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4/08/20 21:16:38 ID : MjeIHzTSE2n 2
엄마는 내 자존감 도둑이다. 딱히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차라리 나를 죽도록 패고 아주 미워하고 날 욕하는 게 꾸준하면 좋을텐데. 어떨 때는 다정하고 또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엄마라는 사람을 놓을 수가 없다. 이게 참 힘들다. 엄마는 내 실수를 용납하지 못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엄마가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의 내 실수를 용납하지 못한다. 예전부터 그랬다. 회사에서 안 좋은 감정을, 본인은 집으로 갖고 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이건 우리 가족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엄마는 확실하게 기분이 안 좋은 날이면 꼭 누구 하나 잡아 족쳐야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건 대체로 나다. 엄마는 내가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한다는 말을 종종 했다. 나는 올해 성인이 되었고, 지금은 대학교 방학 중이라 집에 있다. 이전까지는 방학 때 공부를 했고 주말에도 독서실을 갔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이 흘렀고, 지금 엄마는 내게 니가 집안일을 뭘 했냐는 말을 굉장히 자주 한다. 내가 대단하게 뭘 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청소를 하지 않고 산 건 아니었다. 올해가 되어서는 방학이 긴 대학생이라 청소는 거의 내가 하는 편이다. 집 이불을 다 갠다던가 설거지를 한다던가 빨래를 돌리거나 넌다던가 하는 것들. 매일 한다.
2 이름없음 2024/08/20 21:18:53 ID : MjeIHzTSE2n 0
다른 청소는 부가적인 요소라서 매일 달라진다. 택배가 오면 뜯어서 정리해두고, 동생이 오면 밥을 차려준다. 그렇다고 내가 집에서 노는 건 아니다. 그나마 내 지출 좀 줄여보겠다고 재택 알바 중이다. 이것도 엄마 눈엔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엄마가 했던 무수히 많은 말들 중, 그리고 그걸 지켰던 몇 날 며칠 중 하루라도 어기거나 실수하게 되면 느닷없이 날라오는 말이 그거다. 넌 남들한테 잘 보이면 끝이지, 가족은 눈에 보이지도 않지. 아니라고 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라 내 입에 붙는 건 늘 죄송하다는 말 뿐이다.
3 이름없음 2024/08/20 21:19:43 ID : TPg6o0pTUZc 0
나돈데
4 이름없음 2024/08/20 21:20:15 ID : TPg6o0pTUZc 0
엄마는 내 인생의 유일한 희생자이자 내 자존감을 갉아먹는 가해자다.
5 이름없음 2024/08/20 21:22:27 ID : MjeIHzTSE2n 0
오늘의 문제는 마우스였다. 일요일이었나, 엄마가 굳이 드라마를 보여주겠다며 엄마 노트북이고 내 노트북이고 전부 꺼내 뭔가를 하다가 결국 노트북은 쓰지도 않고 넣어뒀다. 이때 내 마우스가 시원찮다면서 바꿨는데 원래 마우스를 나와 동생이 쓰는 공부방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일단 거기 두라고 하기에 뒀고, 혹시 제멋대로 치웠다가 욕 먹을까봐 가만 내버려뒀다. 그랬더니 오늘 하는 말이 이걸 언제 치울거냐는 거다. 언제적 건데 아직도 안 치웠느냐고. 그리곤 갑자기 책상 위에 있는 내 안경을 보더니 날더러 안경은 언제 닦냐고 묻는다. 마우스를 치워두고 안경닦개를 찾으니 물로 좀 닦으라며 그러니까 네가 피부가 그모양이지, 혼자 말했다.
6 이름없음 2024/08/20 21:22:39 ID : MjeIHzTSE2n 0
너도 힘내길 바랄게
7 이름없음 2024/08/20 21:24:45 ID : MjeIHzTSE2n 0
오늘까지 보내줘야 하는 원고가 있어 쓰던 중이었고, 엄마가 말하길 본인 입으로 '잔소리'가 끝난 줄 알아 자리에 앉았다. 그랬더니 넌 남들이 더 중요하지, 한마디 꺼냈다. 거기서 난 다시 일어서야 했고 엄마 앞 2미터 정도 거리에 공손하게 서서 욕을 먹었다. 자리에 돌아와 앉았는데 서럽더라. 눈물이 알아서 흘렀다. 코 좀 먹고 있으니까 넌 맨날 울지, 또 한마디 꺼낸다. 울 때에도 나는 조용히 티 안 나게 울어야 하는 것이다.
