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07/15 22:16:02 ID : GnyNArzbzXv 0
이제 슬슬 지쳤다고 해야할까.
2 이름없음 2022/07/15 22:17:12 ID : GnyNArzbzXv 0
보고 있는 사람 있을까? 없어도 얘기할거지만
3 이름없음 2022/07/15 22:18:07 ID : GnyNArzbzXv 0
꿈 얘긴데 꿈판 안가고 괴담판에 쓰는 이유는, 꿈의 내용이 너무 기괴해서. (꿈판이 이런 얘기 하는 곳도 아닌 듯하고) 그리고 일반적인 꿈과는 다르게 꿈 꿀 때마다 같은 꿈이 반복돼. 최근에는 이 꿈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서 오히려 잠을 설칠 정도랄까... 근데 겨우겨우 잠들면 어김없이 또 꿈을 꿈. 정신과에 가서 상담이라도 받아볼까 했지만, 비용 문제도 있고 꿈 때문에 왔다하면 다른 의미의 치료가 시작될지도 모를 것 같아서….
4 이름없음 2022/07/15 22:19:25 ID : GnyNArzbzXv 0
우선 꿈의 내용을 좀 설명할게. 일단 나는 잠을 적게 자는 편이야. 평균적으로 5~6시간 정도. 더 보충해서 낮잠을 잔다던가하지도 않음. 처음 이 꿈을 꿨을 때는 별 특이한 개꿈이 다 있네, 하고 내용도 제대로 기억못했는데, 하도 반복되다보니까 다 외우게 됐어. 초기에는 이 꿈과 다른 꿈도 번갈아가면서 꿨지만, 점차 이 꿈을 꾸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이 꿈만 꾸게 됐어.
5 이름없음 2022/07/15 22:20:30 ID : GnyNArzbzXv 0
나는 보통 새벽 1시쯤 되면 잠드는데, 잠들기 시작할 때부터 귓가에서 팝콘 터지는 듯한 소리가 아주 작게 나기 시작해. 그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tv노이즈같은 소리로 바뀌고, 그 소리가 또 점점 커지고 나중엔 아무 소리도 안 들림. 이 때부터 꿈이 시작돼. \
6 이름없음 2022/07/15 22:21:50 ID : GnyNArzbzXv 0
시작은 항상 관광버스 안이야. 나는 맨 뒷자리 오른쪽 창가 좌석에 앉아있는데, 내 자리만 빼고 모든 창문엔 커텐이 쳐져있어. 차내에 딱히 조명은 없고, 다른 좌석엔 사람이 듬성듬성 앉아있어. (아니, 애초에 그게 사람인가도 잘 모르겠다. 언제나 정수리 끄트머리만 조금 보이는거라.) 내 꿈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의지가 안 생기더라고. 의도하고 그들을 보려고해도, 뭔가 더 강한 본능이 그걸 거부하는 느낌.
7 이름없음 2022/07/15 22:22:49 ID : GnyNArzbzXv 0
시간은 밤이고, 밖은 안개가 짙게 깔려있었어. 그리고 버스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교를 건너는데, 섬으로 들어갈 수록 안개는 짙어지고 불빛도 점점 희미해져.
8 이름없음 2022/07/15 22:24:29 ID : GnyNArzbzXv 0
섬이라고 해도 시골이라거나 그렇진 않고, 그냥 일반적인 육지의 도시처럼 아파트도 많고 그래. 버스는 아파트와 높은 건물이 즐비한 섬의 중심가에서 멈춰. 나는 처음에 이 꿈을 꿨을 때, 반사적으로 버스에서 내렸던 것 같아.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스스로 내리길 멈추니까, 꿈이 진행이 안 되고 그냥 줄곧 멈춰있더라고. 마치 내가 내리길 기다리는 것처럼, 내 창가에 있던 커텐이 나도 모르는 새에 쳐져있고, 출입문이 열려있었어.
9 이름없음 2022/07/15 22:25:50 ID : GnyNArzbzXv 0
버스에서 내리지 않으려고 버틴 적도 있어. 관광버스 앞쪽엔 연두색 빛을 내는 전자시계가 있었는데, 그 시계는 항상 49:33이라는 터무니없는 시간대를 가리키고 있더라고. 그래도 시간이 흐르기는 흐르는건지 내가 나가지 않고 버티니까 51:12로 바뀐 적도 있었음. 근데, 버스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뭔가 쫓기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
10 이름없음 2022/07/15 22:27:41 ID : GnyNArzbzXv 0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점점 버스로 다가오고 있다고 해야할까? 이 버스에서 나가지 않으면 결국 좋은 결말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 초조한 마음에 식은땀이 마구 흐르는데, 점점 숨이 차올라서 판단력이 흐려지는거 있지. 그래서 결국엔 버스에서 내리게 돼. 버스에서 내리면 습기진 공기가 폐 안으로 들어오면서 한결 마음이 나아진달까. 그리고 버스에서 내리고나면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어. 마치 하늘이 나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11 이름없음 2022/07/15 22:29:38 ID : GnyNArzbzXv 0
버스에서 내리면 무슨 정거장 같은 곳이 있는데, 딱히 노선표같은건 없어. 그냥 정거장 건물만 덜렁있음.
12 이름없음 2022/07/15 22:31:05 ID : GnyNArzbzXv 0
버스 도착시간 알려주는 전자기판?은 작동되고 있긴 한데, 좀 이상해. 원래라면 tts로 “~~~번 버스가 잠시후 도착합니다.” 이런 말이 나와야하는데, 꿈에선 섬짓한 노래가 저음질로 흘러나오고 있어. 그리고 화면도 이상한게, 마치 심장이 뛰는 것 같은 영상이 흑백으로 계속 재생됨.
