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친구의 이름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거나 분명 자주 쓰던 단어나 문장인데도 아게 맞나? 하고 생각을 다시 곱씹어보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이건 어느새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늘 하던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가 문득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처음엔 잠깐 그 생각이 들고 말았었다.
하지만 점점 빈도수가 늘어나더니 생각의 시간도 길어졌다.
하던 작업을 멈추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느 날은 내 손가락이 여기에 붙어있는게 맞나? 왜 무릎에 달려있지 않지? 라고 순간 스치듯 생각이 지나갔다.
손가락의 위치가 이질적이라고 느꼈다.
그동안의 일을 곱씹어보곤 두려워졌다.
2이름없음2023/08/27 05:13:37ID : 5PdBaq2ILhu
2.
나는 아버지의 폭력속에서 자라왔다.
몸에는 늘 멍투성이에 꼴도 정상적인 가정에서 생활하는 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기에 친구도 없었다.
늘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였다.
하루는 같은반 아이가 나에게 거지새끼라고 놀려대기도 했다.
매일같이 맞고 괴롭힘을 당하다보니 이젠 꿈속에서도 맞거나 괴롭힘을 당했다.
티비에서 악인들을 참교육하는 드라마를 봤다.
나는 그들이 악인이라고 생각했다.
꿈 속에서라도 그들을 참교육하기 시작했다.
내가 당한만큼 돌려줘야지.
일단 나를 매일같이 때리는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였다.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즈막하게 욕설을 지껄이더니 너무 쉽게 죽어버렸다.
내가 당한 고통은 반도 되갚아주지 못했는데....
꿈이니까 내일 또 죽이면 된다.
다음번엔 괴로워하며 죽어라 이 악인아.
나에게 거지새끼라고 놀려대던 반 친구를 찾아갔다.
이 놈은 덩치가 비슷해서 제압하기가 쉬웠다.
드라마에서 본대로 케이블타이를 수갑대신 채우고 사람이 잘 오지 않는 외진 놀이터로 끌고갔다.
나에게 사과하라고 했더니 욕을 퍼부으며 또 거지새끼라고 했다.
화가나서 칼로 그녀석 팔다리를 찔러버리고 살려달라고 하는 그녀석의 목을 그어버렸다.
아 개운하다.
내일 또 이렇게 꿈을 꿨으면 좋겠다.
그렇게 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근데 잠깐만 내 잠옷이 빨간색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