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11/02 00:31:28 ID : 79eLbBgi1fX 0
엄마아빠는 엄마가 20살 때 만남 사고쳐서 오빠를 낳고 5년 뒤에 나를 낳았어 아빠는 집안에 하나뿐인 아들이었고 시골이라 남아선호사상도 심하다보니 할머니가 엄마를 엄청 갈궜어 아빠는 술집 여자들 만나고 취하면 엄마를 때렸어 생활비도 안 주고 엄마가 일자리 구하면 찾아가서 깽판침 빚도 몇억 있었고 사업도 망하고 그러다가 둘이 이혼했어 내가 유치원생 오빠가 초등학생일 때였어 우리는 엄마 따라 도시로 올라와서 외할머니댁에서 이모, 삼촌들이랑 같이 지냈어 난 그때 이혼한 줄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알겠더라 집안이 개판이라 밝은 아이로 자라기는 힘들었어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했고 집에서는 티내지 못하고 혼자 앓았어 오빠는 양아치 무리에 들어갔던 거 같아 그래도 공부는 잘했어 엄마는 할머니랑 이모들한테 우릴 맡겨놓고 일탈했어 그땐 어려서 몰랐는데 나중에 오빠한테 들었어 그러다가 아빠쪽 사정이 좀 나아지고 우리를 데려가고 싶다고 했어 엄마는 능력도 돈도 없었으니까 그냥 우릴 보냈어 그때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고 오빠는 중1이었어 다시 시골로 가서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생활을했어 아빠는 빚이 있었지만 술집 사장이었고 애인이 있었어 아빠는 그 여자를 이모라고 부르라고 했고 우리집에 같이 살았어 난 정말 동료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알았어 오빠는 성격이 좋아서 친구들이랑 잘 어울렸어 나도 아는 사람이 있어서 잘 지냈어 하지만 아빠는 변한 게 없었어 여전히 술과 노름을 즐기고 여자를 밝혔어 그 여자도 다를 건 없더라 술집여자인지 알콜 중독에 남자를 밝혀서 나를 무지하게 싫어했어 맞은 적은 없지만 물건을 던지거나 취해서 날 붙잡고 하소연을 했어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겐 너무 힘들었어 오빠가 해줄 수 있는 건 방문을 잠그고 나를 안아주는 거밖에 없었어 아빠는 취하면 잠들어서 그 여자를 말리지도 않았어 정신이 멀쩡해서 그 여자를 말리는 날이면 그 여자가 가정폭력이라고 경찰을 불렀어 정말 하루하루가 끔찍했지만 그때의 나는 내가 불행한 삶을 사는 거조차 몰랐어 아마 오빠는 더 힘들었겠지 한번은 이모들이 날 보러 왔다고 해서 나갔는데 그대로 날 데리고 엄마가 있는 도시로 가려다가 터미널에서 잡혔어 이모들이 울고 나도 울었어 그땐 뭐가 그리 무서웠을까 내 휴대폰에 친엄마 번호는 차단된 상태라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못했어 오빠는 아빠한테 뭘 들었는지 엄마를 정말 혐오했어 그러다가 내가 5학년때쯤 아빠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서 병원에 입원했어 그날 밤에 그 여자는 급하게 병원으로 갔고 나는 울고 오빠는 날 안아줬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던 거야 다음날 아빠를 보러 갔는데 식물인간 같은 상태였어 온몸에 붕대를 감았고 이는 다 빠지고 말도 못하고. 끔찍했어 그 여자는 아빠 친구들 앞에서 불쌍한 과부처럼 날 안았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 그 뒤로 친척들, 아빠 친구들이 모여서 얘기를 했어 그 여자는 아빠 간호를 해야 하니 날 돌봐줄 수 없었어 원래도 날 돌봐주진 않았지만 밥에 김치정도는 줬거든 엄마쪽으로 날 보내려고 했지만 왕래도 없었고 나랑 오빠가 반대해서 작은 아버지 댁으로 가게 됐어 말만 작은아버지지 실제로 피가 섞인 형제는 아니었어 여기엔 사정이 있지만 다 말하면 너무 길어질 거 같다 아무튼 작은아버지쪽에서 돈을 받고 나를 돌봐줬어 정말 잘해주셨어 정말 그 집 딸이 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오빠는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살고 고모한테 말해서 옷이나 생필품을 샀어 집안꼴이 이모양이면 엇나갈 법도 한데 오빠는 사교육 하나 없이 고등학교 전교 4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어 난 그래서 오빠가 괜찮은 줄 알았나봐. 