8 이름없음 2024/08/20 21:27:36 ID : MjeIHzTSE2n 0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너 오고 나서 집이 지저분했어, 였다. 기숙사에 있다 짐을 들고 돌아왔더니 하는 말 같았다. 기숙사에 있는 동안 집이 얼마나 깨끗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분명 청소는 하고 있다. 엄마가 뭐 하나 화 낼 때마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하고 있다. 매번 청소할 게 늘어난다. 그런데도 엄마의 화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이랬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1년 전 쯤에는 엄마한테 엄마가 화낼 때마다 죽고싶다고, 그렇게 앞에서 말한 적도 있었다. 그 뒤 며칠 동안은 좋았다. 엄마는 화를 내지 않았고 나는 죽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뿐이었다. 금방 엄마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심지어는 더 심해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죽고 싶어졌다. 아주 자주.
9 이름없음 2024/08/20 21:30:00 ID : MjeIHzTSE2n 0
내가 손목을 긁기 시작한 건 어줍잖은 자해였다. 사실 강박증상이기도 했다. 엄마한테 혼날 때면 그대로 굳어버리는데, 그러고 혼자 있게 되면 내가 너무 싫어졌다. 그래서 손목을 긁어댔다. 말이 좋아 긁는 거지, 손톱으로 파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집에서 살 때까지만 하더라도 원래 우울한 아이인 줄로 알았다.
10 이름없음 2024/08/20 21:31:43 ID : MjeIHzTSE2n 0
대학을 가고 기숙사를 가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걸 깨달은 건 방학이 되고 난 뒤였다. 기숙사에 있는 동안 나는 잘 살았고 심지어 엄마가 그렇게 욕하는 피부도 훨씬 좋은 상태였다. 이건 내 피셜이긴 하지만 내 피부가 좋지 않은 건 분명 스트레스 때문이다.
11 이름없음 2024/08/20 21:36:52 ID : MjeIHzTSE2n 0
우습게도 기숙사에 살 때 나는 밥을 잘 챙겨먹지도, 그렇다고 술을 안 마시지도 않았다. 운동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엄마랑 떨어져 있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피부는 집에 있을 때보다 좋았고 성격도 훨씬 밝았다. 동기들은 나를 한없이 밝은 아이로 생각한다. 실제로 난 바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아이다.
12 이름없음 2024/08/20 21:40:20 ID : MjeIHzTSE2n 0
엄마는 과대망상이 좀 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어딜 나간다고 하면 항상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카톡을 남기라고 한다. 심지어 이 나이 먹도록 외출을 허락받고 다녀야 한다. 학교에 다닐 때에도 밥 먹는다 어쩐다 연락 한 번 안 남기면 난리가 난다. 전화가 오고, 화를 내고, 날 욕한다. 너는 항상 그 모양이야.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다. 실제로 나는 항상 이 모양인 것 같으니까. 학교에서 나는 이렇지 않다. 교수님과 사이도 나쁘지 않고 성적도 제법 괜찮은 편이다. 애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당당하다. 내가 이 과에 왔다는 걸 자랑스러워 하고 그래서 학교에 있을 때는 자존감이 높다. 문제는 집이다. 그리고 엄마다.
13 이름없음 2024/08/21 06:17:20 ID : y2LcK2INy0r 0
헐 이거 격공 ... 나도 그래 울면 또 우냐 그러고 .. 내가 우는 이유 짐작해서 욕하고 전혀 아닌데 말이쥐.. 나도 조용히 울어야하고 엄마 옆에선 울면 안되고 울어도 가만히 있어야해 눈물을 훔친다던가 코를 푼다던가 절대 안됌.. 그러면 바로 숟가락이나 젓가락 날라오고 먹던 밥그릇 날라옴..ㅎ 그래도 요즘은 나름대로 내 의견 말하고 주체할 수 없이 울음이 나올때마다 나 좀 냅둬! 하면서 소리치니깐 조용해지긴하더라..
