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5년이냐면 이미 5년 전에 자살시도를 했고 실패했기 때문. 그때 날 말렸던 친구놈이 지금 죽는 건 너무 성급하지 않냐면서 딱 10년만 더 살아보고 결정하라고 어거지로 약속을 해버려서다. 그 뒤로 5년이 지났고 어떻게든 취업도 결정됐다. 히키코모리로 7년을 쳐박혀 살다가 처음 나가는 사회다. 흔하다는 알바도 해보지 못한데다 고졸인 히키코모리가 갈 수 있는 직장이란 결국 밑바닥 인생이라 벌써부터 자살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져서 일기장이라도 만들어 보려 한다. 집안 자체가 남의 물건 뒤져보는 편이니 글은 힘들고 핸드폰에 적어둔다 해도 언제 들킬지 모르니까 고민하던 참에 스레딕이 떠올라서 왔어 판 이용은 뒷담판이 다른 이름이던 시절부터 했지만(혼숨이 유행하던 그 시절 말이지...) 판을 세워보는 건 처음이네. 과연 5년동안 적어갈 수 있을지 그 전에 마지막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여기에 감정 쓰레기통이라도 만들어 둔다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벌써부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살과 살자를 반복한다... 첫 출근일까지 남은 시간이 폭탄 카운트다운 같아. 부모님도 친구도 모두 기뻐하는 가운데 나만 불안해서 미칠 것 같으니 어디에 말할 곳도 없네 주 5일 직장이라니 배부른 소리지 주 6일을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있을까가 아니라 버텨야지가 맞단 건 알지만 내 세계는 작은 방 안이 전부였는걸 다짜고짜 뛰어나가라니 죽고싶기만 하다. 오늘도 죽고싶다. 출근까지 일주일도 안 남았어

어느 직장이든 감정노동은 필수라지만 유독 악명 높은 직종이라 걱정이 안 되는건 아니네. 감정적으로 시달려본 경험이 많다는 게 다행인지 불운인지. 매일 요동치는 마음은 내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겠지만 늘 고여있는 심해같던 상태가 그리워질 때가 있어. 이미 죽어있는거나 다름 없어서 무슨 말을 들어도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았던 몇 년간을 기억하니까. 소위 말하는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렇게 괴롭다면 차라리 무뎌지고 싶을 정도야. 감정 따라서 요동치는 몸이 정말 싫다. 어제는 죽고싶다 말한 주제에 오늘은 살고싶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러다 내일쯤에는 또 죽고싶어지겠지. 몸이 정신에 크게 구애받는 타입이라는 건 무리해서 억지로 움직일수도 있단 거지만 멘탈 터지면 패닉과 복통부터 온다는 소리니까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것 같아...

하소연판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 어느 곳이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건 누군가가 본다는 의미인데 왠지 반응을 해줘야만 할 것 같은 SNS와 달리 스레는 스쳐지나가든 대화를 나누든 자유니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내 답도 없는 우울한 이야기로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아. 매일 똑같은 고민을 이야기하다 보면 친구란 친구도 다 사라져버리겠지. 적당히 털어버릴 수 있으면서 아무도 의무감을 느끼지 않는다는게 좋아. 이 스레를 굳이 눌러서 들어와본 익명의 누군가도 어제의 나처럼 썩 괜찮은 하루가 되기를 바랄게.

스레주도 괜찮은 하루 보내길 바라

나쁘지 않은 하루 보냈음 좋겠다!

위 말처럼 좋지는 않아도 나쁘지만 않게 보내면 좋겠어!

>>5 >>6 >>7 고마워! 남에게 듣는 격려란 아무리 사소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네... 오늘은 방 밖으로 나갈 일이 생겼어. 겁먹지 말기 헛소리 하지 말기 패닉하지 말기 이 세상에는 나보다 더한 진상들도 멀쩡히 인생 산다는거 기억하기 생각보다 타인은 날 신경 안쓴다는거 명심하기 어설프게 대화 주제 꺼내지 말고 웃으며 침착하기...

히키코모리 인생으로 생긴 공백을 어떻게든 변명하려 들때마다 스스로가 무가치해진 기분이 든다. 주변에서는 밖으로 나온게 대단한거다 넌 변했다 라고 좋은 말만 해주지만 글쎄... 사회에서는 죽을 각오로 방문 박차고 나온 전 히키보다 그럭저럭 대학을 졸업해서 평범한 삶을 살아온 인간을 훨씬 필요로 한단 말이지. 모두가 히키보고 방 밖으로 나오라고 노력하라고 말하지만 사실 죽어있는 시간이 길수록 어디에도 가지 못한다는 걸 알잖아. 나와봤자 죽기 직전만큼 아니면 죽을만큼 상처받을 미래도 뻔한 걸. 상처가 너무 아프고 무서우니까 방구석으로 도망친거잖아. 그런데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건 상처를 마주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거니까.

