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거 처음이야 못써도 양해좀...

무더운 여름의 어느날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집에 들어온 나는 비에 흠뻑 젖은 몸을 닦아지도 못한채 그만 침대에 드러눕고 말았다. '빌어먹을... 어떻게 하루종일 재수가 없냐..' 아침에 외출한뒤 다시 집으로 귀가하기 전까지 차에 치일뻔 한다던가 갑작스레 길에서 시비가 걸린다던가 혹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는듯한 작고 큰 불행들로 가득했던 하루였기에 집에 돌아왔을 무렵 나는 이미 심적으로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몸..씻어야 하는데...' 꽤나 많이 지쳐있었던 것일까. 머릿속으론 씻어야한다 생각하면서도 몸은 밀려오는 피로의 파도를 감당해내지 못해 자꾸만 눈아 감겨오고 있었다. '너무 피곤한 하루였어' 결국 피로를 참지 못한 나는 결국 물에 빠진 생쥐꼴로 침대에서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날은 너무 피곤에 찌들어있던 탓일까 잠든 나는 우연히도 어떤 꿈을 꾸게 되었다. 사람하나 없는 거리를 거닐며 높게 뻗은 첨탑과 석재 건물들이 가득한 도시의 한 골목에서 어디론가로 향하는 꿈... 나는 어째서인지 그 장소에서 원인모를 강렬한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무엇인지 모를 강렬함에 이끌린 나는 보이지 않는 이끌림을 따라 어딘가로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다. 차갑게 식은 돌바닥을 맨발로 밟아가며 걷고 또 걷던 나는 마침내 골목의 끝자락에서 어떤 문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주색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내뿜는 나무문은 어딜봐도 차가운 회색빛밖에 남지않은 그 도시에서 홀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문에 가까이 다가갈려한 그 순간 나는 강렬한 충격과 함께 그 몸에서 튕겨져나왔다. 마치 유체이탈을 한 것 처럼 나의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온 그 순간 몸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의 몸인줄 알았던 그 육체는 흰 백발에 귀족스러운 분위기를 내뿜는 한 늙은 여성의 것이였고 그 여성은 나의 존재는 모르는듯한 눈치로 나를 대신해 눈 앞의 문을 열어젖혔다. 빼빼마른 그녀의 손이 문의 구리 손잡이를 잡아돌렸고 그순간 자주색 문에선 나를 따스하게 감싸는 듯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르는것이 나에게로 전해져왔고 이젠 나인지 혹은 문을 찾아 헤매었던 누군가일지 모를 그녀는 그 빛의 따스함에 만족했는지 빛과 함께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빛이 완벽히 모습을 감추었을때 그 문의 너머가 모습을 드러내며 나 또한 몸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문의 내부에는 무수히 길게 뻗은 복도와 양 옆의 진열장을 가득채운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했고 나는 순간 그 방대함에 놀라 잠시 주춤하고 말았으나 이내 그곳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알 수 없는 공간을 여기저기 훑어보기 시작했다.