14 이름없음 2024/08/21 08:51:34 ID : dyJU1B83A0l 0
ㄹㅇ 차라리 대놓고 나빴으면 원망이라도 하지 애매하고 나쁘고 애매하게 챙겨줘서 이도저도 못함
15 이름없음 2024/08/21 17:35:39 ID : MjeIHzTSE2n 0
그런 사람들 많은 것 같다. 레더 힘내. 계속 더 좋아지길 바랄게
16 이름없음 2024/08/21 17:36:39 ID : MjeIHzTSE2n 0
아주 많이 나쁜 사람이면 좋겠다고 바랄 때도 많아
17 이름없음 2024/08/21 20:04:27 ID : vh81ck005Xt 0
맞아. 우리 엄마도 그래.., 애매하게 나한테만 적당히 나쁘고 안쓰럽기도 하고 남들 앞에선 좋은 사람인척 하고. 진짜 이나이 되도록 어디 나가고 뭐 할때마다 누구랑 뭐한다 보고해야 하고 통금있고(시간은 엄마 기분상태에 따라 다름) 나 40살이야ㅋㅋㅋ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 있음. 엄마랑 둘이 살아. 독립 언제하지..
18 이름없음 2024/08/22 19:39:57 ID : MjeIHzTSE2n 0
오늘도 화를 낸다. 하라고 했던 걸 안 했다는 게 이유다. 엄마는 참 단편적인 사람이다. 내 피부를 가지고, 머리 떡 지는 걸 가지고 하도 잔소리를 해서 나도 스트레스 받고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본인은 거기 상처를 받은 모양이었다. 내가 스트레스 받는다는 건 비단 피부와 머리에 국한되는 게 아니긴 하다. 그런데 그걸 엄마는 알지 못한다. 수도 없는 잔소리 때문에 엄마 딸이 죽어가는데, 그걸 얘기했다고 상처를 받는다.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그래놓고 내심 내 생각을 한 건지 날더러 피부 마사지기를 좀 쓰라고 하더라. 엊그제였나의 일이었고 까먹고 있었다. 오늘 물어보길래 깜빡했다고 얘기했다. 내일부터 하겠다는 얘기도 꺼낼 수 없게 먼저 화를 내더라. 그럴 거였으면 스트레스 받는다는 얘기는 왜 했느냐 묻는다. 엄마는 이게 문제다. 내가 스트레스 받는다는 게, 엄마 때문이라는 걸 모른다.
19 이름없음 2024/08/22 19:40:34 ID : MjeIHzTSE2n 0
함부로 얘기하기 두려운 이유도 여기 있다. 자꾸 내가 나쁜 사람이 되니까. 그리고 엄마는 불쌍한 사람이 되니까.
20 이름없음 2024/08/22 19:47:59 ID : MjeIHzTSE2n 0
이럴 거면 집에 들어오지 말라는 말이 참 좋다. 당장에라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엄마 때문에 죽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자꾸 내 손목을 긁는 이유가 뭔지 아냐고 묻고 싶다.
21 이름없음 2024/08/22 19:48:44 ID : MjeIHzTSE2n 0
엄마 때문에 숨이 자주 가쁘다. 금방 토할 것 같다. 혼나는 와중에 이런 말을 하면 엄마는 흔히 꼴값이라고 말한다.
22 이름없음 2024/08/22 19:50:53 ID : MjeIHzTSE2n 0
왜 엄마는 본인 분노 표출을 훈육이라 여기는지 모르겠다. 훈육은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잘못된 걸 바로 잡는 건데. 분노 표출을 조절할 수 없는 사람이 왜 아이를 가진 건지도 모르겠다. 그럴 자신이 없어 아이를 갖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올바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이에게 잘 해줄 자신이 전혀 없다.
23 이름없음 2024/08/23 02:33:33 ID : o5e3XuqY63O 0
나랑 소름돋을 정도로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 특히 기숙사에 간 뒤로 행복했다는 말이 정말 찡하게 만든다 우리 꼭 나중에 금전적으로 독립해서 행복한 삶을 살자.
24 이름없음 2024/08/23 14:57:51 ID : MjeIHzTSE2n 0
위로 고마워. 꼭 잘 성공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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