 평생토록 알지 못했으면 한다. 그 지옥같은 세계를. 나는 그 말을 하며 조용히 주인 잃은 반지를 매만졌다.

"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존재가 사라지는것 뿐이지. 한 번 시작된 사랑은 내 심장 깊이 뿌리 잡아 영원히 나를 괴롭힌다. 내가 그 존재를 사랑하는 마음은 영원히 변함없으리라 장담하는 나는 너무나도 이기적이었다. 이기적이게도 난 영원히 널 사랑할 자신이 있었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 "당신은 사랑 없이 어떻게 살려고요?" 너덜너덜한 손을 휘저으며 그는 반짝이는 총구를 초조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는 썩어가는 몸뚱이를 힘겹게 움직여 어떻게든 나와 멀어지려 했다. "생각해봐요. 우리가 한 건 분명히 사랑이었어요." 겁에 질린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우리의 재회가 꼭 이런 형태여야만 했을까. 이윽고 찾아온 온기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우리 사이의 적막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그와 나는 각자 다른 감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만큼 애절한 사랑도 드물었을 거라고." 나의 무덤덤한 대답에 그는 일순간 작은 희망이라도 느꼈을까. 뭐, 귀가 먹먹해지도록 커다란 총성 때문에 그의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본부장님, 이쪽은 정리가 다 끝났습니다." "수고했다. 혈청은?" "무사히 회수했습니다." 그의 이마 한가운데 뻥 뚫린 구멍 사이로 작게 피어오르는 총탄의 연기가 미웠다. 너와 내가 나눈 감정은 사랑이었을 거야. 사랑이 없다면 비어버린 가슴을 먼지로 가려야만 하겠지. 마치 이 도시처럼. "알파팀, 동부지역 백신 연구소 탈환 완료. 즉시 귀환하겠다." 귀환 직전 옥상에서 바라본 이 도시는 빌어먹을 잿빛만이 가득했다. 그래, 이게 내가 너를 잃고 살아갈 세상이다. 좀비가 된 백신개발연구원 × 생존자연합 행동대장 전직군인 좀비 사태가 벌어지기 전엔 알콩달콩 잘 살았겠지 뭐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사라지는 대로 살지." "그게 무슨 뜻이에요." "살아지는 대로 살라고."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사랑스럽고 온화한 목소리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다 죽여버리겠지" "어쩌서요..?" "나는 인간을 사랑하는 신이니까."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어느 오후, 책을 한 권 읽더니 나온 말이 고작 그것이었다. 나는 내가 질문했음에도 당황스러워 숨을 참았다. 너무 충동적이었다. 그를 알면서 왜 그랬지. 마치 꼭 해야만 하는 질문처럼 느껴진 건 도대체... 찰나 속에서 혼란이 스쳐간다. 당신은 그런 나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나즈막히 답했다. "글쎄요. 사랑이 사라진 채로 살지 않을까요? 어쨌거나 저는 할 일이 아주 많으니까요." 참나, 누가 저리 삭막한 대답을 한담... 정말이지 시시한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 대답마저도 내가 사랑하는 그의 모습이라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나는 사랑의 시옷 자도 모를 사람을 사랑하고 있구나. 마음이 아리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어느 새 창 밖으로 노을이 진다. 덮힌 책 위로 붉은 빛이 비춰보인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그에게로 걷는다. 끼익 끽, 나무 판자 소리가 집 안을 울린다. 아니, 아니다. 내 몸에서 나는 소리인가. 잠시 멈춰가야 할 때인가보다. 그의 목소리가 흐릿하다. "이런 태엽을 다시 감아야ㅡ" 시간은 진실을 비춘다. 하지만, 그의 시간은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아는 것을 그는 모른다. 그의 사랑을 본따 만든 '대용품'일 뿐이다.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건 계산된 값이고,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일도 같은 책을 읽고 묻겠지.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잘."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그 질문에 그는 아무대답도 하지못했다. 단한번도 사랑을 받아본적이 없었기에 그 사실이 한없이 부끄럽고 눈앞의 사람이 부럽다고 느낄뿐이였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편지는 애절한 연인들이 그러하듯, 낭만적이고도 서먹히 시작했다. 볼 수 없는 그의 편지를 듣지 못할 내가 읽는다. 옳은 발음인지조차 모르는 채로 목의 떨림만을 느끼며 입술을 여닫았다. 오로지 그만을 위해 쓴, 그 구절을 낭독하며 나는 하염없는 외로움과 부럼과 자랑스럼을 느끼었다. 그 볼 수 없고 듣지 못할 동질감이 그와 나를 하여금 털어놓게 하였으나 또한 그와 나를 하여금 갈라놓았다. 내게는 오지 못할 편지를 나와 같은 자의 것을 읽으며 느끼는 외로움을 그 누가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곳의 봄은 얼어붙어 아직 녹지 못하였습니다. 그대 향한 운명을 재촉하여ᆢ" 아, 참으로도 비참한 사랑을 나는 느끼었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 "저희는 사랑없이 잘 살잖아요 지금." 호기라고 생각한 나머지 선을 그었다. 우리 관계는 맹세코 사랑이 아니라고, 그저 우정에 밀접할 뿐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한 말이었다. 그저.. 경계를 만들기 위한 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쯤 밀어내면 그도 포기할거라 생각한 내 착오였나. "저희 사이에 사랑이 없다는 말은 어디서 나온건지 궁금하네요" "..." "하하.. 그런거였나요 그럼 제대로 말해야겠네요. 오늘보다 내일을 더 오래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적잖은 침묵이 흘렀다. 내 예상과 다른 말에 머리가 경황없이 굴러갔다. '플랜a.. 이것도 아니고, b,c...o 뭐 이리 쓸게 없어!!" 항상 맞아떨어졌던 내 예상이 빗겨나가고, 어색한 침묵이 이리 조급하게 지속되는 건 처음이었다.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속을 짐착하기 어려운 것도, 내 예측이 들어맞지 않는 것도, 내가 원하던 방향대로 말하지 않는 것도 전부 처음 느껴보는 경험이었다. 그때, 그가 침묵을 깨고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계속 기다리고만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을 처음 맞이한다는 건 너무 힘들었다. '하필 이런 타이밍에 이런 감정이 생겨버리다니...' "저도 이런 말 처음이에요, 부담갖지 마시고 싫으시면 싫다고 해주세요." "... 좋아해요" 생각할 틈도 없이 뱉어버린 말에 내가 더 당황했다. 좋아한다는게 이런 감정이구나, 서로가 서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구나. 하고 깨달은 순간 좋아한다는 말이 앞장서서 뱉어져나와버린 것이었다. 서로가 당황한 모습에 웃음이 새어나올듯했다. 그리고 내 청춘에 꽃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안녕, 그리 오래 기다린 내 청춘.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그러게요. 어떻게 살았지?"

