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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계를 했고, SQL을 익히며, 수영은 안 합니다 (777)2.나와 네 약속처럼 나는 죽지 않는 너일 테니까 (529)3.허수아비 F (부제: 종말의 날) (44)4.이세계에선 공작인 내가 현실에선 무일푼?! (558)5.술과 연기, 책 (69)6.매우 혼자 되기 (484)7.걍사는얘기 (391)8.꽁꽁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 (197)9.☁️To. my youth_혼자서 힘들어 할 너에게 (2) (27)10.일기장입니다 (18)11.심해 10 (764)12.내가 이 사랑에 이름을 붙인다면 고마워 라고 (712)13.참고로 지금 한국 대통령은 샌즈입니다. (538)14.쓰레받기 아래서 (315)15.너의 눈동자☆⋆˚ (59)16.넌 사람들 속에서 그걸 잊어버린 거야 (416)17.일기판 자주보는 스레 적는 뻐꾸기들 2판 (144)18.🥝 (933)19.난입x (75)20.궤적 (286)
저 밝은 달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리고 조금 기다렸다 다시 천천히 내뱉는다.
밤 공기가 많이 차다.
난입 하던가 말던가
오랜만이다. 정말 오랜만이야. 마치 그리운 곳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든다. 요 몇 주간 몸도 마음도 정말 바빴다. 바쁘니까 자연스레 이곳을 잊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조금 숨통이 트였을 때 즈음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저 읽기만 하고 지나갈 뿐인 사람들을 잡아 꽃과 벌, 그리고 나비로 만들어줄 그런 글을 적고 싶었다.
글은 외로운 사람들이 쓰는 거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사실 조금 외로웠다. 분명히 마음은 가득 차 있는데 왜 이렇게 텅 빈 기분이 드는지. 미련은 아니다. 이거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 그저 늘 그러하듯이, 그러했듯이 단순히 외로울 뿐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답답한 숨을 좀 뱉어내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적는다. 사실 이 외로움 하나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건 아니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건 오히려 저 외로움보다 더 유치한 이유 때문이다.
지금 이럴 때가 제일 나답다. 이젠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순하디 순한 어린 양이며 동시에 나약한 물고기일 뿐이다. 이것은 자기비하가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그래, 무릎을 꿇고 나니 오히려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역시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높은 곳에 앉아 있다는 건 엄청나게 재미없는 일이다. 더군나나 그곳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로 끔찍한 일일 것이다. 저 아래에 있었을 땐 그렇게 기를 쓰고서는 올라가려 했었는데. 올라오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아무것도 없구나. 허무하다. 지금 나는 올라왔다는 사실이 내 착각이기를 바라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중이다. 이야, 정말 작다.
벽에 걸린 시계. 한 시 삼십구 분. 잠이 오지 않아 글을 적는다. 조용하고 어둡다. 복잡한 마음이 정리된다. 조금씩 들려오는 숨소리. 여름임에도 쌀쌀한 밤 날씨. 그 한가운데에 낮게 떠 있는 달. 아름답다.
해가 너무 싫다. 달처럼 은은하지도, 시원하지도 않다. 저 해만 아니었으면 잠을 더 잘 수 있었을 것이다. 뜨겁고 밝은 것 외에는 전혀 볼 것도 없는 놈. 달이 보고 싶다.
키워드를 적어놔도 그 때 감정이 생각나지 않는다. 바로바로 글을 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슬프다.
지금 상황에 만족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물질적이던 정신적이던 탐욕은 일을 망친다. 방황한다. 뚜렷한 밧줄이 내려오기만을 기도한다.
그냥 놓기로 했다. 눈앞에 놓인 즐거움을 잡기로 했다. 이게 뱀에 꼬임에 넘어간 것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애초에 이곳이 에덴이 아니었는데 선악과를 먹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있다. 아마..
다시 스멀스멀 올라온다. 죽겠다. 이 기분이 정말 싫다. 왜? 혼란스럽다. 행복한 모습이 그려진다. 즐거워진다. 하지만 이내 흐려진다.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다. 정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왜 여지를 남겨 둔 거야. 이러면 미련이 남잖아. 다 잊었는데. 몇 배로 더 짜증 난다. 안될 걸 아는데 왜. 방법이 없는데 도대체 왜. 그냥 희망 고문이잖아 이건. 내가 왜. 몇 번을 그렸는데. 이젠 잡을 손도 없는데. 왜 그랬어.
미래가 보이고, 그 후에 어떻게 될지도 뻔히 아는데 피할 수가 없네. 아버지도 비슷한 말씀을 많이 하셨었는데. 뭔 말이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네. 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데.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못 하는 거. 뭐 금방 지나가니까. 이야.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 같아서 기분 묘하다. 아버진 자신을 닮지 말아달라고 하셨는데. ㅋㅋ
그 문턱만 몇 번을 밟았는지. 나도 진짜. 진짜로. 아니다. 어차피 다시 금방 스러질 작은 불이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는 없는 건가? 마음 같아서는. 괜찮다. 어차피 바쁘다. 바빠서 잊을 게 뻔하다. 비참하다. 정말로.
짜증난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용히 차오른다. 보인다. 좆같다. 이 기대 때문에 망친 게 몇인데. 또 멍청하게 기어 올라온다. 너무 길었다. 밤이라 그런가 보다. 끝이다. 자고 일어나면 아마 확실하게 정리될 것이다. 마지막이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믿는다. 부탁한다. 그냥. 조용히.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결국 안 왔네. 어떻게 보면 이게 더 나은 것 같다. 다행이야. 네 더럽고 역겨운 모습을 당분간 안 봐도 되니까. 제발 영영 사라져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너가 부럽다. 왜 쟤들은 너 같은 놈들한테 꼬이는걸까.
몸이 아주 그냥 하자 덩어리네 덩어리야. 참. 코피 이렇게 오래 난 것도 오랜만이다. 줄줄 흐른다. 머리야. 아 왜 안 멈추냐고. 졸리다. 피곤해. 자고 싶다. 하루종일. 왜 이렇게 약한거지. 안팎으로. 맞다 나 오늘 네 잎 클로버 찾았다. 처음 찿은거야. 예쁘다. 행운보단 행복이 더 좋기는 한데. 음. 세 잎 보단 네 잎이 더 이쁘니까. 아 그러고 보니까 죽인거구나. 생각도 못 했다. 미안. 용서해주라.
참. 진짜 인생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굴러가지를 않네. 진짜 생각도 못 한 곳에서 끝나고 끝맺혀졌다. 묘해. 오히려 홀가분하기도 하고. 맞아 원래 난 이랬지. 너무 길면 지루해. 정말 묘한 일이었어. 꿈처럼. 아무 기분 안 든다. 거짓말인 건 알지만 그래도 이번 건 진짜 거짓말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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