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8/11/04 20:45:41 ID : Bs7hvu4E5Wi 0
혹시나 제목만 보고 신고버튼을 누르려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쓰는 스레를 읽고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면 안 될까? 부탁할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그리 많지도 않은데다가, 속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 여기 말고는 생각도 안 나서 그래....... 친한 친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변 지인의 일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좋겠어. (가정폭력이나 자살같은....... 트리거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이 조금씩 있는 것 같아.)
2 이름없음 2018/11/04 20:50:11 ID : Bs7hvu4E5Wi 0
이 이야기를 하려면 어렸을 때로 돌아가야 해. 판단하고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그리 넓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때로. 부모님이 처음으로 싸운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가 바로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였어. 조금 오래된 일이라 잘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때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던 것 같아. 엄마 아빠가 싸우는구나 하고....... 게다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집은 자주 국내여행도 다녔고, 같이 모여서 자주 이야기도 했었기 때문에 난 우리 가족이 정말 좋았어. 가끔 말 안듣는 동생이랑, 사이좋은 엄마아빠.
3 이름없음 2018/11/04 20:55:11 ID : Bs7hvu4E5Wi 0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그때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게 됐어. 엄마 아빠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주, 거의 2주, 1주일에 한 번씩 싸우고 있었거든. 다시 사이가 좋아졌구나 싶을 때 또 싸우는 그런 식이었어. 우리 엄마 아빠가 왜 이렇게 자주 싸우지? 라고 생각했을 때, 그때 난 아빠가 집 안의 물건을 집어던지는 소리를 네 살 어린 동생과 옆방에서 들었어. 그러면서 동생한테 약속했어. 엄마가 저렇게 힘드니까, 우리라도 엄마를 힘들게 하지 말자고. 동생은 어딘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어. 난 고작 10살이었고 동생은 6살이었어.
4 이름없음 2018/11/04 20:58:45 ID : Bs7hvu4E5Wi 0
그리고 난 4학년이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에서 칼을 봤어. 나는 내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아빠가 밤 늦게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날이었어. 무슨 이유였는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엄마는 아빠한테 악에 받친 듯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어. 어두워서 잘은 못봤지만 우는 것도 같았어. 아빠는 내 방에 들어오더니 날 깨웠어. 그러면서 나보고 큰방에 가서 자라고 했어.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어. 그런데 발이 안 떨어졌어. 아빠는 내 침대에 자리를 잡고 누웠고 나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엄마와 아빠를 봤어. 엄마는 계속해서 아빠한테 무어라 이야기를 했지만 너무 어렸을때라 기억이 하나도 없어.
5 이름없음 2018/11/04 21:06:02 ID : Bs7hvu4E5Wi 0
난 가만히 침대 끝에 앉아있었고, 엄마는 방을 빠져나가더니 칼을 가져왔어. 그리고 침대 위로 던졌어. 그냥 찌르래. 죽이래. 엄마가 아빠한테 그렇게 소리지르면서 이야기했어. 아빠는 벌떡 일어나더니, 칼 끝에 약하게 팔이 긁혔는지 그 긁힌 부위를 쓸어올렸어. 난 그때부터 제대로 겁에 질렸어. 설마, 설마 아니겠지. 아빠가....... 난 그때까지도 한 치의 의심 없이 아빠는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칼 같은 건 명탐정 코난 같은 만화에만 나오는 건줄 알았어. 그리고 아빠가 입을 열었어. 내가 하라고 하면 못 할줄 아나?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 아빠는 칼을 들고 엄마의 맞은편에 섰어. 그때부터 미친듯이 눈물이 났어. 아빠가 엄마를 죽인다고, 찌른다고. 내 눈 앞에서. 엄마는 울고 있었고 아빠는 그렇게 엄마를 노려보고 있었어. 나는 그 초점도 보이지 않는 까만 눈이 너무 무서웠어. 당장이라도 엄마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눈이라서, 난 아빠한테 울면서 말했어. 아빠, 엄마 죽이지 마. 그러지 마. 아빠....... 난 초등학교 졸업도 못 했었어. 고작 초등학교 4학년이었어. 아빠는 내 얘기를 듣더니 한숨을 쉬고 에이 씨발. 하더니 칼을 바닥에 던졌어. 그리고 집을 나갔어. 엄마는 침대에 걸터앉아 울다가 나보고 큰방에 가서 자자고 했어. 나는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해서, 당장이라도 아빠가 다시 돌아와서 자는 엄마 배에 칼을 꽂을 것 같아서, 그래서 엄마가 잠든 그 밤에 큰방 앞에 서서 현관문을 지켜보고 있었어. 엄마가 직접 만들어 준 작은 이불을 끌고 그 큰방 앞에 쪼그려 앉아서 한참을 있다가 들어가 잤어.
6 이름없음 2018/11/04 21:18:15 ID : Bs7hvu4E5Wi 0
그 이후 4학년이 끝나기 전에 근처 동네로 이사를 갔고, 난 그때부터 중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무수히 맞았어. 그 시기의 여느 애들이 그렇듯 장난도 치고 가끔 화도 내고 울기도 하고 철 없는 반항도 하고....... 주변 친구들과 별 다를것 없이 컸어. 그런데 아빠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나를 때렸어. 크게 잘못한 일도 아니고, 심하게 맞을만한 일도 아니었어. 그 시기의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할 만한 행동이었는데 아빠는 그 꼴을 못 보고 날 때렸어. 너 일로 와. 하는 말에 내가 아빠 앞에 서면 아빠는 손바닥으로 내 머리를 후려쳤어. 중학교 입학도 못 한 애가 무슨 힘이 있겠어. 난 그대로 쇼파로 쓰러졌고 다시 일어났어. 그러면 아빠는 날 또 때렸어. 그렇게 한참을 때리면 난 어느새 내 방 안이었어. 아빠는 바닥에서 판판한 책을 가지고 내 머리를 후려쳤어. 엉엉 울어도 아빠는 내 머리채를 잡았고 발로 내 복부를 찼어. 난 힘없이 침대에 쓰러지고, 아빠는 그렇게 몇 번을 더 때리다 후....... 하더니 내 방을 나가버렸어. 엄마는 나한테 괜찮다고 하면서 아빠한테 무슨 애를 그렇게 때리냐고 무어라 욕했지만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어.