13 이름없음 2022/07/15 22:33:19 ID : GnyNArzbzXv 0
원래 스레주는 겁이 많은 지라,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저앉아서 눈을 감고 제발 잠에서 깨라고 기도한 적도 있었어. 근데 내가 그럴 수록 시간만 길어지는 듯한 느낌인거야. 이 꿈을 회피할 방법이 없다는 걸 이해한게 그 쯤이야. 여튼 버스 정류장 근처는 그냥 아파트 단지야. 안개가 심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정류장 쪽에 있는 인도는 양쪽 끝에 코너가 있는데, 이건 별로 의미가 없더라고. 어느 쪽으로 가던지 도착하는 장소는 일정하더라.
14 이름없음 2022/07/15 22:35:32 ID : GnyNArzbzXv 0
그보다도 가는 동안에 벌어지는 일이 중요한 문제야. 어두껌껌한 밤에 안개가 자욱한데, 광원이라고는 가로등이랑 불이 켜진 몇몇 아파트 밖에 없어. 즉, 달이 안 떠있어. 나는 보통 핸드폰 라이트에 의지해서 걸었어. 불행 중 다행인지 핸드폰 배터리는 28%에서 안 줄어들더라.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앱은 없었고, 다만 오프라인으로 구글 앱만 들어갈 수 있었음. 구글 앱에 들어가면 기사 몇 개랑 온도, 위치 정보가 뜨는데, 기사는 기이한 문자로 쓰여진 알 수 없는 내용이 전부. (아마도 일본어랑 한글, 한자를 변형시킨 글자같음.)
15 이름없음 2022/07/15 22:39:51 ID : GnyNArzbzXv 0
그 외에 온도는 -11도에서 -50도까지 다양하게 바뀌더라. 꿈 속에서 딱히 온도의 변화같은건 느끼지 못했어. 분명 추울 것 같긴한데 옷은 반팔인 상태고…
16 이름없음 2022/07/15 22:40:21 ID : GnyNArzbzXv 0
위치 정보는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없습니다. 새로고침해서 위치 정보 찾기”라는 문구로 고정인데, 암만 새로고침해도 이건 안 변해.
17 이름없음 2022/07/15 22:41:01 ID : GnyNArzbzXv 0
여튼 핸드폰 손전등에 의지해서 앞으로 걸어나가면 큰 사거리가 나오는데, 신호등은 불이 전부 켜져있었어.(빨간불 초록불 노란불 전부) 딱히 오가는 차도 없고 하니 그냥 걸어가면 되긴 하는데… 문제는 횡단보도 건너에 사람들이 있어.
18 이름없음 2022/07/15 23:05:33 ID : GnyNArzbzXv 0
잠깐 샤워 좀 하고 왔다. 오늘도 꿈 꿀 것 같은데... 일단 꿈 속에서 있던 일 대충이라도 다 풀고 내일은 그 날 꾼 꿈 얘기를 해볼까 해.
19 이름없음 2022/07/15 23:07:35 ID : GnyNArzbzXv 0
사람들이라고 하니까 뭔가 한시름 놓일 것 같지만 전혀 아니야. 얘네는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어. 자기들끼리 뭔가 재잘대다가 내가 조금만 움직이면 독수리마냥 목을 척 돌리고 나를 노려봐. 얘네가 입을 움직이는걸 보면 뭔가 말을 하고 있긴 한데, 나한텐 전혀 안 들려. 사실 나는 이 인간들의 표정조차 읽을 수 없어. 분명 얼굴을 보고 있는데, 눈 코 입 귀 눈썹 이런게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지하고 있지만, 얘네의 얼굴을 그리라고하면… 그릴 수가 없어. 분명 머리로는 이 사람들의 얼굴이 각자 다 다르다고 알고 있어. 그래서 구분도 가능한데, 정작 눈으로 보이는건 다 똑같아 보여.
20 이름없음 2022/07/15 23:08:53 ID : GnyNArzbzXv 0
이게 내가 꿈에서 처음 겪어본 이상한 현상이라 자세하게 설명하진 못하겠어. 감각이랑 정보랑 따로 논다고 봐야하나. 무튼 이런 사람들이 횡단보도 건너에서 나를 노려다보고 있는데,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나를 쫓아와. 소리도 안 내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말도 없고 움직이는 소리도 없이 내 뒤를 졸졸 좇아온다고... 내 뒷통수만 보고. 내가 뒤를 돌아보면 얘네가 멈추는데, 가끔씩 정말 드물게 뒤 돌아봤을 때 얘네가 없어져있을 때가 있어.
21 이름없음 2022/07/15 23:09:57 ID : GnyNArzbzXv 0
얘네가 없어진 자리엔 불쾌한 냄새가 남아있는데, 온 몸의 털이 주뼛 서는 느낌과 함께 어떤 소리가 들려. 뚜, 뚜 거리는 소리와 함께 역재생한 듯한 기분나쁜 노래... 그때는 보통 저 멀리 안개 속에서 검은 실루엣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데, 자세히 모습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가 되면 이미 늦은거. 그냥 검은 무언가가 보이는 즉시 뒤도 안 돌아보고 어느 장소까지 뛰어가야 해.
22 이름없음 2022/07/15 23:11:12 ID : GnyNArzbzXv 0
그 검은 실루엣은 뭐냐하면, 비쩍 마른 사람이야. 높이는 대충 건물 2층 정도 높이. 온 몸이 새까만데, 눈가는 유독 기괴하다고 할 정도로 하얳어. 일반인의 흰자보다 두 배는 커서 얼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눈동자는 초점이 전혀 없었어. 나를 보고 있는건지, 아니면 허공을 보고 있는건지... 그런 기괴한 괴물이 가공할 속도로 내 뒤를 쫓아오는데, 보고 있지 않아도 다가올 수록 등 뒤에서 특이한 감각(뭔가 간지러운 듯한 느낌)이 계속 증폭돼. 만약 그게 내 그림자를 밟는 날은 마치 꿈에서 추방당하듯 잠에서 깨. 깨보면 온 몸은 땀 범벅이고 하루종일 두통과 냉증에 시달리기도 함.