오늘 나가야 한다는 사실과 곧 정말 사회에 발을 들인다고 생각하니 좀 제정신이 아니네. 어쩌면 나같은 인간들은 애초에 잘못 만들어진 건지도 몰라. 약하고 무르고 섬세하고... 하나같이 인생에 요만큼도 도움이 안 되는걸. 친절하다기에는 공감능력과 사회력은 지능과 경험이란 말이야. 없다는 뜻이지. 기왕 불량품이라면 셧다운이라도 쉽게 해주지 그랬어.

10년간 히키로 살다 취직한 사람의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더라. 고용주 입장에서 그 사람을 보고 쓴 글이 아니라 본인의 목소리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대체 얼마나 큰 용기로 방 밖을 나갔을까,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렇게 필사적으로 살 힘을 낼 수 있었을까. 여러 행운이 겹치더라도 그걸 붙잡은 건 본인의 노력이라는 걸까. 근성론은 싫어하지만 어떻게 그 정도로 강한 마음을 굳혔는지가 궁금해. 이틀동안 긴장으로 소화도 잘 못하고 끼니다운 끼니도 못 먹어서 당 음료로 억지로 움직이는 상태지만 막상 다녀오고 나면 괜찮을지도 몰라... 매도 맞기 전까지가 가장 무서운 법이니까 나라도 날 응원하자, 화이팅.

사실 중간에 일기판으로 가야 하나 고민되기도 했는데... 그곳은 너무 밝아 (우는 이모티콘) 나가기 싫다 인생 싫다 내가 싫다 열심히 징징거릴 예정이니 하소연판이 맞는거겠지... 힘들다

익명이라도 응원하는사람 한명쯤은 있다는걸 알아두길바라

>>13 친절하구나... 고마워. 긴장 때문인지 밤에 잠을 못 자서 괴롭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힘들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요동치는 나를 버티는게 가장 어렵다. 울고싶은데 눈물이 안 나오네 힘들다

>>14 같이 오늘도 살아보자,화이팅.

>>15 너도 오늘 하루 잘 마무리하고 내일도 같이 살아보길 바라. 응원할게 신입이란... 실수투성이의 존재... 하지만 수습할 수 있는 범위의 실수야 괜찮아..

다들 이렇게 살고 버티는 걸까? 힘들다 죽고싶다를 연발하면서 집 와서 지쳐 쓰러지고 다음 날 다시 일하러 나가고 들어와서는 쓰러지고 난 사회경험이 없어, 인정해.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느낌이야 24시간 중 잠 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의 대부분을 고통을 버티는데 쓰고는 집에 돌아와서 쓰러지는 삶 다들 이렇게 사는 거야? 그래서 연애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외로운 마음을 말하고 위로받을 곳이 필요하니까 그런 거겠지. 마음이 허하네. 얘기해줄 수 있는 레더가 있다면 너희들이 사회를 어떻게 무슨 마음으로 버텼는지 듣고 싶다

>>17 음..글쎄 나는 무슨 망상같은 걸 믿고 버티고 있어..

>>18 망상? 혹시 자세히 들려줄 수 있을까?

>>19 별거 없어.. 여기에는 내 모든 걸 사랑해줄 운명의 사람이 없다고 믿고 그 운명의 사람을 찾으면 전부 해결된다는 이유로 살고 있어. 나 그렇게라도 살고 싶었나 봐.

>>20 그렇구나... 뭐가 됐든 그게 너를 살게하는 이유라면 멋진거라 생각해. 그 운명의 사람이 언젠가 널 찾아왔으면 좋겠다. 20말을 들으니 나도 미래라는 걸 생각한 적이 있다는게 떠올랐어. 정말 좋아하는 친구와 반농담 반진담으로 자취하자는 이야기를 했었거든... 일년 이년이 아니더라도 하루는 더 힘내 볼게. 고마워.

>>21 오늘 하루도 내일도 힘내!