주변에 진열된 물건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복도를 거닐던 중 귓가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오세요 손님 무엇을 찾고계신가요?" 기계적인 음성에 놀라 잠시 흠칫했지만 곧이어 나의 입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녹음기에 녹음되어있는 음성처럼 그 남자의 목소리를 듣자 내 입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타국의 언어와 같은 기괴한 문장들을 내뱉던 나의 입이 닫히자 주변의 진열장들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길어졌다 짧아졌다를 반복하더니 이내 나에게 그것을 가져가라는 듯 무언가를 뱉어내었다. 진열장이 뱉어낸 것은 맑은 날의 푸른 하늘과 어두운 밤하늘이 뒤섞인듯한 몽환적인 빛을 뿜어내는 갈매기 모양의 장식물이였다. '뭐하는데 쓰는걸까.. 생긴것만은 확실히 아름다운데' 어딘가에 붙어있다 떨어져나온 것일까 갈매기 장식물의 아래에는 미세하게 마모된 흔적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생각할 틈도 없이 내가 그것을 받아든 순간 가게의 구석에 놓여있던 거울이 나를 비추었고 그순간 나는 마치 꿈에서 내쫓기듯 잠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났을 무렵엔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주 긴 시간동안 움직이지 않은것 처럼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왔고 참을 수 없을만큼 커다란 공복감이 나를 덮쳐왔다. '무언가 먹어야해' 움직이지 않은 몸을 억지로 이끌어 냉장고로 향한 나는 음식을 닥치는대로 입에 쑤셔넣기 시작했고 냉장고에 남아있던 식빵 2봉지와 우유 한팩을 모두 먹고난 후에야 공복감이 사그라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 꾸었을뿐인 꿈이 내 몸에 무슨짓을 한 것일까 수많은 의문이 나를 덮쳐왔지만 모든것을 제치고 나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다시한번 그곳에 가고싶다' 였다.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느낀 공복감보다 거대한 감정이 꿈에서 깨어난 지금도 나를 붙들어두고 있었으니 말이다. 혹여나 다시 그 꿈을 꿀 수 있을까 기대하며 그날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잠을 청했지만 그때 이후로는 그저 아무런 의미없는 꿈만이 반복되거나 혹은 꿈을 꾸지 못한채 이른 아침에 깨어날 뿐이였다. 그렇게 그 꿈이 내 기억속에서 잊혀져 갈때쯤 나는 또다시 이상한 꿈을 꾸게되었다. 꿈이 시작된 직후 무너진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는 한 광인이 눈에 들어왔다. 직감적으로 이번 꿈 속에서는 그가 '내'가 될 것이라고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젊고 튼튼한 몸을 가진 그는 마치 홀로 다른 시간을 살다온 사람처럼 그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운동복과 슬리퍼 차림으로 이미 사람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도시의 곳곳을 마구잡이로 파해치던 중이였다. 남자의 울분과 통증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져왔으나 내가 할 수 있는것은 없었다. 그의 몸에 들어갈려 시도도 해봤지만 마치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는듯 튕겨져 나왔으니 이제 내가 할 수 있는것은 그저 그의 행동을 하염없이 바라보는것 뿐이였다. 그렇게 한참동안 분노에 차 도시를 질주하던 그를 바라보다 순간적으로 '저 남자를 돕고싶다'라고 생각한 그순간 이미 기억속에서 지워버렸던 어둡고 푸른빛의 갈매기가 나에게로 날아왔다. 그리고 그 갈매기가 나의 몸에 내려앉은 순간 잔해더미를 헤집던 몸이 행동을 멈췄다. 움찔- 그 순간 몸이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갑작스럽게 몸의 주도권이 절망하던 그가 아닌 나에게로 넘어온 것에 놀라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곧바로 정신을 차린뒤에 무너진 도시의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갈매기가 무엇이든 간에 나는 그를 돕고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던 차였고 몸에 들어오면서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온 기억들이 내가 무엇을 해야될지 말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몸의 원래 주인의 이름은 '김시우' 딱히 정해진 직업없이 공사판과 알바들을 전전하며 하나뿐인 여동생과 건강이 좋지않은 그의 부모님을 부양하던 성실한 청년이였다. 그리고 이 세계가 이렇게 변한 직후 큰 지진에 휩쓸린 그의 부모님과 여동생은 행방불명되고 말았다. '미쳐있던 이유를 알겠구만' 그 남자가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아가며 뒤지던 이 도시는 당시의 지진으로 이미 망해버린 도시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의 부모님과 여동생이 머물던 도시이기도 했다. 그것이 꿈이라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지만 그의 기억을 본 이상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일단 그곳을 살펴보고자 나는 도시의 부서진 도로를 따라 무너진 건물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무언가 단서라도 남아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에 그의 기억을 훑어보니 부모님과 여동생이 머물던 중인 병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치 잘 정리된 서류에서 원하는 정보만 뽑아낸것 처럼 말이다. '병원이라...이 정도의 지진이라면 멀쩡한 상태는 아닐텐데..' 하지만 마땅한 방도가 없었던 나는 일단 병원이 있던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얼마 가지않아 조금씩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처음에야 그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호기롭게 시작한 일이였지만 계속해서 쏟아지는 빗줄기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손과 발이 밀려오는 추위에 점점 더 크게 떨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 끝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빗방울과 슬리퍼 너머로 전해져오는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의 촉감이 어쩌면 이곳이 더이상 꿈 속이 아닌 어딘가의 다른 세계일 수도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히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시를 계속해서 돌아다니길 몇시간... 꽤나 긴 시간동안 병원을 향해 걷던 나는 추위에 지쳐가고 있었다.

