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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2/08/27 22:56:53 ID : lzU0sqkpSMm
(갑자기 생각난 스토리여서 막 써보는 건데 반응 좀..ㅜ 이런 글 한 번도 안 써보고 안 얘기해봄..) 고작 7살 유치원 때였다. 처음으로 연기라는 것을 해본 날. 나는 그 날 주인공을 맡아선 안 됐다. 그 때 어줍잖게 주인공을 연기하며 눈을 반짝이질 말았어야했다. 그 날 2008년 10월 19일 정확히 기억한다. 유치원생도 할 수 있을 만한 뻔한 동화 신데렐라 이야기였다. “이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아서 데리고 오라!” 라던지, “오, 공주. 난 내 평생 신데렐라 당신처럼 아름다운 이를 본 적이 없었오. 그대가 내 사랑이오.” 라던지. 사랑이란 걸 알지도 못할 나이에 연기에 몰입해 사랑을 말하고 연기라는 사랑을 찾은 나는 그 날 연기에 무작정 빠져들게 됐다. 나의 연극을 본 엄마는 나에게 연기를 하지 않겠냐 물어봤고 나는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나는 학원에 다니며 연기만을 했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매일매일 이 대사엔 어떤 호흡을 해야 자연스러울까, 어떤 감정을 표출해야할까. 온종일 연기만을 생각했다. 백날 연기한 사랑이란 단어가 이런 뜻일까 싶었다. 그렇게 연기에만 전념하다 중학생이 되었다. 초등학생 때까진 내가 제일 연기를 잘했기 때문에 세상에 얼마나 잘난 이들이 많은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중학생이 된 나는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연기 중점 예술중학교에 입학해 첫 연기 수업을 받은 날, 나보다 훨씬 잘난 이를 목격했다. 내가 한 연기는 시체가 연기한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그는 살아있는 연기를 했다. 정말 누군가와 사랑하듯, 혹은 싸우듯, 슬픈 듯이. 사람들이 쳐다봐도 의식하지 않았다. 상대역이 없어도 있는 듯 연기했다. 그건 연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 현장을 똑같이 옮겨놓은 듯 생생히 했다. 처음으로 재능의 격차를 느꼈고 이 날 내 자존심과 자존감은 박탈당했다. 당혹스러웠다. 내가 사랑했던 연기는 사라졌다. 초등학생 때부터 맡아온 주인공 역할 또한 빼앗겨 사라졌다. 겉으론 또 하지도 못하는 연기를 하며 세상 건조한 한 마디를 했다. 연기를 정말 잘한다며, 언제부터 했냐는 둥, 배워야 할 것 같다는 둥. 억지 웃음을 지어가며 겨우 겨우 꺼낸 말이었다. 연기를 했건 안 했건 이 건조해 갈라져가는 말은 누가 들어도 거짓말이었다. 누가봐도 박탈감을 느껴 열등감에 찌든 찌질한 놈의 발악이었다. 입에 침을 겨우 묻혀가며 마른 입을 적셨다. 침이 쓰게 느껴졌다. —- 초등학교 6학년 졸업 공연을 위해 처음으로 연극을 해봤다. 모두들 나에게 압도당한 듯 숨죽여 내 주인공 연기를 보았다. 그 순간이 짜릿했다. 연기의 첫 맛을 본 나는 그 맛에 중독되었고 결국 그 맛에 이끌려 예술중학교에 입학했다. 여기서도 첫 수업부터 난 군중을 압도하는 짜릿한 맛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내 연기가 끝나고 여운을 느끼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그는 연기를 정말 못했다. 식은 땀은 송골송골 맺혀가는 게 보였고 연신 침을 묻혀 겉만 축축한 입술과 다르게 바들바들 비틀어져갈 듯한 목소리로 칭찬을 하는데, 아무리 봐도 전혀 칭찬같지 않았다. 열등감이라도 느낀 걸까. 불쌍해보이는 연기를 한 것이었다면 그 연기는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연기였을 것이다. 난 넉살 좋게 내 얘기를 해갔다. 그러나 그는 내 얘기를 하면 할 수록 표정은 더욱 더 어두워져갔다. 어떤 삶을 살았길래 고작 얘기 조금 들은 거 가지고 저런 표정이 나오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역으로 나도 그에게 물어봤다. “나만 얘기하는 것 같네. 넌 언제부터 연기했어?” 그는 당황해 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이윽고 자기도 6학년 때부터 했다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인걸까, 아니면 연기인걸까. —- 괜히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작년이다. 심지어 졸업 공연 때였다면 얘는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고작 4개월만에 이런 연기를 펼친 것이다. 표정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을 하고 있는 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 정말 추하다. 