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거리를 거닐어 본다.
등불마저 밝혀지지 않은
어두운 거리에는
보여야 할 사람들의 무리도
들려야 할 시끌벅적함도
느껴져야 할 따스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원래 그래야 했던 것 처럼.
이 어두컴컴한 거리를
홀로 걷는 이는
스스로를 '밤' 이라고 칭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영원한 잠을 선물할
아름다운 밤.
밤이 거리를 거닌다.
이름없음2022/10/25 02:12:41ID : ta1iqkk2lfS
아이는 생각했다.
우주란 무엇일까. 철학적인 질문이 아니다. 예술가들은 종종 우주를 세상의 전부인 것 처럼 표현했다. 내 우주를 준다고 했다가 당신이 나의 우주라고 고백하는 장면을 넣곤 했다. 그렇다면 우주가 없으면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 말인가. 우주란 그렇게 짱짱 세고 최강 파워를 가진 무적의 존재란 말인가.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 없었다. 우주가 아닌 것들은 아주 많았다. ###라던가 ●○■은 우주 밖에서도 존재했다. 아마 사람들이 우주를 치켜세우는 건 그들이 모두 우주의 자식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가 아무리 촌스러운 옷을 골라와도 잘 어울린다며 맞장구 치는 습관의 잔재일 것이다.
아이는 눈을 반짝였다.
그래 우리는 모두 우주의 자식들이야. 뭐라고 말해도 우주는 우리에게 아주 큰 존재이고 우리는 평생을 걸쳐 우주를 그리워하게 될 거야. 물론 그립지만은 않을 거야. 우주를 생각하고, 사랑하고, 선물하고, 선물받고, 끌어안고, 쓰다듬고, 여행하게 될 거야. 우리 모두가. 그러니까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말이야.
아이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눈을 감았다. 어느 새 아이의 산소통에는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