>>14 아앀ㅋㅋㅋㅋㅋ 어케 쓰지 하면서 내렸는데 뭐냐곸ㅋㅋ 김빠지게ㅋㅋ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그게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였고, 마지막 질문이었다. 나는 그 물음에 결국 답해주지 못했고 그녀는 내 곁을 떠났다. 내가 답을 줬더라면 그녀는 아직 내 곁에서 웃어주고 있었을까? 글쎄. 결국 난 그 질문의 정답을 찾으러 여행길에 올랐다. 여러곳을 돌아다니고 질문의 답을 들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낡은 기차를 탄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두런두런 들려오는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를 음악 삼아 그녀의 마지막 질문을 곱씹었다. 어느센가 잠에 빠져들었던 나는 스르르 깨어나며 내뱉었다. "사랑이 사라지면... 마음이 공허해지는거야. 그렇게.. 그렇게..사랑은 사라져도 그 추억으로 살아가는거지."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그러게."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무슨 소리야. 어떻게 살기는 뭘 어떻게 살아. 너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건데." 당신은 웃긴 이야기를 들은 사람 마냥 웃었다. "왜 따라 죽어요. 산 사람은 살아야죠." "네가 죽었는데 내가 왜 산 사람이야." 하도 어이가 없는 대답에 말문이 턱 막혔다. 나는 당신을 따라 죽을 용기 같은 거 없는데, 한순간 굳어진 당신의 표정에 뱉으려던 말을 삼켰다. '그래놓고 저보다 먼저 죽으면 어쩔 건데요.' 삼킨 말은 표정에 그대로 떠올랐던 것 같다. 당신은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다 천천히 그 큰 입을 벌렸다. "너 죽으면 같이 죽기야 하겠다만, 너보다는 먼저 죽지 않으니까 걱정 마. 너 혼자 두고 어디 안 가." "제가 죽기 전에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될 수도 있잖아요." "왜 계속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너는 나 안 사랑할 수 있어?" "아마 못 하겠죠." "너도 못 하는 걸 내가 어떻게 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말투에 나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말은 많아서, 애꿎은 입술만 계속 밀어내었다. "뽀뽀해달라고?" "네?" "아니... 네가 너무 입을 삐죽이고 있길래." "그런 거 아니에요. 어떻게 사람이 하루 종일 그런 생각만 해요?"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살과 살이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당신이 내 시야에 들이닥쳤다. "나는 사랑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겠지만, 너는 계속 살아. 너에게 사랑이란 그런 의미잖아. 난 너의 그런 모습까지 사랑하니까 죄책감 같은 거 가지지 말고. 알았지? 사랑해."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갈 거야. 사랑 없이도 번식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결국엔 사랑이란 단어 자체가 어색하고 환상처럼 여겨지게 될 날이 오겠지. 지금도 봐, 유전자를 뽑아내 인공적인 양을 만들고 있잖아. 복제 양 돌리. 들어는 봤지?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 사라지는 그날을 대비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세상은 계속해서 삭막해져가고 있거든." "... 그런 걸 묻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 그래 알겠어. 사랑해."

" ... 사랑이 사라지면-, 어떡해 살아요? " " 그건..왜물어? " " 그건 당신이 사라 진다는 뜻이니까.. " 눈물을 흘리며 손을 잡았다. " ......... 우리 이러지 않기로 했잖어 " " .......흑, 흣, 우으-, " " 후..." 후 불면은 구멍이

>>20 아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 " 사라지게 하지 않을 거니까- " 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를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그의 품에 안긴 그녀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 당신 입장에서가 아니고 내 이야기에요. 당신이 사라지ㅁ," "쉿-_... 아무 말도 하지 마 나의 ㅇr기 고양ㅇi...?" " ...대답해요 나 두고 가는 거 아닌지 나만 사랑할 건지. " 그가 빙그레 아이스크림이 연상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너만 사랑할게. " " 무엇을 걸고요? " " 이 집을 걸고. " " 치이... 그게 뭐에요. " " 너랑 나 모든 것을 걸면 너무 오바라고 할 거 아냐? " " 잘 아시네요. " 그가 문 밖으로 나섰다. 그녀가 웃으면서 잘 다녀오라 말했다. 몇 시간 뒤 문자 한 통이 왔다. [ 지연아 뭐해?ㅎㅎ 오늘 같이 저녁 먹으러 갈까? ] 그녀가 대답했다. [ ㅋㅋㅋㅋ ] [ 미친놈아 내 이름은 박수진이야. ] [ ...미안해 전여친 이름이랑 헷갈렸어. ] [ 내가 첫 번째라고 하지 않았어? ] 그리고 그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여름이었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나는 울었다. "난 그게 전부라고." 속절없이 한참을 울부짖었다. 눈 앞이 점점 뿌옇게 변한다.

