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03/03 15:37:09 ID : eJPclbeK0ty
"DBC 아침 뉴스가 전해드립니다..." 치지직- "현재 전국에 한달을 걸쳐 내리는 폭우로 인해 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치직- "시민 여러분은 집 밖으로의 외출을 자제하시고.." 치직- 치지지직- "정부는 시민들의 구호를 최선으로 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2 이름없음 2023/03/03 15:42:04 ID : uso6kmldA0q
오늘도 여전히 아침 뉴스는 어제와 같은 내용의 방송을 보도하고 있다. "염X할 이 장마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거야!" 아버지가 집어던진 물병을 주우며 흘긋 쳐다본 TV에서는 현재까지 장마로 인해 실종된 총 실종자의 수가 집결되어 있었다. 잠시 마트를 다녀온다며 집을 나가신 어머니가 갑작스러운 장마와 함께 실종된지 약 30일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장마' 라는 타이틀이 하루종일 인터넷의 최상단을 장식했고 모든 채널들은 장마로 인한 전국의 각종 피해들을 보도하고 있었다. 지금 이 나라는 한달간 지속된 장마에 침수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휩쓸려내려가며 실종되고 있는 상태였다.

3 이름없음 2023/03/03 15:57:12 ID : uso6kmldA0q
"상철아 짐 챙겨라!!" "예!! 아버지" 난 차고로 가 주황색의 고무보트를 꺼내고 모터의 줄을 당겨 시동을 걸었다. 털털 털- 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보트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버지 오늘은 어디까지 가실 거예요?" "오늘은 마을 외곽 쪽으로 한번 돌아보고 오려고 한다. 그쪽이 그나마 급류도 없고 생존자도 자주 발견된다고 하니깐." 아버지는 내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시곤 보트를 돌려 마을 외곽으로 향했다. 저 고무보트는 어머니가 실종된 직후 폭우로 인해 동네에 경찰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어머니를 직접 찾아 나서겠다며 아버지께서 직접 개조하신 보트다. 물을 뺄 수 있는 배수장치가 튼튼한 방수 천으로 된 천장이 비를 막아주고 그 안에는 각종 생필품과 조명탄이 들어있었다.

4 이름없음 2023/03/03 16:04:30 ID : uso6kmldA0q
저 고무보트를 끌고 나가실 때면 길게는 3일 정도는 집에 안 들어오셨기에 나는 집에서 홀로 남아 아버지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나갔다 들어올 때마다 생존자나 먹을 것들을 잔뜩 싸 들고 오셨고 생존자는 집에서 며칠 쉬게 한 뒤에 마을 회관으로 이송됐다. '오늘은 빗줄기가 평소보다 굵은 것 같은데.." 조금 잠잠해지나 싶었던 빗줄기는 오늘 아침부터 갑작스레 다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네에 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버지뿐이니 이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것이었다. 똑- 똑- 똑- '...?' 어디선가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다 천장에 구멍이 있을 리는 없을텐데.." 집은 장마가 시작하기 이전 한번 보수를 끝마친 상태였다. 그렇다. 틈이 생겼다면 이미 한참 전에 수리되었을 것이란 소리다.

5 이름없음 2023/03/03 16:11:05 ID : uso6kmldA0q
이미 아버지는 보트를 끌고 집을 나간 상황에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나 혼자 해결해야 할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왔고 나는 서둘러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위해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집안을 뒤진 후에 나는 뭔가 이상한 점을 한가지 알게되었다. "이 소리.. 옆이나 위가 아니라 아래에서 들리고 있잖아?" 그 소리는 내가 단 한번도 가본적 없는 장소인 우리 집의 지하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아주 먼 과거 벙커의 용도로 설계되었다는 그 지하실은 이 폭우 속에도 물 한방울 세어 들어오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진 곳이였다. "거기에서 물방울 소리가 들릴리가 없을텐데..." 나는 펄떡이는 심장을 진정시켜가며 한 손에 캠핑용 랜턴을 들고 지하로 향했다.

6 이름없음 2023/03/03 16:15:31 ID : uso6kmldA0q
조심스레 한칸씩 계단을 내려가 지하실로 향한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선반에 비스듬히 걸쳐 끊임없이 물방울을 쏟아내고 있는 어떤 작은 병이였다.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옅고 푸른 빛을 은은하게 뿜어대는 그 병의 모습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병을 향해 손을 뻗었고 내가 그 병을 만진 순간 지하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날 찾는 고함소리와 함께 나는 의식을 잃었다.

7 이름없음 2023/03/03 16:21:54 ID : uso6kmldA0q
"라는게 지금까지의 이야기지 어때? 제법 흥미롭지 않아 제임스?" "..." "그래 그래.. 니가 말을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이게 뭐하는 짓이람" 아버지의 지하실에서 의식을 잃고난 뒤에 내가 정신을 차린 곳은 어딘지모를 오래된 폐가였다. 그곳이 어딘지 파악할 틈도 없이 깨진 창문을 통해 사방에서 물이 들이닥쳤고 겨우겨우 살아남아 어떤 등대 위에 올라와 지금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제임스는 내가 여기까지 휩쓸려 오던중에 만난 어떤 검은 고양이였고 말이다. "일단 등대에 바다가 있는걸 봐선 내가 살았던 동네가 아닌 것은 확실한데..." 내가 살고있던 동네는 꽤나 고지대에 위치한 산골 마을이였다. 한평생 등대나 바다는 평생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서를 제외하곤 본적이 없었고 그런것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할 정도로 나는 마을 밖에 대해 무지헀다.

8 이름없음 2023/03/03 16:29:36 ID : uso6kmldA0q
다만 여기에 온 뒤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은 이곳의 물의 수위는 내가 살던 마을보다 한참은 높았고 3일에 한 번 간격으로 비가 잠깐 그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직접 밝혀낸 사실이 아닌 등대에 누군가가 남겨놓은 일지 덕이었다. 아무런 글자 하나 없는 갈색 가죽 표지에 빼곡히 채워진 일지는 나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누군가 이곳에서 생존했었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게 해줬다. "이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도대체 내가 기절한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 일지에는 앞서 서술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충격에 빠트린 것은 일지 위에 적혀있는 2052년 12월 8일이라는 날짜였다. 내가 비록 항상 날짜를 세지는 않았을지언정 집에 있는 달력의 년도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내가 기억하는 집의 달력은 2052년이 아닌 2023년을 표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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