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사누나, 도깨비후배(1) (2)
2.차사 누나, 도깨비 후배 (2)
3.생각나는데로 소설 써보려고! (6)
4.연습 스레 (3)
5.단편 이야기 아이디어 추천! (11)
6.내가 지금 구상중인 소설 설정이 걸리는게 하나 있는데 봐줄수 있을까? (8)
7.세인트 로스의 전염병 (30)
8.실라는 (7)
9.긴 건 싫고 짧게 판타지 소설 쓰는 스레 (1)
10.. (7)
11.그 취향스레에서도 썼던 건데 (1)
12.사람 이야기 (5)
13.가제 - 중심잡기 (5)
14.고조선~삼국시대 배경으로 판타지 소설 써보자 (5)
15.우리나라풍 코즈믹 호러 (10)
16.귀산[鬼山] (15)
17.라시의 창작글 1: 4/44444444444444444444.... (3)
18.지금 쓰고 싶은 소설 생각할래 (5)
19.회색빛 아기고래 (3)
20.제한없는 소설을 써보자 (2)
(항상 소설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음 속에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여 끝내 조금씩 털어놓으려 합니다.
처음 쓰는 글인데다 현생에 치이는 고딩인 관계로 생각나는 대로 들러서 쓸 예정입니다.
언젠가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기 때문에 피드백은 환영입니다.
감사합니다.)
(만약 읽어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아주 잦은 수정. 따로 수정한 부분에 체크하진 않겠습니다! ※
#1
버스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타는 듯한 갈증에 눈을 떠보니 버스는 이미 멈춰있었고,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아주 어둡지 않은 달밤이었다. 창 밖에는 무수히 많은 버스들이 일정한 대열을 갖추고 늘어서 있었다. 이걸 어떡한담. 아니야,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걸거야. 한참 눈을 감았다 다시 떠봐도 풍경은 여전하다. 차츰 골이 아파온다.
핸드폰. 핸드폰을 찾자. 한참 가방을 뒤적이다 엊그제 분풀이로 방 한구석에 내던져 버린 것이 생각났다. 딱히 후회스럽지는 않다. 누구 탓 할 일도 아니고. 만약 그렇다 해도 나는 지금 너무 지쳤다. 혹시 열릴까 하고 버스 문을 밀어봤지만 덜컥거리기만 할 뿐 소용없었다. 지금이 몇 시인지라도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버스 안에는 어떤 작은 불빛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대로 갇혀서 꼼짝없이 아침까지 기다리게 생겼다. 등 뒤로 땀이 한줄기 흐르는게 느껴진다. 아침이 오기 전에 더위 먹어서 죽는 건 아닐까. 어쩌면 탈수로 기절해있을 수도. 귓가에 들리기 시작하는 모기소리도 내 임종을 부추기는 것만 같다. 습관처럼 말하던 나가 뒤지라는 말이 이렇게 실감나게 와닿기는 처음이다.
내 정신을 곤두세우는 저 모기라도 쫓으려 후드점퍼를 꺼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빨이 달달 떨리도록 춥게 에어컨을 틀어주던 학원 안에 있었는데. 한참 현실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버스와 함께 경로를 이탈한거다. 항상 그렇지 뭐. 숨구멍만 내놓고 점퍼로 몸을 감쌌다. 더위는 아무래도 좋으니 저 망할 모기가 제발 다른 먹잇감을 찾아 나서줬으면 싶다. 이 상황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눈을 꾹 감았다.
차츰 모기소리가 멀어진다. 땀도 끈적히 말라간다. 귀뚜라미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들어온다. 자세를 편하게 고치고 두 칸 짜리 좌석에 누우니 한 눈에 들어오는 반달.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내일에 대한 걱정.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으로만 남아있는다. 이 어이없는 낭만을 조금 즐기고 싶어졌다.
이 곳은 버려진 도시인 것만 같다. 세상은 망한지 오래고, 그 중 몇 안되게 남아 숨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과연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려들까? 죽더라도 서로를 찾으려 나설까? 외롭게 죽느니 사람 얼굴을 보다 죽겠다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숨막히게 사람 많았던 곳이 다 텅 비어있는 모습을 보며, 이상한 황홀경에 젖는 예술가가 있을 수도. 아니면 미친듯한 광기에 사람고기를 먹으려 할 수도 있다. 인륜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더라도 나는 먹지 않겠다. 고고한 척, 말을 잊지 않으려 미친듯이 혼잣말 하겠다. 왜냐하면 나는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부정하며 또 다른 꿈 속에서 살아갈 거니까. 나는 아마 가장 먼저 죽을 것이다. 이렇게 망상 속에 살다 죽으면, 다른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가는 현실에서의 나는, 뉴스 귀퉁이에 몇 번 나오고 일상처럼 지나가는 그런거겠지. 그러기엔 지난 17년의 세월이 너무나 아까워서 오기로 산다. 내 삶이 얼마나 가치있는 삶인지를 증명하겠다는-, 그러나 나는 누구를 위하여 증명하겠다는 것인가?
