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7/23 01:40:28 ID : i3zTU1BgqnP 0
옛날 배경의 소설은 처음 써봐서 진짜 야매야..ㅠㅠ 시대고증 부족하거나 그 시대에 안 맞는 말이 들어갈 수도 있어. 발견한 거 있음 말해주라ㅠ 나름대로 열심히 피드백 할 게
2 이름없음 2019/07/23 01:40:54 ID : i3zTU1BgqnP 0
사람손길 안 탄 우리의 산은 햇빛이 안 닿아 항상 어둑어둑하고 낮에는 직박구리의 노래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엔 갈데없는 서리 까마귀들의 통곡이, 밤에는 본 적 없는 풀벌레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잔잔히 들리는 기묘하고도 아늑한 장소다. 그러다 밤이 되면 밝은 달빛이 우리들의 산을 비추면 길고 자유분방하고 빼곡히 뻗은 훌륭한 나뭇가지 여러 갈래가 달빛에 누군가를 숨겨주고, 누군가를 비춰준다. 그 광경이 신비롭기 그지없어 달이 이곳을 비추면 이 곳에 있는 자들 모두가 일제히 달을 올려다보건 한다.
3 이름없음 2019/07/23 01:49:50 ID : i3zTU1BgqnP 0
우리들의 산은 마치 달에서 떨어져 나온 것처럼 해와는 어울리지 못하고, 달이 제 짝처럼 어울렸다. 낮에는 약간의 햇빛만 들여보내 줄 뿐, 밤에는 달빛이 보금자리를 채워주었다. 해는 우리에게 무작정 햇빛을 내려 쪄 존재를 들어내게 하였지만, 달은 우리를 비춰주면서도 또한 숨겨주었다. 우리는 그런 달이 좋았다. 그리고 그런 달과 형제 같은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이 산도 좋았다. 어느 누군가가 조선에 있는 산 중 가장 아름다운 산이 무어냐고 한다면 그 어떤 귀(鬼)라도 이 귀산(鬼山)을 이를 것이니라.
4 이름없음 2019/07/27 22:52:42 ID : i3zTU1BgqnP 0
“자넨 사람에겐 해를 끼치고, 귀신에겐 이로운 터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나그네는 별 이상한 소리를 다 듣는다는 듯,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린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5 이름없음 2019/07/27 23:09:28 ID : i3zTU1BgqnP 0
“자네의 생각을 묻는 거네, 있다고 생각하는가?” 갑작스런 노인의 질문공세에 하룻밤 쉬고 가는 처지였던 나그네는 마지못해 대답하였다. “신께선 우리를 지혜롭게 생각하고 살도록 만드셨고, 세상을 다스리는 사명을 미물이 아닌 사람에게 부여하였습니다. 세상은 사람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무방하지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터는 없으니 그런 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겐가?” “아닙니다. 귀신들린 터같이 들어간 사람들이 하나같이 죽거나 망하는 터는 있잖습니까. 하오나 사람이 해를 당하는 것이 그 터에 살고 있는 귀신에겐 무엇이 이롭단 말입니까? 오히려 살고 있는 곳에 령을 하나 더 늘리는 꼴이 됩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게 귀신에겐 이득이 되지는 않으니 그런 터는 없다라고 말하는 거구만?” “그렇습니다.” 민가를 찾기 위해 반나절을 걸어 피곤한 나그네는 빨리 노인이 방을 나갔으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6 이름없음 2019/07/28 02:24:42 ID : i3zTU1BgqnP 0
“그 말 바꿀 생각은 없는 게지?” “네?” “내기를 하지, 여기서 자네가 옳다면 내 자네에게 3냥을 주겠네.” 생뚱맞은 소리를 꺼내고 손해 보는 내기를 제안하는 노인을 당최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기를 수락하지 않으면 그가 더 귀찮게 굴 것 같고 잃을 것이 없는 조건에 나그네는 흔쾌히 그 제안을 수락했다. 옳지 않다면 옳지 않은 거고 옳다면 자신의 현명함에 속으로 감탄하고 돈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 돈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떤가? 생각을 바꾸겠는가?” “바꿀 말은 없습니다.”
