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6/03/28 08:11:39 ID : pSJVf9a8rs6 2
"자, 건의함 열어본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이 그녀를 기분 나쁘게 한다. 어떤 것은 둥글고, 어떤 것은 뾰족하다. 모든 것의 촉감과 그 안에 담긴 염원이 다르다. 그 와중에 자신의 손만이 그것 안을 휘젓는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그녀를 기분 나쁘게 한다. "자. 첫번째 의견. 진짜 짱 재밌는 뮤지컬을 안 해서- 에밀리." "나 아니야!" 그녀의 지적에 에밀리가 주근깨 박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삑사리가 난 목소리로 외친다. "애초에 이거 익명이잖아." 토드가 목을 긁적이며 투덜댄다. "내가 뮤지컬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오백구십이번은 말한 기분인데." 그녀는 한숨을 뱉으며 다시 손을 건의함에 집어넣는다. "두번째 의견. 그냥 연극부에 멍청이들이 존나 많음." 그녀는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을 벌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주변에 둘러앉은 그들을 보더니 눈썹을 까딱이고는 평온해졌다. "조금 상처인데..." 그 모습에 벡스가 칭얼댄다. "세번째 의견... 좀 화끈한 거 하고 싶어. 여러모로." 그녀는 노골적으로 역겨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러쉬. 내가 딱 한 마디만 하는데, 역겨워." "허. 왜 나라고 생각하는데?" "거짓말을 할 거면 최소한 웃지라도 말지?" 러쉬는 그녀의 지적질에도 미소를 잃지 않도 입술을 적신다. "좋아. 이 건의함에 단 하나라도 제대로 된 의견이 없다면-" 그녀는 왜인지 끌리는 느낌의 쪽지를 집어든다. 정갈이 접혀진 그것은, 너무 이렇다 할 특징이 없어 누구의 것인지 짐작조차 가질 않는다. 왜인지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제쳐둔 채 쪽지를 펼친다. "네번째 의견. 연극부가 폐부되는 건 네가 우리에게..." 나머지는 차마 읽지 않았다. 그녀는 흐리게 그것들을 중얼거리고는 마지막 결론만 소리내어 읽는다. "그러니, 우리를 위한 에튀드를 진행해줘." 모두의 숨소리와 목소리가 침묵에게 잡아먹힌다. 그들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중앙의 그녀를 바라본다. "이거 누가 적은 거야?" "말했지만, 익명-" "닥쳐, 토드." 말이 잘린 토드는 곧장 왼쪽 눈이 떨려왔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말을 하기 위해 그들을 바라본다. 교실 창문의 그림자가 그녀의 얼굴을 덮으며, 어둠 속에서 안광만이 빛을 발한다. "너희는 우리 소중한 연극부가 그냥 사라지게 생겼는데, 고작 이딴 쓸모없는 말이나 하고 싶은 거지?" "에비. 그러지 말고 우리-" "너흰 존나 쓸모없어." 아비게일의 눈이 커다랗게 뜨이며 그들을 눈안에 담는다. 그들은 아비게일의 날선 말이 이젠 일상이라는 듯, 각자의 방식으로 무시한다. 아비게일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손에 쥔 쪽지를 구긴다. "내 탓을 하고 싶다면 말이야, 맘대로 해. 하지만 그건 알아둬. 좆까. 이건 모두의 책임이야." 아비게일이 교실 바깥으로 나선다. 에밀리만이 숨막히는 듯한 그 공기에서 초조하게 주변의 눈치를 살핀다. 러쉬는 커다란 몸집을 일으키며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토드는 이럴 줄 알았다는 둥, 혼잣말을 잔뜩 하고 있다. 벡스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삐진 표정을 하고 앉아있다. "우리, 그러니까... 