7 이름없음 2018/11/04 21:22:38 ID : Bs7hvu4E5Wi 0
그때 깨달았어. 아빠는 좋은 사람이 아니구나. 그렇지만 화가 나지 않은 아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 우린 그러면서도 자주 여행을 다녔고,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녔어. 엄마는 웃으면서 아빠한테 팔짱을 꼈고, 아빠는 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엄마를 내치지는 않았어. 그래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이건 그냥 잠시의 싸움일 뿐이고, 상황은 점점 좋아질거라고. 그런데 전혀 아니었어. 내가 생각했던 것과 우리집은 다르구나. 그걸 난 초 5때 알았고, 그 때의 나는 한참 전학을 가서 새 친구들을 사귀고 학교에 적응하느라 바쁜 시기였어.
8 이름없음 2018/11/04 21:26:42 ID : Bs7hvu4E5Wi 0
지금 생각해보면 초 5때의 나는 우울증이었어. 그 때 나는 매일같이 책상에 앉아서 커터칼로 손등이랑 손목을 그어댔고, 수첩에다 온갖 욕을 쓰고 죽고싶다 자살하고싶다 따위의 말들을 썼어. 매일같이 자기 혐오에 빠져서 남 시선을 제대로 받아낼 수가 없었어. 서러웠고 슬펐고 힘들었어. 알고있던 친구와는 연락이 끊기고 전학 간 학교의 새 친구들은 아직 이런 이야기를 할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었어. 나중엔 이것조차 무덤덤해져서 아무런 생각이 안 들어서, 그냥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했어.
9 이름없음 2018/11/04 21:31:37 ID : Bs7hvu4E5Wi 0
중학교 때 나는 내가 알던것보다 우리집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 우리집은 생각보다 돈을 많이 벌지 못했고, 엄마 아빠는 주말만 되면 싸웠으며, 아빠는 폭력적이었고, 싸우고 나면 혼자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기분이 풀리면 그때 엄마한테 한마디를 했어. 내 밥좀 도. 밥 달라는 말이었어. 그럼 엄마는 묵묵히 반찬을 만들고 나더러는 밥솥에서 아빠 먹을 밥을 퍼 담으라고 했어. 그럼 나는 가서 한 그릇 가득 담아서 아빠 자리에 놓았어. 난 그러면서도 우리집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놓지 못했어. 그래도 우리 가족은 행복한데... 그래도 안 싸울 때는 좋았는데...
10 이름없음 2018/11/04 21:35:15 ID : Bs7hvu4E5Wi 0
내가 <우리 가족은 그래도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접게 된게 언젠지 알아? 우리 가족의 행복이 전부 엄마의 노력에서부터 기반된 거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어. 중3이었어. 엄마가 혼자 정색하고 있는 아빠한테 웃으면서 팔짱을 낀 것도, 술 마시고 들어와서 짜증을 내는 아빠의 옆에 웃으면서 누워 자던 것도, 그 외에 내가 행복이고 가족의 장난이고 이게 바로 우리 집의 재미고... 그렇게 생각하던 것이 전부 엄마의 노력이었다고. 합쳐도 별 볼 것 없기 때문에 반으로 쪼개지면 답이 안 나와서, 그래서 억지로 엄마가 아빠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내가 태어나고 15년동안 그렇게 살았던거야.
11 이름없음 2018/11/04 21:46:31 ID : Bs7hvu4E5Wi 0
그걸 아니까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 엄마는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살았던거야. 혼자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면서 그렇게 살았었다고.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내가 맞는 일은 더 이상 없었지만, 이걸 알고 난 이후로 난 아빠를 더 싫어하게 됐어. 다행히도 엄마는 결국 참다못해 폭발했어. 아빠의 비위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그만둔거야. 엄마는 더이상 아빠에게 말을 걸지 않았어. 그러고 나니 집이 조용해졌어. 아빠는 엄마한테 말을 못 걸었고, 엄마는 편하게 지낼 수 있었어. 난 그때까지도 집에서 밥도 못 먹는 아빠가 조금은 불쌍하다고 생각했어. 전부 내 착각이었지만...
12 이름없음 2018/11/05 20:29:54 ID : tdA0pWpfgqq 0
미친... 앞으로 더 나빠지기만 한단말야...?
13 이름없음 2018/11/06 02:45:26 ID : wmldDwHA2Fi 0
나도 어렸을때 비슷한 일 있었어서 공감된다 내가 아주 어렸을때 우리 엄마아빠도 자주 싸웠고 집엔 하루가 멀다하고 집어던져 부서진 물건이 있었고 아빠가 칼을 들었던 적도 있었어.. 난 그래서 어렸을때 자주 죽고싶었는데 나는 우리엄마가 나때문에 산다는 거 너무 일찍 알아버려서 엄마때문에 죽지는 못했어 그래도 그때 안 죽어서 지금은 엄마아빠 싸우는 모습도 안본지 오래됐고 나도 나름대로 즐겁게 살고있어 분명 언젠가 괜찮아질거야 너무 마음이 아프다.. 많이 힘들었지? 쓰고 싶은 말들 쓰고싶은 만큼 쓰고 가 다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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