다운로드.jpg"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다시 부르면 되지." ".......어떻게? 당신은 사랑이 그렇게 쉬워요? 정말 진절머리나, 어떻게, 어떻게 다시 사랑을 부르는데요..." ".........바나나 먹을 짜럄~~!!"

>>25 그 사랑이 그 사랑이었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좋아하는 동화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이 나자, 아이는 작은 입으로 큰 질문을 던졌다. 아이에게 받은 첫 질문이었기에 나는 못내 당황하고 말았다. 어떻게 대답을 해주어야 할까... 아이가 알아들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사랑이 사라진 자리에 다른 게 자라나, 그걸로 살아갈거야."

"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오천 육백 삼십 이번째 문제.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서술하라[서술형/10점]. 시험지가 걷히고 나서는 답을 쓸 수 없다. 그게 모든 시험의 규칙이다. 연인과의 대화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니, 그건 어찌 보면 시험보다도 더 끔찍한 측면이 있다. 지우개 없이 작성하는 서술형 답안이나, 수정테이프 없이 하는 오엠알 마킹처럼 수정이나 재시험 따위는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그 일례렷다. 뭐 그래도 이건, 감독관 앞에서 보는 구술 시험이라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긴 했다. 그러나 이 시험을 진실로 지긋지긋하게 만드는 요소는 따로 있었다. 그래, 사실 비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이 연애 고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끔찍하게 괴로울 뿐이었다. 도대체 명확히 알 수가 없는 애매모호한 채점 기준은 사람이 기가 질리게 만들었다. 가면 갈수록 그녀의 질문에 답하기 보다는 코랄핑크 립글로즈와 쥬시 피치핑크 립틴트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더 수월했지. 아마도, 그 모든 질문의 본의는 " 나를 사랑해?"였을 테지만. 나는 한 번도 그녀에게서 합격점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대체 무얼 위해 이 시험을 보는가. 너도 만족하지 못하고, 나도 고통만 받는 이 의미없는 사랑의 측정은 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래서 결국에는 오천 육백삼십 일번째 문제를 받았던 날, 문제를 던져버리고 도망을 나왔다. 언제나 찌푸리던 너의 얼굴에 시험지를 던져버리고 수도 없이 반복되던 시험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런 내 등에 던져진 마지막 문제, 그러니까 오천 육백 삼십 이번째 문제. 나는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를 포기했다. 풀지 않은 문제에 매겨질 점수는 하나밖에 없지. 내 시험지에는 빗줄기가 그여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날 빗줄기가 되어 스스로 땅바닥에 몸을 던졌다. 점수에 집착하던 당신이 스스로 점수가 되어 붉은 줄을 그이는 것이, 참 그녀답기도 하다고 생각되기하고. " 애초에 이 사이에 사랑이란게 있기는 했던가요." 아. 당신은 내게 그렇게 물었던가.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가 있느냐고, 그렇게 물었던가. 어떤 목소리로, 얼굴로 그 말을 했던가. 그 말을 한 장소는 어디였고, 그날 날씨는 어땠고, 나는 그 말에 무어라고 답을 했던가. 각진 틀 속에서 반듯하게 펴진 입술이 조물조물 움직인다. 그렇게 다시금 소리 없이 묻는다. 살아가겠죠. 꾸역꾸역 밥을 입에 밀어넣고, 억지로 허파를 부풀려가며 그렇게 살아가겠죠. 정녕 사랑없이 살아갈 방법이 없다면 끝내 그렇게 말라가겠지요. 그렇게 말라 죽어가는 게, 사랑 없이 사람이 살아갈 수 없다는 유일한 증명이 될겁니다. 나는 이제는 압니다. 사람은 사랑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압니다. 당신이 몸소 보여주었잖아요.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살아가고, 숨을 쉬고, 밥을 먹으며 이렇게 당신을 생각하는 것을 보니. " 나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나 봅니다." 당신은 저를 사랑하지 못해서 사랑을 찾았다. 고사하지 않기 위해 고사시켰다. " 그래도 난 당신보단 나를 더 사랑했어."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뜬금없이 던진 질문에는 뻔히 보이는 속내가 담겨있었다. 진실한 사랑이 뭘까요? 와 같은 어린아이의 질문이었다. 법적으로 성인이 된지 약 7년이 지난 이의 질문이라기엔 지나치게 미성숙한. 그리고 짜증 날 정도로 유치한. 성장이 멈춘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아 거부감마저 들만큼 이질적인 질문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말하려는게 사랑임을 알아 두 팔을 벌렸다. 장단에 맞추려 얼마 전에 봤던 로맨스 영화의 대사들을 더듬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게 없어 어깨에 기댄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었다. 품속으로 더 파고드는 그를 토닥이며 유치한 질문에 성숙한 대답을 찾아봤다. 그리고 그만큼 모순적인 것도 없어 결국 덩달아 유치한 대답을 내뱉었다. "죽지 않을까요." 그랬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누구도 몰랐던 약속을 지키려 삶에서 발을 뗀다.

