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능 끝나고 정말 오랜만에 꺽꺽대면서 울었어. 솔직히 수능 성적이 내 원래 실력보다는 좀 잘 나온 것 같기는 하지만 나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에 못 미쳐서 너무 속상했어... 스스로 만족할 만큼 최선을 다한건 아니지만 고등학교 3년동안 수행평가니 내신이니, 수상이니 생기부니 나름 힘들게 했던 만큼 기대했던 선이 있는데 내가 여기 가려고 이렇게 해온건가 허무해.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말 원하는 학교일 수 있겠지만 내가 꿈꾸던 이상이랑은 많이 다른 현실에 눈물이 자꾸 나더라.. 정말 현실을 자각하기만 하면 눈물이 주르륵 나와. 계속 울었더니 눈 주위에 빨간 반점이 나더라.
이제 마음 정리하고 다른거에 매진해보려고 하는데, 정작 중요한 시험에는 최선을 안 다하고 이제 와서 뭘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게 너무 의미없다고 느껴져서 의욕이 사라져. 끝나면 친구들이랑 놀려고 했는데 사람을 만나고 싶지도 않아. 주변 사람들이 자꾸 잘봤냐고, 어땠냐고 물어보는게 너무 끔찍해. 현실에 만족은 못하면서 재수할 용기는 없고. 그냥 자꾸 눈물이 나와. 억지로라도 사람들이랑 연락하고 있어. 카톡으로 하면 웃기지 않아도 ㅋㅋㅋ 정도는 칠 수 있으니까.
실컷 울고 좀 진정된 줄 알았는데 친구랑 전화하는데 눈물이 또 나더라.. 정말 와닿는 위로를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야기 할 수록 억지로 기력을 끄집어내야하는 사람이 있어. 걔네들도 나를 위한다는건 아는데 아무생각 없이 하는 말이 난 또 울고 있고, 대화 나누기도 지쳐.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 한 것도 있는데 남들이 내게 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도 힘들어. 나보다 못할거라고 생각했던 애들이 나보다 좋은 학교에 합격하고, 좋은 점수를 받는걸 보면 솔직하게 축하해줄 수가 없어.
지금 이 대학에 만족하면 내 미래의 한계는 정해질 것 같아서 무서워. 내가 훗날 바라는게 있을 때 학벌의 한계로 가지 못할까봐. 이 때 더 좋은 학교에 갔다면 할 수 있을 것이 제한된다거나. 요즘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수단이잖아. 난 꿈이 없어서 더 무서워. 지금의 이 결과가 나비효과처럼 내가 어찌할 수 없을 만큼 내 인생을 제한할까봐.
그냥 하염없이 무섭고, 속상하고, 허무해. 그냥 그래. 눈물이 자꾸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