작은아버지댁에서 몇달 정도 지내다가 사정 때문에 나를 더 못 맡게 됐어 고모들은 이젠 정말 엄마 쪽으로 가자고 했지만 그때 당시 난 엄마가 정말 싫었어 그래서 친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됐는데 할머니 할아버니 두 분 다 나이가 있으셨어 그때 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거 같은데 할머니댁 작은 창고방을 비워 거기 살면서 빨래, 설거지, 청소 등 여러 집안일을 내가 했어 정말 끔찍했어 밥을 먹어도 넘어가지 않고 전부 토했어 할머니도 나를 구박했어 더는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고모들이 사는 곳에 있는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게 됐어 그땐 정말 어쩔 수 없었어 엄마쪽으로 갔어 오빠는 여전히 고등학교 기숙사에 있었고 나 혼자 엄마랑 살았어 엄마는 나에게 정말 잘해주려고 했어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나는 그 생활에 적응했어 엄마는 누군지 모르는 삼촌과 같이 살았지만 아빠처럼 그 사람을 아빠라고 부르라 강요하진 않았어 그렇게 전학도 가고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별탈 없이 잘 살았어. 문제는 내가 아니라 오빠였어 오빠는 알콜 중독자인 그 여자와 머리만 어려진 아빠랑 같이 살았어 오빠랑 연락을 안 했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알바도 여러개 한 거 같아 오빠는 대학에 갈 생각은 할 수도 없었겠지 고등학교 2~3학년 때쯤엔 시험도 그냥 안 보고 학교에 잘 나가지도 않았나봐 나중에 오빠 친구들한테 들어서 알게 됐어. 오빠 주변엔 멀쩡한 어른도 없었으니까 오빠를 잡아줄 사람은 없었어. 오빠의 고등학교 마무리 등급은 2.3이었어 농어촌 전형이면 서울권 대학도 가능했을 성적이라 오빠도 나중엔 후회했어 내가 중1? 때 엄마랑 동거인 사이에서 동생이 생겼어. 그 이후로 오빠가 내가 사는 곳에 한 번 왔었어.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지 마지막으로 봤을 때랑 크게 변한 게 없었던 거 같아 오빠는 그때 고등학생이었는데 담배도 폈었어. 그때 오빠랑 산책도 하고 피씨방 가서 같이 게임도 했어. 재밌었어 정망 오랜만에 만난 오빠였는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어 그렇게 오빠는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다시 떠났고.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오빠는 23살 오토바이 배달라이더로 지내던 중 그해 2월에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머리를 다친 아빠 대신 오빠가 상주를 맡게 됐을 때 오빠를 다시 보게 됐어 오빠가 나를 찾아온 후부터는 종종 연락을 하기도 했어. 오빠가 먼저 보내지는 않았지만 명절에 내가 안부인사를 보내기도 하고 오빠 생일에는 기프티콘을 보내주기도 했어
2 이름없음 2023/11/02 01:41:36 ID : cmpVgoY1eFb 0
ㅠㅠ마치 소설 같아서 읽으면서도 오빠에 대한 안쓰러움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 방향을 잡아줄 어른도 없었는데 그 농어촌 전형조차 알려줄 어른이 없었다는 그 상황 자체는 진짜 더 너무너무 안쓰러웠어. 스레주도 오빠도 정말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 서로 성인이 되어서도 과거를 덤덤히 받아들이고 어렸을 때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그간의 감정들을 다 압축해 놓은 것 같아서 이 글이 짧게 느껴질 정도였어. 여기까지 오는 데 수고했고 어른들한텐 나중에 꼭 저주를 퍼붓자. 저주인형 말고 여건이 되면 탈주로 열어놓은 다음에 아예 대놓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떠나자. 몰랐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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