짧게 남기고 감 힘들다. 진짜. 울고싶은데 눈물도 안 나와. 매일 밤이 울려다가 잠드는 날의 반복인걸 그래도 일주일 뒤면 설이야... 여긴 대부분 학생같지만 직장인들 다들 조금만 더 버티자

사회에서 소외되고 불행 속에 빠져있다가 구덩이를 탈출한 사람의 이야기가 참 많아. 세상을 둘러보면 그런 이야기가 어떤 미담이라는 듯 돌아다니고 있어.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들 죽어라 노력했다는 거야. 소위 말하는 극한직업을 버티면서 말이야.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고 몸과 정신을 갈아버리는 일은 어째서 가장 약하고 무르고 힘든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걸까? 치료를 받고 격려받아도 모자를 지경에 다다른 사람들만이 정신을 믹서기에 갈아버리는 일을 맡게 돼. 성공한 사람들은 돈과 여유를 갖지만 밑바닥에 있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결국 밑바닥이야. 개중 사회적 정상의 궤도까지 삶을 끌어올리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결의는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다들 도망치고 또 그 자리를 비슷하게 절박한 사람이 채우지. 이러니까 자살률이 낮아지질 않는 거야. 오늘도 너무 힘들어서 중얼거려 봤어.

나아져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 뭐든지 잘 하고싶고 잘 해내고 싶어. 어떤 일을 받건 능숙해지고 싶고 나아지고 싶어. 그런데 내 재능은 당연하지만 강박을 따라가지 못하고 설령 잘 하게 됐다 한들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은 성취감이 아니더라. 안도감이야. 내가 사람 구실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어. 그리고 실수 한번에 다시 나락으로 쳐박히지. 일을 잘 하게 됐다 한들 안도감 뒤에 찾아오는 감정은 허무함이었어. 뭘 해도 무슨 말을 들어도 텅 빈 기분이야. 괴로워서 버틸 수가 없어. 나를 미친듯이 자학하고 채찍질을 해서 움직이고 해내고 집에 오면 지쳐 쓰러져서는 죽고싶다는 생각 뿐이야. 그냥 검은 바탕에 흰 글자가 떠오르듯 죽을까 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아. 처음부터 삶이라는게 맞지 않는 고장난 사람이었을지도 몰라. 나도 행복해보고 싶다. 죽으면 모든 생각도 괴로움도 멈추고 편해질텐데 내일도 출근은 해야지. 모든 고통과 아픔에서 도망쳐서 웅크린 채 고여서 죽어만 가고 싶다.

레스 읽으니까 되게 책 읽는 기분이라 좋당... 스레주 글도 잘 쓸 것 같아 이제 금요일인데다가 연휴까지 껴서 오래 쉴 수 있어!! 스레주 오늘 하루도 파이팅!!🥳🥳

>>26 아니... 이렇게 나의 정체를 들켜버리다니... 전공은 그림이 '었' 지만 취미로 글도 쓰긴 해. 요즘에는 너무 힘든 탓인지 문장이고 인체고 다 무너져서 안 한지 꽤 됐지만서도. 티가 났나? 감정 쓰레기통 같은 글에 좋다는 레스를 받을 줄이야, 고마워. 좀비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지 라는 노래를 출근곡으로 듣고 있어. 정작 만화가 밝은 분위기라 아쉬웠는데 가사는 좋더라. 어쩌겠어... 해야지 다들 명절날 푹 쉬길 바라.

이 또한 적응되면 괜찮아지겠지

처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출근을 했어. 괜찮은 걸까? 너무 오래 죽어있었기에 사는 게 힘들어. 힘들고 힘들어서 엉엉 울어버리고 싶고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괴로운데 점점 적응해 가는 스스로가 낯설어. 사실 가장 괴로운 건 침대에서 몸부림치면서 익숙한 자살충동에 시달리는거야. 예전에는 그게 편안했는데 이제는 그만두고 싶어. 그게 낯설고 처음 겪는 기분이라 더 무서운 건지도 몰라. 익숙하고 안락한데 동시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죽어있었기 때문에 사는 게 낯설어. 그러면 살다보면 살아있기에 죽음이 낯설어질까? 죽음은 언제나 내게 최후의 탈출구였어. 이것만 선택하면 편해질거야. 그런데 그 탈출구를 잃는다니 뭐라 형용하기 힘든 막막함이 느껴져. 아무리 힘들고 괴롭고 포기하고 싶더라도 죽음을 선택하기 어려워진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아. 그런 기분이야.

