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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달양 정씨 집안 여자들은 농담 삼아 말하곤 했다. 지금은 영정사진으로만 남은 정경희 씨가 달양다방을 열어 2년간의 적자를 지나고 난데없이 대박을 터뜨린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실존 지역, 상호, 인물 등과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설정상 어머니의 성씨를 따르는 모계사회로 봐 주시면 됩니다.
달양 정씨 여자들은 대대로 숙명처럼 자영업의 길에 들어서 왔다. 그리고 번번이 힘든 2년을 넘기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알음알음 그들의 소문이 돌고 모두가 그 이유를 궁금해했지만 그 집안 여자들이란 속내를 알 수 없는 족속이라 추궁을 이리저리 피해가곤 했다.
36대손 정은예 씨가 재작년 3월 개인 카페를 열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소문을 아는 몇몇 나이 든 이들은 2년이 지나기를 기다려 왔다. 정은예 씨는 당연하게도 올해 3월의 마지막 날 획기적인 신메뉴를 내놓았고 그 파란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정은예 씨는 그 마을의 나이 든 이들로부터 당신의 어머니 또는 그 위의 여자들이 항상 가졌던 달양댁이라는 호칭을 가졌다. 카페에 들어서며 달양댁을 찾으면 정은예 씨는 그들에게 메뉴에 없는 수정과를 내어주곤 했다. 미미하게 손에 배었던 계피 향은 점점 짙어졌다.
꾸밈없는 성격이 좋아 마을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낸다는 평을 들었다. 달양댁들은 그랬다. 외까풀의 담담한 눈, 옅은 주근깨, 모난 구석 없이 차분한 성정. 그래서 어느 달양댁은 누군가로부터 어머니와 닮았단 말을, 또 누군가로부터 외조모와 닮았단 말을,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외증조모와 닮았단 말을 듣기도 했다. 밭을 갈면 드러나는 물기 어린 흙과도 비슷한 사람들이다. 실은 그뿐만 아니라 땅에서 나는 모든 것과 닮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모두와 가까이 지내면서도 조금 다른 감이야 있었다. 격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수수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말씨, 다른 시간대를 사는 것처럼 항상 여유로운 모습. 무엇보다도 달양댁들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적용되지 않던 2년의 장사 철칙은 두려울 정도로 맞아떨어졌다.
그런 점들에 호기심을 가진 이들은 많았지만 무엇이라도 알아낸 이는 없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런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임씨 여자도 처음엔 그런 수용적인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 임씨 여자는 달양에서 나고 자라 작년 스물아홉의 나이에 이곳 낭진도로 온 외지인이었지만, 달양댁 정은예 씨의 다른 많은 친구들처럼 평범했고 쓸데없는 관심이 적었다. 정은예 씨가 달양댁이라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같은 달양 출신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감탄 한 마디가 끝이었다. 임씨 여자는 정은예 씨를 달양댁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낭진도민들은 임씨를 이웃으로 쉬이 받아들였다. 임씨 여자는 종종 이렇게 쉽게 섬마을에 녹아들 수 있을 줄은 몰랐다며 농을 던졌다.
임씨가 이웃들에게서 달양 정씨 여자들의 신기한 농담에 대해 듣게 된 것은 올해 3월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놀리지 말라며 웃던 임씨는 3월의 마지막 날을 겪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섬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정은예 씨를 달양댁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임씨는 올해 장마가 시작되자마자 고향에 다녀오겠다며 배를 타고 섬을 떠났다가 추분에 돌아왔다. 그 후로부터 한 번도 달양댁을 찾지 않았고 사람들은 달양에서 무엇을 듣고 온 게 아니냐 수군거렸다. 그러나 아무도 임씨 여자에게 묻지 않았다. 달양댁은 좋은 친구였고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수용적인 사람들이었다.
그 섬마을은 오랜 주민들과 닮아 순박하고 고요한 모습이었다. 첫째로 받아들이고 녹여내는 법을 알았으며, 둘째로 보여야 하는 것과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을 잘 알았다. 알싸하니 향그러운 수정과 또는 어느 순간부터 그의 집 방충문 옆에 걸렸던 통계피의 냄새.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마을의 일부로 받아들였고 달양의 소문에 대해선 캐물어 파헤치려 하지 않았다. 임씨 여자는 낭진도의 두 번째를 미처 배우지 못한 채로 무언가 알게 된 것이 틀림없었다.
달양댁은 낙엽이 쌓이면서 카페를 닫았다.
섬은 이것 또한 수용하고 말았다.
임씨 여자는 털어놓자면 마을 사람들보다 정은예란 사람에게 더 관심이 갔음에도 티낸 적이 없었다. 그 여자는 조금 그랬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점은 달양댁들과 다를 바 없었으나, 그네들 특유의 안개 핀 느낌과는 동떨어진, 장막 한 겹으로 가려져 들추어질 듯 말 듯한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 너머엔 달양을 품고 있었을 테다. 달양은 달양댁들을 품은 장소이므로. 임씨는 고향에 도착한 그날, 짐을 그대로 끌고 비포장도로를 걸어 달양읍 을선리의 마을회관에 들어섰었다. 화투판이 벌어진 중에 친숙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임씨를 반겼다. 그리고 달양댁 이야기를 들었다며, 고즈넉한 섬마을에서 그 소문의 주역과 지낸 감상을 물었다. 임씨는 웃었다. 딱히 감상이랄 게 무업니까, 사람이 사람하고 부대끼는 데 뭐가 더 있습니까. 다만 계피 향을 풍기는 게 인상이 깊었습니다.
화투를 쥔 몇몇이 임씨에게 속삭였다. 달양댁들이 계피를 그리 가까이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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