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회성으로 소소하게 하소연하는 스레 2판 (731)
2.구남친과 현썸남을 겹쳐보는 여자가 있다?!?!?! (n) (5)
3.돈 걱정 언제 안 하고 살 수 있지 (1)
4.아니 점보러 갔는데 이게 손님한테 할태도야? (3)
5.이게 시발 제대로된 부모가 맞음? (5)
6.엄마가 아픈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1)
7.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인 건 아는데.. (1)
8.자살하면 다 편해질라나 (12)
9.엄마너무싫어 끔찍해서 죽어버릴거같아 (16)
10.우리나라 망한 것에 대해 하소연하는 스레 (90)
11.이건 지나가는 우울감일까 우울증일까 아니면 그냥 내가 씹프피여서일까 (2)
12.태어났을 때부터 했던 짝사랑을 끝내려고 해 (24)
13.부모님이 너무 부담스러워 (4)
14.아빠 말에 참 서운하고 속상하다. (3)
15.Ai 중독인가봐 (10)
16.재외국민으로 들어온 애가 나한테 찡찡대는데 ㅈㄴ열받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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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원래 이렇게 사는게 감흥이 없냐 (21)
19.애매한 재능은 진짜 존나 저주다 (30)
20.5년동안 써보는 스레 (134)
요즘 사는게 너무 힘들다
사실 원래도 힘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 들어서 유독 더 힘들기만해
아마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침체기여서 그렇지 않나 싶은데 여기 남기는 글은 전부 다 푸념이고 심각한 tmi니깐 이미 사는게 힘든 사람은 안 읽고 넘어가는걸 추천할께
우선 나는 게임중독자야
진짜 눈을 뜨고 감기 직전까지 게임만해
종류도 하나가 아니야
10개 정도 되는 게임을 돌아가면서 2~3시간씩 하지
그러다 오늘 우연히 게임을 못하게 됐어
노트북에 문제가 생긴건지 게임이 자꾸 버벅이더라고
화가나서 빡종을 하고 1시간 정도 침대에 누워있었지
간만에 머릿 속에 낀 안개가 사라진 느낌이더라
하루종일 총만 쏘고 몬스터만 족치다보면 머릿 속이 뿌옇게 변해서 생각을 잘 못하게 되거든
너희들은 이게 무슨 기분일지 잘 모를거야
한 8년 동안 어디 동굴 같은 곳에 갇혀 살다가 이제야 밖으로 나온 느낌?
뭔가 지금까지 내가 아닌 타인으로써 존재했던 느낌이야
뭐 아무튼 각설하고 그래서 내가 왜,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여기다 써볼려고
나도 궁금해
분명 예전엔 사람답게 멀쩡히 살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말이야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아직 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였지
나는 비교적 시골에 살았었어
핸드폰이 보급되기 시작한건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였고, 한 초3 때 쯤이였나?
부모님께 생일선물로 폰을 선물 받았지
그 당시에 학원을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했었어서 늦은 시간에 어린애 혼자 집으로 귀가하는게 걱정되셨나봐
난 놀랍게도 그땐 폰에 별 관심이 없었어
가끔까다 친구들 사이에 끼여서 마인크래프트나 깔짝이는 정도였지
이게 자랑은 아닌데, 난 좀 똑똑한 아이였어
공부도 잘했었지만 그런 쪽으로 똑똑하단 이야기는 아니고
뭐랄까 생각이 많았었지
어린 애가 하지 않을만한 말이나 행동,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
이게 아마 책을 많이 읽은 부작용이였던 것 같은데...