다 괜찮아질 거야! 알지? 아비게일이 이런 애가 아닌 거 다들 알잖아.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응? 내가 살게!" 에밀리가 미소로 모두에게 말한다. 그 누구도 변하지 않는다. "아직도 그런 소릴 하네." "토드, 그렇게 말만 해선 달라질게 없- 어! 러쉬, 잠시만! 가지 말고 우선-" 에밀리가 떠나가는 것에도 그 누구도 반응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분위기를 즐긴다. 그저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분위기를 받아들였다. 연극부는 망할 것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아비게일은... [...하. 페일 선생님은 뭐 이리도 많이 문자를 보낸 건데. / 집이나 가고 싶어. / 이런 중요한 날 마저 안 온 멍청이들이 어디 숨었나 볼까.] Status [♕: 신뢰도 : █▒▒▒▒▒▒▒▒▒ 트라우마 : ██▒▒▒▒▒▒▒▒ 흥미 : ▒▒▒▒▒▒▒▒▒▒ 적극성 : ▒▒▒▒▒▒▒▒▒▒ '아직도 투덜대기만 하지. 넌 네가 최고인 줄 알고 있어.'] [⚣: 신뢰도 : █▒▒▒▒▒▒▒▒▒ 트라우마 : ██▒▒▒▒▒▒▒▒ 흥미 : ██▒▒▒▒▒▒▒▒ 적극성 : ██▒▒▒▒▒▒▒▒ '넌 무엇이 용기이고 무엇이 두려운 건지도 모르고 있을 뿐이야.'] [❦: 신뢰도 : ███▒▒▒▒▒▒▒ 트라우마 : ██████▒▒▒▒ 흥미 : ██▒▒▒▒▒▒▒▒ 적극성 : ███▒▒▒▒▒▒▒ '미움 받기 싫은 건 부끄러운 게 아니지. 하지만 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 [☂: 신뢰도 : ▒▒▒▒▒▒▒▒⬚⬚ 트라우마 : ███████▒▒▒ 흥미 : ▒▒▒▒▒▒▒▒▒▒ 적극성 : ▒▒▒▒▒▒▒▒▒▒ '목소리 낼 줄 모르는 자가 목소리 내는 자를 욕하는구나.'] [✂: 신뢰도 : ▒▒▒▒▒▒▒▒▒▒ 트라우마 : ██▒▒▒▒▒▒▒▒ 흥미 : ▒▒▒▒▒▒▒▒▒▒ 적극성 : ▒▒▒▒▒▒▒▒▒▒ '스스로 상처냄으로 견뎌낼 수 없을 때, 넌 무얼 할 건데?'] [♱: 신뢰도 : ??? 트라우마 : ??? 흥미 : ??? 적극성 : ??? '난 아직도 널 모르겠구나. 도대체 뭘 원하는 건데?'] ‡그녀의 에튀드 아이디어 수첩‡ ❖연극부❖ 아비게일 - 나잖아. 나에 대해 뭘 적어야 되는데? 연극부장이고, 알잖아. 러쉬 - 럭비부장이고 자기애가 넘치는 놈이지. 그리고 ⬚⬚⬚⬚⬚⬚ 벡스 - 여우상의 귀여운 녀석. 하지만 ⬚⬚⬚⬚⬚⬚ 토드 - 불만만 많은 키 작은 꼬맹이. 물론 날 미워하는 걸 이해해. ⬚⬚⬚⬚⬚⬚ 에밀리 - 뭐든 잘 되었으면 빌고 있어. 해피엔딩을 좋아할 뿐이야. 문제는 ⬚⬚⬚⬚⬚⬚ 라파엘 - ⬚⬚⬚⬚⬚⬚ 셀레스트 - ⬚⬚⬚⬚⬚⬚ ❖어른들❖ 페일 - 담임 선생님이자 연극부 지도 교사. 애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좋으신 분이라 생각한다. 물론 ⬚⬚⬚⬚⬚⬚ 오데사 - 패션 모델을 하고 있어. 내 어머니기도 하고. ⬚⬚⬚⬚⬚⬚ 메인 - 대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어. 머리가 굉장히 좋아. 나랑은 달리. 내 아빠인데도. ⬚⬚⬚⬚⬚⬚ ⬚⬚⬚⬚⬚⬚ - ⬚⬚⬚⬚⬚⬚ ⬚⬚⬚⬚⬚⬚ - ⬚⬚⬚⬚⬚⬚ ❖럭비부❖ 러쉬 - 학교의 얼굴 마담이나 다름없지. 미래가 탄탄대로야. 럭비부장이고, 우리의 연극부원이기도 하지. 그 정도 실력이 없었다면 동아리를 두 개씩 다니게 해주지도 않았을 거야. 데이빗 - 러쉬와 경쟁하는 유일한 놈이야. 멍청하긴. 어째서 이기려고 이리 안달인지도 모르겠어. ❖양아치들❖ ⬚⬚⬚⬚⬚⬚ - ⬚⬚⬚⬚⬚⬚ ⬚⬚⬚⬚⬚⬚ - ⬚⬚⬚⬚⬚⬚ ⬚⬚⬚⬚⬚⬚ - ⬚⬚⬚⬚⬚⬚
2 이름없음 2026/03/28 10:13:43 ID : nVe1Be0pPcr 0
연극부 이야기인가? 트라우마 스텟이 신경쓰이네... 연극부원은 아비게일/에밀리/토드/벡스/러쉬+1명일까?