부쩍 잠이 늘어난거다. 아까 버스에서 집으로 가는 그 짧은 사이에 잠이 든 것도. 긴장이 풀려서다. 내 욕심으로, 오기로 잔뜩 움켜쥔 것을 놓아준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오기로 산다. 사는 것, 그것 하나만은 놓지 않은 것이다-라고 할 수 없다. 나라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사는 것으로 충분하지가 않다.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 쟁취하기를 원한다. 지금, 여전히 욕심으로, 지독하게 끈적이는 욕심으로 그것들을 쥐어내고 있으나 나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직 생각만 할 뿐인거다. 오기로 살지 않기엔 죽기 위해 필요한 용기가 없어서, 절박함으로 단단해진 마음이 없어서 다만 오기라 이름 붙인 것이다.
갑자기 내가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존재인 것만 같다. 크게 무어라 외치고 싶어진다. 누군가 당황할 정도로 심한 욕을 뱉고 싶다. 내가, 하다못해 너에게 하찮은 존재인거야? 화를 내며 묻듯이. 그러나 이 곳은 버려진 도시인 것만 같다. 바보같이 외쳐도 들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차라리 그게 낫다. 엄마는 지지 못해 몇 배로 되갚아줄 것이다. 내가 듣다 못해 소리치면, 청자가 정해진 독백을 한다. 나 들으라고 저렇게 크게, 저렇게 끔찍이 화가 났다는 듯이, 비꼬아 대는 것이다. 그 말들은 내 속을 움켜쥔다. 벅벅 긁고 잔뜩 뒤집어놓는다. 나 스스로도 내가, 엄마가, 그리고 세상이 혐오스러워지도록. 감정이든 에너지든 무엇이 되었든 무척 낭비가 심한 일이다.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일어나는 이런 일들에 대해서, 나는 점점 지쳐가는 것이다. 후각이 쉽게 마비되듯이, 감각이 점차 피로해져가는 과정의 끝물에 있는거다.
슬슬 잠이 온다. 낭만은 무슨, 자기비난과 연민으로, 모순으로 점철된 아주 낭만적인 사색이었다. 기왕 이렇게 된거 그냥 살자. 정작 현실은 눈감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생각나는 내일의 걱정이지만.
#2
아, 안돼. 제발. 무척 기분 나쁜 꿈을 꿨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눈을 떴다. 아직 밖은 깜깜한 상태. 밤공기 냄새가, 코 끝을 스치는 바람에서 난다. 몸을 일으켜 보니 문이 열려있다. 순간 소름이 돋는다. 설마. 아닐거야. 내가 미쳤지. 흉흉한 세상에서 맘 편히 잠들 생각을 하다니. 돋아난 닭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갑자기 오한이 든다. 깊은 곳에서 시작된 떨림은 이내 몸 전체로 퍼져나간다. 무언가를 떨쳐내려는듯이. 아닐거야. 아닐거야. 아닐거야.
뭘 어떻게 해야하지? 문이 열린 것 말고는 아까와 그대로인 상황. 가방도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 그대로 놓여져 있다. 후드 점퍼도 내 몸을 잠들기 전과 같이 감싸고 있다. 그래, 아닐거다. 그 꿈은 뭐였지? 그리고 문은 도대체 누가 연걸까. 혹시 밖에서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밖에서 안을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깨어있다는 사실도 알겠네? 그 사람의 목적은 무엇일까. 여전히 밖에 있을까? 아니면 문만 열고 가버린 걸까?
가만히 있어봤자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용기내서 누가 있는지부터 확인해보자. 말을 걸까? 아니 그냥 버스기사 아저씨가 올 때까지 깨어있을까? 아참, 버스 기사 아저씨는 무조건 나를 도울 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걱정하기까지 했는데. 세상은 한 발짝 빠르고 나는 한 발짝 느리다. 세상과 나는 딱 두 발짝 차이, 딱 그 정도인 것 같다. 아아, 제발.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이 괴롭다. 억울하고 분하다.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모를 그 두 발짝 때문에 나는 계속 당하고만 살겠지. 이게 누구 탓인가. 아무도 잘못이 없다. 있다면 나에게 있겠지. 분노는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나에게 있겠지. 나에게..
다짜고짜 가방을 챙기고 버스를 나왔다. 분노와 억울함이 가감시킨 두려움, 순간적인 대담함은 문을 나서자 금방 사그라들었다. 흉기를 들고서 내가 나오자마자 바로 찌르려 하는, 그런 사람은 다행히도 없었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도대체 누굴-
"저기."
등 바로 뒤에서 들리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가 근육을 경직시킨다. 땅보다 무겁게 내려앉는 저음이다. 무섭다.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뒤를 돌아봐야 하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혹시.. 가출하신 건가요?"
에라 모르겠다. 눈을 질끈 감고서 뒤를 돌아봤다.
"아, 아니요? 그런거 아닌데요?"
적어도 나를 다짜고짜 해치려는 사람은 아니라는 안도감에 슬며시 감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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