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06/13 21:09:06 ID : HA3QqY659co 0
제목 그대로 5, 10···5n레스마다 주제를 제시하고 나머지는 해당 주제를 묘사하는 스레야 첫번째 주제는 해변가
2 이름없음 2023/06/13 21:38:46 ID : HA3QqY659co 0
부드러운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속을 맨 발로 거닐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다. 저 끄트머리로부터 짓쳐들어오다 물러나는 파도는 희게 부서지는 파편들만을 남기다가 다시금 달려들어 제 허물을 덮었다. 잔잔하고도 소란스러운 풍경을 담는 시선을 눈치챘는지 갈매기가 높이 비행하며 울음소리를 떨친다.
3 이름없음 2023/06/17 01:47:25 ID : BBvvg2Mo7wH 0
회갈색 몸은 아직 채 여물지 못한 듯 반투명한 낌새가 남아있었다. 갑각류 특유의 끊어진 관절 틈새에는 죽은 이끼와 흙먼지 따위가 가득했다. 새끼손가락만해 앉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질척한 진흙더미와 구별되지 않는 모습. 그럼에도 껍질 덮인 발로 바위를 디딜때마다 작은 몸체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단한 소리가 울렸다. 아니, 어쩌면 그 기세에 눌려 환청을 들은 것일지도. 저 멀리서 파도치는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바위 틈새에도 시냇물 같은 파도 줄기가 밀려왔다. 새끼 게를 바라보던 시선도 그 물줄기에 가려졌다. 아주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는데, 바위틈을 노다니던 어린 것은 짓쳐 오는 파도에 휩쓸려 갔는지 온 데 간 데도 보이지 않았다. 목적지를 잃은 시선은 텅 빈 바위를 잠시 바라보고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4 이름없음 2023/06/17 03:50:01 ID : 9Ao4Y781dvi 0
하늘, 바람, 나를 겉도는 바람이 불었다. 수평선 너머로 배가 떠나고 있다. 입안에서 짠 내가 물씬 풍긴다. 비리다. 검푸르다. 멀리서 시커먼 먹구름이 보인다. 내가 신부님을 사랑한 것은 보름 전의 일이다. 신부님은 성당에 나오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축복을 아끼지 않는 좋은 분이었다. 나는 신부님의 축복을 받으면서, 그의 바다가 되길 꿈꿨다. 그 새까만 폭풍을 해변으로 몰고 오는 이는 나 하나뿐이었다. '신부님은 무엇을 가장 사랑하시나요?', '바다.' 그 짧은 말을 입안에서 굴린다. 비릿한 피비린내가 어금니 안쪽에서 나올 때까지 굴리고 굴린다. 바다의 비린내다. 신부님이 유년 시절부터 보기를 꿈꿔왔던 바다가 어디의 어떤 곳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어느 날 신이 꿈에서 보여주었고, 그것을 좇아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나는 그가 얼마 안 가 본당을 떠나리라고 확신했다. 이곳의 바다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다. 100명이 겨우 사는 해안 절벽에 있는 작은 마을에, 성당과 수도원, 매주 이런저런 미사를 드리는 행사가 있는 것도 신을 잊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신을 잊고는 살아갈 수 없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신을 찾아갔다, 삶은 핑계였다. 나는 살기 위해 신부님을 찾아간다, 신은 핑계다. 나는 그 남자에게 이런저런 것을 선물했다. 꽃, 조약돌, 작은 헝겊 인형. 신부님은 내 것을 무척 좋아해 주었다. 일주일쯤 지나, 라틴어를 수학하던 도중, '바다는 신의 것을 앗아가는 놈.' 이라는 악담을 신부님의 입에서 들었다. 웃고 있었다. 장난끼 가득한 질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에게서, '바다는 어떤 존재인가요?' 하고. 나는 신부님에게 주기만 했기 때문에 그 질문을 듣자마자 기분이 언짢아져 밖으로 달렸다. 갑작스러운 폭풍을 만나 숲 복판에서 걸음이 묶였고, 결국 감기에 걸려 그 다음 날 라틴어 수업은 빠져야 했다. 억울하고 원통했다. 아직 세례도 받지 못한 내가 신부님을 볼 핑계는 라틴어 수업과 미사 시간이 유일했다. 우리 집에서 감기는 어린아이들이나 걸리는 것이었으므로, 다른 가족들은 나를 비웃었다. 나는 부끄러움에 방에 올라가 작은 창으로 보이는 검푸른 바다를 응시했다. 저 바다는 수시로 울었다. 뱃고동 소리를 집어삼킬 정도로 요란한 파도 소리에, 아침이든 밤이든 짙은 검은 빛이었다. 하늘을 담는 온화함은 조금도 없었다. 저것은 괴물의 벌어진 아가리다. 