3 이름없음 2026/03/28 12:25:59 ID : 9y1xCnRA0rd 0
등장인물 많네. 집에 갈까
4 이름없음 2026/03/28 13:40:32 ID : WnSGk9vA7vx 0
...하. 페일 선생님은 뭐 이리도 많이 문자를 보낸 건데.
5 이름없음 2026/03/28 19:56:48 ID : pSJVf9a8rs6 1
문자의 내용을 빤히 쳐다본다. 마치 그게 자길 해하기라도 할 것처럼 얼굴을 찡그린 채 목을 내뺀다. <개 쩌는 선글라스 삼!> <스웨에에에엑> "나- 나 지금 혼란스러워." 아비게일은 이마를 짚으며 문자를 더 내려본다 <교실 오면 볼 수 있지롱.> '이 인간은 그냥 면담이나 하자는 말을 할 줄 모르나봐.'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쉽게 나서질 못하니 이상한 이유로 몰아붙이는 거라고. 교실에 도착하기 전까진 그랬다. 그리고 그녀가 마주한 건... 실제로 멋쟁이 선글라스를 낀 페일의 모습이었다. 희끗희끗한 갈색 단발은 염색약 한 방울 묻지 않아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있었고, 입가의 주름은 페일의 미소를 당해내지 못하고 길게 늘어나있었다. 푸른 눈은 선글라스 안에 담긴 하늘처럼 반짝이고 있다. 마치 평가라도 내려달라는 것처럼. "스웨ㅔㅔ에에에에ㅔㅔ-" "...선생님, 혹시 영포티라는 말 알아요?" "응? 그게 무슨 말이니?" "다행이네요. 상처주지 않고 말할 수 있어서요." "...넌 어째 선생님을 상처주는 것에 거리낌도 없는 것 같구나." 페일의 눈이 가늘어진다. 선글라스를 이마 위로 올리며 주름진 눈가에 다시 미소가 스며든다. "그래서 네 그 뭐냐, '갱생 프로젝트'는 잘 되어가니?" "전혀요." 깊은 한숨과 함께 책상에 올라가는 것을 페일이 말 없이 바라본다. 아비게일은 그저 무언가 답답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시선을 피했다. "이제 예전만큼 열정을 가진 애가 없어요. 고등학교 3학년이니까요. 당연한 일이죠, 뭐." 아비게일의 검은 눈이 흐릿해진다. 물방울이 떨어진 물감처럼, 커다래진 동공은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날카로운 눈매 속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것처럼. "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그럼 뭔데요?" "알잖니. 라파엘처럼-" "그 애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이제 아비게일의 눈이 번뜩인다. 어둡고도 어둡게. "특히나 '당신들은' 할 이야기가 없을 텐데요." "난 그저..." 페일은 잠시 말을 이어나가려다 그만두었다. 그 얼굴을 보았기에. 산미치광이 같은 그 시선. 한 발자국 더 다가오면, 자신의 모든 게 빼앗기더라도 앗아가겠다는 표정. "알아요. 저도 안다고요. 모두 미쳐버렸죠. 모두 멍청해졌죠. 모두..." 면도날 같은 날카로운 목소리를 집어삼킨다.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려 잠시 쉬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눈을 감았어요. 