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말 이맘때쯤 나는 미쳐가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중학교? 초등학교? 너무 오래된 나머지 기억조차 이젠 잘 나지 않는다.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싸매고 매일같이 반복되는 주변의 시선과 수군거림을 나는 애써 무시하며 나는 오늘도 학교로 향했다. 교문을 들어서면 나오는 학교의 급식소 거기서 조금 더 나오면 반으로 향할 수 있는 복도가 나온다. 눈을 감아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길이였다. 복도를 걸어 반에 도착해 가방을 자리에 내려놓고 어제와 똑같이 바닥만을 바라보며 아이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할려고 노력중이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나? 혹시 눈에 튀는 행동을 했을까? 얼굴은 바닥을 향해있지만 내 눈동자는 까뒤집힐 정도로 필사적으로 반의 아이들을 살피고 있는 중이였다.

모든 확인이 끝나면 그제서야 가방에서 필기류를 꺼낸다. 공부를 하기 위한것이 아닌 그저 눈에 띄지 않기 위한 용도다. 가방에서 필기류를 꺼내고 책상위를 대충 정리하고 나면 그제서야 마음을 놓여 책상위에 엎드린다. 어차피 일어나있어도 이야기할 친구도 무언가 몰두할 거리도 없기에 자는것이 나에게는 최선이였다. 그렇게 1,2,3,4교시가 지나간뒤에 점심시간에 눈을 뜬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아이들이 아무도 오지않는 학교의 뒤편으로 향했다. '오늘은 그나마 운이 좋네...' 1층까지 내려오니 아침과는 달리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것이 보였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학생들은 밖에 나가지 않는다. 나처럼 우산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 이상한 학생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왜 우산을 가지고 있냐고? 간단하다 내가 비오는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면 주변의 소음은 모두 사라지고 빗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평소 나를 괴롭히던 수근거림또한 들려오지 않게된다. 그래서 나는 비를 좋아했고 비가 내리는 날이라면 몸이 아파프더라도 꼭 밖에서 한두시간정도는 앉아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우산을 펼치고 학교 뒷편으로 나왔다. 역시나 아무도 없나.. 학교 뒷편에 있는 쉼터의 벤치에 앉아 우산을 접어들었다. 이곳은 정자처럼 지붕이 있어 비가와도 유일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였고 힘들때면 내가 항상 와서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했다.

비가 내려 주변의 소음이 들리지 않게되니 이번엔 나 자신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럴땐 생각을 그만두는게 최선이지만 그만둘려 노력해봐도 한번 시작된 자기비하는 끝날줄 모르고 깊어져만 간다. 근래에 있었던 일에대한 후회부터 아무것도 하지않은 자신을 까내리며 결국 몇년전의 일까지 머릿속으로 꾸역꾸역 되씹는다.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선 누군가를 죽이거나 혹은 그냥 내가 죽어버릴까라는 생각이 마치 누군가가 바로 옆에서 나에게 속삭이듯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이런 경우 종이 울리고 반에 들어가 잠깐 자고나면 생각했던것을 잊어버릴 수 있지만 사실상 소용없는 짓이였다.

날 비난해줄 사람이 없다면 나는 스스로를 까내릴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어차피 집에 가면 다시 시작될 생각들이였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쥐곤 나는 다시 반으로 향했다. 반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끝나가는데도 아이들이 한명도 없는것이 보였다. '아..5교시 체육이였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강당으로 향했다. 체육시간이 시작되었고 아이들이 배드민턴을 치며 놀고있는 동안 나는 구석에 틀어박혀 아까의 생각을 이어나갔다. 아직 어렸을때 같은 또래 아이들에게 무시당하고 혼자 시간을 보낼때면 항상 눈물을 훔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모든것이 무덤덤해졌다. 아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맞으려나..

마침내 무시와 조롱에 내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때 아이들이 내게 보인 반응은 경멸, 분노 그리고 아주 약간의 동정이였다.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는건 가만히 대응조차 하지않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대응과정에서 어떠한 감정의 표출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한 최선의 대처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있던 찰나 강당에 혼자있는 나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학교에 한명씩은 있는 오지랖이 넓은 여자아이였다. '저번에도 이러더니 왜 자꾸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일까' 말을 걸어오는 그 애에게 눈길조차 주지않고 나는 방향을 틀어 강당의 정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 나도 안다 호의를 이렇게 거절하는건 예의가 아니란걸 하지만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그 아이를 걱정해서였다. 나와 친했던 아이들은 다들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깐 말이다. 마치 근처에 있으면 전염이라도 되는듯 내 주변 사람들은 나와 대화하고 오랜시간을 알고 지낼수록 점점 사고방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어갔다. 이유는 모르겠다. 친해졌다고 해서 그 애들에게 뭔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것도 아니였다. 되려 나에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않고 그 아이들이 힘들어할때 챙겨주고 옆에서 위로해줬을뿐이였다. 그러나 내가 위로해주고 챙겨주어도 결국 상황은 악화만 되어갔고 결국 자해를 하고 그 사진을 나에게 보내며 죽고싶다고 이야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헌데 문제는 내가 그 상황을 썩 나쁘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였다. 처음보는 자해자국은 오히려 꽤나 좋은 모양새를 하고 있어 마음에 들었고 안좋은일로 매일같이 그 애들이 나에게 털어놓는 이야기는 왜인지 모르게 이 관계가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으리란 착각을 일으켰다. 위로해주고 챙겨주면 줄수록 점점 더 나에게 의지하고 있었고 결국 스스로 떨어져나가지 않는 이상에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완성되어갔다. 그때쯤이 되면 그 아이와 나는 거의 24시간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이성적인 호감이 있는것은 아니였다. 내가 그렇게 돌봐줬던 애들중 한명은 남친이 있었다. 심지어는 짧으면 일주일 길면 2달마다 남친이 바뀌는 애였고 그런 애한테 내가 호감을 가질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10 니가 글을 지워도 알림목록에는 남아있어

>>11 미안해ㅠㅠ 글 잘못 들어왔어 확인사살 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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