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08/16 04:06:09 ID : Pbijbipasly 0
고3이고 반에 친구가 없어. 반배정 망했거든. 같은 이유로 2학년떄에도 혼자 다녔어. 근데 난 그렇게 지내는게 좋았어. 새로운 친구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1학년때 친해졌던 아이들이 너무 좋아서, 그 친구들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누군가 에게 다가가거나 하진 않았어. 반에 친구가 없다는거 자체는 문제되지 않잖아? 싸가지있게 행동하고 학급활동에나 잘 참여하면 됐지. 그렇게 수능만 보고 달리려 했는데, 나한테 어떤 친구들이 다가오더라고. 한명은 도움반 친구였어. 말투가 어눌하고 눈치도 없지만, 정말 착하고 귀여운 아이라고 느꼈어. 또 다른 한 명은 그 도움반 친구를 챙겨주는 포지션에 있는 아이였어. 얘도 진짜 착하고 배려심 넘치는 사람이라고 느꼈어. 그 둘은 중학교떄 부터 쭉 붙어다녔데. 학기초엔 별 생각 없었어. 근데 어느 순간부터 나랑 친해지고 싶어하는 게 느껴지더라. 공지 확인 하면 될 거를 굳이 나한테 물어보고, 괜히 말 걸고, 나랑 같은 조 하려 하고, 간식 챙겨주고..문제는 애네 둘 다 소심해서 젖소가 여물먹고 되세김질 까지 다 한 다음에 소화해서 똥까지 싸고 그 똥이 증발하는 속도만큼 느리게 다가왔어. 뭐 하나 물어보는데에도 한참을 끙끙 앓은 후에 겨우 물어보더라. 1학기 첫 주 부터 걔들이 나한테 다가온다는 걸 눈치채긴 했어. 근데 새로 신경 써야할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 자체가 무서워서, 계속 모르는 척 눈치 없는 척 했어. 2학년떄 다가오는 사람 막 받아줬다가 힘든 일을 겪었거든. 2학년 때의 그 친구는 새로 전학 온 아이였고, 가벼운 자폐증을 가지고 있었어. 내가 하필 임시반장이라(출석번호 1번의 비애...) 몇 번 도와줬었지. 그랬더니 노빠꾸 직진으로 다가오더라. 난 피할 새도 없이, 제한속도 없이 150km로 들이박는 걸 받아줘야 했지 . 그랬더니 내 멘탈이 버티질 못하더라. 150km의 속도에 튕겨져 나간 내 멘탈은 찢기고 으깨져 가루가 되었어. 반 학기동안 그 애가 붙어다녔어. 걔는 시도떄도 없이 날 잡아두고 자기 tim를 술술 늘어놓았어. 덕분에 나는 그 아이의 전학교, 상속받을 재산, 부모님과의 친밀도, 아버지의 외제차 목록, 전여친들의 스타일, 뼈가 부러지고 병원에 입원한 횟수, 아는 형님들이랑 술담배 한 이야기, 그 아이의 별명들과 별명의 유래, 인터넷 세상의 친구들, 초딩때 만든 지캐와 그 자캐들의 피튀기는 과거 스토리, 즐겨 하는 게임, 그 친구의 개쩌는 리듬게임 매드뮤비, 그 친구만의 특이한 신체적 비밀, 근육이 탄탄한 정도 등등 별에 별걸 다 알게되었어. 걔네 엄마보다 그 애에 대해 더 많이 알고있을 정도로! 거기다가 남자애라서 더 부담스러웠어. 그 애는 이미 전 학교에 두고온 여자친구 있다는 걸 대대로 광고하고 다녔거든, 그래서인지 여자애들이 날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하더라. 솔직히 여자랑 남자랑 단 둘이서만 붙어다니면 오해할만하잖아. 난 반에 친구도 없어서, 내 해명을 들어줄 사람조차 없었어. 하..나 그떄 반에 짝사랑하는 남자애 있었는데...그렇게 5개월 정도 지내니깐 지치더라. 그래서 그 애를 아예 피해다녔어. 그랬더니 또 미칠듯이 죄책감이 들더라. 걔가 날 친구로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 행동한 거고, 악의도 없었다는걸 아니깐...개 볼떄마다 너무 힘들었어. 그렇게 내 2학년은 지겨움과 죄책감으로 가득 차 버렸지. 그 때 일 떄문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고래이야기하는 장면 보고도 ptsd올라오더라.
2 이름없음 2023/08/16 04:21:24 ID : Pbijbipasly 0
겨울방학에 그나마 나아져서 3학년 올라왔는데, 또 사람이 다가오니깐 무서웠어. 한명은 비슷한 장애를 가진 친구여서 더 그랬던거 같아. 장애를 가지고 싶어서 가진 것도 아니고, 편견을 가지면 안돼는 것도 알지만, 공포심을 떨쳐내는게 너무 어려워. 그래도 어찌저찌 지금은 그 친구들이랑 인사하는 사이까지 발전했어. 근데 그 도움반 친구가 계속 카톡보낼때 마다 흠칫 하게 돼. 한시간 넘게 쓸데없는 카톡을 이어 나갔거든. 이틀에 한번씩은 뭐 하냐고 물어보고, 계속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그거에 하나하나 반응해야 하는게 어려워. 친한 친구들이랑은 아무렇지 않게 카톡하는 내용도 걔랑 하면 짜증나. 그 아이가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거 알아. 애가 평소에도 성격좋고 잘 웃어서 좋은 친구란거 알아. 근데 그 아이가 나한테 다가오려할 때마다 두렵고, 이제는 발음이 새는 그 말투나, 삑삑 소리 나게 긋는 필기 소리, 숨소리조차 하나하나 다 거슬려. 그 애 앞에서 티 낸 적은 없지만 속으로는 나쁜생각 많이해. 나도 내가 가식적인거 알아. 그래서 내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워. 그 아이가 좋은 사람이란 건 알겠는데 내 그릇이 작은 탓에 받아주기가 힘들어. 그 사실 자체가 너무 힘들어. 내일 웃으면서 인사해야 하는 것도...나 진짜 어떻게 하냐...
3 이름없음 2023/08/16 04:35:45 ID : JRxyIE5RxzP 0
자기 마음조차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네 시간이 더디게 가고 지루하고 괴로울 듯 스레주도 다 생각해봤을 말이지만 굳이 다 받아줄 필요 없어 거절은 나쁜 사람에게만 하는 게 아님
4 이름없음 2023/08/16 12:46:38 ID : wk8mE065arc 0
그러면사람다가오기전에먼저다가가봐 그러면다가오는게아니고너가다가가는거니까 덜무서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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