그냥... 이젠 이게 평범한 것처럼." 지친 그녀의 얼굴과 풍선 새는 소리 같은 한숨은 페일의 입을 막기 충분했다. 아비게일은 그저 양쪽 엄지를 굴리며 시선을 피한다. "아비." "...네?" 페일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마주치려 노력한다. 아무리 아비게일이 그걸 피한다고 하더라도. "미안하구나, 어른들이 이것밖에 못해줘서." "전-" 그녀는 무언가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그저 썩은 것을 삼킨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팔을 쓸어내렸다. 자신의 긴 검은 머리카락이 커튼이라도 되어줄 것처럼 펼친 채, 다시 시선을 피한다. "오늘 건의함을 읽었어요. 며칠 전에 뒀던 그거요." "그래. 효과가 좀 있었니?' 페일은 자신의 아이디어 이야기에 신난 듯 가까이 와서 그녀 옆에 앉았다. "아- 으... 너무 가까이 앉지 마요." "어릴 적 생각이 나서 그래. 이렇게 비밀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지 않니, 응?" "..." 아비게일은 신난 그녀를 나무랄 수가 없어 그저 찡그린 표정으로 눈을 굴릴 뿐이다. "거기 에튀드 이야기가 나왔어요." "에튀드?" "그러니까.... 즉흥 연기요. 아무것도 안 짜고, 그저 완전히 처음부터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나가는 거에요." "간단한 것처럼 들리는구나." "그렇...지 않아요. 미간을 주무르는 동안, 기억이 쥐어짜내진다. 그 수많은 합이 안 맞아 언성이 높아지는 기억. 자기 합에 안 따라줬다고 삐쟈있는 모습. 하지만 그런데도... 다들 웃었던 기억들. "용에게 납치된 공주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상대 역이 스타워즈 광선검을 꺼낸 적도 있어요." "오- 오... 그렇게 완전히 '즉흥'인 거였구나." "맞아요." 아비게일은 한숨을 다시 깊게 내뱉는다. 이번 한숨에는 페일이 조용히 웃는 소리를 낸다. "그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디서 들었는데, 이런 즉흥 연기가 심리 치료로도 쓰일 수 있다나 뭐라나." "그럼 한 번 해보지 그러니?" "아무도 안 할 거에요.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애들의 시선을 봤어야 했어요. 귀찮아 하고, 어이없어 하고, 부담스러워하고..." 눈을 질끈 감자, 그 장면이 다시 펼쳐지는 것 같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의 색이 어째선가 비슷한 듯한 감각. "이대로면 라파엘은 커녕 세시조차 안 와요. 그냥... 이렇게..." "해보기 전엔 모른다." 페일의 말에 그녀가 입을 꾹 닫는다. 익숙하고도 먼 그 말. "그렇지?" "...예, 예. 인용하면 뭐든 될 줄 아는 아줌마. 알아들었어요." "아줌마?!" 내일은... [럭비 연습이 있다. / 화이트 데이다. / 학교가 시끌벅적할 것이다.]
