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09/12 14:15:37 ID : cIE1g5e7wIG 0
캐롤라인은 침대에서 눈을 떴다. 포근한 이불과 푹신한 배게가 그녀를 붙잡는다. 쏟아지는 졸음을 밀어내고 자리에서 겨우 일어나 시계를 보니 시침은 오후 9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2 이름없음 2023/09/12 15:01:31 ID : cIE1g5e7wIG 0
'오늘은 늦었네 서둘러야겠어 남들보다 늦게 시작되는 그녀의 하루는 그녀의 창백한 피부만큼이나 특별했다 이유는 한가지 그녀에게 주어진 한가지 과업 때문이였다 으음 상쾌한 저녁이네
'오늘은 꽤 늦었네. 서둘러야겠어.' 남들보다 늦게 시작되는 그녀의 하루는 그녀의 창백한 피부만큼이나 특별했다. 그 이유는 딱 한가지. 그녀에게 주어진 한가지 과업 때문이였다. "으음..! 상쾌한 저녁이네. 그럼..빠르게 움직여보자." 그녀는 기지개를 켠 뒤 하얀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천장의 작은 창을 통해 내리쬐는 은은한 달빛이 그녀를 반겼다. "가장 먼저 해야될 일들이..." 캐롤라인은 잠깐 고민하는 듯 하더니 지하실 문 앞으로 발을 옮겼다. 이곳은 이 집에서 가장 깊으면서도 지독하고 끔찍한 곳이며 그녀의 하루가 시작되는 곳이였다. 그녀는 문 앞에 놓여있던 목재 열쇠를 집어 자물쇠의 잠금을 풀었다. 철커덕- 끼익- 굳게 닫혀있던 철문의 자물쇠를 열어젖히자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이 나왔다. 계단아래 내리깔린 그 짙은 어둠을 본 캐롤라인의 눈동자가 옅게 떨리고 있었다. "후우...그럼..시작해볼까?" 한차례 심호흡을 한 뒤에 그녀는 지하실로 발을 내딛었다. 삐걱거리는 계단의 소음과 이따금씩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묘한 조화를 이뤄 어둠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앞으로 나아갔다. "이봐. 캐롤라인. 왜이렇게 늦은거야?" "윽- 놀랐잖아. 이스피." 한참을 내려가 나온 두터운 쇠창살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리없는 귀신이였다. 머리가 있어야할 자리에 거대한 손이 위치하고 있는 그의 이름은 이스피(I.S.P). 캐롤라인의 자하실에 머문지 꽤나 긴 시간이 지난 존재였다. "장난하지마. 이스피. 시간이 없다고 어서 문을 열어." "네네~ 아가씨. 아무렴요.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이스피는 캐롤라인의 진지한 태도에 실증을 느꼈는지 그의 머리를 열쇠모양으로 바꿔 문을 열었다. 방금 전까지 앞을 가로막던 두터운 쇠창살이 사라지며 지하실의 긴 복도가 나타났다. "자자. 아가씨 화내지말라고.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야?" 능청스럽게 말하며 이스피는 손가락을 튕겼다. 틱- 옅은 마찰음과 함께 순식간에 벽걸이 랜턴들이 선홍색 불빛으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스피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것을 무시하고 한층 더 긴장된 표정으로 지하실의 복도를 지나기 시작했다. "여긴 매번 올때마다 섬뜩하다니깐.. 이스피? 상황은 어때?" "글쎄..그다지 좋지는 않아. 아마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빠를거야." "이번에는 쉽게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조금 내려가니 어디선가 세어나온 안개가 그들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캐롤라인이 안개를 받아들이며 숨을 참으니 곧 안개가 잦아들며 새로운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스피. 레버 좀 당겨줄래?" 이스피는 날아가 석재 천장에 달린 레버를 당겼다. 쿵- 쿠구궁- 거대한 울림과 함께 눈 앞의 거대한 석문이 열리며 드넓은 숲이 펼쳐졌다. 나무와 풀들로 빽빽하게 녹림에는 비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치는 중이였다. "이번엔 레인블루..인건가? 일단 장비부터 챙기자. 이스피? 넌 어떡할래?" "이번만큼은 나도 따라갈께. 꽤나 위험해보이니깐." 그들의 앞에 나타난 숲의 이름은 레인블루. 녹색과 푸른색이 묘하게 섞인 하늘에 사시사철 비가 쏟아지는 암울한 곳이였다. '재수도 없지 하필 여기라니..' 캐롤라인은 구석에 널부러진 탐사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어디보자..곡갱이랑 랜턴, 천막, 침낭이랑..." "그걸 어느세월에 챙길려고? 내가 들고갈께. 먼저가있어." 이스피의 말을 들은 캐롤라인은 문 너머로 발을 내딛었다. 어지럽게 빨려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순식간에 그녀는 어떤 동굴 내부로 이동되어 있었다. "역시나 여기부터 시작이네.." 캐롤라인은 동굴 내부를 정리한 뒤에 비교적 평평한 돌 위에 앉았다. 그녀는 시야를 동굴 밖에 고정했다. 캐롤라인은 이스피가 오기 전까지 한참동안 밖에서 휘몰아치는 비바람을 감상했다. 그것은 끔찍했지만 직접 겪지만 않는다면 꽤나 아름다운 것이였다. "뭐야? 또 그러고 있었어?" 동굴의 한구석에서 나타난 이스피는 머리가 배낭 모양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캐롤라인의 행동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질문을 흐른뒤 바닥에 천막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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