23 이름없음 2022/07/15 23:14:43 ID : GnyNArzbzXv 0
이것한테서 도망갔다면, 그 이후 일어나는 내용은 다른 때 꾼 꿈이랑 거의 비슷해. 괴물을 따돌리고 나면, 그냥 혼을 잃은 사람처럼 아무도 없는 길가를 떠돌아. (괴물이 나오지 않고 사람들이 쫓아오는 날에는,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쫓아오는 걸 멈추고 자기들끼리 어디로 몰려가더라.) 딱히 가만히 있어도 할 수 있는게 없고, 적어도 돌아다니다보면 뭐라도 나오긴 하거든. 나오는 건물은 일정해. 되게 오래된 아파트 같은데, 나는 정작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야. (가봤는데 기억을 못하는 걸지도. 꿈에서 처음으로 보고 계속 가는 장소인데도 매번 되게 낯설다는 느낌이야.)
24 이름없음 2022/07/15 23:17:07 ID : GnyNArzbzXv 0
그 아파트 구조는 7층 정도의 직육면체 건물이 사방을 막고 있고, 가운데 넓은 광장이 있어. 정중앙에는 무슨 흉상이 있는데, 머리가 없고 주위에서 악취가 난달까.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구조물이야. 그 아파트 광장엔 사람이 몇몇 있는데, 앞서 말한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부류야. 이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들리고, 표정이나 외모가 눈으로 확연이 인지가 돼. 특징을 집어서 얘기할 수 있을 정도.
25 이름없음 2022/07/15 23:19:15 ID : GnyNArzbzXv 0
그 사람들은 보통 광장 구석에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내가 가까이 가면 내 손을 끌고 아파트에서 벗어나려고 해. 그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가는데, 아파트의 불꺼진 창문에서 희미한 인간의 실루엣이 눈만 번뜩이는 채로 그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거든.
26 이름없음 2022/07/15 23:22:14 ID : GnyNArzbzXv 0
아파트 건물에도 들어가본 적이 있는데, 그냥 텅 비어있어. 건물 안 쪽 전체가 그냥 새하얀 빈 공간인데, 막상 건물에서 나와보면 아까같이 사람들이 노려보고 있고…. 형용할 수 없이 기괴한 공간이야. 여튼 이 아파트에서 만난 사람들은 별도로 “친구들”이라고 칭하고 있어. 그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고, 적어도 대화도 안 되고 위협적인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니까. 친구라는 표현이 적당하지. 친구들은 나를 데리고 아파트에서 떨어진 작은 빌딩으로 가. 도시 외곽같은데, 바다가 보이는 곳이였어. 8층 정도 높인데, 엘리베이터는 55층으로 표기되어있는 등 이상한 현상 때문에 사용 안 해. 계단을 통해 올라가도 딱히 숨이 차다는 느낌은 안 들더라.
27 이름없음 2022/07/15 23:23:02 ID : GnyNArzbzXv 0
8층 끝까지 올라가면 계단이 끝나. 가운데에 엘리베이터 입구가 있고, 양 옆엔 집의 대문이 있는데, 둘 중 오른쪽 집에 들어가서 불을 전부 끄고 한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궈. 바리게이트마냥 책장이나 옷장도 쓰러트려놓고.
28 이름없음 2022/07/15 23:25:58 ID : GnyNArzbzXv 0
무언가를 피하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 겁에 질린 것 마냥 다들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공포에 떨고 있었어. 그 방엔 창문이 있는데, 블라인드가 쳐져있어. 블라인드 틈새로 바깥 풍경이 흐릿하게 보이긴 하는데, 친구들은 일부러 안보려고 노력하더라고.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몸을 벽이나 구석에 기대고 모여있어. 친구들은 대충 나 포함 다섯명 정도. 이름 같은건 알려준 적 없는데, 그냥 내가 임의로 이름을 부여하니까 어느샌가 걔네 이름이 되어있더라고. 꿈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그런지 내가 하는 생각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나봐.
29 이름없음 2022/07/15 23:28:02 ID : GnyNArzbzXv 0
걔네랑은 그 방에 모여서 간단한 대화 같은거를 해. 여기는 어디냐, 이제 어떻게 해야하냐, 그 괴물은 뭐냐 등… 내가 의문을 제시하는 편인데,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우리도 모른다.”
30 이름없음 2022/07/15 23:31:38 ID : GnyNArzbzXv 0
걔네도 딱히 그 꿈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어. 아니면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도 모종의 이유로 나에게 사실을 감추고 있다거나... 그래도 친근한 것을 봐선 후자일 가능성은 낮아보여 친구들은 내가 던지는 의문에는 항상 모르다는 스탠스로 일관하는데, 역으로 나한테 질문을 하기도 하더라고. 너는 어디서 왔냐, 여기로 올때 뭘 타고 왔느냐, 너도 “그것(이따가 설명할텐데, 괴물이랑은 다른 개념임)”을 보고 있느냐는 등…. 나는 최대한 성의있게 대답해. "난 xx에서 왔고, 여기서 눈을 떴을 때 관광버스를 타고 있었으며, 그것이라는게 대체 뭔지 모르겠다." 나도 꿈에 대해 아는게 도통 없으니, 친구들도 실망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어.
31 이름없음 2022/07/15 23:33:44 ID : GnyNArzbzXv 0
친구들이 말하는 그것은, 어떤 숫자였어. 건물의 외벽이라던지, 창문이라던지, 불특정 장소에 꼭 “49”라는 숫자가 노란색으로 쓰여져있다는거야. 내 눈에는 전혀 안 보이는데, 친구들의 눈엔 분명히 보인다더라고.