6 이름없음 2026/03/28 22:45:13 ID : nVe1Be0pPcr 0
등장인물이 많네... 일단 발판
7 이름없음 2026/03/29 10:56:54 ID : nQrasjeJSK3 0
럭비 우오옷 스레 재밌겠다 럭비럭비럭비
8 이름없음 2026/04/01 19:57:41 ID : asi07gqnPfO 0
에튀드. 그녀는 그것이 싫었다. 아마 그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하지만 반대로 그 누구보다 좋아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적. 조금만 더 어렸을 적. 아비게일은 분명... "에비!" "아아악!" 거울 앞에서 감정을 바로 잡던 그녀는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서며 비명을 내질렀다. 자신의 흉한 머리카락에 깊은 한숨이 삐져나온다. 아무리 단정케 빗는다고 한들, 이리도 자기주장을 열심히 펼친다. "너무 늦게 나오면 아빠 혼자 간다!" "갈게, 간다고!" 다급한 외침에도 되받아쳐진 것은 날이 선 감정. 다시 시선을 돌리자 거울에 비친 모습은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아마 그 누구도 이 모습의 자신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역시 난 주워온 자식인가봐.' 아비게일은 평소보다 무거운 책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치며 방문을 나선다. 그녀의 어머니는 주방에서 가늘어진 눈으로 비판하듯 바하봤고, 현관문에서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그녀의 아버지가 무표정하게 바라봤다. 이제 이 집안에서 전쟁은 익숙한 일.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었는지 의심이 드는구나." 오데사의 눈은 더욱 가늘어져 이제 힘으로 살짝 떨리고 있다. 화장하지 않아도 가느다랗고 긴 속눈썹은 약하게 눈꺼풀과 함께 떨리고 있었고, 구릿빛 피부에 박힌 작은 점은 세번째 눈처럼 함께 그녀를 노려본다. 커다란 키와 잘 빠진 가느다란 몸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음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너무 그러지 마, 허니베어. 또 머리카락 삐죽삐죽해져선 삐친다고." "난, 안, 삐쳐." 메인은 낮은 웃음을 끌어내며 눈웃음을 지었다. 주름진 입가나 눈가와는 달리 꽤나 탄실한 몸. 짧은 검은 머리카락은 뒤로 넘겨진 채 단정하다. 정장의 가슴 포켓에 끼워진 사원증은 현관에서조차 반짝인다. '패션 모델 엄마와 대기업 천재의 아빠. 그리고 산미치광이 같은 나.' 아비게일의 눈은 더욱 가늘어진다. '그래. 이건 내 탓이 아니지. 날 어디서 주워온 게 분명해. 아마 축축한 다리 밑에서.'
9 이름없음 2026/04/01 20:22:43 ID : asi07gqnPfO 0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시끌벅적하다. 수많은 이들이 학교로 물 밀듯 밀려오고 있고, 아침의 자유를 만끽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혹은 이런 자유의 시간에만 가능한 구속을 갖기도 하고. "러쉬, 여기야!" 저 멀리 러쉬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붙잡고 있던 어깨 끈을 더욱 비틀어짜며 잠시 멈춰 선다. 마치 그것이 그녀의 정신을 붙잡아두는 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듯. "도와줄 필요 없어." 공을 잡은 그의 눈은 이미 흐트러져 있었다. 똑바로 볼 필요도 없다. 그에게는. 러쉬는 그냥 내질렀다. 공을 잡았으면, 이미 게임 끝이다.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관심이 없다. 공을 쥐고 있는 자가 굳이 관심을 지닐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저리 꺼져! 젓가락 같은 네가 여기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네!" 온몸으로 밀어붙이며 눈앞에서 사라지게 한다. 그리고 쓰러진 자에겐 여유롭다는 듯 외친다. 자신의 승리와 그들의 패배를. "그냥 죽어버려! 너넨, 여기 있을, 가치조차 없으니까!!" 러쉬의 반짝이는 눈빛엔 순수한 즐거움이 담겨있다. 아비게일은 퀸즈의 가사를 빌려 표현하길, 그의 앞에 서있는 모든 사람이 하나 하나, 그저 더 느리냐 빠르냐의 차이만을 놔두고 쓰러져갔다. '저 황소 같은 녀석에게 안대를 줘도 다를 게 없을 경기군.' 그녀는 눈을 굴렸다. 저리도 반짝이는 눈을 하고도 흐리게 앞을 쳐다보니 퍽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자리를 쉬이 뜨진 않았다. 