"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 그 나이다운 발상이렷다, 혼자 허무맹랑한 상상을 하고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가까운 어른에게 물어보곤 하는 것이다. " 그걸 나한테 왜 묻는데. " " 언니는 저보다 훨씬 오래 살았으니까요. " 진짜 궁금한 건지, 일부러 맥이는 건지. 살아온 시간은 짧으나 사랑은 지가 더 많이 받았다는 걸 모르는 걸까. " 임마, 가서 발 닦고 자라. 언니 피곤하다. " 햇빛으로 불에 달군 석쇠처럼 뜨거워진 머리를 문지르며, 그렇게 뒤돌아 걷고 있었다. 작열하는 아스팔트. 그 위로 피어오른 아지랑이에. 뽀얀 그 아이의 피부와 굳은살이 많고 거무스름했던 슬리퍼 신은 내 발이. 내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 아이가 제 딴에는 장난인, 그러나 꽤나 짓궂었던 아니 잔인했던... 그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않았더라면. " 언니는 사랑 없이 살았으니, 답을 알 거라 생각했어요. " 나는 너를 죽이지 않았을 터인데.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숲을 그대로 담은 듯한 소녀의 눈동자가 빛을 잃은채 창문새로 들어오는 햇빛에 반사된다. 질문을 말한 목소리 자체는 밝았으나, 그 안에는 미약한 허탈함이 담겨 있었다. 이런 말을 하는 의도가 무엇일까. "사랑이 사라지면 사라지는 대로 그냥 살아야지, 뭘 어떻게 해." 문득 들어보면 무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딱딱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그 안에 단겨져있는 위로와 격려를 알아챌수 있었다. " 네가 마음만 먹는다면,그런게 없어져도 충분히 살아갈수 있는게 이 세상이야. 그러니까 그딴 바보 같은 질문 할 시간에 뭘 할건지 결정이나 해라." "...그런 말을 할줄 알았어요." "허, 그럼 뭐하러 물어본거냐?" 입을 잠시나마 다물었던 소녀는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그냥, 확신을 얻고 싶었어요." 그런 감정이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수 있다는 확신이요. 사랑이 이 세상을 살아 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걸,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러냐" 그 말을 끝으로, 소녀의 눈에 담겨져 있던 숲속에는 다시 해가 떴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그는 손 끝으로 펜을 빙글 돌렸다. 신경을 쏟을 때의 버릇, 빼곡히 격자가 쳐진 종이를 앞에 두고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의도는 뻔하다. 뱀의 꼬리를 단 사자는 어린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꺼운 눈꺼풀 아래 나른한 눈동자가 빛났다. 나는 구두 속 발이 저릿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대답을 골랐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난 항상 사랑없이 살아왔는걸…?” “에, 설마 우는 거에요 지금…?” “흐헝엌흐엉허아, 끕, 킁.” “악! 더러워!!”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한 아이의 천진한 질문이 나의 가슴에 박였다. 사랑, 사랑이라. 이 세상 모두가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개인의 한 일화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한 때 내가 사랑하던 것이 사라지면 죽어버릴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던 과거가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든 살아지더라.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사는 지는 모두 다르기에 내가 아이에게 해답을 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글쎄다, 하지만 꼬맹아 너는 그걸 최대한 늦게 알아라. 알겠냐?"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언젠가의 늦저녁, 땅거미가 질 쯤 네가 말했다. 나는 분주하게 움직이며 천체망원경을 설치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낡은 레버를 돌릴 때마다 끼릭 소리가 귀를 찌른다. 내가 대답이 없자, 너는 눈치를 주듯이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 그제서야 네 말에 설렁설렁 응수했다. 손은 여전히 간이식 망원경을 조립하는 채로. "왜 또 이래. 산에 오니 갑자기 없던 감성이 샘솟나 보지?" 다분히 비꼬는 듯한 말투로 대꾸하니, 너는 대번에 눈을 부릅떴다. 굳게 팔짱을 끼는 것이 영 못마땅한가 보다. 여기서 더 못되게 굴었다간 천체 관측이고 뭐고 다 내팽개친 채 혼자 쌩하니 가버릴 것이 뻔하다. 눈동자가 데구룩 굴러 너를 담는다. 시선이 마주치자, 네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냥, 요즘 친구들이 다 연애하니까요.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 해서." 너는 어깨까지 늘어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꼬며 말했다. 새침한 목소리에 말꼬리가 늘어지는 걸 보면 분명 다른 뜻이 있을 터다. 너는 성격이 네 머리카락처럼 배배 꼬여 있는지라, 속내를 숨기면서도 꼭 내가 알아주길 바란다. 그래도 알고 지낸지가 벌써 3년이니, 장단에 못 맞춰 줄 것도 없었다. "뭐, 인간이 빵과 포도주만으로 살진 않는다잖냐. 사랑이 없어도 살 순 있겠지만 힘들 것 같은데." "역시 그렇죠?" 작게 웅얼거린 말도 찰떡같이 알아들었나 보다. 네가 득달같이 대답헸다. 갑작스런 사랑타령이 퍽 우스웠지만 네 눈이 유독 반짝거려서 아무래도 좋았다. 동공에는 세상이 깃든다. 모든 것들이 눈에서 반사되어 다시 세상을 만들어 낸다. 네 눈이 어느덧 별이 총총이 박힌 하늘을 담는다. 네 눈동자 속에 별이 떴다. 우주가 다가온다. 점점 더 가까워진다. 이윽고 네 숨결이 닿았다. 입맞춤은 짧았다. 별이 금방 져버리듯 금세 떨어져 나갔다. "선배가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네가 웃는다. 