32 이름없음 2022/07/15 23:38:09 ID : GnyNArzbzXv 0
49라는 숫자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어. 여튼 대화가 끝나고 나면, 친구들 중 하나인 아우(머리가 금발인데, 금의 원소기호가 Au니까)가 종이파일? 같은걸 나한테 던져줘. 대여섯장되는 종이를 스테이플러로 묶어놓은건데, 글씨가 아주 빽빽하게 인쇄되어있어. 한글로 쓰여있고, 언어도 한국어가 맞았지만, 문장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안 가는 글들이였어. 예를들어, “나는 놀이공원에 갔는데, 거기서 처음으로 일어났다.”같은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되고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를 문장이 한가득이였어. 딱히 더 읽을 마음도 안 생겨서 그 종이를 받으면 말없이 바닥에 내려놓는데, 아우의 표정은 딱히 변화하진 않더라고. 자기도 못 읽어서 나한테 준거...
33 이름없음 2022/07/15 23:40:46 ID : GnyNArzbzXv 0
그리고 한동안은 정적이야. 다들 숨죽인채 방 안에 숨어서 아무말도 안하고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기다리는 걸 잘 못하는 편. 그래서 부스럭거리거나 하면 친구들이 눈치를 준다... 도저히 가만있기 힘들어서 창밖을 보면 불켜진 몇몇 아파트들이 보이고, 가로등의 불빛도 보이는데, 이따금씩 차량의 불빛이 빨간 점처럼 휙휙 지나갈 때가 있어. 막상 블라인드를 살짝 걷고 보면 차량 따윈 없지만…
34 이름없음 2022/07/15 23:41:43 ID : GnyNArzbzXv 0
그리고 어느새 점점 낡이 밝아오고, 처음에 들었던 tv 노이즈같은 소리가 들려와. 그리곤 창 밖에서 점점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져오는데, 밖을 보면 저 멀리서 어떤 사람이 입을 벌리고 있어. (웅성거리는 소리는 계속됨) 그리고 나랑 그 사람의 눈이 마주치면, 그 사람이 우리가 있는 것으로 달려와. 위에서 보는 입장으로서 거리가 꽤 있다고 생각되는 거리임에도 순식간에 다가오더라.
35 이름없음 2022/07/15 23:42:41 ID : GnyNArzbzXv 0
그 사람이 건물로 들어오고, 층계를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면 친구들이 몸을 막 떨며 잔뜩 웅크려. 나는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뭔가 심상찮은게 다가오는게 느껴져서 최대한 구석 쪽에 몸을 숨겼는데...
36 이름없음 2022/07/15 23:43:38 ID : GnyNArzbzXv 0
층계를 올라오는 소리가 점점 텅- 텅-하고 커질수록, 내 눈 앞에 뭔가 노이즈같은게 끼기 시작했어.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눈 앞이 완전히 새벽에 tv 켰을 때처럼 지지직거리고, 얼마 안 있다가 깨어나.
37 이름없음 2022/07/15 23:45:24 ID : GnyNArzbzXv 0
이런 꿈을 처음 꿨을 때가, 내 기억이 맞다면 두 달 전일거야. 내가 이전엔 잠을 자도 꿈을 잘 꾸는 편은 아니였어. 꿔도 기억 못했고 그랬는데, 이 꿈을 꾸는 빈도가 늘고 최근엔 이 꿈만 꾸게 되면서 정말 스트레스가 심해....
38 이름없음 2022/07/15 23:49:12 ID : GnyNArzbzXv 0
가끔은 그냥 멍하니 앉아서 아무 생각 안 하고 있을 때도 이 꿈과 비슷한 느낌의 생각이 들더라고. 깨어있는데 꿈을 꾸는 듯한 느낌? 누가 날 건드리거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바로 제정신으로 돌아오지만.... 슬슬 위험한 것 같아. 어제만 해도 집에 오는 택시 안에서 분명히 깨어있는데도 이 꿈에 대한 생각이 들더라고. 환청과 함께. 아우의 목소리로 "찾아줘. 찾아줘." 하는 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고, 꿈에서 본 도시의 어느 지점이 눈 앞에 아른거렸어. 그 곳은 온통 묘비 뿐이였고, 여러 비석들 가운데에 얼굴이 없는 천사상이 있었어. 사람이라곤 비석 앞에서 흐느끼는 검은 상복 차림의 여자들 뿐.... 심지어 어떤 작은 건물의 벽돌까지도 무덤의 비석이였어.
39 이름없음 2022/07/15 23:49:47 ID : GnyNArzbzXv 0
오늘도 잠들고 나면 이 꿈을 꿀게 분명하고, 더 같은 꿈이 반복됐다간 정말로 현실에서 위험을 겪을 것 같아서 어떻게든 끊어보려고 해.
40 이름없음 2022/07/15 23:50:27 ID : GnyNArzbzXv 0
꿈 속에서 뭐라도 해볼 생각인데, 내가 뭘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야. 여러가지 생각해봤는데, 그 괴물이 나오면 맞서 싸운다던지... 근데 괴물이 나오는게 생각보다 드문 일이라 가능할 지 모르겠어.
41 이름없음 2022/07/15 23:51:19 ID : GnyNArzbzXv 0
오늘은 너무 힘들다. 공부가 힘들어서 좀 피로해. 스레 보고 있는 스레더없으면 일단 오늘은 이걸로 마칠게.
42 이름없음 2022/07/16 09:24:09 ID : GnyNArzbzXv 0
스레주다. 역시나 이번에도 꿈을 꿨다.
43 이름없음 2022/07/16 09:25:07 ID : GnyNArzbzXv 0
보고 있는 스레더 있어? 있다면 지금 간단히 얘기하고, 아니면 밤에 다시 와서 좀 얘기하려고. 할 얘기가 꽤 많아....