출근길에 차에 치여 죽는 상상을 해

진짜 개 그지같다 왜 일을 귀찮게 만드는건 위쪽이고 그거에 개고생하고 욕 얻어먹는건 우리지? 하지 말자니까 입으로는 이거 하지 말아야겠다 이러시면서 돈되니까 계속 하시는거봐 ㅋㅋㅋㅋ 점심시간 못 쉬는게 당신 혼자가 아니잖아요 님이 그걸 한다고 해서 일이 늘어난건데 또 돈이 한 두푼이 아니니까 계속 하지 그럼 우리는 뭔 죄로 점심시간에 쉬지도 못하고 콜센터 일하는 거처럼 쉬는 시간에 욕 얻어 쳐먹어야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이럴거면 콜센터 수준으로 월급 달라고 ㅋㅋㅋㅋㅋ

>>34 ...그저 힘내라..억울해서 내일도 살아야지..

>>35 고마워... ㅠㅠ 사회일이라는게 다 그런 거겠지? 억울해서라도 맛있는 거 먹고 살아야지 맞아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까

일을 하면서 점점 사람이 미워진다

원래도 사람은 싫어했지만 싫다와 밉다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잖아

사람이 밉고 짜증나더라도 분노는 금새 휘발되는 감정이라고 하더라 계속 화가 난다면 그건 화를 곱씹고 있는 나 자신의 감정이라고 모든 부분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회사에서 거지같았던 기분을 집까지 가져올 필요는 없지. 회사 문을 나서면 다 두고 집에 와서는 하고 싶은 걸 하면 되니까. 감정을 분리하지 못하는 때가 온다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고 있어. 정말로 어떻게든. 감정 죽이기를 오래 해 온 탓에 스스로의 상처에도 무디다는 단점이 장점이 될 줄은 몰랐어

고작 한달 전의 나는 살고 싶어지는 걸 두려워했구나. 어쩐지 헛웃음이 나왔어.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고 방 밖으로 나간 첫 걸음에 흥분해서 낯선 감정을 생존욕구로 착각한 걸테지. 예전처럼 내 살을 긋고 침대에 쳐박히고 싶은 때는 매 순간 찾아오고 옥상 난간에 기대 보내던 시간이 버스 차창에 기대어 교통사고를 상상하는 시간으로 바뀌었을 뿐이야. 여러가지 사회적인 이유로 자해는 참고 있지만 가끔은 편안함이 그립기도 해. 어쩌면 꽤 자주. 죽음이 찾아와도 후회하지 않는다 호언장담을 하고 다녔지만 한달 전의 내가 그러했듯 기분에 휩쓸린 자만인지도 몰라. 일단 오늘 그리고 지금의 나는 죽고 싶다. 내일 또 내일 모레도 매번 다른 내가 있겠지.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내 감정의 심해에 틀어박힐 수 있을 것 같다. 다들 잘 자.

내 탓도 아닌데 문제를 감당해야 하는 건 나지 그냥 다 나가 뒤져버렸으면 좋겠다 이것도 저것도 나도 모두 전부 나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이 몰아치네 많은 걸 포기한 기분으로 있으면 조금이라도 덜 아플텐데 왜 자꾸 뭘 얻으려 들까 그냥 전부 놓아버리고 흐름에 몸을 맡기자...

아주 오랜만에 왔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최근이었네. 가장 힘들 때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계속 되새겼어. 정말로 지나가긴 했지만 닥쳐오는 일을 쳐내는데에 급급해서 드러나지 못했던 단점들이 하나하나 튀어나와서 사소하게 힘들다. 그러게, 아직 힘든 것 같아. 유능해질 필요가 없는데 왜 자꾸 더 잘 하고 싶을까? 이곳에서 칭찬을 듣고 남의 평가를 받아봐야 급여에 비해 가성비가 좋은 호구가 될 뿐이잖아. 할 만큼만 하자. 적당히 노력하고 불태우지는 말자. 날이 많이 풀렸어. 다들 오늘 하루는 밤 벚꽃이라도 보는 게 어떨까. 꽃이 예쁘더라.