7 이름없음 2019/07/28 02:25:30 ID : i3zTU1BgqnP 0
노인은 잠시 뜸을 들인 뒤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 터는 존재 한다네, 바로 이 읍에 말일 세. 귀신들이 사는 산이라고 해서 귀산이라고 읍을 방문하신 사또께서 직접 명을 붙이셨지.” 흉물에 대충 붙인 명 같은데도 노인은 그것을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 이야기 했다. ‘그것보다 그런 흉물스런 터가 근처에 있다니...’ 물씬 안 좋은 생각이 든 나그네는 안색이 새파래진 채 곧바로 풀어놓았던 짐을 챙겨 떠날 준비를 하였다. “허허 젊은 사람이 그런 것 하나 들었다고 갈 준비를 하는가? 그렇다면 이 마을 사람들과 이 집에 살고 있는 나와 나의 처자식은 무언가? 뭐 귀신이라도 되는 겐가?” 나이와는 안 맞게 노인은 껄껄거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8 이름없음 2019/07/28 02:52:31 ID : i3zTU1BgqnP 0
“허나 그런 흉흉한 곳 가까이에 살고 계시는 데 괜찮으십니까?” “괜찮네, 괜찮아. 난 태어났을 때부터 이 곳에 자리 잡았다네, 그런 흉흉한 터가 있으니 마을 쪽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 여름이 되어도 선선한 게,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은 몰라도 여기 발붙인 사람들은 이것을 매우 고맙게 여긴다네.” “하지만 사람에겐 해가 된다고...” “그건 귀산에 발을 들인 자만 해를 당하는 것이네, 자네 혹시 궁금하다고 갑자기 그곳에 올라가거나 하지말게나 저도 모르는 세에 홀려버리니까.” 노인은 세월을 되짚는 듯이 허공을 바라보며 잠시 쓴 웃음을 짓다 곧 나그네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럼 이 내기는 내가 이긴 걸세, 자 3냥 내시게.”
9 이름없음 2019/07/28 02:58:41 ID : i3zTU1BgqnP 0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돈을 내다니요?” “내기에 수락하는 것은 원래 자신에게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을 반대로 낼 의사가 있다는 말이라네.” “그것을 말이라고 하십니까!? 전 그런 돈 없습니다! 그런 돈 있으면 진작에 주막에서 묵겠습니다!” “이 마을에 주막이 있었던가? 이 마을에 한 평생 산 늙은이의 기억으론 그런 것은 없던 걸로 기억하네만? 내 자네 처음 봤을 때의 차림새를 보고 3냥 정도는 거뜬히 갖고 있을 사람처럼 보였네, 어서 내시게나.” 내기는 내기다. 나그네는 마지못해 못 사는 자에게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품속에서 작은 꾸러미를 꺼내 은전 3닢을 내었다. 마을에 주막이 없어 가장 좋아 보이는 집에 들어갔건만 이게 무슨 낭패인가 그는 자신의 차림새와 노인의 품속으로 사라지는 은전을 번갈아 눈짓하다 이내 한숨을 쉬었다. “하룻밤 묵고 가는 몫이라 생각하시게, 그만큼 먹은 게 있지 않나?” “그만큼 먹은 게 있어도 어느 주막이 그만큼이나 받습니까?” “조금 값이 센 주막이라 생각하게.” “조금이 아니니까 이러는 게 아닙니까?” 오랜만에 젊은 사람하고 나누는 얘기가 즐거운 것 인지 아니면 손님에게 베푼 것 이상의 돈을 받아서 인지 노인은 호탕하게 웃으며 방을 나갔다.
10 이름없음 2019/07/28 03:23:12 ID : sjjxXs1fPeM 0
'햇빛을 내려 쪄'->'햇빛을 내리쬐어' '저도 모르는 세에'->'저도 모르는 새에'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이게 옳은 것 같아! 그리고 온점을 빼먹은 부분이 몇 개 보여. 억양을 표현한 거라면 미안...