44 이름없음 2022/07/16 09:31:12 ID : 47BBBBy5cJS 0
보고있어
45 이름없음 2022/07/16 10:14:27 ID : 583xBe3U7Bv 0
보고 있었구나.. 일단 한줄로 설명하자면, 내가 꿈에서 다른 행동을 했고, 꿈의 결과가 조금 바뀌었달까
46 이름없음 2022/07/16 10:15:16 ID : q3QnyJTO2k9 0
지금 야외라 ID바뀐 점 양해좀...
47 이름없음 2022/07/16 10:32:44 ID : GnyNArzbzXv 0
꿈에서 파괴적인 행동을 해본 적은 없거든. 뭘 손상시킨다거나... 만들어진 것을 어떻게 바꾸거나. (고정된 물건들에 한해서) 이번에도 역시 관광버스에서 눈을 떴는데, 평소랑 다를게 없었어. 대신 창문을 깨는 비상용 망치를 꺼내서 몰래 품에 넣었음.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챙겨본다는 느낌으로.
48 이름없음 2022/07/16 10:37:44 ID : GnyNArzbzXv 0
꿈은 여느때랑 똑같이 진행됐어. 나는 버스에서 내리고, 어둠 속으로 걸어가다 그 횡단보도를 건넜음. 사람들은 당연히 나를 쫓아왔고. 다만 이번엔 내 품에 뭔가가 있다는거지. 내가 다음 횡단보도를 넘어가자 사람들은 코너를 돌아 어딘가로 일사불란하게 사라졌어.
49 이름없음 2022/07/16 10:45:50 ID : du9tg7z81a4 0
보고있어! 무서운데.. 혹시 꿈 꾸기 전에 스트레스나 충격 받을만한 일이 있었어?
50 이름없음 2022/07/16 10:47:31 ID : GnyNArzbzXv 0
걷는 게 지루해질 즈음에 이전과 같은 아파트가 나타났는데, 이번엔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않았어. 그냥 바로 아파트 1층 중 불이켜진 곳의 창문을 망치로 두드렸어. 왜 그랬는지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꿈에선 충동이 들고 거기에 따를 때가 많아. 아닐때도 있긴 하지만. 뭔가 생각은 하는데, 그것보다는 충동에 몸이 움직이고 내 생각이 거기에 따라가는 느낌이랄까. 여튼 창문의 구석진 곳을 여러번 두드리니까 창문 산산이 부서졌어. 그러자 창문이 깨진 집의 불이 꺼지고, 정적이 흘렀어. 내가 다음으로 한 일은 망치를 버리고 그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거였어.
51 이름없음 2022/07/16 10:48:18 ID : GnyNArzbzXv 0
아... 이 얘기 하는걸 잊어버렸네. 중요한 얘긴데.... 이건 밤에 와서 얘기할게 좀 긴 얘기라
52 이름없음 2022/07/16 10:49:21 ID : GnyNArzbzXv 0
저번에는 건물 안이 온통 하앻는데, 이번에 들어간 집 안은 제대로 가구같은게 있었어. 소파, 냉장고, 텔레비전 등...
53 이름없음 2022/07/16 10:53:44 ID : GnyNArzbzXv 0
거울도 있었는데, 내 모습은 안 비치더라. 깨어나고 보니까 의문스러운 부분인데, 꿈에 있을땐 그러려니했음. 텔레비전은 내가 들어갔을 때 이미 켜져있었는데, 소리는 안 나고 어떤 영상만 계속 보여주고 있었어. 웃고 있는 사람들, 떼 지어 움직이는 까마귀 같은거. 인기척은 없었고, 다시 창문을 통해 나가려고 돌아보는 찰나 창문이 원상복구 되어있었어.
54 이름없음 2022/07/16 10:55:04 ID : GnyNArzbzXv 0
망치를 써서 다시 부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망치를 밖에 버리고 들어온지라 문을 통해 나가는 수밖에 없었어. 현관엔 신발이 하나도 없었는데, 대신 슬리퍼는 많더라.
55 이름없음 2022/07/16 10:56:03 ID : GnyNArzbzXv 0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았어. 그런데 그 고리를 돌리기 전에 갑자기 오만가지 생각과 함께 몸이 굳기 시작했어. '이 문 너머는 대체 뭐지?' 알 수 없는 서늘한 감각이 내 손을 타고 온몸에 전해졌어.
56 이름없음 2022/07/16 22:08:19 ID : GnyNArzbzXv 0
그 순간 문 너머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뭔가를 갉아먹는 듯한 소리같기도 하고, 벽을 긁는 것 같기도하고. 계속해서 사각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가 점점 커져서 나중엔 비가 오는 것처럼 들리기까지했어. 당연히, 그 문을 열고 싶진 않았지. 그런데도 내 몸은 이상하게 그 문을 열려고 했어. 앞서 말했지만, 어떤 충동이 내 행동을 좌지우지할 때가 많거든. 이때만큼은 내 생각이 더 앞섰나봐. 결국 문은 열지 않았어.
57 이름없음 2022/07/16 22:09:27 ID : GnyNArzbzXv 0
내가 문고리에서 손을 떼자, TV에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어. 어떤 음악인지는 모르겠는데, 평범하게 흥겨운 재즈음악이 흘러나오고, 어떤 남자 mc같은 사람이 이야기하는게 들렸어.