버스정류장 중간 건널목은 참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속도 줄이려는 차는 하나도 없고 도로 중간에 있어서 버스든 트럭이든 고작 몇 걸음 차이로 스쳐지나가는데다 난간도 턱도 없잖아 거기 설 때마다 뛰어들고 싶단 생각을 하지만 오늘은 정말로 그러고 싶었어. 아파트 맨 꼭대기 층에 살면서도 베란다를 넘지 못하는 이유랑 같겠지. 겁쟁이라서 그런가 봐

나이가 두자릿수가 될 때부터 아마 제정신은 아니었을 거야. 앞자리가 바뀌는 나이가 되서도 여전하지. 이게 나아지긴 하는 걸까? 내가 병이 든 게 아니라 그냥 이런 사람으로 변해버린게 아닐까. 나무를 굽혀 놓으면 그대로 자라잖아. 딱히 아프지도 벌레먹지도 않았는데 그냥 가지가 비틀리고 휜 채로 너무 오래 있어서 구부러진 나무로 자란 거지. 이제 날 괴롭히는 건 없는데도 혼자서 제멋대로 몸통을 휘고 가지 무게에 기울어져서 부러진 기분이야. 다 내 잘못이고 내가 불량품인데 정신과를 간다고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고. 공장 기계도 실수를 하는데 수십억이나 있는 인간이야 오죽하겠어. 난 삶에 적합하지 못하게 만들어진 인간 같아. 누군가 결함품 낙인을 찍고 폐기해줬으면 좋겠다. 인간을 폐차하는 고물상은 어디에 있을까.

하소연이 고민상담으로 통합됐더라. 딱히 누구에게도 쏟아붓지 못할 우울을 버리고 가는 용도로 쓰던 스레라 고민상담이라는 말은 오용처럼 들리는 기분이야. 하소연 판 시절부터 썼던 스레니까, 그냥 쓰던 대로 써도 되려나 모르겠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자기는 칠순잔치때 지금 친구들 다 부르는게 소원이라고 몇번을 말했어. 내 죽음과 전혀 상관없는 주제로 나온 이야기였지만 차마 그 앞에서 나는 없을거란 소리를 못 하겠더라. 믿을 만한 사람부터 조금씩 죽음을 티내고 있어.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기보다 나를 위해서겠지. 마음정리라고 생각해. 여전히 힘들지만 어떤 때는 지독하게 마음이 평안하다. 머릿속에 그리는 죽음이 점점 구체적으로 고정되어가니 오히려 무섭지 않아. 삶이 익숙해져갈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는 옅어지고 확신이 떠오르곤 해. 끝이 있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현재가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이유가 된다는 거네. 앞으로 4년 6개월이야.

>>20 조심해라 망상에 의존하면 조현병 초기증상 찾아올 수도 있으니깐

월급은 받았고? 첫 월급 받고 뭐 했는지 썰 좀 풀어줘봐 해보고 싶고 갖고 싶고 먹고 싶었던 것들이 있지 않았어? 스스로 벌이를 하면서 채워가고 있니?

>>49 물론이지! 기껏해야 최저지만 방 밖으로 나가 일을 하는 게 어디야. 첫 월급으로는 컴퓨터를 싹 갈아엎었지. 두달치를 모아서 좋아하던 게임의 대형 확장팩을 패치 맞춰서 풀옵션으로 돌렸다구 정작 시간 모자르고 피곤해서 게임을 잠시 쉬고 있는 게 아이러니야. 해보고 싶고 갖고 싶고 먹고 싶었던 건 조금씩 해나가고 있어. 아직 몇 년이나 남았는 걸. 목록이 채워질 때마다 즐겁긴 해도 글쎄... 만약 그런 바람을 삶의 의욕으로 삼으라는 조언이라면 내겐 적절하지 못한 거 같아

>>50 하지도 않은 얘기로 왜 앞서 가나 싶은데 주변에서 그런 얘기들 많이 들었나 보다 아님 너무 똑똑해서 탈인 거 아니냐 ㅎㅎ 그냥 너의 그런 얘기가 듣고 싶었어 간간히 일기처럼 올려줘 그래도 죽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하소연이 고민상담으로 통합되고 판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아쉽다. 감정 흘려보내고 투덜대던 곳이 무언가 답을 해줘야만 하는 분위기가 돼서 섭섭하네. 하소연 판부터 있던 스레들은 거의 가라앉았고. 하소연하고 고민상담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좀 휑하네.

계속 계속 계획을 세우고 고민하고 망설이고 방법을 고르고 상상하고 각오하고. 그걸 5년 동안 계속한다면 충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사실 5년도 아니지. 중 고등학교 시절까지 포함한다면 10년도 넘을 거야. 그렇다면 아주 오래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튼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고 내일은 또 출근이야.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던데 머리에 나사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기계였다면 분명 풀린 나사가 열댓개는 있을 테고 그것만 조인다면 남들처럼 멀쩡하게 살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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