11 이름없음 2019/07/28 04:47:02 ID : i3zTU1BgqnP 0
역시 남의 눈은 다른가 봐.. 쓸 때도 발견 못했는데.. 이거 방금 발견하고 고쳤어! 알려 줘서 고마워 !!
12 이름없음 2019/07/28 04:58:44 ID : i3zTU1BgqnP 0
오늘따라 재수가 없다 생각한 나그네는 노인이 나가자마자 그대로 이불을 펴고 잠들었다. 다음날 어제와는 다른 서늘한 방 온도에 눈을 뜬 나그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기와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자신이 웬 흙 밭에 누워있던 것이었다. 노인은 없었다. 나그네는 자신이 민가를 찾아 헤매던 중 나무가 빼곡히 자란 산에 들어서고 나서의 기억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선 간담이 서늘해져 서두른 발길로 산을 내려갔다. 노인은 그런 그를 나무 위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13 이름없음 2019/07/28 14:57:50 ID : i3zTU1BgqnP 0
“과거 보기 싫어 평생 도망치는 신세에게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어디 있냐?” 노인 옆에 서있던 하얀 머리의 여인이 쏘아 붙였다. “x쳐, 나 아니었으면 이 산에 살고 있는 잡귀x끼들이 쟤 뜯어 먹으려고 개떼같이 달려들었을 걸? 목숨 부지하게 해준 대가인데 3냥이면 약과지.” 그런 말을 하는 노인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하더니 곁에 있던 여인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인이 되었다. “돈 많아 보인다고 쟤한테 가장 먼저 달려든 게 여기서 누구더라?” “x쳐, 삭은여시년야.” “야 말 이쁘게 안하냐? 이게 머리 색깔 하얗다고 삭았다하네?” “뭐 할매, 할배 령들 보면 다 흰머리 던데. 삭은 게 맞지.” “내가 삭았다면 너는 썩은 거다. 이 고이다 못해 썩은 물아! 어디서 버려진 쇠도끼 냄새 안 나냐?” “아 그건 옛날 일이라고! 옛날 일!! 지금은 쇠 냄새 안 난다고!!” “오래되다 못해 썩어 도깨비 돼서 연못에 버려진 걸 건져서 살려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옛날 일? 너 다시한번 연못에 던져지고 싶구나?” “던져봐라 시x년아! 어디 한번 오랜만에 산신령 얼굴 좀 보고 당신처럼 흰 머리를 가진 노파를 아는데 소개해 줄 테니 혼례 올리라 할 거니까!” “버려져서 그런지 성깔하나는...”
14 이름없음 2019/07/28 17:53:08 ID : i3zTU1BgqnP 0
하얀 머리를 가진 여인은 가볍게 나무 아래로 뛰어내렸다. 똥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똥의 탈을 쓴 도깨비라면 말이 다르다. 하얀 머리의 여인은 한 마디 더 쏘아 붙였다. “그렇게 돈을 악착같이 긁어서까지 자기 버린 주인을 찾고 싶냐?” “남이사, 남에겐 나쁘고 매정한 주인으로 들릴지 몰라도 나한테는 아니거든?” 나무 위에 서 있는 여인은 뺨을 발갛게 물들인 채 쏘아 붙였다.
15 이름없음 2019/07/28 18:40:34 ID : i3zTU1BgqnP 0
정이 든 오래된 물건은 어느 순간부터 혼이 깃들어 도깨비가 된다고 한다. 그런 물건이 그 모습 그대로 갑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한다면 세상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세상은 좁으면서 넓으니 어딘가에는 그런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분명히 본인도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러게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지 뭐가 급해선..’ 사람으로 변해도 사람 같지 않은 하얀 머리를 가진 여인은 혀를 한번 차더니 짐승의 귀와 꼬리를 들어내며 안개 낀 나무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들어온 사람에겐 반드시 해를 끼치고, 살고 있는 귀신에겐 이로운 터가 있는 가? 라고 누가 묻는다면, 우리는 바로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을 이를 것이니라. - 귀산 프롤로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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