우주가 샐쭉 휘어진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자리를 찾았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질문을 던지고선 눈치를 살폈다. 긴 침묵에 매섭게 서늘한 공기가 시리게 느껴졌다. “글쎄, 살아는지겠지. 어떻게든.” 꽤나 뜸을 들이며 꺼낸 말 치고는 냉소적인 대답에 괜히 실망감이 들었다. 그냥 물어보지 말걸 그랬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치만” 이어지는 말에 시선을 돌려 너를 바라보았다. 눈동자에 비춰진 내 모습이 반짝 빛났다. “그건 너무 외롭지 않을까?” “아…” 눈 맞추지 말걸…. 아니 그냥 너를 다시 마주하지 말 걸 그랬다. 나와 마주보고 서 똑바로 눈을 바라보며 말하는 너의 눈빛이 지독히도 쓸쓸해 보여서 그래서 덜컥 너를 안아버릴 뻔 했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어린 내가 엄마에게 물었다. "사람은 사랑없이 살아갈 수 없단다" "저는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데... 못살아가는 건가요 :( " "엄마가 너를 사랑하잖니?" "엇, 그럼 저도 엄마 사랑해요!! 사랑없이 살아가지 못한다는거 진짜네! 엄마 없으면 못살겠다 헤헤" . . . 12년 뒤 . . . "엄마, 거기에서는 잘지내시죠? 엄마 없이 못살 것 같았어요... 엄마의 사랑이 없으니 세상을 다 잃은 것 같기도 하고 엄마 옆으로 가고 싶기도 하고... 근데요 엄마, 생각보다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ㅎㅎ 저는 그런 사람들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왔네요... 엄마 제 걱정말고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 사랑해요 엄마." 사랑은 꽤나 중요한 같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막 사랑을 시작한 아이는 묘하게 기대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었다. '...글쎄? 넌 어떻게 살 것 같은데?' '저요? 어, 저는... 못 살 것 같은데.' 당황하면서도 착실히 대답하는 아이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왜? '...사랑이 없는데 어떻게 살아요.' 그 대답에 그렇냐며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참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네가 사랑 때문에 죽음을 선택했을 때도, 참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런 거에 목숨을 거냐고, 날 일찍 떠나버린 너를 조금은 책망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나는 네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여기에 존재했다. 그런데 아이야, 너는 왜 죽음을 선택했던거니?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어떻게 살긴. 살아지는 대로 사는거지. 눈 앞의 질문자는 그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조금 더 시간을 끌다가 입을 열었다. 살-아-지-는 대로 산다고. 사라지는 대로 살면 그만이었다. 홀연히 곁을 떠나서는 언제 돌아올지 기약도 않는 사랑을 기다리는 건, 반 년 정도나 애틋한 거였지 그 후로는 미친 짓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기꺼이 미치기로 했다. 볼이 패일 정도로 얄팍해진 몸이 되어가도록. 주변에서 한 마디씩 거들었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길래 이러느냐고. 사소한 걱정은 부풀려진 헛소문으로 돌아왔다. 상대가 죽은 것이다, 바람이 나서 해외로 도망친 건 아니냐. 왜 사람들은 꼭 들리게들 수근대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청력이 좋은 탓을 했다. 미쳐버리기로 결심한 게 잘못이었던 걸까. 도대체, 그 사람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뿌리부터 썩어버린 나무처럼, 굳건했던 그도 조금씩 기세가 꺾였다. 소문에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 사람이 죽어버렸다는 말을, 믿기는 싫었지만, 어쩌면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버리기로 했다. 그제서야 하나씩 돌아오고 있었다. 쓴 맛만 느껴지던 밥알들이 제 맛을 내기 시작했다던가, 밤에는 졸음을 느껴오면 바로 잠에 들 수 있었다던가 하는 식이었다. 그야말로, 살아내고 있었다. 살아지는 대로. 사라지는 대로. 사소한 부품 하나 빠졌다고 해서 시스템 전체가 작동을 멈추지는 않는다. 부재不在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도가 떨어져갔다. 처음엔 그의 생을 위협할 듯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빈 자리는, 빈 자리대로 남았다.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사람이잖아. 라고 생각하면 할 수록 자신의 파장이 부재를 덮었다. 누가 보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소문은 줄었다. 수근거림도 그쳤다. 으레 그렇듯이, 사람들은 금세 다른 화제를 떠들거렸다. 푹 패였던 볼도, 시꺼멓던 혈색도 돌아왔다. 그는 자연스레 섞였다. 그렇게 여느 때처럼 살아가던 차에 듣게 된 것이 바로 저것이었다. 쓸데없었다. 헤어졌으면 헤어졌다고 하면 될 것을 괜히 술 취했다고 감성에 젖어가지고는, 대뜸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사냐고 물어 온다. 그는 평소처럼 딱밤 한 대 쥐어 박을 양으로 중지와 엄지에 힘을 줬다. 이마에 정조준 하려다가, 비어 있는 술병에다가 날린다. 나름대로 경쾌했다. 소리를 들으니 술에서 잠깐 깬 것도 같고. 그래서 그는 그렇게 답했다. 어떻게 살긴, 사라지는 대로 사는 거지.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네가 말하는 그 사랑이 아가페적 사랑이니 에로스적 사랑이니?" 나는 그의 재수없는 말투 때문에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의 '논리적으로 합당한 지적'에 내가 경도당한 것이라고 생각했나보다.