58 이름없음 2022/07/16 22:17:14 ID : GnyNArzbzXv 0
그 내용은 자세히 기억 못하는데, 그것보다도 집 안에 누가 있다는게 느껴지기 시작했어. 그 전까지는 분명 인기척이 없었는데. 대화하는 듯한 소리도 들리고, 침대 삐걱대는 소리가 들렸어. 분명 나 이외의 누가 있는거겠지. 나는 먼저 거실로 돌아갔어. 소파엔 아무도 없었고, tv는 여전히 밝게 켜져있었어. 다음으로는 안방. 안방 문은 잠겨있었어. 다른 방이 두 개 더 있었는데, 둘 중 하나로 들어가자 수 많은 새들이 보였어. 울음소리도 내지 않는 새들이 빨랫대, 화장대 같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온통 빼곡히 앉아서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그 중 하얀 비둘기가 나한테 날아와서 어떤 쪽지같은걸 전해줬어.
59 이름없음 2022/07/16 22:18:53 ID : GnyNArzbzXv 0
"도령, 남도, 주방, 심야..." 내가 쪽지에 적힌 글자들을 읽어내려갈때마다, 새들은 삑삑대며 시끄럽게 울어댔어. 결국 점점 새들의 울음소리에 정신이 멍해지고, 어떤 단어를 읽고 있을 때 잠에서 깨어났어.
60 이름없음 2022/07/16 22:21:49 ID : GnyNArzbzXv 0
이번 꿈 얘기는 일단 간단히 마칠게. 레스주가 물어본 게 중요한 얘기인데, 내가 깜빡하고 안 했거든. 사실, 이 꿈이랑 연관이 있을거란 것도 레스주가 얘기했을 때 겨우 깨달았음.
61 이름없음 2022/07/16 22:22:10 ID : GnyNArzbzXv 0
이건 지금까지의 얘기보다도 긴 얘기라서, 준비 좀 하고 올게.
62 이름없음 2022/07/16 23:02:00 ID : BwK1B9fO1eH 0
똑같은 꿈을 계속 꾸는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고. 나는 꿈을 많이 꾸는 것 밖에 없는데도, 잠의 질이 좋지않은 거라면서 의사선생님이 걱정하셨어. 꿈 이외의 부분에서 치료를 받고싶지않다면 미리 얘기하면 돼. 정신과에서는 내담자(본인)의 선택을 가장 존중하거든. 가볍게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의사나 심리상담사마다 사용하는 상담방식, 치료가 다르기에 본인과 맞지 않다고 느낄 수 있어. 그래서 안 맞는다 싶으면 다른 곳 찾아가봐도 돼.
63 이름없음 2022/07/16 23:07:38 ID : GnyNArzbzXv 0
스레주 돌아왔다. 아무래도 시간이 2시간 정도밖에 없어서 한 번에 이야기를 전부 끝내는게 가능할까, 싶지만... 노력은 해볼게.
64 이름없음 2022/07/16 23:08:36 ID : GnyNArzbzXv 0
레스주 보고 마음 굳혔다. 친구들한테 이 고민 털어놨을땐, 무당을 소개시켜주겠다느니, 점집에 가서 해몽을 받아보라느니... 별 도움 안 되는 얘기만 해줘서(나는 종교가 있음) 돈이라던지 마련되는 즉시 가볼게.
65 이름없음 2022/07/16 23:11:01 ID : GnyNArzbzXv 0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내가 이 반복되는 악몽을 꾸기 전에 있었던 일이야. 첫 악몽을 꾸기 얼마 전부터 나는 꾸준히 펜팔을 하던 친구들이 있었어. 터키인, 인도네시아인, 폴란드인 친구 한 명씩, 그리고 나 포함 총 네 명이서 그룹 펜팔을 하고 있었음. 그룹 펜팔이라고는 해도, 한국에 놀러왔던 인도네시아 친구와 친해져서 그 아이가 만든 페이스북 단체 메시지방에 초대된 것 뿐이지만.
66 이름없음 2022/07/16 23:16:02 ID : GnyNArzbzXv 0
인도네시아 친구의 이름은 리아. 키가 작은 중국계 여자애였어. 나이는 나랑 동갑이였고. 그 친구를 알게 된건 사소한 사건 때문인데, 내가 공항 쪽에 볼 일이 있어서 찾아간 동안, 리아가 나한테 버스 노선을 물어봤거든. 마침 가는 노선이 같았고, 나는 리아를 친절하게 정류장까지 데려갔어. 리아는 어떤 섬으로 가고 있었는데, 그녀가 스스로 말하길 “음침한 장소가 있는 한국의 섬이래서, 한국 여행 하는 동안 한 번은 가보고 싶었다.”고. 참고로 그 섬은 우리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섬임. 어릴 때부터 자주 가봐서 귀신따윈 본 적 없지만. 리아는 유튜브에서 봤다면서 별 볼 것도 없는 섬에 가고 싶어하더라.
67 이름없음 2022/07/16 23:18:37 ID : GnyNArzbzXv 0
나도 할머니의 심부름 때문에 같은 버스를 타긴 했지만, 섬에 들어가진 않고 중간에 내려서 동사무소에 들릴 예정이었거든. 하지만 리아는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의 얘기를 마구 퍼부으면서 같이 섬에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어. 나는 별로 사교적인 성격은 아닌데, 리아는 엄청나게 외향적인 사람이었어. 그것도 그렇고 내가 외국인이랑은 별로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호기심 같은게 들기도 했고… 그래도 할머니의 심부름을 내팽겨칠 수 없었기 때문에, 먼저 동사무소에 들러 일을 마치고 섬까지 걸어들어가기로 했어.
68 이름없음 2022/07/16 23:21:39 ID : GnyNArzbzXv 0
리아가 가려고 했던 장소는 그 섬의 산이었어. 나는 어릴 적부터 거기서 나무타고 놀던 놈이라 지리에 훤했고, 앞장서서 길잡이 마냥 리아에게 길을 일러주는 역할을 했어. 그 섬은 규모가 작아서 건물도 2층을 넘으면 높다고 할 정도로 시골짝에 가까운 곳인데, 리아는 자기가 본 인도네시아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면서 어떤 사당같은걸 찾고 싶다고 그러더라고. 마침 사당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곳이 하나 있었어. 배타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어부들의 위패? 같은 것들을 모아놓고 이따금씩 제사를 지내는 곳이였는데, 내가 어릴적에 거기를 가보려다가 어른들에게 제지당해서 어딨는지는 몰랐어. 나중에 리아와 함께 산을 트래킹하면서 겨우 찾아냈는데… 어른들이 못가게 한 이유가 있더라고.