머릿 속이 항상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어
좀 과할 정도로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가 제일 문제였어
인생에 있어서 테크트리를 잘못 타버린거지
왜냐하면 철학이랑 종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거든
그 외에도 도덕, 정치, 뭐 머리 아플만한 분야엔 다 관심이 갔던 것 같아
그리고 나는 고작 초등학교 6학년에 허무주의에 빠졌어
나도 알아 이게 얼마나 웃긴 이야기인지
세상의 반의 반의 티끌만큼도 모르는 애가 무슨 허무주의에 빠진다는건지 이해가 안될거야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가능했었어
처음 시작은 신이란 존재에 관해 고민하면서 부터였지
학교 앞에서 교회에서 나온 분들이 작게 만든 간소화된 성경같은걸 나눠주셨어
작은 성경은 그분들이 거기에 쏟은 시간과 돈이 무색하게 대부분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지
근데 난 그 책을 안 버리고 읽었어
그걸 굳이 읽은 이유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렇게 자연스레 신이란 존재, 그리고 그걸 믿는 사람들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된거지
이 생각이 '신은 존재할까?'까지 이어졌고, 니체라는 사람에 관해 알게되었어
여기까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
지식의 폭이 넓다는건 좋은 일이지
하지만 다양한 철학을 겉핡기로나마 접하게되면서 신 다음으로 내가 보게된건 죽음이였어
죽음이라, 참 철학적이고 난해한 문제지
이것만큼 생각하기 힘든 것도 없을거야
세상 모든 것은 언젠간 죽어
심지어 무생물조차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풍화되기 마련이지
내가 죽음이란 개념에 관해 명확히 인지했을 때, 제일 먼저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가족이였어
그 다음엔 뭐 친한 사람들이나 역사책에서 봤던 위인들이 생각났지
그들은 모두 이미 죽었거나, 앞으로 죽어갈 예정인 사람들이야
이건 예외가 없지
심지어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부모님도 마찬가지야
이걸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
왜 눈물이 났던건지 당시엔 잘 몰랐어
지금 돌이켜보니 단순히 언젠가 부모님이 돌아가실거란 생각 때문이 아니였어
난 가끔 정보를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거든
과거에 일어난 일이던, 미래에 일어날 일이던 간에 관계없이 모두 그저 하나의 정보로써 받아들이는거지
그러니깐 쉽게 이야기하자면 언젠가 죽을 사람은 그때의 내겐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이 없었단 이야기야
내 머릿 속에선 멀쩡히 살아계시던 부모님이 이미 죽어버린거지
이렇게 생각하니 모든게 부질없이 느껴졌어
공부도, 대인관계도, 심지어 나 조차도
그래서 다 때려쳤지
물론 이것 때문만은 아닐거야
사실 부모님의 교육열 때분에 약간 지쳐있었어
내가 또래 애들보다 어른스러워서 그랬는지 이미 집안에선 천재 취급이였거든
눈 뜨고 감기 전까지 공부, 공부, 공부 뿐이였지
그렇게 다 내려놓은게 중1이였고 곧 사춘기가 시작됐지
이건 정말이지 최악의 타이밍이였고, 그때의 난 최악의 인간이였어
항상 날카롭게 신경이 곤두 서있고, 남들에게 날카롭게 굴었지
그런데 매사에 귀찮아하고, 노력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했어
뭐든 하기 싫어하면서 의문만 제기하기 바빴지
틈만 나면 선생님이나 또래 애들이랑 싸웠는데 특히 국어 선생님이랑 제일 많이 싸웠어
그 선생님이 유독 좀 밝고 활기찬 분이셨는데 항상 세상이나 인생에 관해 긍정적인 표현을 자주 하셨었지
난 그게 정말 싫었어
뭔가 그 사람만 의미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느낌이였거든
솔직히 말하면 질투였지
이때 쯤에 집에서 처음으로 선물받은 노트북을 만지기 시작하면서 게임 중독이 시작됐던 것 같아
난 인터넷이 너무 편했어
원하는 정보가 있으면 그저 찾으면 되는거고, 누구랑 싸우거나 다툴 필요도 없잖아?
그리고 결정적으로 게임을 하면 복잡하게 머릿 속을 떠돌던 생각들이 잠깐이지만 싹 사라졌거든
게임을 하면 머리가 아플 일도 없고, 쓸데없는 생각들로 고통받을 일도 없는거지
그리고 그게 지금까지 온거야
미친거지
내가 몇 년을 이 망할 노트북을 붙들고 있었더라?
사실 많이 간소화를 한거지 중간 중간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어
전부 다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칠만한 일들이였지
물론 부정적인 방향으로 말이야
시간과 공간의 방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야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은 너무 많이 변해버렸어
내게 익숙했던 사람, 장소는 이미 완전히 뒤바뀌었지
이제와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앞으로는 그저 흘러가는대로 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말이야
집안이 유복해서 난 평균만해도 평생 배부르게 먹고 살거야
일단은 그거면 되겠지
좋아 정리가 됐어
이 글을 몇 년 뒤에 다시 보게될지 모르겠다
그땐 지금같은 인생을 살고있지 않기를 빌어줘
한마디로 말하자면:
“너는 지금, 생각이 너무 많아서 망가졌고, 도망치느라 인생을 포기하고 있어.”
네가 쓴 글엔 지능도, 감수성도, 통찰도 다 보여. 그래서 더 안타깝고 화가 나.
이렇게 깊이 느끼고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 머리만 쓰고 손과 발은 멈춰 있는 상태로 수년을 버린 거잖아.
말하는 걸 보면 자기가 왜 망가졌는지 다 알고 있어. 분석도 정확해. 근데 그걸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멈춰버린 게 문제야.
“나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어.” “원래부터 허무했어.” 이런 말은 변명일 뿐이야. 그만 도망쳐.
그리고 게임은 마약이야. 딱 너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가장 잘 빠지고, 가장 오래 못 나와. 왜냐면 자기 기만을 기가 막히게 잘하거든.
“이게 잠깐의 도피야”라면서 말이야. 근데 어느새 그 도피가 인생이 돼버렸지.
너, 아직 늦지 않았어. 근데 더 가면 진짜 늦어. 지금 여기, 노트북이 고장 난 이 타이밍이 신호야.
게임 대신 네 삶을 리셋할 수 있는 찬스.
요약:
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 그냥 너무 생각만 해서 멈춘 거야.
허무주의가 문제 아니고, 도피가 문제야.
똑똑하단 이유로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지금 멈춘 게 오히려 기회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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