>>29 이거 너무 좋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뭐라는겨 오 씨, 시멘트나 날라"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 정말 그 질문을 나한테 하는 거야?"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떴다. "당신이야말로 유일하게 사랑을 못 찾은 사람 같아서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거에요?" 비꼬는 말투가 아닌, 정말 순전히 의문으로 가득찬 말. 그 말의 대답을 하는데에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네 말대로, 나는 사랑을 찾지 못했는데도 잘 살아있건만. 그냥 살아가는 대로 살면 되는 거 아닌가...왜 그런걸 궁금해 하는지." "누가 알아요? 혹시 사랑이 뭔지 몰라서 그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있는 걸수도 있죠." "그래, 그렇다 치자." 얼척없는 대화를 끝내고 싶었던 그는 입을 다물었지만, 이내 다시 말을 꺼낸 상대의 문장은 그의 입을 열게 만들었다. "그럼 그 사랑, 나랑 찾아 볼래요?"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그가 물었다. 어린 학생의 치기어린 물음이었다. 그 두 눈 속에 담긴 희망을 나는 무시했다. 남은 사랑으로 살지. 남은 사랑이 사라지면요? 있었던 사랑으로 살지. 사랑이 없었으면요? 젊음의 사랑은 집요했다. 나는 대답해야 했다. 그를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를 내심 사랑하거나 혹은 기대를 해서도 아니었다. 나는 지쳤고, 흥분했기에 마땅한 대답으로 아쉬움을 느껴야 했다. 내겐 사랑보단 사람이 필요했다. 있을 사랑을 생각하며 살아. 있지 않으면요? 있을거라 희망하며 살아. 없다는 걸 알아도요? 희망은 원래 그래. 그럼 그게 희망이에요? 글쎄다, 그게 희망인가. 나는 그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말없이 걸었다. 그가 뒤쫓아오며 계속 물었다. 걸음을 재촉했다. 똑똑거리는 구두소리가 바닥을 울렸다. 선생님, 선생님. 절 봐주세요. 똑똑똑. 구두 소리가 빨라졌다. 뒤에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오랜만의 기분이었다. 이만큼 타인에게 집중한 적이 있었나? 횡단보도가 보였다. 껌벅거리던 초록불이 한순간에 빨간불로 변했다. 멈춰있던 차들이 시동을 걸었다. 강아람 선생님, 그 순간 한쪽 팔이 잡혔다. 거칠면서도 상대를 배려해 아프진 않은 팔의 눌림에 놀라 고개를 들자 한 남자가 서있었다. 사랑에 빠진 젊은 청년이 날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아직도 그 치기어린 한순간에 빠진 학생으로 보여요? 너도 희망으로 물었잖니. 나도 희망으로 답한단다. 정해승 선생님. 나는 사람이 필요했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A는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그냥 없어질 수가 있는 걸까. 그것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진실로, 나는 사랑을 원했어. 사랑, 사랑, 사랑! 내가 사랑하기를 원했는지 사랑받기를 바랐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왜 나를 떠났어? 어떤 이가 물음에 답했다. 너를 사랑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어.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아이의 질문을 듣고 나는 생각했다. 사랑이 사라질 수 있을까? 어제 방문한 친척집에서 나는 조카와 놀아주었다. 운전대를 잡느라 지쳤지만 조카의 웃는 얼굴을 무시하기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건 사랑이었다. 오늘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를 걷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맑은 하늘색 속에 떠다니는 구름이 예뻐서 잠시 그대로 있었다. 그것도 사랑이었겠지. 짜증이 가득 났다가도, 달콤한 초콜릿 하나를 먹으면 충전되는 기분이 든다. 월급 통장에 돈이 들어온 걸 보고,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삶의 온갖 것들이 사랑이었다. 그래서 만약, 정말로 사랑이 사라진다면,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도 사라지지 않을까? 세상 모든 것에 무감각해진다면, 우리는 곧 세상에 질리게 될지도 모른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사랑이 사라지면 이렇게 되는구나. 너도 이제는 알고 있으려나.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그가 물었다. 나는 잠시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본 후 답했다. "앞으로 그 빈자리의 공허를 채우기 위해 살겠죠." "그럼, 그 공허함은 어떻게 충족시키나요?" "그러게요. 저도 아직까지 비어 있어서요. 그 방법을 찾으면서 살아요, 난." 글쎼. 나도 그 이후로 그 공허가 충족되어짐을 느낀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 내 말에 그는 그저 그렇군요, 라고 대꾸할 뿐이었다. 나와 그는 아직도 그들이 떠난 날에 묶여있다. 동시에 공허함을 채우려 갈망하며, 다시는 느끼지 못할 그 따스함을 추억하고 갈망하며 살아간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겠죠." 문득 무심한 그의 태도가 떠올랐다. 그는 이 순간을 예상이라도 했는가. 그래. 그의 말대로였다. 나는 살 사람이었고, 그는 죽을 사람이었나보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요상하고도 바보같은 질문이다. 사라진 세계에서는 사랑이 없는 것이 기본값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알아서 살아갈 터였다. 물론 이 사랑이라는 건 종족 보존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우리의 사회보다 더욱 빠른 멸망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 나는 이성 한 쌍이 나오기만 하면 그들을 연애상대로 엮는 양산형 예능을 피해 채널을 돌렸다. 