69 이름없음 2022/07/16 23:27:22 ID : GnyNArzbzXv 0
그 사당은 일제시대 때 세워진건데, 그땐 사용하는 배의 동력이나 선체의 견고함이 많이 부족했대. 그래서 먼 바다에서 폭풍을 만나면 뒤집어져서 시신으로도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 그런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사당은, 80년대까지만 해도 종종 찾는 사람이 있었나봐.
70 이름없음 2022/07/16 23:29:53 ID : du9tg7z81a4 0
보고있어
71 이름없음 2022/07/16 23:30:54 ID : GnyNArzbzXv 0
그런데 기술이나 경제가 발전하면서 점점 선박 좌초사고가 줄어들자, 그 사당에 봉안되는 사람도 없고, 거길 찾아가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나이가 들어 죽기 시작했지. 따라서, 사람들에겐 흉물스런 구조물이지만 폐쇄하기는 꺼려지는 애물단지로 남은거고, 자연히 자라나는 초목에 묻혀 사실상 산의 일부가 되었지. 그런 곳은 필히 뱀이라던지 들개같은게 출몰하는 법이니까, 어른들은 못가게 했을거야.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나타날 지도 모를 일이고.
72 이름없음 2022/07/16 23:31:09 ID : GnyNArzbzXv 0
동접 반가워!
73 이름없음 2022/07/16 23:34:01 ID : GnyNArzbzXv 0
여하튼 리아가 말하길 그 사당의 분위기가 정말 음침해서… 가고 싶다고. 리아는 스스로 기괴하거나 음침한 공간을 찾아다니는걸 좋아한다하더라고. 그러면서 자기가 돌아다닌 장소들을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그 중엔 일본 주카이 숲도 있었음…. 리아는 어지간한 강심장들 못지 않은 용자였던거야.
74 이름없음 2022/07/16 23:37:26 ID : GnyNArzbzXv 0
섬이 좀 좁아서 몇 십분 돌아다니다 보니까 사당을 찾긴 찾았는데, 리아가 보여준 것 이상으로 흉측하더라고. 그 유튜브 영상도 결국엔 한국인 누군가가 인터넷에 업로드한걸 짜깁기한걸텐데, 그 사진에 나온 사당이랑 너무 차이가 났음... 오래된 나무 아래에 돌과 나무를 쌓아 지은 작은 사당인데, 마지막으로 사람의 손을 탄게 언제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이끼와 벌레가 가득하더라. 내가 질색하면서 자리를 뜨려고할 때 리아는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며… 천연덕스럽게 사당 옆에 서서 브이자를 뺨에 대고 웃었어.
75 이름없음 2022/07/16 23:38:31 ID : GnyNArzbzXv 0
잠깐 끊어서 미안한데, 아까부터 스레 이어나갈 때마다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너무 무서워... 창 밖에 허여멀건게 지나가는 것 같고. 피로해서 그런가.
76 이름없음 2022/07/16 23:41:08 ID : GnyNArzbzXv 0
리아가 한국에 머무는동안, 내가 갈 수 있는 곳이면 같이 다니면서 급격히 사이가 가까워졌어. 리아는 한국어에 능했는데, 발음만 빼면 우리나라 중학생 수준의 회화는 하더라. 딱히 내가 필요없을 것 같은데도, 동무가 필요하단 이유로 나를 불러내곤 했어. 같이 다니다보니까 공통점도 많기도 하고.(리아는 크리스쳔이라 술담배 안 하고, 나는 그냥 술담배 안 함) 리아가 경기도 안에 머무는 동안에는 계속 나랑 같이 다녔던걸로 기억해.
77 이름없음 2022/07/16 23:43:45 ID : GnyNArzbzXv 0
그러다가 리아는 나를 어느 페북 메세지 단체방에 초대했는데, 앞서 말한 그룹펜팔 방이야. 처음에는 좀 어색하다가 리아가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서로 다 친해짐. 리아가 인도네시아로 돌아간 이후에도 서로 재밌게 놀았었지. 다들 영어를 어느정도 해서(내가 두번째로 못했음) 영어로 대화했는데, 넷이서 게임도 같이하고 사진도 공유하면서 친밀해졌어. 그런데 다들 실제로 만날 기회가 없었던게 문제였을까. 꾸준히 이어지던 펜팔방도 점점 다들 말 수가 줄어들더니, 몇 달 정도 이따금씩 시덥잖은 얘기나 하다가 점점 그 방은 잊혀졌어… 그런데 뜬금없이 마지막 메세지가 올라온지 몇 달 후에 메세지가 잔뜩 올라왔어. 마치 도배기를 쓴것처럼 비정상적인 속도로. 그 이상한 메세지들을 보낸건 리아'들'이였어.
78 이름없음 2022/07/16 23:46:14 ID : GnyNArzbzXv 0
리아는 자기와 똑같은 이름, 똑같은 프로필 사진의 계정들을 여럿 방에 초대해놓고, 메세지를 마구 보내기 시작했어. 처음엔 영어였다가 중국어, 그리고 인니어를 섞어서 보내더니 마지막엔 알아보지도 못할 문자들로 구성된 문장들을 보내는거야. 당시에 한국은 새벽이였고, 유럽에 있는 친구들은 저녁 시간대였는데 다들 그 문자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리아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 하지만 답변은 없었어. 어쩌면 답변을 했는데 우리가 알아보지 못한걸지도.