'언제쯤 꿈에서 깨어나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는것은 아닌가'와 같은 의문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하더라도 꿈에서 깨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고 저번의 강력한 공복감을 생각하면 꿈에서 너무 긴 시간동안 머물렀다간 어쩌면 '아사'할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내 불안감을 더 증폭시키는 한가지 일을 겪게 되었다. 한참을 걷다 지쳐 잠시 어떤 건물의 내부로 들어갔을때 바닥에 놓인 유리조각에 베이며 상처가 생긴 것이다. 으윽- 순간적으로 온몸을 덥쳐오는 날카로운 통증과 발목에서 흐르는 선명한 붉은색의 피... 그것은 이곳이 꿈이 아닐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나에게 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생각은 '죽음'이였다. '이곳에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일단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비를 맞기 시작한지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이는 아무리 튼튼한 사람이라도 꽤 많은 양의 체온을 빼앗기기엔 충분한 시간이였으니 말이다.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몸을 말릴 공간이 필요했기에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분명 여기까지 걸어오며 그러한 공간을 하나쯤은 봤을 터였다. 그렇게 나는 더이상 그를 돕겠다는 단순한 이유가 아닌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서 행동하기 시작했다.

생존이라는 단어에 집중하자 흐릿해져있던 정신이 다시금 또렸해졌다. 아직까지는 '살아남아야 한다'가 아닌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에 생각이 그쳐있었지만 나를 움직이게 하는데에는 단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다행히도 왔던길을 되짚어가다 그나마 멀쩡히 남아있는 건물을 찾을 수 있었다. 몇번씩이나 어두운 내부를 손으로 훑어가며 위험한것이 없는지 확인하느라 이미 만신창이가 된 손의 먼지를 빗물로 씻어낸뒤에 나는 잠깐 벽에 기대어 생각에 잠겼다.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해' 나에겐 지금 생존과 김시우란 남자를 돕는것이란 목표가 있었다. 그것덕에 정신을 차리고 여기까지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거지만 지금부터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했다. 어째서 이곳에 내가 꿈에서 깨어날 수 없고 모든것이 현실처럼 느껴지는지에 대해서는 당장 알아낼 방법이 없었으나 어찌되었든 앞으로 적지않은 기간을 이곳에서 보내야 할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었기때문이였다. 심지어는 내가 이 꿈에 들어오기 전부터 계속해서 내렸던 비는 지금까지 멈출줄을 모르고 내리는 중이였고 오는길에 본 물에 잠긴 지하철의 내부를 생각하자면 어쩌면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내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다. 태양없는 세계가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평소 각종 재난에 관심이 많던 나라면 알고 있었다. 습기는 모든것을 녹슬게하고 어디든 병균이 자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더군다나 이 정도의 비라면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또한 내가 원래 살던 지구의 것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띄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어린아이조차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식이란 지구상에서 오로지 인류만이 가진 유일무이한 힘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힘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나는 스스로를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단이 없다'라는 사실만으로 내가 얼마안가 죽을 이유는 충분했다. '일단 움직여야 한다' 일단 나는 어떻게든 젖은 내 몸을 말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1층은 이미 거의 빈 공간이다시피 했기에 2층을 뒤져보니 작디 작은 라이터를 하나 찾을 수 있었다. 물론 그 마저도 불꽃이 희미했지만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점에선 습기로 가득찬 이 공간에서는 무엇보다 가치있는 물건들중 하나였다. 나는 주변에 나무 자재들의 다리를 부시거나 혹은 떨어진 나무 조각들을 주워다 불를 붙였다. 멀쩡한 목재가 없었고 대부분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기에 불이 잘 붙지 않았지만 몇번 시도한 끝에 다행히 작은 모닥불을 반들 수 있었다. 다행히 연기는 많아 나지 않았고 따뜻한 불의 열기를 느끼자 그제서야 떨리던 몸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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