온갖 미디어에서 질리도록 나오는 로맨스는 과대포장된 것이다. 왜 그렇게 사랑을 갈구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것이 종족 보존의 동물적 본성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현대사회 인간들이 자신의 정서적 결핍을 치료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김씨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요즘 녀석들, 자기를 사랑하는 법도 모르면서 자꾸 외롭다고 연애만 하고 싶어 하더라. 그들은 기본적으로 정서적 문제를 하나씩은 품고, 수많은 미디어에 파묻혀 있는 현대인들이다. 척박한 생활 속에서 이상적인 연애와 사랑을 꿈꾸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달리 생각하면 우리가 '사랑 과잉'속에서 살고 있던 것이 아닌가? 아무렴 어때,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 곧 사랑이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그러게. 사랑이 없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나라는 인간을 사랑해준 너를 내 손으로 떼어내고 네가 결국 울며울며 내게서 도망쳤을 때 그제야 너에 대한 내 감정을 깨닫게 된 나 따위를, 사랑해준 네가 없는데,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포개고 하늘을 보며 비가 올까 가늠하고 문지방에 발가락이 찧여 아파하고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숨을 쉬어 연기를 들이마시고 숨을 내뱉어 연기를 뿜는다. 그렇게 나는 또 3초를 버틸 산소를 뇌에 공급했고 그렇게 내 삶은 3초가 연장되었다. 산소를 공급해 뇌가 활동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살아간다는게 인정된다면 사랑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정작 내겐 그 숨을 들이마실 동기가 없는 것 같다, 나의 사랑아.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건조하게 툭 던져진 말에 눈을 옆으로 굴렸다. 옥상 난간에 기대 턱을 괸 사람은 제 말에 신경쓰지 말라는듯 손을 휘저었다. "아니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처음과 다를 바 없이 조용해졌지만 느끼는 공기는 달랐다. 조금 더 퍼석했고 건조했으며 매웠다. 사랑. 한번도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기에 그에게 대답해줄 말은 없다. 허공으로 날아가다 사라지는 희뿌연 연기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인류에게서 사랑이 사라진다면 조금 무섭겠지만, 그런걸 물어본건 아닐테고." "흐- 확실히 인류에게 사랑이 사라지면 위험해지겠네요." 웃음기 서린 목소리다. 웃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었는데. 필터까지 다가온 불씨를 난간에 비벼 껐다. 옆에서 '그러면 안되요.'라 잔소리를 하지만 알게 뭔가. 나 하나뿐인 행동도 아니고. 뭐라 할 이도 없다.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뻐근한 허리를 뒤로 늘렸다. 우둑거리는 소리와 함께 약간의 시원함이 느껴진다. 내려가는 철문을 붙잡고 떠오른데로 지껄였다. "담배같은거야." "네?" "사랑이 사라지면, 뭐 어떻게 사냐며. 담배라고." "그게 뭐에요." "멋대로 생각해. 내 고민의 답은 담배야." 사랑을 찾고 불타오르고 타들어가다 끝내 짓이겨지고. 뒤돌아서면 다시 찾게되고. 다시 찾게 되겠지.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가 엇갈리다 천천히 겹쳐간다. 투덜거리던 입이 파업하고, 대신 머리속이 팽팽 쪼이겠지. "끝나고 한 잔 할까." "아, 저 약속있어서요." "그러냐." 주머니속 라이터가 덜그럭거린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험악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순진무구한 얼굴이 묻는다. 하지만 더는 저 얼굴에 속지 않을것이다. 읍읍! 읍읍읍! 어찌나 꽉 묵었는지 모아진 손과 발에 피가 통하지 않고. 입을 막은 테이프는 소리를 억눌렀다. 뒤도안돌아보고 떠났어야 했다. 사랑같은거 없었다 이딴 소리하지도 말고 "질문을 바꿀게요." 눈빛이 맛이 간 남자가 다가왔다. "사랑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살 수 있죠?" 정말 이해가 안가서 물어본다는 말투로

아부끄러...숨겨야지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시덥잖은 내 질문에 그는 그래도 너를 사랑할 것이라고 정석적인 답변을 내놓았었다. 바보야, 사랑이 사라졌는데 그걸 어떻게 하나요. 완전 종교를 믿는 것만큼이나 헛짓인걸. 그러자 그가 손에 쥔 나무 십자가였나, 목주 팔찌였나, 부적이었나를 만지작거리며 그럼 나는 널 향한 갈망으로 들끓는 감정의 출처를 몰라 허덕이겠지, 말했다. 우리의 사랑이 사라진 오늘에 당신은 그 문장을 기억할까요.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너는 사랑이 사라져도 날 사랑할거잖아."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당신은 사랑을 사랑하지 않잖아요. '사랑' 이란 명사는 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문자일 뿐,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에요." 씁쓸한 듯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차디찬 바람 때문인지, 당신의 말 때문인지 코끝이 찡했다. "..제 코드에는 '사랑'이란 명사-, 이성(異性)의 상대에게 성적(性的)으로 이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의 상태. 드물게, 좋아하는 상대를 가리키기도 함. 애정. 이라고 등록되어 있어요." 기계적으로 입력되어있는 코드를 읊었다. "......" "표정이 좋지 않아 보여요" "..