아버지, 큰아버지, 삼촌, 그외 많은 친구들과 이웃들이 저 안에 잡아먹혔다. 웃긴 것은 잡아먹히는 줄 알면서도 홀린다는 것이다. 신부님 말이 맞다. 바다는 신이 만든 인간을 가져간다. 그러니 그가 나를 사랑할 일은 조금도 없다. 이튿 날, 나는 신부님을 맞이했다. 퀴퀴한 묵은내가 나는 내 방이 부끄러워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신부님은 빙긋 웃으면서 나를 칭찬했다. 내가 그간 얼마나 수업에 집중했는지 알고 있고, 나를 가르치는 것만이 유일한 낙이라는 그런 형식적인 칭찬이었다. 나는 줄 것이 없는데 그는 소매 안쪽에 넣어둔 아몬드를 잘게 잘라 넣은 쿠키를 건넸다. 처음 먹었을 때보다 맛이 짜졌다. 나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말에 나는 차마 웃으며 먹질 못했다. 신부님은 그날 후로 매일 나를 찾아와 수업을 하다 갔다. 그를 오래 보고 싶지 않았던 나는 자주 눈을 감거나 시선을 피하다가 깜빡 졸기도 했다. 내 감기는 떨어질 생각을 않고 계속 달라붙어 있었다. 수시로 열이 났다. 이토록 오래 가는 감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날 비웃던 손윗사람도, 아랫사람도 점점 심각한 얼굴을 했다. 결국 가족 중 한 사람과 신부님이 배를 타고 멀리 떨어진 곳에 가 약을 구해오기로 했다. 그것이 어제의 일이고, 내 감기가 일주일이나 간 시기다. 바닷물이 깎아 만든 절벽 끝에 서있는 나에게 어머니는 '정말 너에게만큼은 늘 상냥하고 따뜻하시구나. 네게 정을 붙이셨듯 이 마을에도 꼭 정을 붙이셨으면 좋겠어.' 하고 말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다시 되묻자,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부님은 항상 주일 미사 외에는 무표정하시잖니. 우리가 말을 걸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 좀처럼 자길 보여주지 않으셔. 아직 이 마을에 적응이 덜 되셔서 그런 거겠지.' 나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절벽을 내려오던 것을, 다시 올라가며 가장 높은 돌 위에 섰다. '위험해, 저기 높은 파도가 치잖니!' 어머니께서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평선을 탄 배는 파도를 따라 꿀렁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꼭, 괴물에게서 최후의 저항을 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나는 모든 병이 나은 것을 알았다. 신부님은 살기 위해 바다를 찾았던 것이다, 신은 핑계다. 이곳 모두에게 신은 핑계다. 우리는 추악해 보이는 바다에게 홀린다. 모든 걸 잃을 줄 알면서도. 바다가 끔찍히도 우리를 사랑해 주니까 우리도 그의 아가리로 들어간다. 나는 바다. 신의 것을 죄다 집어삼키고 잡아먹었다.
5 이름없음 2023/06/17 12:19:13 ID : BBvvg2Mo7wH 0
인터넷~!
6 이름없음 2023/06/18 02:05:40 ID : unCnXvwnyFb 0
사실 너도 두려울거야.내가 너에게 어떤것을 쥐어주고 또 어떤것을 뺏을지, 너에게 얻은걸 또 누구에게 건네어줄지. 네가 어쩔 수 없이마셔야하는 그 잔에, 독이 들었을지 설탕이 들었을지.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에도 누군가를 의심하게만들고 언젠가 너도 같은짓을 하도록 만들거야. 어쩔 수 없는거잖아? 나를 이 자리에 앉힌건 틀림없이 너인걸.
7 이름없음 2023/07/28 01:04:31 ID : IMjbeL9eMpc 0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서로가 없는 곳에서도 서로를 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만난 너를 사랑했다. 노란 머리, 갈색 눈에 주근깨가 매력적인 너. 너는 매일 집 앞 카페를 즐겨찾고 그곳에 있는 복숭아 스무디를 자주 먹는다. 반려견 케시를 키우고 마당 딸린 집에 혼자산다. 너는 이직을 하며 회사에 가까운 지역으로 집을 옮겼는데, 그곳에서 적응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매일 밤 외로움에 인터넷을 킨다. 그리고 우리의 만남 어플 '조이'까지. 나는 그녀가 내 완벽한 이상형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녀를 찾았다. 그녀가 보내주는 사진과 특정할 수 있는 장소, 그리고 그녀의 직장을. 하나 찾으니 둘, 셋은 쉬웠다. 다만, 내가 찾은 그녀는 31세의 백수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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