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시 여기로 돌아왔다.

구 스레딕에서 꽤 오래 일기를 썼었다. 사이트가 망하면서 내 일기도 다 사라졌지만.

한때는 그게 아쉽기도 했었는데, 차라리 그렇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태로 기록을 남기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내가 이런 형식의 사이트를 다시 찾게 된 것도 오래도록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지 않나. 누군가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일 그 애매한 공연의 가능성에 기대 조금이나마 후련해지려고 이러는 거지.

그 사라진 일기의 마지막 날로부터 7년이 흘렀다. 성인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되어버렸고. 기대하지 않았던 여생을 받아 반쯤 얼떨떨한 상태로 대학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내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면 정상이 아닌 상태로 살면 되는 거지만,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하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이상하게도 무척이나 괴롭고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것을 나의 특별함으로 여기기에는 내가 너무나도 다수성과 정상성을 선망하는 인간이고... 결국 세상 모든 이들이 본질적인 하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위안이 되는구만.

내가 가진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욕망은 인간 쓰레기통을 만들어 죄책감 하나 갖지 않고 내 부정적인 감정들을 쏟아붓는 것이다. 내 감정의 해소를 위해 타인을 감정적으로 착취하는 것이다... 결국 내가 당했던 일들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는 거네.

괴로운 감정을 대체 타인과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애초에 남이 나를 이해해주는 것을 바라서는 안 되겠지. 결국 모든건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문제이고. 모두가 각자 외롭고 각자 답을 구하고 있는 거다.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좋은 이야기만 나누고 싶다. 좋은 감정들만 보여주고 싶다. 가족과 친구들은 너도 힘들면 의지하라고들 하지만 내 힘듦을 보여주고 말하기엔 내 것이 너무도 어둡고 뒤틀려있다. 한번도 그들 앞에서 꺼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꺼내야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늘 존재통을 느낍니다.

내 괴로움은 사건으로 인한 괴로움이 아니라 내가 나이기 때문에 느끼는 괴로움인데... 이러면 필연적으로 당황한 남들로부터 '아니야 넌 최고야, 소중해~'류의 위로를 당하게 될 거란 말이지. 그야 당연하지... 힘들면 말하라고 했더니 이딴 고통 말하는 인간한테 무슨 말을 해주겠냐고. 죽으라고 할 수도 없고... 정신과나 약물치료 받아보란 충고도 이미 다 장기간 경험 있으니 소용 없고... 그러니까 내가 아예 말을 시작을 않는 거다.

6월 한달... 정말 정신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여유가 생기면 금방 우울해지고 마는 사람이라서. 차라리 생각할 틈도 없이 바쁜 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우울할 때 가장 살아있음을 절실히 느끼는 인간이니까 어쩔 수가 없는 거야.

예전엔 내가 사람 만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외출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직도 나 혼자 있는 게 훨씬 익숙하고 편하긴 해. 그렇지만 내 건강이... 내 몸과 정신이 사람을 만나고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OTL... 이 간극이 묘하게 적응되지 않네.

'건강'이야말로 사람을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개념이지.

내가 다르게 자랐더라면, 다른 환경에서 컸더라면. 그랬다면 나도 살고 싶어하는 인간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너무 비참하고 억울해진다. 하지만 이 세상에 건강한 인간은 없어. 다들 각자의 하자를 안고 살아가는 거겠지.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않고 싶다. 스스로를 미워하면 나와 비슷한 사람도 너무 쉽게 미워하게 되는 것 같다.

죽음에 관해 자주 생각하는 것에 대해 너무 죄책감을 느끼지 말아야지. 누구나 천착하는 주제 하나씩은 있겠지. 나는 하필 그게 죽음인거고.

살고 싶어하는 인간인 척하는 것이 너무... 외롭고 지친다.

결국 이곳은 산 자들을 위한 세상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엾기에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삶에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그렇든 그렇지 않든... 그러한 믿음마저 없다면 우리가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처음으로 낸 책은 신인치고는 꽤 호평을 받았다. 그렇지만 차기작을 낼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여러가지 상황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상품으로서는 부끄럽지 않지만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닌 책... 결국 늘 이런 식이지 않았나. 늘 차선을 고르고 보험을 선택하고. 아무리 변명을 늘어놓다고 해도 나를 설명하는 것은 결국 나의 행동이다

우리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야한다.

슬퍼서 몸이 아파죽겠다.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이 솔직함인지, 아니면 그저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욕망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래들어 '내가 죽고 싶다고 고백하지 않는 것이 소중한 사람들을 기만하는 일인걸까' 라는 생각 때문에 그들에게 진심을 이야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었는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솔직함도 무엇도 아닌 그저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내 욕망일 뿐인 것 같다. 타인에게 말하는 감정은 정제되어야한다. 너무 과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만한 수준의 것이어야 한다. 그런 계산이 피곤하거나 정도를 조절할 자신이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괴로워도 이젠 전보다는 괜찮지 않나. 능숙해졌다. 스스로의 감정은 스스로가 수습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내 괴로움을 말하고 싶은 욕망은 결국 타인이 나를 걱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내 눈치를 보고, 나를 신경쓰고, 내게 영향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나 어차피 해결책을 기대할 수 없는 문제다. 내가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슬픔과 억울함과는 관계없이 세상에는 홀로 감내해야하는 것들이 있고, 나는 이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러니까 내가 죽을 때엔 딱 한번만 세상이 나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아니... 사실 남에게 이해를 요구할 자격 따위는 없다는 걸 안다. 그냥 한번만 양해해줬으면 좋겠다. 이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언제나 내가 그리던 목적지였다고.

애착이라곤 없이 애정만이 산란하는 삶이다. 좋아하고, 축복하고 싶은 대상들은 있으나 그것들과 나의 삶이 같은 궤도를 함께할 것이라는 확신은 들지 않는다. 그저 매번 순간, 순간, 순간... 무엇도 약속하지 못하는 순간 뿐이다.

삶에 애착을 갖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참 어렵네. 너무 어려워.

상담 다닐 때 선생님이 내게 우울을 즐기는 성향이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 말에 동감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울이야말로 내게 가장 편하고 안락하고 마음이 놓이는 상태라서... 그렇지 않은 나는 늘 무언가를 속이고 있는 인간인 것만 같아서.

도망쳐야하는 때를 모르겠다. 당장 죽고싶지만 않으면 괜찮은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게 비정상인 것 같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은 어떨 때 자신이 힘들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당장 자살할 게 아니면 생각을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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