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일단 네가 생각하는 가장 뽕이 차는 장면을 생각하는 거야. 이를테면 네 플롯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든지, 아니면 엔딩, 아니면 가장 의미있는 장면이나 그런 거.
이후에는 그 장면에 있는 인물들이 '왜' 그런 장면을 만들어냈을지 생각하는 거야. 예를 들어 죄와 벌을 생각해보자. 책의 마지막에 라스콜니코프가 왜 자수를 한 걸까? 그가 자수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가 어떤 장면들을 거쳐왔길래 자수한다는 결론을 낸 걸까? 이것처럼 인물의 동기를 상상하는 방식으로, 뒤에서부터 앞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거야.
이 방식의 장점은 장면을 위해 플롯의 설정과 배경, 연출을 시시각각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야. 이 중요한 장면을 먼저 설정함으로서 네가 필요한 플롯의 설정을 취사선택할 수도 있고 필요할 때면 설정을 바로 그 자리에서 만들어버림으로서 인물의 동기를 설명할 수도 있어. 또한, 장면에 등장한 소품들을 배치할 이전 장면을 상상하여 수미상관의 구조나 은유성을 더 극대화할 수도 있지.
하지만 단점도 있어. 네 플롯이 그 중요한 장면 단 하나를 위해 소비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 다른 장면들이 그저 근거의 나열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이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각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능동적인 행동양상을 띈다면 해결이 가능하긴 한데, 좀 어렵지. 어쩌면 장편 플롯의 경우 주인공의 행동과 동기의 분기점이 되는 장면들을 미리 배치해놓음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