그저 계속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앞에 쓰러져 가는 이들의 모습을 살필 뿐. "이젠 슬슬 멈추라고, 제기랄...!" 그리고 녀석이 끼어들었다. 겁도 없는 것. 아비게일은 그리 생각했다. 얼굴에 문신 좀 있으면 자신이 강해보인다고 생각하는 부류일까. '멈춰 선다.'와 '뒤로 돈다.'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존재의 진행 방향에 끼어드는 기분은 뭘까. 럭비부장인 러쉬는 알 것이다. 하지만 연극부장일 뿐인 그녀는 알지 못했다. 아마 공중에 떠서 날아가버리는 데이빗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나도 간단한 트라이. 러쉬는 그다지 지친 기색도 없다. 그저 거대한 몸뚱이를 뒤돌며 이빨이 보이는 그 미소를 지어보일 뿐. 해가 건물을 지나 그라운드를 비추며, 그 무엇보다 빛나는 그의 황금빛 머리칼을 반짝이게 보이게 한다. 푸른 눈동자는 이제야 초점을 찾고 뒤의 쓰러진 자들을 바라본다. 쓰러진 자의 행렬. 그것을 보며 그의 미소는 더욱 깊어진다. 그러다가 훽 무표정하게 아비게일에게로 넘어간다. "윽. 저 망할 동물 짐승 개자식." 아비게일은 약간 얼굴이 붉어진 채 시선을 피한다. 그러다가 다시 조심스레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울타리에 몸을 기댄 러쉬가 미소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리고 장난스레 그녀에게 키스를 날린다. "역겨운 것." 조용하게 중얼어리며 혀를 찬다. [장난을 받아준다. / 에튀드 이야기를 꺼낸다. / 그의 경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 기타]
10 이름없음 2026/04/01 20:25:04 ID : asi07gqnPfO 0
글고 등장인물 너무 많나? 어차피 챕터마다 2ㅡ3명만 다루긴 하는데
11 이름없음 2026/04/02 11:54:09 ID : nVe1Be0pPcr 0
등장인물이 많다보니 헷갈리는 편이야. 연극부나 선생, 기타 학생 같은 느낌으로 등장인물을 정리해주면 레더들이 보기 수월하지 않을까? 일단 경기 이야기부터 했으면 좋겠네
12 이름없음 2026/04/02 12:37:04 ID : du7e7BBzgmI 0
뭔가 집어던질 수 있으려나
13 이름없음 2026/04/02 14:00:26 ID : oNs5PhhvzTP 0
경기 이야기를 하자
14 이름없음 2026/04/02 18:27:34 ID : GsrunxCrxRx 0
"인성이랑 실력은 반비례 하는 건가봐." 아비게일이 비릿하게 입꼬리를 당기며 맞받아친다. 노골적인 주장과도 같았다. 난, 너랑, 게임하지, 않을 거야. "오, 맞아. 그래서 내가 그렇게 여자한테 인기가 많을지도. 나쁘게 굴지만, 알잖아. 뒤에선-" "진짜 역겹다, 러쉬." 그리고 허무하게 짓밟힌다. 오히려 그녀만 얼굴이 붉어진 채 시선을 피했다. "럭비라는 게 남자애들이 다치고 싸우고 하는 스포츠인 건 알겠는데, 그렇게까지 해야돼?" "그런 스포츠니까 그러지. 내가 잘하는 거기도 하고." 무언가 말하려다 뜸들여진 문장은, 도로 그녀의 목을 타고 내려갔다. 그저 살짝 찡그려진 표정으로 그를 살핀다. 확실히 몸에서부터 재능이 있었다. 럭비는 단순히 세고 잘하고의 문제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는 무얼 바라보고 뛰는 걸까? 그것이 그녀에겐 궁금했다. "이렇게까지 눈에 보이는 사람을 다 뭉개버리면서 다닐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뭐랄까, 그냥 화풀이-" "하! 그러니까 뭘 말하고 싶은데. 좀 착해지라고? 에밀리처럼 굴기 시작하네." "그게 아니잖아." "아니면 뭔데! 재미없어지라고?" 러쉬의 웃는 모습에 아비게일은 지그시 눈 감으며 한숨을 내뱉는다. 전혀 대화가 되질 않는다. 제대로 된 감정을 이끌어낼 수도 없다. 방향성이 틀렸는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지만, 새로운 답안을 제시할 때다. [럭비부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라는 거지. / 모두가 즐겨야 재밌는 거잖아. / 넌 뭔가 숨기고 싶어해. / 기타] 얼추 등장인물 관련해서 적어두긴 했어. 내용들은 스토리 진행하면서 조금씩 수정하는 식의 스레가 보이길래, 그런 식으로 해보려고 생각 중이야. 의견 계속 받을게.
15 이름없음 2026/04/03 09:59:43 ID : DxRCmJU6mHy 0
전부 궁금하네 뭐가 좋을까?
16 이름없음 2026/04/03 18:58:51 ID : nVe1Be0pPcr 0
럭비부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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