79 이름없음 2022/07/16 23:48:21 ID : GnyNArzbzXv 0
처음엔 무서운걸 좋아하는 리아가 치는 장난인 줄 알았지. 근데 아무리 우리가 그만하라고 해도 멈추질 않으니,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걸 하나둘 눈치챘어. 리아의 메세지가 계속되자 터키 친구는 "소름끼친다"며 방을 나갔고, 리아와 사이가 가까웠던 폴란드 친구가 계속해서 리아에게 개인 페메, dm등을 보내봤지. 읽었다는 표시는 계속 뜨는데도 개인메시지를 통한 답장은 없었어.
80 이름없음 2022/07/16 23:50:05 ID : GnyNArzbzXv 0
메시지의 마지막엔 리아가 자신의 얼굴을 기괴하게 일그러뜨린 사진을 여러장 보냈어. 그러곤 다시는 메세지가 오지 않았고. 그 사진들은 포토샵으로 일부러 어그러뜨리려고 해도 그렇게 나오기가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들 정도였어.
81 이름없음 2022/07/16 23:51:10 ID : GnyNArzbzXv 0
나는 이게 다 어찌된 일인지 의문이였고, 한창 혼란스러워할 때 폴란드인 친구가 내게 dm을 보냈어. 그 친구의 이름은 "얀"이야.
82 이름없음 2022/07/16 23:52:51 ID : GnyNArzbzXv 0
얀은 자기가 리아와 얼마전까지도 dm을 하고 있었는데, 리아가 최근들어 이상하게 불안해했다는 얘기를 나에게 털어놓았어. 그녀가 얀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dm은, "$$$로 가서 잠깐 휴양하려고. 아버지한테도 알리지 않았어. 사랑해." 얀은 $$$라는 지명을 검색해봤지만, 지명과는 관계없는 상호명등이 검색결과에 나왔다고 했어.
83 이름없음 2022/07/16 23:53:37 ID : GnyNArzbzXv 0
끊어서 미안해 레스주들. 근데 지금 피곤한 것도 있고, 뭔가 희안한 소리가 계속 들려서. 이만 들어가야할 것 같아.
84 이름없음 2022/07/17 01:01:55 ID : xzO7apTU6mI 0
피곤하면 쉬는 게 우선이지! 이런 말 해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스레주가 얘기해주는거 엄청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어.
85 이름없음 2022/07/17 10:17:28 ID : du9tg7z81a4 0
응 스레주 건강 먼저 챙겨야지. 근데 진짜 요상한 일을 겪었네
86 이름없음 2022/07/17 14:41:48 ID : GnyNArzbzXv 0
얀은 처음에 그 $$$라는 곳이 어느 호텔이나, 숙박업소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어. 인도네시아어를 모르는 그였지만 나름대를 조사를 해서 인도네시아 전국을 뒤졌는데... 그런 이름의 숙박업소는 없었어. 오히려 그런 것과는 하등 관계없는 공업사같은 곳만 잔뜩 나왔지
87 이름없음 2022/07/17 14:43:42 ID : GnyNArzbzXv 0
얀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겨우 연락이 닿은 리아의 친구에게서 "리아는 실종된 지 오래다"라는 소식을 접할 뿐이였어.
88 이름없음 2022/07/17 14:45:05 ID : GnyNArzbzXv 0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친구가 실종되고, 이상한 메세지가 왔을 뿐인 조금 이상한 일일 뿐이지만, 내가 겪은 건 그 뿐만이 아니야. 리아가 한국에 왔을 때 유독 좋아하던 장소가 있었어. 앞에 나왔던 섬은 아니고, 서울 부근인데... 나는 그 근처에 사니까 거길 지나칠 일이 많거든.
89 이름없음 2022/07/17 14:49:42 ID : GnyNArzbzXv 0
리아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접한지 얼마 뒤, 시간 상으로는 첫 악몽 이전에 리아의 목소리를 그 장소에서 들었어. 처음에는 잘못 들었을거라고 믿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특이한 발음과 목소리는 리아의 것임이 틀림없었어. 그 희미하던 목소리는 날이 갈 수록 분명해지고....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악몽을 꾸고 나서부터는 리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 리아의 전신이 아니라, 신체 부위의 일부가... 첫날은 팔, 다음날은 다리, 다음 날은 얼굴. 이런 식으로. 조각이 짜맞춰지듯이 리아의 모습이 선명해지기 시작했어.
90 이름없음 2022/07/17 14:58:41 ID : GnyNArzbzXv 0
최근에는 그 장소를 피해서 다니고 있는 실정이지만, 처음 리아의 모습을 봤을 땐 내 눈을 믿기 힘들었어. 나와 놀러 다닐 때처럼 귀엽게 꾸민 채로, 나와 나눴던 대화를 한 마디씩 읊는데... 마치 홀로그램마냥...
91 이름없음 2022/07/17 15:02:08 ID : GnyNArzbzXv 0
그 순간 직감적으로 '리아는 죽은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변고를 당한 리아가 생전에 좋아했던 장소로 와서, 나에게 모습을 드러낸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러고는 악몽이 시작됐지.
92 이름없음 2022/07/17 15:04:55 ID : GnyNArzbzXv 0
나한텐 좀 힘든 일이긴 한데... 딱히 기분나쁘거나 하진 않아. 봐줘서 고마워 겪고 있는 중이지 스레주다. 오늘도 역시 꿈을 꿨어.
93 이름없음 2022/07/17 15:07:29 ID : GnyNArzbzXv 0
꿈의 내용은 어제랑 비슷해. 조금 다른 부분은 내가 창문을 깨고 들어간 집에서 누군가와 마주쳤다는 점. 불꺼진 집에서 홀로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어떤 남자랑 눈이 마주쳤는데, 남자는 아무 관심 없다는 듯이 다시 시선을 TV로 옮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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