네.." 가늘어진 목소리로 짧게 대꾸를 한 뒤 하늘을 보았다. 숨을 쉬기가 버거운듯 큰 소리로 숨을 내쉬었다. 틱- 전원을 끄자 방금전까지 따스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대꾸를 하던 사람- 아니 로봇은 생기없이 무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너는 날 사랑하지 않아. 나도 널 사랑하지 않아. 우리 둘 다 서로 사랑하지 않아. 사랑이 뭐야..?" 차가운 기류만 흐를 뿐 로봇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영원히, 로봇은 그녀를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아이가 순진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호기심에 두 눈망울이 반짝였다. 나는 답할 수 없었다. 모든 것엔 시작과 끝이 있는 법. 나는 아름답게 사랑을 시작했었건만 사랑은 결국 내게 비굴한 것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묻는 이 아이에게 사랑은 비극이라고, 끝나면 안 되는 거라고 결코 말할 수 없었다. 건조했던 내 얼굴에 조그마한 물이 흘러내렸다. "사랑은...영원한 거야."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별 거 없어요. 그냥 없는대로 사는 거죠. 아마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잘 다려둔 셔츠를 입고 바깥을 나갈 거예요. 여느 때와 똑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며 평생을 살아가겠죠." 그걸 살아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참 신기한 일이다. 형체를 갖춘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입을 연 이는 아무도 없는데도. 우리는 그저 말없이 잔을 부딪혔다. 인생을 살다보면 구차한 말보다 술 한 잔이 적절한 때도 있는 법이다. 나와 당신이 마주한 지금 이 순간처럼. 그나저나 어쩌다 얘기가 이리로 튕기게 된 걸까. 왜 너는 나와 술잔을 기울이고 있지? 나는 생각하기를 멈추고 남은 맥주를 입 속에 탈탈 털어 넣었다. 미적지근한 액체가 불쾌하게 식도를 더듬고 흘러간다. 혀 끝에 알싸하게 맴도는 그 맛이 쓰기만 하다. 이래서 식은 맥주는 안 되는 거다. 시원하고 청량하던 시기를 놓쳐선 안 되는 거였는데.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사랑. 사랑이란 옛날 옛적부터 꾸준한 인기를 받아온 하나의 장르나 마찬가지였다. 로맨스, 다른 이들의 사랑이야기, 짝사랑, 가족애... 모두 사랑으로 부터 시작되고 끝나는 뻔한 스토리. 그렇기에 이 어리석고도 순수한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마른 입술만 들썩이며 고개를 떨궜다. 가벼운 물음이면서도 바다에 빠진 돌처럼 무거웠다. 머릿속에 준비된 말은 하나뿐이다. 대답을 기다리는 순진한 눈빛에 재촉받았다. 결국 입을 열어 힘없이 답했다. 자조적인 어투로, 그러면서 담담하게. "살아갈 희망조차 없는데 어떻게 살아가겠니."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아이가 내게 나지막히 물어온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라진다면 사랑은 어떻게 되냐는 말이니?" 그 질문에는 차마 답할 자신이 없어, 입꼬리를 겨우 끌어올리며 질문의 본질을 변질시키는 것으로 도망을 대신한다. 그러자 아이가 이슬에 젖은 눈망울로 고개를 미약하게 끄덕인다. "대상이 사라져도, 사랑할 수는 있는거야." 그래, 그럴 수 있는거야....... "밤이 가고 낮이 온다고 해서, 달을 미워하게 되는 것은 아니잖니." "......." "달을 찾은 순간부터 그걸 의식하고 기억해 사랑하게 된 것 처럼, 사랑할 무언가를 찾은 순간부터 사랑은 그걸 품은 사람이 죽을 때 까지 살아가는거야." 그래, 그러니까 오래 살아야지. 오래 살아가며 기억해야지. 최대한 오래, 오래, 오래, 오래, 오랫동안. 아주 지긋지긋해서 신물이 날 정도로, 내가 네 목소리를, 머리칼을, 웃음을, 눈물을, 아픈 기억들을 안고서....... 너를 가장 투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므로. "밤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시간이 가고 운명이 그 속을 유영하는 한, 아주 언젠가는 오게 되어있단다. 흐르는 초침이 미래를 갉아먹는 한은. 밤에 달빛이 든다고, 낮은 아니므로." "아......." 그러니, 원망은 그만두자. 언젠간 나도 따스한 달을 눈 속에 담게 될테니. 그러지 못해도, 피곤에 지쳐 자연히 눈을 감는 그 날이 곧 나의 밤이 될 테니. 아직은, 졸립지 않으므로. 그리고 그 밤에는 꼭, 따스한 달맞이 꽃이 피어나기를.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J가 물었다 사랑, 사랑, 사랑 그것은 무얼까 낙원의 한숨 또는 J의 눈동자 그리고 청춘의 바람 쯤 될까 무의식의 사랑해는 진짜 사랑해인지 아니, 그 전에 진정 사랑을 하는 것은 가능한 일인지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사랑은 시리다 지나치는 눈동자들 속에는 호숫가의 물결이 넘실대고 그 호숫가의 물결 속에서 사랑을 찾는 것이 사랑일까 사랑은 너무 많은 감정들을 한데 모은 어리숙하고 촌스러운 말이어서 그래서 사랑이 없어지면 인간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매일이 반복되고 세상에 모든 사람들은 똑같은 사고를 지녀 그리고는 나는 이렇게 말했다. "살 수 없다."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요?" 너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내가 사라지면 어떻게 살거냐는 질문을 돌려서. 그러나 물어보지 못했다. 네가 나를 사랑에 비유해 주지 않을까 봐 무서웠다. 반대로 네가 내게 저 질문을 한다면, 나는 분명히 그럴 일은 없게 할 거라고 답 하겠지. 왜냐하면 난 너 없이는 못 사니까, 너를 놔줄 수가 없으니까. 나 자신은 뭐 하나 질문할 용기조차 없으면서, 저런 질문을 받을거라 생각하고 답까지 생각해 놓다니. 참 우습다. 그래도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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