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 같은데 보면 나오는 미소녀 소꿉친구가 있잖아?
현실에 있을리가 없을 것 같지? 아침에 시시한 잡담하며 같이 등교하고 같이 하교하는 그런 풍경.
거짓말 같겠지만 내 학창 시절이 그랬다...
엄밀히 따지면 아주 살짝 다른데...내가 유학생활을 했거든. 근데...그게 내가 한국서 다니던 교회의 장로가 교장으로 있던 국제학교였어서 교회에 다니던 내 나이 또래 남녀가 여럿 갔었어...그러다보니 이미 알던 애들이 보였는데 소꿉친구였던 A도 있었다.
A랑은 어렸을적 같이 놀았다는데 솔직히 큰 기억은 없었다. A가 이사가서 다른 친구들과 논 기억이 많았기에...A는 날 한눈에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고...난 낯가림이 있었어서...반갑게 대하진 못했어도...A가 너무 예뻐서 조금 설렜었음.
A는...학생이었는데 내가 그 뒤로 본 어떤 여자애들보다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었음. 얼굴만 따지자면 더 예쁜 사람도 보긴 했지만...글래머러스한 몸매와 예쁜 얼굴을 다 갖추고 있었단 거...내가 이성에 되게 눈을 늦게 뜬 편임에도 그녀가 얼마나 예쁜 사람인지는 충분히 알겠더라고.
A랑 같이 등하교했고 교실에서도 같은 시간을 보냈고 A포함한 다른 친구들과 같이 놀러다니기도 했다. 밤에는 수영장에서 같이 수영도 했고...수영장에서 A는 내게 업혀 장난치는 걸 즐겼고 난 허둥지둥하면서도 그녀와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겼음.
어느 날 A가 내게 와 밤에 기숙사 수영장에서 수영하자고 권해왔고 난 별생각 없이 다른 애들도 불렀냐고 물었고 A는 불렀다고 답해서 난 알았다 하고 밤에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갔다. 그곳에는 A 혼자 날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다른애들에 대해 묻자 A는 다른 애들은 사정이 있어 못온다고 했다며 내게 둘이 놀자고 했다. 달이 비치는 야외수영장에서 우리 둘은 같이 물장난을 하며 놀았다.
후에 다른 친구들에게 그날 왜 안 왔냐고 묻자 다른애들은 A에게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비오는 어느 날 우산쓰고 기숙사로 돌아가려는데 그녀가 내게 왔다. 우산을 안갖고 왔다던 A는 나와 함께 기숙사로 갈 수 없겠냐 물었고 난 그녀와 한 우산을 쓰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 때 심장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A에게 들킬까봐 두려웠다. 기숙사에 돌아가자 그녀는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더니 내게 웃어보였다.
A는 공공연히 내가 나중에 멋진 남자가 될 것이라며 친구들에게 자랑했고 친하게 지내던 여자애들 앞에서 날 '찜'했다.
근데 애니에서 보통 그렇듯...난 당시 연애감정에 대한 자각이 없기도 했고 내 자존감이 지나치게 낮아...우리는 결국 사귀지 않았고 나는 다른 국가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내가 그 시기에 겪었던 모든 일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이지만 만약 2회차 생을 산다면 그녀에게 고백해보고 싶어. 내게 필요했던 약간의 용기만 있었다면 얼마나 즐거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