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나는데로 마음이 가는데로 혹은 원하는 주제에 맞춰 아무런 글이나 쓰고 가는 스레임 우리는 병원의 어두운 복도 끝을 향해 나아갔다. 코를 찌르는 악취와 주변에 날아다니는 벌레, 여기저기 쳐져있는 거미줄들을 걷어내가며 10분정도 앞을 향해 나아가자 지금까지와는 사뭇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나타났다. 벽의 격자무늬를 따라 자라난 이끼들과 주변을 빼곡히 매우고 있는 거대한 나무들 그리고 머리위에서 우리를 비추고있는 태양까지 그곳은 실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넓고 밝은곳이였다. 그곳에서 걸음을 멈출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도 그 놀라운 광경에 정신줄을 놓고말았던 것이리라. 그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나의 원초적인 탐구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으나 그것은 얼마버티지 못하고 이내 사그라들고 말았다. 늘 그랬듯이 언제나 우리가 거대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더욱 거대한것에 집어삼켜지는 법이니말이다. 쓰나미에 무너지는 높은 빌딩들이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나의 눈이 숲의 안쪽을 향하고 있던 찰나의 순간에 무언가가 우리를 덮쳐왔다. 그 초승달처럼 날서린 눈동자를 가진 그것은 우릴 내려다봤고 우린 그 한서린 눈빛에 이내 온몸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것은 3류 소설에 나올법한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였다. 말 그대로 몸이 얼어붙고 있었다. 마치 한겨울 밤의 고드름처럼 말이다.

"너 바람피는 거 알고 있어" 그렇게 말했더니 너는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풉하고 뿜었다. 그걸 보며 깔깔 웃으니 휴지로 얼굴을 닦던 네가 째려본다. 노려보면 어쩔래? 난 농담하는게 아닌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침착한듯이 말하고 있지만 내 눈엔 보인다. 너는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너랑 내가 몇년 된 사인데. 자그마치 20년이다. 바람을 눈치 챈 애인에게나 할 법한 대사를 치는 너에게 혀를 날름 내밀어 주고는 말했다. "뭘 어떻게 해? 그냥 말 한거야. 내가 알 정도면 네 애인도 알지 않을까?" 새콤한 딸기 스무디를 쭉 빨아 마시면서 태연하게 말했더니 너는 하아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다. 골치 아프다는 태도다. "눈치 챘겠지? 그렇지만 아무 얘기 없던데."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하는 말에 쯧쯧 혀를 차줬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다 불도저처럼 야이자식아 하고 싸우지는 않는다고. 이 철없는 친구를 어떻게 할까. "차라리 먼저 헤어지자고 말을 해." "그게 쉬웠으면 벌써 그렇게 했지." "왜 어려운데?" 답지 않게 뜸을 들인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나? 꿀꺽꿀꺽 스무디를 몇모금 마시면서 기다리니 너는 겨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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