내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것 같이 가슴이 쿵쿵 가라앉는다. 바닥까지 내려앉은 심장은 지하 땅굴로 깊이 파고드는 것처럼 아프다. 이것이 재능인 걸까? 하는 순간 그는 나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리고 쐈다. “넌 언제부터 연기했어?” 분명 나도 했던 말이었지만 그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창피해졌다. 장장 6년동안 치열하게 연기했던 날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결국 나도 6학년 때부터 시작했다고, 너와 나는 동지라며 애써 웃어 넘겼다. 이 말로 난 내 5년의 노력을 지워버렸다. 한 번 흘린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내 6년의 노력은 1년으로 바뀌었고, 난 지난 6년동안의 나를 모욕해버렸다. 또 다시 심장이 철렁인다. 이 상황을 피하고 싶어졌다. 내가 시작시킨 이 상황을 끝내버리고 싶었다 “이제 종 치겠다. 반으로 들어가자.” —- 웃고 싶은 속마음을 꾹 누르며 말했다. 입꼬리가 씰룩거렸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해도 웃긴 걸 참기엔 역부족인가보다. “그렇네. 이제 반 들어가자.” 이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에서 해방된 표정으로 반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저절로 저 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을 왜 했는지, 나에게 어떤 마음으로 말을 걸었는지 등등 알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다음날이 되어도 일주일이 지나도 더이상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날 피하는 것 같았다. 내가 그렇게 불편하다면 나도 적당히 선을 긋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
이름없음 2022/08/27 23:03:52 ID : lzU0sqkpSMm
이 뒤에 연기 재능충이랑 어찌어찌 친해지고 연기하는 걸 더 보다가 자기는 빛을 받아야할 재능충의 빛을 가린 사람이라는 걸 알고 저 재능충에게 빛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됨 그렇게 연기 포기하고 연극 조명 일을 하며 재능충의 재능을 살리는 삶을 살겠다 다짐하고 엔딩.
이름없음 2022/08/27 23:04:43 ID : lzU0sqkpSMm
인물 서사같은 것도 막 더 넣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감이 안 잡혀서 못했음
이름없음 2022/08/27 23:11:54 ID : ja79eGmq7Bz
얘네 연기하는 애들이니까 주인공이 재능충한테 한 말들(배워야 할 것 같다 등)을 들은 재능충이 주인공이 멘탈 다 깨져서 열등감 있는 채로 눌러 담으면서 이야기하는 거 이미 눈치 챘으면 재미있겠다 하지만 열등감 가지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자기도 티 안내려고 잘 대해주려고 삭히고 있으니까 재능충은 그냥 모른 척 하는거지
이름없음 2022/08/27 23:18:49 ID : Fdu7bBhAi4E
헐 안 그래도 그 생각하고 있는데 뒤에 더 써볼까!?
이름없음 2022/08/27 23:31:37 ID : ja79eGmq7Bz
좋아좋아 가보자고
이름없음 2022/08/27 23:34:47 ID : ja79eGmq7Bz
빛을 받아야 할 재능충의 빛을 가린 사람<< 이라는 부분에서 배역을 뺏었다거나? 주인공이 힘들어하는 거 아는 재능충이 일부러 자기 연기 실력을 드러내지 않는다거나? 등등 어떤 거야? 이거 두 개 섞여도 재미있을 것 같아 재능충이 자기 실력 안 드러내서 중요한 배역이 주인공에게 간 거지
이름없음 2022/08/27 23:36:22 ID : jiqklhfdO04
헐 michin 재밌겠다.....
이름없음 2022/08/27 23:40:20 ID : Fdu7bBhAi4E
오 난 그냥 연기를 하면서 자신만이 주인공일 줄 알던 주인공이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안 것만 생각했는데 그걸 위기부분에 넣으면 좋을 것 같다!! 진짜 고마워!’
이름없음 2022/08/27 23:56:20 ID : ja79eGmq7Bz
주인공 성격 조금 찌질해보이긴 한데 너무 귀엽다ㅋㅋㅋㅋㅋㅋㅋㅋ 주인공은 연기를 평균에서 조금 못하는 거야? 재능충 입장에서 봐서 그런가?
이름없음 2022/08/28 00:03:33 ID : Fdu7bBhAi4E
동네에선 꽤나 연기 잘하는 축에 속해있었어! 못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울릴 정도의 연기는 아닌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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