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Library, 언젠가 쓸 것 같은 제 문장을 남깁니다.
자주 오지 못하는데도 늘 따스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스레딕 창작소설판 외,
이렇게 공개적으로 글을 남기는 곳이 따로 없습니다.
개인 소장 가능합니다.
혹시 문장을 쓰고 싶으시면
이 스레에 제일 먼저 문장을 쓰신 글을 올려주세요.
제가 많이 보고 싶고, 궁금합니다.
복사 후 다른 곳에 재배포를 절대 금지합니다.
글을 남기고 가시면 가끔 제가 답장을 남기기도 합니다.
발걸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H에게,
정말 오랜만에 써보는 편지야, 그간 잘 지냈어? 메신저로, 그러니까 따져보면 글로 틈틈이 연락을 이어나갔던 우리라서 사실 편지도 꽤 쉽게 느껴질 것 같았는데, 막상 이렇게 써보니까 매번 묵직하게만 느껴져서 어렵다. 분명 섬세한 네가 이 편지를 잘 보관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일 거야, 그렇지?
내가 생각보다 우리의 순간을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말을 혹시 기억할까? 사실, 네가 이곳을 서둘러 떠났던 때도 그래. 마음으로는 언제든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충분히 짐작했고, 나름의 준비도 했는데 그날의 네 미소만 흐릿한 잔상처럼 새겨져 있어. 망각인 건지, 아직도 부정하는 건지.
소중한 사람들과 영원토록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은 누구든 점점 자라가면서 사그라들지만, 그들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이나 부재의 순간을 예견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거야. 그래서 충분한 준비를 거쳐 좋게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늘 한구석으로 소망하지. 그 준비가 우리에게는 많이 짧았고, 또 서툴렀다고 생각해. 나는 네게 전하고 싶은 마음들과 직접 소리내어 하고 싶었던 말들이 참 많았거든. 이 마음들과 말에 나는 후회라는 이름을 붙였어. 이 후회는 생각보다 참 무거워서, 온전치 못한 내 마음에는 많이 버겁더라. 그래서 닿지 않을 것을 알지만, 나는 이따금씩 네 이름을 목소리를 입혀서 부르곤 해. 분명 이런 언어에 희망이라는 이름이 붙는 거라고도 생각했지.
하지만 이렇게 편지를 쓰는 지금은 그렇게 많이 버겁지가 않아. 네 이름을 부르는 것도 빈도가 조금씩 줄어가. 포기나 회피가 아닌, 오롯이 홀로서기를 택했기 때문이야. 난 너의 부재로 인한 공백을 다시 너로 메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온전한 사람이 되어 네 앞에 서고 싶어. 분명 서로 다시 만날 때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니까. 그러니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내가 성장했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6월 초, 그러니까, 여름이 시작되자마자 편지를 적으려 했는데… 잘 안 됐네. 그래도 나는 네가 사랑하는 이 여름을 무척 즐겁게 새겨나가고 있어. 다음에 또 편지할게, 건강 잘 챙기기를 바라.
S로부터.
안녕하세요, 사서입니다. 서투른 스스로를 사서라고 하는 것이 조금 쑥스럽지만 여러분들께 받은 소중한 저의 또 다른 이름이라 생각해서 그보다 더 크게 자랑스러운 마음을 내비치며 이렇게 써봅니다.
저는 바쁘고 보람찬 일상을 잘 이어가면서, 동시에 제 자신을 강하게 지켜내고도 있어요. 기쁜 일도, 힘든 일도… 모든 것이 좋은 경험이자 거름이라 생각하면서 매일을 예전의 저보다 조금 더 나아가게 하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제, 7월이 시작했네요. 찾아와주시는 모든 분들께서도 무탈히 잘 지내고 계신지 여쭙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이야기를 남겨주시면 무척 기쁠 거예요. 감사합니다.
사서님, 오랜만이에요!
사실 저는 오랜만처럼 느껴지진 않네요. ㅋㅋ 스크랩 해두고 매일매일 새로운 글을 쓰실 때마다 찾아오거든요. 정말 잘 읽고 있어요. 마냥 울적하거나 감정과 감성에 젖어버린 글이 아닌 의미가 담겨있는 듯한 글이 정말 많은 위로가 돼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공부도 나름 열심히, 미래도 생각해보고 틈틈이 사서님의 글도 읽고, 독서도 하고 운동도 하고... 이번 방학 그나마 알차게 보내는 것 같아 조금 기분이 좋은 고등학생이에요. ㅎㅎ
모든게 수월하게 풀리고는 있지만, 원체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조금 불안해하고는 있어요. 아시다시피 고등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고민들이요.
진로가 걱정이 되고 취업, 그 다음의 미래도 걱정이 되네요. 저는 그림을 좋아하는 학생이에요. 그래서 더 어릴 적엔 막연히 좋아하는 쪽으로 대학을 가야지, 취업을 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꽤나 막막하더라고요. 화가나 디자이너 프리랜서 등은 솔직하게 돈을 크게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니더라구요. 성적이 좋은 편이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데, 굳이 그림을 계속 하면서 돈..도 포기해야 하나 싶더라구요. ㅋㅋㅠ 더군다나 여태껏 취미였던 그림을 직업으로 바꿔서 본질을 잃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게 그림은 시간 날 때마다 행복하게 하는 취미, 날 위로해주는 취미 정도였거든요. 그걸 직업으로 삼으면 스트레스 받아하며 그릴 것 같은게 뻔히 보여 고민이에요. 물론 사서님에게 대답이나 조언을 요구하는건 아니에요. 매일 위로를 받는 곳이다 보니 편안해져서 하소연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ㅎㅎ
매번 안부를 물어봐주는 사서님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요.
사서님은 요즘 어떠신가요?
인증코드가 매번 바뀌어 모르시겠지만, 벌써 세 번째 발자국을 남기고 가요.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내길 바라요.
비교적 최근에 스레딕을 알게 되었고, 그만큼 최근에 검은 도서관을 알게 되었어요.
그럼에도 처음으로 스크랩을 해둔 스레일 만큼 좋은 문장들이 많았네요:)
매일매일이 항상 즐거울 수는 없지만... 모두 이겨내고 최후에는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